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조원태 대한항공 사장은 아버지 고(故)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갑작스러운 사망 이후 경영권 승계를 앞두고 있다. 박세창 아시아나IDT 사장은 박삼구 전 회장으로부터 금호아시아나그룹 경영권을 넘겨받더라도 아시아나항공과는 결별해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조원태, 경영권 승계 앞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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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속세가 가장 큰 문제다. 경영권 승계가 유력한 조원태 대한항공(003490) 사장은 한진그룹 지주사 역할을 하는 한진칼 지분 2.34%를 보유하고 있다. 조 사장이 조 회장의 지분(17.84%)을 물려받으면 2000억원이 넘는 상속세를 내야 한다.
경영권에 영향을 주는 한진칼(180640) 지분 외 한진, 정석기업, 토파스여행정보 등 지분을 매각하면 약 750억원의 재원을 마련할 수 있다. 나머지는 부동산 등 자산을 매각해야 하는데, 주주 동의가 필요해 쉽지 않다.
이런 가운데 한진칼 2대 주주인 행동주의펀드 KCGI의 움직임이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KCGI는 지난 4일 한진칼 지분을 12.68%에서 13.47%로 늘렸다고 공시한 데 이어 추가 지분 매입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
이에 따라 조 사장의 한진칼 사내이사 임기가 만료되는 내년 3월 정기 주주총회에서 한진그룹 오너 일가와 KCGI의 표 대결이 펼쳐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올해 주총에서는 조 회장의 측근인 석태수 대표이사가 연임에 성공하며 한진그룹이 KCGI에 승리했지만, 상속 과정에서 지분 변동이 생길 경우 1년 후에는 승리를 낙관할 수 없는 처지다.
박세창, 금호고속 사장으로 옮길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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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호산업은 아시아나항공과 함께 자회사 에어부산, 에어서울 등을 한꺼번에 매각할 것으로 보인다. 아시아나IDT, 아시아나에어포트, 아시아나세이버 등 자회사들도 패키지로 넘길 가능성이 크다.
아시아나IDT가 매각되면 박 사장은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날 것으로 예상된다. 박 사장은 아시아나IDT 외에는 그룹 내 계열사에서 아무런 직책을 갖고 있지 않기 때문에 매각 이후 그룹 내 영향력은 작아질 수밖에 없다.
특히 아시아나항공과 자회사 매각한 후 금호아시아나그룹에 남은 계열사는 금호고속, 금호산업, 금호리조트 등에 불과하다. 박 사장이 그룹 경영권을 물려받더라도, 한때 재계 7위였던 재벌 그룹이 아닌 중견기업 규모의 그룹을 경영하게 된다는 의미다.
박 사장은 아시아나항공 매각 후 금호고속 사장으로 자리를 옮길 것으로 관측된다. 금호고속은 그의 조부인 고 박인천 창업주가 세운 그룹의 모태다. 그는 최근 언론과 만나 “조부께서 창업하신 회사를 지켜야 할 의무가 있다”며 “어떤 다른 의도도 갖지 않고 (아시아나항공) 매각에 전념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