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났습니다]①김성윤 이사장 “코로나19 기회삼아…어르신들도 IT 눈뜨자”

[인터뷰]김성윤 대한노인정신의학회 이사장
외부 활동 자제 장기화하자 무력감 상승
생활의 규칙성…일상 지장 받아선 안 돼
내년부터 시행될 4차 치매종합계획 자문
  • 등록 2020-07-06 오후 5:29:27

    수정 2020-07-06 오후 9:41:18

[이데일리 박일경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기회 삼아 어르신들 또한 새로운 정보통신(IT) 기기에 눈을 떠야 합니다. 젊은 층과 소통하려는 노력이 정말 중요합니다. 문자, 사진 전송, 스마트폰 사용 등 자녀는 물론 주변인·친구들과 사회관계망(SNS)을 통한 콘택트 지속하기를 권장합니다.”

김성윤 대한노인정신의학회 이사장은 6일 서울 송파구 서울아산병원 동관 17층 연구실에서 이데일리와 인터뷰를 통해 “치매·우울증·자살·불안·수면·약물 문제 등 부정적인 문제 해결은 의료의 기본이지만, 이를 넘어 ‘밝고 긍정적인 노년기의 삶’으로 정부 노인 보건·의료 정책 초점을 전환할 때가 됐다”고 강조했다. (사진=이데일리 방인권 기자)


김성윤 대한노인정신의학회 이사장은 6일 서울 송파구 서울아산병원 동관 17층 연구실에서 이데일리와 인터뷰를 갖고 “연세 드신 분들이 집근처 주민센터 운동 출입이 제한되고 동네 노인정 폐쇄로 또래와 어울리지 못하면서 매일매일 규칙적인 생활 패턴이 깨지자 육체적 측면이나 정신적인 면에서 스트레스를 많이 겪고 있다”며 이같이 제안했다.

김 이사장은 “온라인이든 오프라인이든 커뮤니케이션 접촉을 늘리면 치매 발생률을 낮추는 효과가 있다”면서 “자녀는 멀리 계신 부모님께 화상 전화로 자주 안부를 물어주면 좋고 시시콜콜한 대화도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그는 “대화 중에는 ‘힘내세요’, ‘감사해요’와 같은 말도 덧붙이자”고 했다.

특히 ‘생활의 규칙성’을 강조했다. 김 이사장은 “평소 규칙적인 생활 리듬을 갖고 계시던 분들이 집안에만 머물다 보니 무기력감을 호소한다”며 “집에서나마 생활의 단락을 만들어 생활하자”고 권유했다. 그러면서 “학생들이 방학 때 계획표를 짜서 움직이듯 노인들도 생활 계획표를 만들어 하나씩 실천하려는 자세가 바람직하다”고 설명했다.

김 이사장은 의식적으로 햇볕을 쪼이고자 노력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그는 “모든 생물은 햇볕의 자극으로 생리현상과 활동성이 조절되는 식으로 진화해왔다”며 “유리창을 통해 실내로 들어오는 빛은 차단지수가 달라 큰 도움이 되지 못하고 자연 햇볕을 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서울대 보건대학원에서 만 18세 이상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두 차례 실시한 국민 인식 조사를 보면 올해 1월 31일~2월 4일 1차 조사 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인해 경험한 감정 중 ‘불안’이 60.2%를 기록하며 압도적으로 높았다. 이어 공포(16.7%), 충격(10.9%), 분노(6.7%) 순으로 나타났다.

지난 2월 25~28일 2차 조사에서는 불안이 48.8%로 여전히 가장 높았지만 ‘분노(21.6%)’가 2위로 올라섰다. 2차 조사에서 분노를 경험하는 비율이 3배 이상 크게 증가했다. 충격(12.6%), 공포(11.6%), 슬픔(3.7%), 혐오(1.7%)가 뒤를 이었다. 김 이사장은 “처음엔 불안이 지극히 당연한 감정이나 불안이 길어지면 분노로 바뀐다”고 평가했다. 그는 “코로나19와 우울을 합성한 ‘코로나 블루’란 신조어가 나오는 만큼 심리 방역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김성윤 대한노인정신의학회 이사장이 6일 서울 송파구 서울아산병원 동관 17층 연구실에서 이데일리와 인터뷰를 갖고 있다. (사진=이데일리 방인권 기자)


다음은 김 이사장과의 일문일답이다.

-외출 자제 생활이 길어지면서 겪는 노인들의 스트레스·우울증 해소 방안은?

