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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급·호칭 바꿔도 한국적 조직 문화로 한계
31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올 3월부터 부장·차장·과장·대리·사원 등 연공서열 중심의 7단계 직급을 4단계(CL1~CL4)로 단순화하고 직원 간 호칭은 ‘님’으로 바꿨지만, 석 달이 지난 현재까지도 협력업체 및 거래선 등 외부 사람을 만날 때는 직급 호칭을 그대로 사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회사 내부에서도 상사에 대해서는 ‘님’이나 ‘프로’ 등 변경된 호칭보다는 기존 직급으로 부르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파악됐다. 이로 인해 한국 사회 특유의 수직적 조직 문화가 사내 호칭 변경만으로는 단기간에 바뀌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삼성전자 직원은 “부서 내에서는 ‘님’이란 호칭을 쓰려고 노력하고 있지만 상사에겐 쉽지 않고, 외부인을 만났을 때는 상대방에게 이를 강요할 수 없어 이전 직급을 알려준다”며 “아직까진 제도를 시행한 지 몇 달 지나지 않아 이전 직급이 통용되지만 2~3년 정도 지나면 어떤 식으로 정리가 될진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각 업체 직원들 입장에선 회사가 추진하는 직급 파괴가 승진 기회 축소 및 성취감 상실 등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삼성전자는 3월 1일 자였던 부장 이하 직원 승진인사가 전날인 2월 28일에 이뤄졌지만, 바로 다음날부터 호칭을 ‘님’으로 바꾸면서 승진한 직급으로 불릴 기회가 아예 사라져버렸다. 또 다른 삼성전자 직원은 “직장인은 가장 큰 성취감을 느낄 때가 승진”이라며 “호칭 변경의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동기 부여 측면에선 아쉬운 면이 있다”고 전했다.
직급 단순화로 연봉 인상 기회 줄어들까 고민
직급 단순화가 자칫 연봉 인상 기회 축소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일반적으로 기업에서 승진은 임금 인상 및 처우 개선 등과 연계되는 경우가 많은데, 직급 단계가 줄어들면 그만큼 임금이 오를 기회도 함께 줄어들 수 있다는 것이다.
기업들은 이에 대해 연봉제가 일반화된 이후에는 같은 직급 내에서도 각자 받는 월급이나 인센티브(성과급)가 달라 문제될 것이 없다는 입장이다. 삼성전자의 경우 연봉 테이블은 직급보다는 연차를 기준으로 적용하고 있어 영향이 없다고 설명한다.
하지만 오는 7월부터 직급 체계를 개편할 LG전자는 현재 직급 기준으로 연봉 테이블이 맞춰져 있어 향후 상당한 변화가 예상되는 상황이다. 그러나 LG전자는 직급이 올라갈수록 승진 비율이 낮아지는 구조이기 때문에, 5단계에서 3단계로 줄이더라도 실제 임금 인상률 변화는 크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LG전자 관계자는 “연봉은 연간 기준이라 올해는 일단 변동이 없고 임금 및 보상제도는 내부적으로 추가로 검토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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