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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트체크]`치느님` 황교익 말처럼 클수록 싸고 맛있을까

황교익 “육계 작아서 맛없어” vs 양계협회 “어이가 없다”
국내 육계 다양한 규격 생산…수요·용도 따라 크기 차이
“닭 크기로 맛 평가 난센스”…암컷 닭 오래 기르면 손해
  • 등록 2021-11-24 오후 4:52:51

    수정 2021-11-24 오후 6:10:13

[세종=이데일리 이명철 기자] 이른바 `치느님`으로 추앙 받는 한국 치킨이 세계에서 가장 맛이 없다니. 황교익 맛 칼럼니스트의 주장에 업계는 물론 소비자들도 술렁이고 있다. 치킨으로 쓰이는 한국의 육계는 다른 나라에 비해 사육기간이 짧아 맛이 덜하고 가격은 비싸다는 게 황씨의 해석이다.

‘치맥’ 문화를 이끌고 있는 치킨이 난데없는 맛 논쟁에 휩싸였다. (사진=이미지투데이)


이에 대한양계협회는 “너무나 황당하고 어이가 없다”며 강력히 비판해 논쟁 거리가 됐다. 정말 한국 육계는 세계에서 가장 작고 맛이 없는 것일까? 황씨가 주장의 근거로 사용한 정부기관과 업계 전문가들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해외 3kg인데 한국 닭만 1.5kg?

황씨는 “전세계에서 한국만 유일하게 1.5kg 소형으로 키우고 외국은 3kg 내외로 키운다”며 “3kg 내외 닭이 1.5kg 닭에 비해 맛있고 고기 무게당 싸다는 것은 농촌진흥청이 확인해주고 있다”고 밝혔다.

이는 농진청 축산과학원의 한 연구관이 2015년 기고 형식으로 작성한 ‘대형육계 생산기술과 경제적 효과’를 참고한 것이다. 기고문에 따르면 30일 키운 육계의 생체중은 1.48kg인데 40일 내외 기르면 2.82kg 정도가 된다. 도체중(도축 후 무게)은 1.05kg에서 2.09kg로 1.9배 늘어난다.

가슴살 지방 함량은 0.12%에서 0.46%로 3.8배 늘어 고기의 풍미와 감촉을 좋게 한다고 기고문은 서술하는데 여기에서 ‘3kg 닭이 더 맛있다’는 해석이 나온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해외 모두 닭은 3kg고 한국은 모두 1.5kg로 키우는 것은 아니다.

미국육계협회(NCC) 자료를 보면 지난해 미국 육계의 사육일수는 47일이고 출하체중(Market Weight·도축을 위해 측정하는 체중)은 6.41파운드, 즉 2.91kg이다. 일본 가축개량센터(NLBC)는 2018년 기준 육계 출하체중을 3.0kg(사육일수 47.1일)으로 발표했다.

반면 중국 선양농업대 연구팀이 지난해 초 제출한 논문에 따르면 중국 육계 출하체중은 2.53kg(사육일수 43.5일)에 그친다. 나라마다 조금씩 차이는 있는 셈이다.

한국 닭의 경우 축산물등급판정 통계연보 상 규격을 보면 12호(도체중 1151~1250g)가 20.3%으로 가장 많다. 이어 11호(1251~1350g) 18.1%, 13호(1251~1350g) 14.2% 수준이다. 보통 생닭을 도축하면 70% 가량이 도체중이 되는 것을 감안하면 12호는 생닭 기준 1.7kg 정도로 추산된다.

황씨가 지적한 1.5kg 닭이라면 도체중 1kg 안팎으로 10호(951~1050g)에 해당하는 데 비중은 9.1%에 그친다. 규격이 가장 큰 16호(1551~1650g, 생닭 약 2.3kg) 이상도 2.5%, 15호(1451~1550g)는 6.2% 수준이다.

물론 국내 육계 사육기간이 평균 30일 안팎인 만큼 40일 이상 키우는 해외 닭에 비해 체중이 덜 나가는 것은 사실이지만 꼭 ‘1.5kg 초소형 닭’만 생산하는 것은 아니라는 의미다.

한국 치킨용 닭이 해외보다 작은 이유

황씨는 “한국 외 전 세계 나라에서 3kg 내외 닭으로 치킨을 잘도 튀겨서 먹고 있다”고 했는데 이는 사실과 조금 다르다.

(이미지=이미지투데이)


국내 치킨업체에서는 주로 10호 규격의 육계를 가장 많이 구입하는 것은 맞지만 크기를 결정하는 요인은 어떤 용도로 활용하느냐의 차이다. 닭의 크기가 크면 튀기는데 시간이 오래 걸릴 뿐 아니라 고기 안에서 물 새어나오는 경우가 있어 튀김용으로는 큰 닭을 선호하지 않는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국내 한 업체가 자체적으로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미국의 한 대형 치킨 프랜차이즈에서는 제품을 만드는 데 도체중 1.8kg의 닭을 사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일반음식점에서는 이보다 좀 더 큰 닭을 구입하는데 이는 ‘통닭’이 아닌 부분육으로 활용하는 경우가 많다. 미국은 일명 ‘뻑뻑살’인 닭가슴살 선호도가 우세하기 때문에 좀 더 오래 길러 가슴 부위가 큰 닭을 필요로 하는 것이다.

닭 목, 가슴, 날개, 다리 등 각 부위가 온전히 들어 있어야 ‘1인 1닭’으로 인정하는 국내 소비 행태와는 수요 자체가 다른 것이다. 지난 2015년에는 대형닭 치킨 프랜차이즈인 ‘군계일닭’이 나타나 인기를 끈 적이 있지만 몇 년 지나지 않아 관심이 시들고 현재는 자취를 감췄다.

국내 한 육계업계 관계자는 “닭고기를 대량 생산하는 시스템을 갖추려면 표준화가 필요한데 도체중 1kg 내외를 시장에서 가장 선호하다 보니 이를 기준으로 삼게 된 것”이라며 “국내 치킨 프랜차이즈나 음식점에서도 용도별로 필요로 하는 닭의 크기가 다 다르다”고 설명했다.

대형육계 생산하려면 암수 감별·분리 먼저

그렇다면 크기 자체에 대한 수요와 상관없이 닭이 클수록 치킨이 더 맛있을까. 닭 크기가 클수록 지방 함유가 높아져서 품질 자체가 나아질 수는 있지만 닭 자체 품질 못지않게 조리법이나 양념 등 모든 사항을 감안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지난 1일 서울 송파구 잠실구장에서 프로야구 경기에서 관중들이 치킨과 맥주를 먹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익명을 요구한 육계업계 관계자는 “닭 크기가 작아 맛이 떨어지기 때문에 한국 치킨이 가장 맛없다는 말은 ‘쌀 품질이 좋지 않아 떡볶이가 맛없다’는 말처럼 넌센스”라며 “물론 품질도 감안해야 하겠지만 떡볶이 맛을 쌀이나 떡 자체가 좌우하지 않듯 닭 크기 자체로 치킨 맛을 평가하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다”고 꼬집었다.

‘오래 기를수록 고기 무게당 가격이 싸다’는 황씨 주장도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농진청의 기고문을 보면 “육계 수컷은 30일령 이후에도 일당증체가 80g 정도를 유지해 생산성을 극대화 할 수 있지만 암컷은 30일령 전후가 되면 일당증체가 오히려 줄어든다”며 대형 육계 생산을 위해선 암수 분리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암컷은 30일 이상 더 길러봤자 고기 무게는 늘지 않고 사료비만 더 들 수 있는데 황씨는 수컷의 장점만 떼어 내 설명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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