△노인에게 전형적으로 드러나는 우울 증상은 우울감, 의욕저하, 피곤함, 수면 질 저하, 식욕 저하 등이다. 현재는 외출이 어렵기 때문에 실내에서 할 수 있는 운동을 추천한다. 태극권이나 요가를 통한 이완요법은 우울증 회복뿐 아니라 노인 신체단련에 좋다. 요가는 관절염과 동맥경화, 고혈압, 심장병과 같은 만성질환자들에게 유산소 운동만큼 효과가 있다고 알려져 있다.

사회적 거리 두기라는 표현으로 일상이 지장을 받아서는 안 된다. 서로 간 2m 정도 간격을 유지하라는 것은 물리적인 거리를 두자는 뜻이지 사회성까지 막자는 의미는 아니다.

-올해 노인정신의학회 주안점 및 중점 추진 사업은

△첫째 ‘하던 것 더 잘하자’이다. 새로운 것을 만들기보다 현재 하고 있는 사업을 더 잘 하는 방법을 모색하겠다. 학술대회, 연수교육, 치매진료의사 전문화 교육, 학술지 간행사업, 연구 지원 사업, 대국민 교육·홍보, 의료보험 개선 사업, 정책 제안 사업 등 이미 많은 사업이 진행 중이다.

둘째 ‘부정에서 긍정으로’다. 문제점을 해결하는 데에서 나아가 적극적 행복을 추구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겠다. 치매·우울증·자살·불안·수면·약물 문제 등 부정적인 문제 해결은 의료의 기본이다. 하지만 이를 넘어 ‘밝고 긍정적인 노년기의 삶’으로 초점을 전환할 때가 됐다.

셋째 ‘횡적·종적 교류의 확대’다. 종적 교류란 위로는 선배 회원들의 경험과 지혜를 받아들이고 이용해 효율을 극대화하는 일을 말한다. 아래로는 차세대 젊은 의료진·교육자·연구자를 꾸준히 길러내는 작업을 뜻한다. 이런 시간적 연속성을 강화해 장기적인 학회의 큰 흐름을 만들고자 한다. 횡적 교류란 저희 회원 의료진뿐 아니라 환자들, 가족들, 신경과와 내과를 포함한 타과 의료진들, 간호, 심리학 등 유관 단체들과의 협조적·경쟁적 관계의 확충을 의미한다. 이제 개인이 혼자 살 수 있는 시대가 아니듯이 조직도 혼자 해나갈 수 있는 시대는 지났다고 본다.

-노인 건강에 관한 정부 보건 정책에 대해 제언하신다면

△국립중앙치매센터 산하에 광역 치매안심센터가 설치돼 있고 광역 밑에 치매안심센터 256개가 전국적으로 분포하고 있다. 치매 조기 진단에 상당한 성과를 거두고 있다. 하지만 전국에 300개 가까이 만들어놔도 도시가 아닌 읍·면 단위는 센터 방문이 힘들다. 접근성이 낮아 정부 고민이 크다.

정부에서는 매 5년마다 ‘국가 치매관리 종합계획’을 시행하고 있다. 내년부터 제4차 종합계획에 들어간다. 치매 국가 책임제로 치매 예방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데 단순히 질병 예방과 치료에만 집중할 것이 아니라 건강한 노인으로 사는 법에 역량을 모으는 쪽으로 정책 목표를 바꾸자고 정부에 건의했다. ‘건강한 노후’라는 긍정 목표를 정부 정책 방향으로 설정하고 치매 예방 등 부정적인 문제 해결은 건강한 노년을 위한 방법론 가운데 하나로 선택하는 게 바람직하다.

초·중·고교 교과 과정에서 치매 노인과 함께 사는 청소년에 대한 교육 사업을 실시했으면 좋겠다. 보건복지부도 기획재정부로부터 예산을 받아야 정책 추진이 가능하듯 이건 교육부 소관 사업이라 교육부 협조도 필요하다. 최신 학문 트렌드가 융합이듯 부처 간 협업이 긴밀하게 이뤄져야 한다고 건의했다.

김성윤 대한노인정신의학회 이사장. (사진=이데일리 방인권 기자)


김성윤 이사장은…

△서울대 의대 졸업 △서울대 의과대학원 박사 △미국 하버드의대 McLean 병원 뇌영상연구소 연수(치매) △한국과학기술원(KAIST) 생명과학기술대학 겸임교수 △울산의대 교무부학장 △현재 서울아산병원 정신과 및 울산의대 정신과학 교수, 치매 및 기억장애 클리닉 담당 교수, 대한노인정신의학회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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