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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경찰, '성역' 없는 엄정한 법 집행을

  • 등록 2021-08-19 오후 4:44:47

    수정 2021-08-19 오후 9:29:42

[이데일리 정병묵 기자] 지난 18일 오전 11시 50분 서울 중구 정동 민주노총 1층에 경찰 8명이 나타났다. 이날 11시부터 기자회견을 연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집행하기 위해서다. 오후 12시 43분, 양 위원장은 12층에서 기자회견을 마친 뒤 “(경찰들이 있는 1층이 아닌) 위층 회의실로 갈 것”이라며 회견장을 유유히 빠져나갔다. 집행에 ‘불응’한다고 판단한 경찰 관계자는 10여분 뒤 “오늘 영장 집행에 협조하지 않은 부분은 유감”이라며 “향후 다시 집행할 것”이라고 말하며 그대로 발길을 돌렸다.

양경수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위원장에 대한 구속영장이 발부된 가운데 18일 오후 서울 중구 정동 민주노총 앞에서 경찰 관계자들이 영장 집행을 시도한 뒤 돌아가고 있다.(사진=방인권 기자)
경찰이 지난 5~7월 도심 불법집회를 주도한 혐의(집회및시위법·감염병예방법 등 위반)로 민주노총 위원장에게 발부된 구속영장을 제대로 집행하지 않아 빈축을 사고 있다. 혹시 발생할지 모르는 물리적 충돌을 최소화한다는 방침이라고 하지만 이해하기 힘든 조치라는 반응이 나온다.

양 위원장은 이미 지난달 경찰의 세 차례 소환에 불응한 뒤에야 조사를 받았다. 법원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도 불출석했다. 집행이 순조롭게 이뤄지리라 예상하기 어려웠던 만큼 지난 13일 구속영장 발부 이후 체포영장 등을 신청할 수도 있었다. 그런데 피의자가 미리 예고한 시간에 공개된 장소에서 기자회견을 하는데, 50분이 지나서야 도착했다가 불응하자 ‘다음 기회에’라며 철수한 것이다.

법 집행의 형평성을 무시하는 동시에 경찰의 신뢰도를 스스로 낮추는 행위다. 최근 경찰은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에서 영업이 금지된 유흥주점·노래연습장을 집중 단속했다. ‘비밀창고’ 문을 강제로 따면서까지 손님과 업주를 무더기로 적발해 감염병 확산 위험에 엄격하게 대응한 것이다. 특정 집단이라고 더 조심하거나 더 가혹하게 할 필요 없이 법이 판단한 대로 상식선에서 집행하면 될 일이다.

이는 민주노총뿐만 아니라 그 어떤 인물, 기관에도 해당하는 원칙과 형평성의 문제다. 검·경 수사권 조정 이후 경찰의 막대해진 권한과 책임을 모든 국민이 주시하고 있다. 조직의 위상과 신뢰도를 스스로 높이기 위해 필요한 것은 더할 것도, 덜할 것도 없는 엄정한 수사와 법 집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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