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화하는 미중 갈등의 불똥이 튀어 우리나라가 최대 피해국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미 우리나라는 미중 무역분쟁이 최고조에 달했던 2019년에도 원화 가치가 3.7% 하락해 무역제재가 직접적으로 가해졌던 중국의 위안화(-1.2%)보다 더 떨어진 아픈 경험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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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경제연구원이 6일 발간한 ‘미국의 대중국 무역통제의 영향과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미중 전체 기술격차는 2014년 5.8년에서 2020년 3.3년으로 크게 좁혀졌다. 특히 빅데이터, 디스플레이, 네트워크, 반도체 기술 등 전자정보통신 부문에서 양국간 기술격차는 1.6년에 불과했다. 중국의 연구개발(R&D) 투자가 구매력평가(PPP) 달러 기준 2020년 5828억달러로 20년전 대비 17.7배 급증했다. 같은 기간 미국이 7209억달러로 2.7배 늘린 것에 비해 월등했다. 중국이 과감한 R&D 투자를 통해 기술 향상을 일구자 미국의 경계감이 커졌다.
미국은 2018년 이후 중국을 향해 고관세 등의 제재를 가했지만 중국의 타격은 크지 않았다. 글로벌 국내총생산(GDP)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8년 16.1%에서 2022년 19.2%로 오히려 더 확대됐다. 미국의 대(對)중 무역수지 적자 규모는 작년 3528억달러로 2018년(4173억달러)보다 줄었지만, 미국의 전체 무역수지 적자는 같은 기간 8787억달러에서 1조903억달러로 연평균 7.5% 증가했다. 중국이 동남아시아, 멕시코 등으로 우회 수출하면서 고율 관세를 무력화시킨 영향으로 풀이된다.
특히 미국이 글로벌 반도페 파운드리 점유율 1위인 대만을 끌어들여 반도체 경쟁력을 확보하려 하자, 중국은 ‘하나의 중국’을 강조하기 위해 대만산을 원산지에 표기하지 못하도록 맞불을 놨다. 낸시 펠로시 미 하원의장이 대만을 방문한 후 미중 갈등은 중국과 대만간의 갈등으로 번지며 군사갈등으로 이어진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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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추세라면 미국이 동맹국 등과 함께 중국에 수출 통제를 가하는 최악의 사태가 발생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 연구원 지적이다. 미국의 대중국 수출 통제가 세계 주요국 산업 수출과 부가가치에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했는데, 가장 큰 타격을 입는 나라로 미국과 한국을 꼽았다. 우리나라 전체 수출의 40.2%(2021년 기준)를 미국(14.9%)과 중국(25.3%)에 의존하는 상황에서 피해는 불가피하다는 분석이다.
미국, 일본, 한국, 대만 등 4개국이 중국 수출시 본국으로 들어오는 부가가치를 기준으로 기존대비 70% 가량 수출을 중지하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국과 유럽이 수출 제재에 동참해 50%만 수출하는 상황을 시뮬레이션한 결과다.
특히 우리나라는 반도체의 대중 수출 비중이 큰 만큼, 전기·전자 부문의 부가가치 감소폭이 클 것으로 우려했다. 보고서를 작성한 박용정 현대연 산업연구실 산업혁신팀장은 “우리나라는 반도체 등 전자부품 및 전기기기 등의 중국 수출 비중이 크기 때문에 전기·전자 부문의 부가가치가 599억달러에 달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최근 미국과 중국, 중국과 대만간의 갈등은 지정학적 리스크를 높이고 국내 실물경제 및 산업에 악영향을 줄 가능성이 존재한다”며 “국내 산업의 기술력 제고 및 고부가가치화를 통해 대외적으로 발생하는 리스크를 최소화하고 수출 시장 다변화와 내수시장 확대를 통해 외부 충격에 강한 경제 구조를 확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