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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이데일리 김정남 특파원] 미국 캘리포니아주 팔로알토에서 레스토랑 ‘버드 독(Bird Dog)’을 운영하는 로비 윌슨씨. 그는 코로나19 사태로 1년7개월간 문을 닫았다가 최근 영업을 재개했는데, 메뉴 수는 팬데믹 이전보다 절반 수준으로 확 줄였다.
이는 구인난과 물가 폭등 탓이다. 식자재값과 인건비가 오르면서 다양한 메뉴를 제공하는 게 어려워졌다는 것이다. 윌슨씨는 월스트리트저널(WSJ)에 “제철요리를 (계절에 따라) 돌아가면서 내놓거나 새로운 식재료를 통한 실험적인 요리를 줄였다”며 “녹색 커리를 곁들인 닭다리 튀김, 와사비를 곁들인 아보카도 구이는 인기가 많았지만 너무 비싸져서 준비할 수 없다”고 토로했다.
플로리다주 마이애미에서 베트남 식당을 경영하는 아니 마인홀드씨도 비슷한 고충을 갖고 있다. 그는 “고기 가격이 30% 이상 오르고 주방 종업원 4명이 그만 뒀다”며 “메뉴를 줄이고 가격을 올렸다”고 말했다. 마인홀드씨는 과거 24달러에 팔던 쌀국수에 훈제 소갈비를 넣어 59달러짜리 고급 메뉴로 바꿨다.
요식업계 시장조사업체인 데이터센셜에 따르면 올해 미국 식당의 약 60%가 메뉴를 축소했다고 한다. 인플레이션 시대에 살아남기 위한 고육지책의 한 단면이라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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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미 PPI 물가, 9.6% 폭등
14일(현지시간) 미국 노동부에 따르면 올해 11월 생산자물가지수(PPI) 상승률은 전년 동월 대비 9.6%를 기록했다. 노동부가 2010년 11월 관련 통계를 산출한 이후 가장 높다. 금융정보업체 팩트셋이 집계한 시장 예상치(9.2%)를 뛰어넘었다. 1970년대 중반 혹은 1980년대 초반 같은 초인플레 우려가 나올 만하다.
PPI 상승률은 올해 1월만 해도 1.6%에 불과했다. 그런데 2월 3.0%로 오르더니 3월 이후 4.1%(3월)→6.5%(4월)→7.0%(5월)→7.6%(6월)→8.0%(7월)→8.4%(8월)→8.8%(9월)→8.8%(10월)→9.6%(11월) 등으로 급등하고 있다. 특히 11월 들어 에너지(43.6%), 식료품(11.6%), 교통 서비스(13.8%) 등이 큰 폭 올랐다. 팬데믹 이후 노동력 부족이 만연하면서 글로벌 공급망이 붕괴한 악영향을 그대로 받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재정·통화 확대가 ‘역대급’으로 이뤄지면서 물가 상승 폭은 더 커졌다. 돈풀기의 저주인 셈이다.
전월과 비교한 PPI 상승률은 0.8%를 나타냈다. 0.6%를 기록했던 10월보다 높아졌다. 변동성이 큰 식료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 PPI는 전년 동월 대비 6.9%를 뛰었다. 이 역시 사상 최고치다.
PPI는 생산자의 판매 가격에 의한 물가지수를 말한다. 소비자물가지수(CPI)를 소매물가라고 하면, PPI는 도매물가 격이다. 11월 CPI 상승률이 6.8%로 1982년 6월(7.2%) 이후 거의 40년 만에 가장 높았던데 이어 PPI는 역대 최고치 치솟으면서, 인플레 우려는 한층 커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기업이 인플레 부담을 느끼면 소비자 판매가격에 전가할 수 있다는 점에서 악순환은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 CNBC는 “미국 경제를 괴롭히는 인플레가 지속하고 있다”고 전했다.
연준 가파른 긴축 불가피할듯
CNBC가 시장 전문가 31명을 대상으로 실시해 이날 공개한 설문조사를 보면, 첫 인상 시기로 거론된 때는 내년 6월이다. 9월 설문조사 당시 내년 말까지 인상이 없을 것이라는 의견이 다수였는데, 그 시기가 확 앞당겨진 것이다. 연준이 내년과 내후년 각각 세 차례씩 기준금리를 올릴 것이라는 게 전문가 컨센서스다.
그런데 월가 일부에서는 이미 내년 3월 혹은 5월 FOMC부터 연준이 움직이기 시작할 것이라는 예상도 적지 않다. 이를테면 골드만삭스는 첫 인상 시기를 당초 내년 6월에서 내년 5월로 당겼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의 경우 3월 가능성까지 열어두고 있는 상태다.
월가의 한 채권 어드바이저는 “연준은 특히 기대인플레 급등을 눈여겨 보는 분위기”라고 했다. 뉴욕 연방준비은행이 집계한 10월 기대인플레(향후 1년 기준)는 5.7%다. 통화정책은 기대인플레를 2.0%에 안착하도록 하는 게 본질이다. 현재 물가는 정책적으로 용인 가능한 정도를 넘었다는 평가다.
이에 뉴욕 증시는 이날 약세를 보였다. 대형주 중심의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는 전거래일 대비 0.75%,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는 1.14% 각각 내렸다. 월가 공포지수로 불리는 시카고옵션거래소 변동성 지수(VIX)는 7.78% 상승했다. 투자 심리가 악화했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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