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당근' 없인 임대사업 등록 못 늘린다

  • 등록 2017-09-20 오후 3:50:23

    수정 2017-09-20 오후 3:50:23

[이데일리 조철현 건설부동산부장] 집을 2채 이상 보유한 다주택자는 188만명(2015년 기준)이다. 이들이 요즘 선택의 기로에 섰다. 양도세가 중과되기 전에 집을 팔아야 할지, 이참에 아예 임대사업자로 등록을 할지, 아니면 관망하면서 버틸지를 결정해야 할 판국이다.

김현미 국토부 장관이 8·2 부동산 대책을 내놓으면서 “내년 4월까지 시간을 드렸으니 사는 집이 아니면 파시든가, 임대사업자로 등록하시든가 하라“라고 으름장을 놓은 게 발단이 됐다. 내년 4월 이후 다주택자가 집을 팔면 최고 60%의 양도소득세율이 적용된다. 장기보유특별공제 혜택도 받을 수 없다.

그런데 집을 팔려고 내놔도 사려는 사람이 없다. 대출 규제 강화 등 고강도 부동산 대책으로 매기가 끊겨서다. 어떻게든 팔지 않고 끝까지 버텨보자니 ‘보유세 폭탄’이 두렵다. 실제로 정치권 안팎에선 보유세(재산세·종합부동산세) 인상 얘기가 심심찮게 흘러나오고 있다.

다주택자로선 선택지가 많지 않다. 자연스레 임대사업자 등록 쪽으로 눈길이 쏠린다. 정부가 각종 혜택을 줘 가면서 임대사업자 등록을 권하고 있으니 이게 과연 이문이 남는 장사인지를 한번 꼼꼼하게 따져보겠다는 것이다. 임대사업자로 등록하면 임대료를 맘대로 올리지 못하지만(연간 5%로 제한) 재산세와 양도세 감면 등 여러 세제 혜택이 주어진다.

그런데도 임대사업자는 2015년 말 기준 13만8230명으로 이들이 등록한 임대주택은 68만224채에 그친다. 전·월세 세입자가 살고 있는 민간 임대주택이 642만채인 점을 고려하면 임대사업자 등록 실적은 너무 형편없다.

다주택자가 임대사업자 등록을 꺼리는 이유는 간단하다. 사업자로 등록하는 순간 세원(임대소득)이 노출되고 소득세가 부과된다. 건강보험료와 같은 준조세 부담도 확 늘어난다. 자칫하면 혹을 떼려다 더 큰 혹 붙이는 꼴이 될 수 있다.

또 일정 면적(전용 85㎡)이나 가격(공시가격 6억원, 지방은 3억원)을 넘는 집은 임대주택으로 등록해도 세제 혜택을 받지 못한다. 서울 아파트값은 지난 4월 평균 6억원을 돌파했다. 강남 아파트는 대부분 10억원이 넘는다. 게다가 임대사업용으로 등록한 주택은 일정기간 팔 수 없다. 임대의무기간을 어기면 그동안 감면받은 세금을 모두 토해내고 과태료도 물어야 한다.

이러다 보니 8·2 대책 이후에도 임대주택 등록 비율이 의미있는 수준으로 오르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정부는 다주택자의 임대사업자 등록 의무화도 검토하는 모양이지만, 강제 등록제는 행정편의주의를 넘어 과잉 정책이다. 사유재산권 침해 소지도 다분하다. 논란을 초래할 무리한 정책 추진보다는 현실을 고려한 인센티브 확대에 주안점을 둬야 하는 이유다.

음성적으로 이뤄지는 사적 임대시장을 양지로 끌어내는 일은 투기 억제 못지않게 중요한 과제다. 정부가 다주택자에게 얼마나 당근책을 제시하느냐가 임대주택시장 양성화 정책 성공 여부를 가를 것이다. 이왕 다주택자에게 ‘착한 임대인’이 될 길을 터줄 생각이라면 정부가 팔을 더 크게 벌릴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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