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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소매판매 두달째 1%대 ‘뚝’
18일(현지시간) 미국 노동부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생산자물가지수(PPI)는 전년 동월 대비 6.2% 상승했다. 지난해 상반기 내내 두자릿수 고공행진을 했다가 7월 9.7%로 떨어진 뒤 그 이후 8.7%(8월)→8.5%(9월)→8.2%(10월)→7.3%(11월)→6.2%(12월)로 하락했다.
전월과 비교하면 0.5% 하락했다. 코로나19 팬데믹 초기인 2020년 4월 이후 가장 큰 낙폭이다. 다우존스가 집계한 전문가 전망치(-0.1%)를 하회했다. 역대급 초인플레이션이 조금씩 둔화하고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특히 국제유가 하락과 맞물려 에너지 물가가 한 달 새 7.9% 폭락했다. 식료품 가격은 1.2% 내렸다. 에너지와 식료품 등을 모두 더한 상품 물가 전체는 전월 대비 1.6% 떨어지면서 생산자물가 하락을 주도했다. 다만 서비스 부문은 여전히 0.1% 오르면서 추후 변수로 작용할 수 있음을 암시했다.
PPI는 생산자의 판매 가격에 의한 물가지수를 말한다. 소비자물가지수(CPI)를 소매물가라고 하면, PPI는 도매물가 격이다. 지난해 12월 CPI가 한 달 전과 비교해 0.1% 떨어진데 이어 PPI마저 둔화하면서, 물가 정점론은 더 힘을 받게 됐다. 미국 미시건대가 조사한 향후 1년 기대인플레이션율 중간값이 이번달 4.0%로 떨어지는 등 기대인플레이션 역시 완연한 하락세다.
관심이 모아지는 것은 PPI와 동시에 나온 소매판매가 급감했다는 점이다. 미국 상무부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소매판매는 전월과 비교해 1.1% 줄었다. 블룸버그가 집계한 전문가 전망치(-0.9%)보다 감소 폭이 컸다. 연말 쇼핑 대목으로 잘 알려진 11~12월 동안 소비는 두 달 연속 1%대 오히려 줄어든 것이다. 휘발유와 자동차 등을 제외한 근원 소매판매는 전월보다 0.7% 감소했다. 지난해 연준의 가파른 돈줄 조이기가 실물경제에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다는 진단이 나온다.
미국은 이례적으로 소비가 실물경제의 3분의 2를 차지하는 나라다. 소비가 부진하면 경제 전체가 얼어붙는 구조다. 월가 한 금융사의 채권 어드바이저는 “인플레이션을 잡으려면 경기 침체가 불가피하다는 견해가 본격적으로 지표로 나타날 것일 수 있다”고 말했다.
침체 공포 키우는 연준 매파들
이날 지표가 주목받는 것은 다음달 1일 연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의 기준금리 결정을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연준은 이번에 물가와 경기를 모두 고려해 25bp(1bp=0.01%포인트) 금리를 올리는 베이비스텝을 단행할 게 유력하다. CMI 페드워치에 따르면 이날 오후 현재 시장은 연준이 25bp 올릴 확률을 96.4%로 점치고 있다. 지난해 자이언트스텝과 빅스텝을 단행한 이후 긴축 속도조절에 나설 게 확실하다는 뜻이다.
AXS 인베스트먼트의 그레그 바숙 최고경영자(CEO)는 “연준이 인플레이션을 잡고자 지난해 내내 매파 기조를 유지했지만, 이번 PPI는 매우 긴축적인 통화정책을 완화할 수 있는 징후”라고 말했다.
다만 이 와중에 연준 내 일부 강경 매파들이 목소리를 키우고 있다는 점은 변수다. 제임스 불라드 세인트루이스 연은 총재는 이날 월스트리트저널(WSJ) 대담에서 “다음 회의 때 50bp(1bp=0.01%포인트) 금리 인상이 적절하다”며 “올해 말 금리는 5.25~5.50% 수준이 될 것”이라고 했다. 이는 월가 예상치보다 높다. 불라드 총재가 언급한 속도가 현실화한다면 침체 공포는 더 커질 수 있다. 로레타 메스터 클리블랜드 연은 총재는 AP통신과 인터뷰에서 최종금리 수준을 두고 연준 전망치인 5.0~5.25%과 비교해 “약간 더 높아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