황 총리 “교학사 외 교과서 편향성 논란”
하지만 황 총리가 역사교과서 국정화의 필요성을 강조하기 위해 제시한 근거들은 대부분 역사학자들에 의해 반박된 내용들이다. 예컨대 정부·여당은 현행 역사교과서를 통해 ‘김일성 주체사상을 우리 아이들이 배우고 있다’고 주장했지만, 확인 결과 모든 교과서가 주체사상을 비판적으로 기술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례로 고교 한국사 교과서 중 점유율이 가장 높은 미래엔 교과서의 경우 “김일성 유일 지배체제 구축 및 개인숭배와 반대파 숙청에 이용됐다”며 주체사상을 비판했다.
이에 황 총리도 이날 담화문에서 “교과서에서는 기술하지 못하는 편향된 사관을, 지도서와 문제집에는 원하는 대로 강조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일선 학교에서 사용하는 한국사 교과서 대부분이 북한의 주체사상을 비판적으로 기술했다는 지적이 나오자 이번에는 교사용 지도서와 문제집을 문제 삼은 것이다.
교학사 교과서 채택률 저조하자 ‘국정’으로 선회
학계를 비롯해 정부·여당 내에서도 반대 의견이 제기됐던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밀어붙인 데에는 2014년 교학사 교과서의 채택률이 저조한 것과 관계가 깊다. 당시 교육부는 친일·독재 미화 논란에도 교학사 교과서를 검정 7종 교과서와 같이 시장에 내놨지만 채택률은 0.1%(3개교)에 그쳤다. 그러자 아예 방향을 틀어 현행 ‘검정’ 방식을 ‘국정’으로 바꾼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검정 발행 교과서는 민간 출판사가 제작해 교육부의 검정을 받지만 국정 교과서는 국가가 교과서 개발을 주도할 수 있다.
황 총리도 “2014년 교학사 교과서를 채택한 20여 곳의 학교는 특정 집단의 인신공격, 협박 등 집요한 외압 앞에 결국 선택을 철회했다”고 말해 이 같은 분석을 뒷받침했다.
교육부는 중·고교 역사 교과서 편찬을 산하 기관인 국사편찬위원회(국편)에 맡길 예정이다. 국편은 이달 중 교과서 집필진과 편찬심의회 구성을 완료한 뒤 이달 말부터 교과서 개발에 착수한다. 편찬심의회는 교과서 집필 뒤 이에 대한 수정·보완을 심의하는 기구다.
국편은 내년 11월까지 역사교과서 집필을 마무리 할 방침이다. 집필이 끝나면 내년 12월부터 2017년 2월까지 교과서 감수와 전문가 검토, 인쇄·보급이 이뤄진다. 같은 해 3월 신학기부터 일선 중·고등학교 학생들은 국정 역사교과서로 역사를 배우게 된다. 하지만 교과서 집필부터 일선 학교 보급까지의 과정에는 수많은 뇌관이 놓여있다.
집필진 구성부터 보급까지 뇌관 수두룩
교과서 집필을 완료한 뒤 이를 학교 현장에 보급하는 일도 문제다. 이미 전국 2만4694명의 교사들이 이미 역사교과서 국정화에 반대 입장을 밝힌 상태다. 수업은 교사가 주관하기 때문에 국정 교과서보다 보조 교재를 활용하는 교실이 속출할 수 있다. 특히 전국 17명의 시·도 교육감 중 14명의 진보교육감이 국정 교과서에 반대 입장을 표명하고 있다. 실제로 서울시교육청은 이날 정부의 국정화 확정 고시 직후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는 우리 학생들에게 ‘다양한 관점’은 ‘틀린 관점’이라는 왜곡된 생각을 심어줄 수 있다”며 국정화 확정 고시 철회를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