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조 바이든 행정부 초대 재무장관에 낙점된 재닛 옐런 전 중앙은행(Fed·연준) 의장에 대한 엘리자베스 워런(매사추세츠·민주당) 상원의원의 평가다. 한때 옐런과 재무장관직을 놓고 물밑 경쟁했던 워런 의원은 바이든의 옐런 낙점을 “뛰어난 선택”이라고 했다. 이처럼 민주당 내 진보진영의 수장 격인 워런이 한발 물러서며 박수를 보낸 배경에는 옐런이 ‘친(親) 규제 진보주의자’라는 판단이 깔렸기 때문에 가능했다는 평가다.
자산동결·이사교체…웰스파고에 ‘망치’ 들이댄 옐런
사실 ‘재무장관 옐런’에 대한 워런의 평가가 어떨지는 바이든 당선인으로선 매우 중요한 문제였다. 자신의 대선 승리를 위해 뛰어온 당내 진보진영은 옐런이 아닌 ‘월가(街) 저승사자’ 워런을 선호했기 때문이다. 안 그래도 바이든 당선인의 각료 인선에서 잇달아 진보진영 인사들이 ‘물’을 먹고 있는데, 재무장관직까지 중도진영에 빼앗기면 가만있을 수 없다는 분위기가 팽배했다. 이 분노를 워런이 직접 잠재운 셈이 됐다.
진보진영 인사들이 ‘재무장관 옐런’을 받아들인 데에는 이유가 있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초기인 2018년 2월 연준 의장직에서 쫓겨나다시피 물러난 옐런의 연준이 퇴임 하루 전날 월가에 메스를 넘어 ‘망치’를 들이댔다. 이른바 ‘유령계좌’ 파문에 휩싸인 월가 4대 은행 중 한 곳인 웰스파고에 대해 자산 규모 동결명령, 총 4명의 이사진 교체 등 초강경 제재를 가한 것이었다. 옐런은 당시 성명에서 “어떤 은행에도 위법행위는 용납될 수 없다”고 했다. 당시 ‘설마’ 했던 분위기가 만연했던 월가로선 제대로 ‘한 방’ 먹은 격이었다.
|
“규제 망치? 필요한 때와 장소 있다”…옐런의 철학
월가에선 옐런이 ‘이념’이 아닌 ‘실용적’ 측면에서 규제 및 집행에 접근할 것이라는 기대감도 많다. CFPB에서 일했던 파트리샤 맥코이는 “강력한 규제 대응이야말로 필요한 때와 장소가 있다는 게 옐런의 철학”이라며 “나는 옐런이 과잉규제가 경제의 발목을 잡는다는 것을 이해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월가의 베테랑인 니콜라스 콜라스 데이터트랙 공동 설립자는 “옐런은 재무장관직에 확실한 적임자”라며 “투자자들은 이 지명에 환영해야 한다”고 했다.
다만, 최소한 코로나19 충격 속에서는 배당금 정책 규제가 강화될 수는 있다는 게 월가의 관측이다. 이미 옐런이 지난 4월 “상황이 잘 풀리면 은행들은 나중에 수입을 분배할 수 있다”며 트럼프 행정부에 촉구한 바 있다는 점에서다. 당시 연준과 재무부는 배당금 상한선을 두는 선에서 마무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