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매수권 행사하면 또 빚내야…금리·만기일정 등 맞춤형 지원 필요

[전세사기 정부 대책 전문가 평가]
기존 전세대출에 낙찰대금 이중부담
피해자 실제로 행사할 수 있을지 의문
재난 상황 한시특별법 불가피하지만
세입자 보호 근본적 제도 개선 필요
  • 등록 2023-04-24 오후 7:55:55

    수정 2023-04-25 오후 5:00:14

[이데일리 오희나 이윤화 박지애 기자] 정부가 전세사기 주택이 경매·공매로 나오면 세입자에 우선매수권을 부여하는 특별법 제정에 나서기로 했다. 부동산판 ‘폰지사기(신규 투자자의 돈으로 기존 투자자에게 이자 등을 지급하는 다단계 금융 사기)’가 돼버린 전세사기 피해를 막고 주거 안정성을 보장하기 위해서다. 전문가들은 당정이 피해자 구제책을 발 빠르게 내놓는 것엔 긍정적이지만 피해자마다 처한 상황이 다르고 자칫 부실 주택을 임차인에 떠넘기는 상황이 될 수 있어 실효성 측면에서 효과를 거둬들일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고 평가했다.

[그래픽=이데일리 이미나 기자]
정부가 가진 수단 총동원해야

24일 임재만 세종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미추홀구는 아주 특이하고 악질적인 폰지사기라고 생각한다”며 “선순위 채권을 회수하기 위해 개별 경매 넘기고 있는데 이를 중단하는 게 아주 임시적이나마 하게 된 것이다”고 말했다.

임 교수는 “이번 전세사기는 사회적 재난인 만큼 정부가 순손실이 만일 발생하더라도 해결해야 한다. 얼마를 쓰라고 이야긴 못해도 전세 피해 구제를 위해 정부가 가진 수단과 대책이 많은데 초기부터 혈세 낭비 운운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당정이 밝힌 한시적이라는 게 문제다”며 “한시적 기간이 명확하지 않다. 공공에서 매입하는 물량이랑 세금감면이 핵심인데 보면 하반기 전세 사기 문제는 더 커질 것이란 의견이 제기되는 상황이다”고 언급했다.

송 대표는 “현재 이 물량들을 다 받아낼 예산과 물량을 확보했느냐가 관건이다”며 “세금감면에 대한 제한이 있을 수밖에 없다. 재난에 가까운 전세 사기에 대해 한시적이란 기한 설정이 너무 모호하다. 금융관련 제도도 함께 손볼 수 있도록 정부가 가진 수단을 최대한 이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우선매수권 도입, 심리 안정 도움…효과는 글쎄

정부는 현재 거주하고 있는 주택을 낙찰받길 원하는 임차인에게 우선매수권을 부여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임차인이 주택을 낙찰받으면 취득세 등 관련 세금을 감면하고 낙찰받을 이후 이를 사들을 여력이 부족한 임차인에게 장기 저리로 ‘경락대출’도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우선매수권을 행사하지 않되 이사도 가기 어려운 형편의 전세사기 파해자에겐 LH가 보유하고 있는 공공매입 물량에 해당 주택을 포함·매입한 후 공공임대 형식으로 시세보다 저렴하게 살 수 있도록 하는 등의 내용도 특별법에 담기로 했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전세사기 대책을 전향적으로 검토하는 데 대해 시장 심리 안정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했다. 함영진 직방 데이터랩장은 “정부도 보증금 돌려주는 부분을 제외하면 어쨌든 최선을 다해 구제할 방안은 다 꺼내놓은 셈이다”며 “중요한 것은 피해를 본 지금 사는 주택을 피해 임차인이 직접 낙찰을 받아 살게 해주거나 한국토지주택공사(LH)에서 공공매입에 편입해 장기 임대로 거주할 수 있게끔 해주는 거라 정부가 웬만한 대책은 다 발표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실효성 여부에 대해 선을 그었다. 피해 임차인별로 다양한 사례가 있는 만큼 단순화해 적용하기 어려워서다. 계약 방식이 다르고 피해금액과 피해사례도 각각 달라 전세사기 대책을 정밀하고 구체적으로 나눠 적용하지 못하면 결국 실효성 없는 대책에 머무를 것이라는 지적이다.

강은현 EH경매연구소 소장은 “2007년 ‘부도공공건설임대주택 임차인 보호를 위한 특별법’을 신설해 임차인에 우선매수권을 부여한 선례가 있다”면서도 “다만 피해 임대주택 입지가 외곽지인데다 주거환금성이 떨어지는 오피스텔, 연립다세대, 나 홀로 아파트 등이어서 임차인들이 우선매수권을 활발히 사용할지는 의문이다”고 말했다.

우선매수권 부여와 관련해 낙찰가가 시세보다 20~30% 낮은 수준이라도 결국 빚을 늘려서 집을 사야 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보증금도 돌려받지 못하는 피해 세입자가 과연 낙찰에 나서겠느냐는 것이다. 여기에 전세자금을 대출받았다면 전세자금대출에 경락대출까지 ‘빚에 빚을 더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대책에 효과를 거두려면 대출 지원에도 금리나 한도, 만기일정을 달리 적용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이주현 지지옥션 선임연구원은 “피해 임차인이 직접 우선매수권을 행사한다면 최고 낙찰가를 기준으로 하기 때문에 임차인의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며 “결국 장기 저리 대출을 해준다 해도 빚이 늘어나는 상황에서 (임차인인)직접(우선매수권을)행사할 가능성은 적어 보인다”고 지적했다.

강은현 소장은 “장기 저리로 이자를 낸다고 해도 결국 빚을 내서 집을 사야 하고 시세 차익을 기대하기도 어렵다”며 “만일 초역세권 인기 주택이라면 경쟁이 많아 시세보다 비싸게 매수를 해야할 경우도 생긴다. 전세금 5000만원 손실인데 2억원에 낙찰받았다면 그 집이 오를까. 정부에서 해야 할 일을 피해 임차인에 떠넘기는 것이다. 이런 상황까지 고려한 대책 설계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LH공공매입 “그나마 현실적 방안” 평가

LH의 공공매입 물량에 전세사기로 피해를 본 주택을 편입해 장기 임대로 추진하겠다는 정부의 대책에 대해 형평성 문제는 나오겠지만 그나마 현실적인 대책이라고 평가했다.

함 데이터랩장은 “어쨌든 시세의 30~50% 수준에서 20년 살게 해준다면 거기서 줄일 수 있는 보증금 이나 월세 이런 부분들은 결과적으로 장기적으로 거주하면서 상쇄할 수 있다”고 말했다.

특별법 제정도 중요하지만 세입자들이 보호를 받을 수 있도록 근본적인 제도 개선 또한 시급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서진형 공정주택포럼 공동대표(경인여대 교수)는 “정부가 한시적 특별법을 운용한다고 하는데 형평성에 맞지 않고, 경매유예 또한 사유재산권 침해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서 대표는 “가장 현실적인 방법은 임차인이 임대인의 임차 정보를 계약 이전에 확인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라며 “체납정보는 촉탁 등기를 통해 누구나 알 수 있도록 개방해야 한다. 다만 촉탁 등기는 개업공인중개사에게 채권과 선순위 임차인 조회할 수 있는 권한을 한정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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