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그릇에 담은 사랑 29년…'밥퍼 나눔' 1000만 그릇 돌파

1988년부터 29년 간 소외된 이웃에 '밥 나눔'운동
정부 도움 없이 자원봉사자들로만 이뤄낸 기적
다일공동체, "어르신·노숙인 위한 쉼터 조성할 것"
  • 등록 2017-05-02 오후 5:25:55

    수정 2017-05-02 오후 5:25:55

2일 오전 서울 동대문구 청량리 밥퍼나눔운동본부에서 다일공동체 ‘밥퍼나눔’ 1천만 그릇 돌파를 기념해 열린 ‘오병이어’(五餠二魚) 행사에서 최일도 목사가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김무연 김성훈 기자] 2일 오전 9시 30분 서울 동대문구 전농동 다일공동체 건물 앞 밥퍼 한마당. 초록색 조끼를 입은 자원봉사자 80여명이 생수병과 명찰을 나눠주며 사람들을 자리로 안내했다. 한·중·일 청년모임 ‘레드엔젤’ 소속 참가자 130여명은 행사 참석자들이 앉을 의자를 놓는 데 여념이 없었다. 준비된 1000개의 의자는 행사 시작 30분 전부터 꽉 들어찼다. 최일도 다일공동체 이사장이 흥이 난 듯 마이크를 잡더니 ‘남행열차’를 부르며 흥을 돋웠다.

소외된 이웃에게 따스한 밥 한 그릇 건네는 ‘밥퍼 나눔운동’이 어느덧 1000만 그릇을 돌파했다. ‘매일 따스한 점심 한 끼 대접하겠다’는 소박한 마음으로 시작한 일이 29년째 이어진 결과다.

최 이사장은 “쌍굴다리 밑 동대문구청에서 마련한 임시 건물에서 처음 밥을 나눴는데 어느새 1000만 그릇을 넘었다고 하니 감회가 새롭다”며 “항상 받드는 마음으로 성심껏 일해주는 자원봉사자 분들께 감사드린다”며 공을 돌렸다.

다일공동체가 ‘밥퍼 나눔운동’을 시작한 건 지난 1988년 11월 11일. 청량리역 인근 노인과 노숙인 등 소외된 이웃에게 점심 한 끼 대접하자며 시작한 일이었다. 한 그릇 한 그릇 쌓아올린 점심 식사는 △2006년 300만 그릇 △2011년 500만 그릇 △2014년 700만 그릇을 넘어선 뒤 이날 1000만 그릇을 넘어섰다.

우여곡절도 있었다. 1998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사태가 터지자 모금액은 뚝 떨어졌는데 몰려드는 노숙자들은 되레 늘어났다.

최 이사장은 “농사를 짓던 분이 무와 배추를 싣고 오시는 등 도움의 손길이 계속된 덕분에 힘든 시기를 넘길 수 있었다”며 “진짜 사랑이 무엇인지 느끼고 다시금 봉사에 임할 수 있었던 기회였다”고 돌이켰다.
2일 오전 서울 동대문구 청량리 밥퍼나눔운동본부에서 다일공동체 ‘밥퍼나눔’ 1천만 그릇 돌파를 기념해 열린 ‘오병이어’(五餠二魚) 행사에서 최일도 목사를 비롯한 참석자들이 대형 비빔밥을 만들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행사 말미에는 2000명이 먹을 수 있는 대형 비빔밥을 만드는 행사가 열렸다. 비빔밥에 들어간 쌀 315㎏와 콩나물, 육회 등 재료 전부는 전주의 한 비빔밥집이 기증했다.

다일공동체 관계자는 “식당 주인과 직원 등 20명이 300만, 500만, 700만 돌파 행사 때마다 비빔밥 재료를 들고 찾아오셨다”며 “미안하고 고마울 따름이다”고 전했다. 기증자의 뜻에 따라 식당 이름은 밝히지 않았다.

일회용 국그릇에 담은 비빔밥을 참가자와 자원봉사자들에게 전달했다. 비빔밥을 받은 신모(78)씨는 “10년간 이곳을 찾았지만 한 번도 기분이 상한 적이 없다”며 “자원봉사자들이 항상 친절하게 대해준다”며 웃어 보였다.

이날도 어김없이 행사를 돕기 위해 200여명의 자원 봉사자들이 밥퍼 나눔운동본부를 찾았다.

다일공동체는 이날 행사를 위해 1365 자원봉사센터, 대학교 홈페이지에 공고를 올려 자원봉사자 80명을 모집했다. 레드엔젤 측 참가자 130명도 자원봉사자와 함께 부족한 일손을 메웠다.

자원봉사자로 참석한 권기범(14)군은 “연휴에 놀러 가기보다는 뜻깊은 일을 하고 싶어 친구와 함께 찾았다”며 “내가 나눠드린 밥을 드시고 미소 짓는 어르신들을 보니 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다일공동체의 다음 목표는 어르신들과 노숙인들이 맘 편히 쉴 수 있는 공간을 만드는 것이다.

최 이사장은 “현재 서울시와 동대문구청과 협의해 어르신들을 위한 종합복지관을 지을 예정”이라며 “식사만 드리는 곳이 아닌 노인과 노숙인 분들이 여가를 즐기고 소일 거리를 찾을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고 싶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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