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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박기주 기자] 지난 4월 국회에서 선거제·개혁법안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을 두고 벌어진 충돌에 대한 경찰 수사가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수사대상 중 가장 많이 이름을 올리고 있는 자유한국당 소속 의원들이 일제히 소환을 거부하고 있는 탓이다. 보통 체포영장 발부 등 강제수사로 전환할 시기지만 불체포특권 등 여건이 녹록지 않은 상황이다.
민갑룡 경찰청장은 26일 서면 질의응답 형태로 진행된 기자간담회에서 패스트트랙 수사에 대해 “이번 주 중 영상자료 분석이 마무리될 예정”이라며 “적법절차에 따라 출석요구와 조사를 계속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경찰 측은 수사가 여전히 진행되고 있음을 분명히 하고 있지만 실제 환경은 그다지 녹록지 않다. 이 사건과 관련해 수사 대상자는 총 108명으로, 자유한국당 의원이 58명,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40명이다. 하지만 한국당 의원들이 수차례 소환 통보에도 응하지 않으면서 수사가 제대로 진행되지 않고 있다.
경찰은 현재 가장 먼저 소환 통보를 보낸 엄용수, 여상규, 정갑윤, 이양수 등 4명을 포함한 한국당 의원 11명에게 출석 요구서를 보낸 상황이지만 한국당 의원들은 여전히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이에 대해 출석한 여당 의원들은 “국회의원은 법위에 군림하는 사람이 아니다”, “억울하면 나와서 조사를 받아라”, “조사에 불응하는 한국당 의원들에 대해 조치를 취해야 한다” 등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
강제수사가 어려워 보이는 이유는 회기중 현역 의원이 가지는 불체포특권 때문이다. 8월 임시국회가 이달 말까지 진행된 후 곧바로 9월부터 정기국회가 시작된다. 회기 중 국회의원을 체포하려면 체포영장을 신청해 검찰과 법원 등을 거쳐 국회 본회의에서 체포동의안이 통과돼야 하는데 현실적 어려움이 크다.
더욱이 나경원 원내대표가 “아무리 협박하고 짓밟아도 새벽이 올 때까지 한국당은 투쟁할 것”이라며 패스트트랙 수사에 강경 대응할 것이라는 태도를 보이고 있어 강제수사를 진행할 경우 자칫 정치적 문제로 비화할 수 있다는 점도 경찰에겐 부담이다. 나 원내대표는 해당 수사에 대해 “경찰은 타깃 줄소환으로 야당 의원을 겁박해오고 있다”며 “여당은 사실상 면담에 가까운 조사에 응하며 정권의 야당 탄압을 부추기고 응원하는 실정”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