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 채안펀드'에도 불안한 단기자금시장…해법은?

고금리에 움츠러든 시장…91일물 CP금리 연일 '고공행진'
부동산시장 급랭에 PF신용위험 '여전'…단기자금시장 경색
시중은행 '유동성 공급' 역할…부동산PF 회사 충당금 적립
  • 등록 2022-11-22 오후 7:29:06

    수정 2022-11-22 오후 7:29:06

[이데일리 김성수 기자] ‘제2의 채안펀드’ 등 유동성 대책이 나왔지만 단기자금시장 경색의 2가지 근본 원인이 바뀌지 않고 있다. 금리인상에 따른 유동성 감소와 부동산경기 냉각이다.

이 두 가지 근본적인 원인이 해결되지 않는 한 시장 경색이 해소되긴 어려울 것이란 분석이 높다. 이에 따라 시중은행들 중심으로 시장에 유동성을 공급하고, 부동산PF 익스포저(리스크 노출 금액)가 있는 금융기관들이 충당금 적립 등으로 신뢰를 확보하는 조치를 실시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사진=연합뉴스)
◇ 고금리에 움츠러든 시장…91일물 CP금리 연일 ‘고공행진’


2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총 1조8000억원 규모의 ‘제2 채안펀드’가 오는 24일 가동되지만 △금리인상에 따른 유동성 감소 △부동산경기 냉각 지속이 여전히 단기자금시장 불안 요인으로 남아 있다.

우선 급격한 금리인상 여파로 시장 유동성이 줄어들고 있다. 증권사, 운용사, 보험사 등 기관투자자들은 금리인상기 자본손실을 우려해 크레딧 채권 매수를 주저하고 있다. 금리가 오르면 채권 가격은 하락하기 때문이다.

특히 레고랜드 사태가 터진 후 시장 긴장도는 더 높아졌다. 지방자치단체인 강원도의 채무보증을 받아 신용등급이 최고 수준인 강원중도개발(GJC)도 대출금을 상환하지 못했고, 그 결과 아이원제일차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가 부도처리 돼서다.

최근에는 신용등급 AAA급 공기업들의 채권 발행 수요가 회복되고 있지만 여전히 금리인상 불확실성이 있어서 심리를 완전히 되돌리기 어렵다. 오는 24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에서는 금리를 더 올릴 가능성이 높다. 인상폭은 0.25~0.5%포인트로 예상된다.

대기업들은 회사채를 통한 자금조달이 막히자 은행으로 몰렸고, 도미노 효과로 중소기업이 자금난을 겪고 있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금융기관 가중평균금리’에 따르면 중소기업 대출금리는 지난 9월 4.87%로 작년 12월(3.37%)보다 1.5%포인트(p) 높아졌다.

단기자금시장 금리는 고공행진하고 있다. 이날 91일 만기 기업어음(CP) 금리는 전날보다 0.02%p 높은 5.38%로 올라 연일 최고치를 기록 중이다.

최근 1년간 만기 기업어음(CP) 금리 추이 (자료=금융투자협회 채권정보센터)
◇ 부동산시장 급랭에 PF신용위험 ‘여전’…단기자금시장 경색


부동산시장 냉각으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의 신용위험이 높아졌다. 브릿지론과 본PF는 부동산 경기에 민감하고 부실 위험이 크다. 브릿지론은 시행사가 개발사업 초기에 토지 매입, 인허가 용도로 쓰려고 단기로 융통하는 대출이다.

증권사들은 브릿지론에 보증을 제공하거나 대출을 실행하는 형태로 참여해왔다. 통상 브릿지론 만기가 되면 본PF 대출을 받아서 상환하기 때문에 ‘본PF로 전환 여부’가 브릿지론의 최대 위험요소로 꼽힌다.

다만 최근 금리·공사비 상승 및 분양여건 악화로 부동산 사업장의 수익성 저하 우려가 커졌다. 이에 브릿지론이 본PF로 전환되지 않을 위험이 높아졌다. 브릿지론이 대출연장 및 리파이낸싱(재융자)에 실패할 경우 담보 토지를 경·공매로 내놓아서 자금을 회수한다.

브릿지론에 후순위로 참여한 증권사들은 자금 회수가 어려울 가능성이 높다. 경·공매에 나온 부동산은 시세보다 싸게 팔리는 경우가 많아서 후순위 채권자들에게까지 자금이 돌아갈 여력이 없는 경우도 있어서다.

실제로 미분양이 쌓이는 대구에서는 올해 브릿지여신 기한이익상실(EOD)로 공매물건이 여럿 나왔다. 채안펀드 등 유동성 지원으로 단기자금시장이 정상적으로 작동해도 부동산경기가 근본적으로 회복되지 않으면 부동산PF 신용위험 증가 상황은 바뀌지 않는다.

문제는 금리인상 기조가 지속되고 있어서 ‘유동성 감소, 부동산경기 냉각’이란 2가지 문제가 단기에 회복되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에 시장 긴장감이 유지될 가능성이 있어서 단기자금시장 경색 해소가 상당히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이다.

서울 시내 한 시중은행 예금상담 창구 (사진=연합뉴스)
◇ 시중은행 ‘유동성 공급’ 역할…부동산PF 회사 충당금 적립


전문가들은 크레딧 채권시장의 신뢰 회복이 이뤄지려면 두가지 전제조건이 충족돼야 한다고 진단한다. 우선 자금시장에 충분한 유동성을 공급해 막힌 곳을 뚫어야 한다는 점이다.

이 과정에서 한국은행이 ‘유동성 공급’ 주체가 되기는 쉽지 않다. 금리인상 기조와 상충될 수 있기 때문이다. 올해 영국은 정부와 중앙은행 간 정책 ‘엇박자’로 금융시장이 큰 혼란을 겪었다. 영국이 긴축적 통화정책 기조와 맞지 않는 확장재정을 시도하자 파운드화 가치가 급락하는 등 펀더멘털이 크게 흔들린 것.

대신 시중은행이 유동성 공급 역할을 맡게끔 해야 한다는 분석이다. 은행은 규제를 풀어주면 예금이 급증해 여유자금을 확보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금융기관이 때문이다. 5대 금융지주인 KB·신한·하나·우리·NH농협금융지주가 올해 말까지 총 95조원 규모로 시장 유동성 및 계열사 자금지원에 나서기로 했지만 시장 상황에 따라 좀 더 자금시장을 세분화해 타깃 지원할 필요성이 제기된다.

또한 브릿지론 등 부동산PF 위험이 있는 금융회사가 충당금 적립 등으로 완충능력을 갖출 필요가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수요자들이 은행에 돈을 맡기는 것은 은행이 손실흡수 능력을 갖췄다는 ‘신뢰’가 있기 때문인 만큼 부동산PF 익스포저(리스크 노출 금액)가 있는 금융기관들도 충당금을 쌓거나 증자를 실시해서 위험에 대한 완충력을 높이면 이같은 신뢰를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는 의견이다.

김기명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부동산PF 익스포저가 있는 증권사, 캐피탈사들이 충당금 적립으로 완충력을 높이는 것이 현실적인 ‘옥석가리기’고 불확실성 해소”라며 “자금난을 해결하지 못한 극소수 금융회사들이 문제를 겪을 수도 있지만 이 과정을 거치면서 시장 정상화에 기여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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