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에 치이고 아래 눈치보고…괴롭힘 방지법이 괴로운 4050 직장인

이른바 `직장내 괴롭힘 방지법` 16일부터 시행
`낀 세대` 4050 직장내 중간관리자들 불만 커져
"상사 신고 엄두 못내는데 후배 눈치까지 봐야"
법시행 반기는 젊은층도 "실효성 있을지" 걱정
  • 등록 2019-07-15 오후 4:25:22

    수정 2019-07-15 오후 4:25:22

직장 내 지위·관계 우위를 이용해 업무상 적정범위를 넘어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주거나 근무환경을 악화시키는 행위를 방지하기 위한 이른바 직장 내 괴롭힘 방지법이 16일부터 본격 시행된다. (사진=이미지투데이)


[이데일리 황현규 김보겸 정병묵 기자] “요새 누가 부하직원한테 갑(甲)질 한답니까. 그랬다간 자연스럽게 왕따 당해요.”

“사장한테 신고를 하게 돼 있는데 사장이 갑질하면 누구한테 신고해야 하나요.”

직장 내 지위·관계 우위를 이용해 업무상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주거나 근무환경을 악화시키는 행위를 방지하기 위한 근로기준법 개정안, 이른바 직장 내 괴롭힘 방지법이 16일부터 본격 시행되면서 4050세대들을 중심으로 불만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보통 직장에서 관리자 역할을 맡고 있는 그들 입장에서는 부하직원들의 눈치를 보게 된 동시에 위로 모시는 경영진에게는 여전히 속수무책으로 갑질을 당할 수밖에 없는 샌드위치 신세이기 때문이다.

“후배 괴롭힘은 옛말…정작 괴롭히는 사장은 신고 못하니”

대기업 20년차 부장인 박모(51)씨는 “괴롭힘 사례를 보면 `업무와 무관한 허드렛일 지시`나 `업무성과 불인정` 등 너무 막연하게 설명돼 있는데 이제 부하직원들에게 어떻게 업무를 지시하고 인사평가를 내리겠나”라며 “웬만한 기업들은 자체 사규를 통해 이러한 문제를 방지해 왔고 이미 직장 문화가 많이 바뀌어서 예전처럼 후배들에게 함부로 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괜히 회사 분위기만 이상해지게 생겼다”고 토로했다.

특히 4050 중간 관리자들의 경우 직장 내 괴롭힘 방지법의 주요 타깃이 되지만 사장에게 갑질을 당할 경우 정작 자신은 신고를 할 방법이 없다는 데 불만을 표하고 있다. 괴롭힘을 당할 때 사용자에게 신고를 하게 돼 있기 때문에 사장이 괴롭히면 당하고 있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실제 중소기업에서 부장으로 5년째 일하고 있는 이모(52)씨는 “매일 아침 사장에게 보고하는데 사장이 인격적인 모멸감을 준다. 그런데 사장을 신고하려면 회사를 그만 둘 각오를 해야 한다”며 “후배 눈치는 눈치대로 보는데 내가 위에서 당하는 부당함은 해소할 방법이 없다”고 토로했다.

4050 직장인들은 이 법의 실효성에도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직장 내 괴롭힘이 성립하기 위해서는 △직장 내 지위·관계의 우위 이용 △업무상 적정범위 초과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주거나 근무환경을 악화시키는 행위 등을 충족해야 한다. 고용부 매뉴얼을 보면 상사의 폭언, 폭행은 물론 회식 때 술 강권, 월차 사용 금지 등이 대표적인 괴롭힘 사례로 나와 있다. 대기업 13년차 차장인 차모(41)씨는 “특히 고용부 매뉴얼에는 괴롭힘 행위 규정이 있는데 이게 법적 구속력이 있는 것도 아니고 실효성이 있을 지 의문”이라며 “오히려 저(低)성과자가 불만을 품고 악의적으로 신고하는 등 법을 악용하는 사례가 나타나면 어찌 대응해야할지 모르겠다”고 우려했다.

젊은 직장인들도 반기긴 하지만…법처리 가능할지 의문“

반면 괴롭힘 방지법의 주요 보호 대상인 저연차 직장인들은 법 시행에 반색하고 나섰다. 중소기업에 들어간 지 1년 된 신입사원 이모(25)씨는 “회사에서 부당하게 괴롭혔다간 법으로 처벌받는다는 경각심이 생길 수 있어 찬성한다”고 반겼다. 그러나 이 씨는 “요새 단체톡방에서 사수에게 계속 무시당하고 있는데 이걸 법적으로 어떻게 처리할 지 생각하면 까마득해진다”며 “그런 세세한 일상 속 문제들까지 법으로 처리하기에는 어려움이 있지 않을까”라고 밝혔다.

노동 전문가들은 아직 초기다 보니 미진한 부분이 있지만 궁극적으로는 관리자급까지 법 시행의 혜택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직장 내 갑질을 방지하는 법이 이제 처음 시행됐기 때문에 부족한 부분은 앞으로 보완해 가면 된다는 것이다. 박사영 노무사는 “중간 관리자급들의 불만과 고충은 이해가 가지만 부당한 지시, 정당한 지시 여부는 여러 판례들이 쌓여가면서 자연스럽게 해결될 것”이라며 “자신이 하는 지시가 갑질인지 아닌지 자기검열하는 것 자체가 큰 의미가 있으며 이러한 분위기가 계속되다 보면 향후 경영진까지 포함, 직장 분위기가 바뀔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혜인 노무사는 “피해자가 직접 피해를 입증해야 하고 신고했을 시 신원보호가 안 돼 오히려 따돌림당할 수 있는 등 제도의 미비점은 보완해 가면 된다”면서 “`우리 때에는 다 참고 견뎠다`는 인식을 강요하면서 이뤄졌던 직장 내 괴롭힘이 명백한 사회적 문제라는 점을 환기했다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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