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격 감사엔 감사보수 미지급?"…금감원 계약해지 악용에 제동

  • 등록 2020-02-04 오후 3:43:26

    수정 2020-02-04 오후 3:43:26



[이데일리 유현욱 기자] 기업들이 깐깐한 외부 감사인(회계법인)을 피하려 고의로 감사보수를 지급하지 않고, 회계법인 역시 감사위험이 큰 기업을 폭탄 돌리는 듯 시장에 내놓는 `꼼수`에 제동이 걸린다.

4일 금융 당국과 회계 업계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지난 3일 열린 `회계개혁 정착지원단` 4차 회의에서 시행령 개정을 통해 ‘감사보수 미지급에 따른 계약해지를 제한해야 한다’는 취지로 금융위원회에 공식 건의했다.

일부러 감사보수를 지급하지 않는 방법으로 징벌적 성격이 있는 직권 지정 제도를 무력화할 수 있다는 판단이 깔렸다. 회계법인은 내심 이런 미지급 계약해지를 바라는 것으로 전해졌다. 혹시나 모를 부실 감사 논란에 휘말릴 여지를 없애겠다는 이유에서다.

현행 주식회사 등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 시행령 제21조 제1항 제3호에는 ‘회사가 직전 또는 해당 사업연도 중 감사보수 지급 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경우 감사인은 사업연도 중이라도 감사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고 돼 있다. 기업이 감사보수를 떼먹거나, 감사보수를 빌미로 `적정` 감사의견을 종용하는 갑질을 차단할 목적으로 만들어졌다.

문제는 기업과 감사인이 마음만 먹으면 이 제도를 악용할 소지가 있다는 점이다. 한국공인회계사회가 게시 중인 2020외부감사계약(예시) 서식을 보면 감사보수는 크게 착수금, 중도금, 잔금 등 세 덩어리로 구분할 수 있다. 통상 계약서에는 항목별로 지급기한과 금액을 적는다.

만약 피감 회사 귀책사유로 감사계약을 해지하면 감사인은 이미 받은 보수는 그대로 가지면 된다. 하지만 착수금부터 미지급할 경우 피감 회사는 한 푼도 손해 보지 않고 `감사인 쇼핑`에 나설 수 있다.

물론 감사인 계약 해지는 직권 지정 사유이지만, 이미 감사인을 지정받은 피감 회사 처지에서는 다른 감사인으로 재지정 받는 것일 뿐 아쉬울 게 없다. 극단적으로 말해 지정-재지정-재재지정-재재재지정 식으로 감사인을 고르다 입맛에 맞을 경우 착수금을 지급해도 무방하다.

시행령 21조 제2항은 감사계약을 해지할 수 있는 기한을 ‘사업연도가 시작된 후 9개월이 되는 날이 속하는 달 초일’로 못 박고 있다. 지정과 재지정 사이 최소 두 달가량 시간이 소요된다. 산술적으로 최대 네 번은 감사인 교체를 시도할 수 있는 셈이다.

이런 꼼수가 가능해진 것은 지난 2017년 10월 말 외부감사법이 전면 개정되면서 생긴 일이다. 아직 이 같은 제도 허점을 노린 간 큰 회사는 많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지난해까지는 금융 당국이 지정 감사인을 사전 통지한 이후 재지정 신청서만 내면 지정 사유에 관계없이 하향 재지정을 받아줬기 때문이다. 이 탓에 큰 혼란이 벌어지자, 금감원은 지정 사유별로 재지정 요청 수용 여부를 판단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그러자 감사보수 미지급이 또 다른 우회로로 떠올랐는데, 이를 미리 원천차단하자는 게 금감원 제안이다. 사태 심각성을 인지한 금융위 역시 올해 상반기 시행령 개정 때 이 같은 내용을 포함하지 말지 고민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금감원 관계자는 “향후 검토과제 중 하나로 제시한 것으로 개선방향이 확정된 것은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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