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인플레감축법에 고민 깊어지는 현대차그룹

바이든 대통령 서명으로 인플레감축법 발효…美생산 전기차만 세제혜택
美생산 전기차 전무해 ‘발등의 불’…조지아주 전기차 공장 2025년 가동
美 전기차 생산라인 증설위한 노조 동의 변수…"정부, 산업·통상정책 연계 필요"
  • 등록 2022-08-18 오후 4:43:34

    수정 2022-08-18 오후 9:35:27

[이데일리 신민준 기자] 세계 2위 규모의 자동차시장인 미국시장 공략에 대한 현대자동차(005380)그룹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아이오닉5와 EV6 등 전기자동차를 필두로 미국시장에서 급성장중이었지만 미국에서 생산된 전기차에만 세제혜택을 제공하는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발효되면서 성장세에 제동이 걸렸기 때문이다.

현대차그룹은 현재 미국에서 전기차를 전혀 생산하지 않고 있는 만큼 세제혜택을 적용받기 위해 현지 차량 생산공장에 전기차 생산라인을 증설하거나 신설 공장 설립 계획을 앞당겨야 한다. 하지만 단체협약에 따라 전기차의 해외 생산 동의를 얻어야 하는 노동조합이 이를 탐탁지 않게 여기고 있어 난항이 예상된다.

현대차 미국 앨라배마 차량 생산공장 전경. (사진=현대차 북미권역본부)
올해 상반기 美친환경차 판매 역대 최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지난 16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인플레이션 감축법에 서명했다. 인플레이션 감축법은 저변 확대를 위해 일정 요건을 갖춘 전기차에 한해 중고차는 최대 4000달러(약 524만원), 신차는 최대 7500달러(약 983만원)의 보조금을 세액 공제 형태로 지급하는 내용 등이 담겨 있다.

하지만 중국산 핵심광물과 배터리를 사용한 전기차를 혜택 대상에서 제외하고 미국에서 생산되고 일정 비율 이상 미국에서 제조된 배터리와 핵심광물을 사용한 전기차만 혜택을 주기로 해 한국산 전기차에 불리하다는 우려가 완성차업계에서 제기되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의 서명과 함께 인플레이션 감축법(배터리 분야는 2023년 1월부터 발효)은 즉시 발효됐다.

특히 올해 상반기 미국시장에서 친환경차 판매 역대 최다치를 기록한 현대차그룹은 악영향이 불가피하다. 현대차그룹은 올해 상반기 미국시장에서 전기차를 포함한 총 9만691대의 친환경차를 판매했다. 이는 반기 기준 역대 최다치로 직전 최다치는 지난해 하반기 6만843대였다. 전기차는 올해 상반기 총 3만4518대가 판매되며 전년대비 317.6% 증가했다. 현대차그룹은 미국에서 전기차 △니로 EV △아이오닉5 △제네시스 GV60 △코나EV △EV6를 판매 중이다.

현대차그룹의 올해 상반기 미국 전체 차량 판매는 70만2875대로 전년 동기보다 12.7% 감소했지만 완성차업체 판매 평균 19.9% 감소 폭보다 선방했다. 전기차 등 친환경차 판매가 증가한 영향이다.

현대차그룹은 미국 현지에서 전기차를 우리나라 공장에서 전량 수출해 판매하는 구조다. 이 때문에 현대차그룹은 최대 1000만원에 달하는 패널티를 안고 다른 완성차업체들과 미국시장에서 경쟁해야 한다. 현대차는 앨라배마주 차량 생산공장에서 연말부터 제네시스 GV70 전기차를 생산할 예정이다. 하지만 인기 모델인 아이오닉5와 EV6 등이 생산될 조지아주 전기차 전용 생산공장은 2025년이 돼야 가동이 가능하다. 조지아주 공장은 연간 30만대의 전기차를 생산할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차그룹 입장에서 현재 가장 현실적인 대응 방안은 미국 외 동남아시아 등 다른 지역에서 전기차 등 차량 판매 확대를 꾀하면서 빠른 시일 내에 미국 내 전기차 생산라인 증설에 대한 노조의 동의를 얻는 것”이라고 말했다.

“단체협약따라 해외차량 생산 시 노조 동의 필수”

업계에서는 노조와 협의가 최대 변수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단체협약에 따라 해외 차량 생산을 하려면 노조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1999년에 체결한 현대차 단체협약에 ‘해외 공장으로의 차종이관과 국내 생산 중인 동일 차종의 해외공장 생산계획 확정 시 고용에 영향을 미치는 사항은 노사공동위원회를 통해 심의·의결한다’는 조항이 명시돼 있기 때문이다. 기아 역시 단체협약에 비슷한 조항을 두고 있다.

하지만 임금·단체협약 협상을 진행 중인 기아 노조가 무분별한 해외투자를 철회하고 국내공장 투자를 확대해야 한다는 입장이어서 미국 전기차 생산라인 증설에 대한 동의를 얻기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

업계 일각에서는 정부가 적극적으로 문제 해결에 나서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정부가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수정·보완을 요구하는 동시에 우리나라 기업들이 미국 기업과 기술·자본 등의 협력을 확대할 수 있도록 활로를 열어줘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다음 주 자동차와 반도체·배터리 등 인플레이션 감축법 관련 업계와 긴급 간담회를 개최해 대응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이항구 한국자동차연구원 연구위원은 “국내 미래차 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산업과 통상정책의 긴밀한 연계가 필요하다”며 “우리나라가 자원 빈국인 만큼 자유무역협정을 체결하고 있으면서 핵심광물 생산국인 호주, 캐나다, 칠레, 인도네시아와 광물 공급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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