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년 뒤 저는 죽습니다"...보복 예고한 전과 18범 '잔꾀' 통할까

  • 등록 2023-04-13 오후 11:33:38

    수정 2023-04-13 오후 11:33:38

[이데일리 박지혜 기자] 전과 18범으로, 출소 3개월 만에 이른바 ‘부산 서면 돌려차기’ 사건을 저지른 30대 남성 A씨가 양형 기준을 악용해 처벌을 피하려는 모습을 보여 누리꾼의 공분을 샀다.

성범죄 전문 이은의 변호사는 13일 YTN 뉴스라이더에서 살인미수 혐의로 1심에서 징역 12년을 선고받은 A씨가 “범행 당시 술을 많이 마셔 사물을 변별하는 등 의사 결정에 미약한 상태였다”고 주장하며 항소한 데 대해 “피해자에게 사필귀정(事必歸正)이 있다고 믿는다는 말을 꼭 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이 변호사는 “1심에서 가해자 주장이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비난할 만한 동기를 가진 살인으로 평가했다”며 “다만 피해자가 사망에 이르지 않고 미수인 상황이어서 6년에서 20년 정도까지 양형할 수 있는데 법원에선 12년을 선고한 거다. 강간치상으로 기소됐던 것보다는 오히려 형이 더 세게 나오고 양형 기준도 오히려 더 강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렇게 나쁜 짓을 하고도 자기 죄를 반성하지 않고 잔꾀를 부려서 좀 더 경한 처벌을 꾀했던 가해자에게 법원은 ‘살인의 고의를 갖고 살인미수를 저지른 거구나’라면서 더 중하게 처벌한 경우”라고 부연했다.

이 변호사는 “성범죄가 의심된다는 정황이 완전히 배제된 게 아니라 판결문에 그렇게 기재하지 않을 뿐, 이 얘기들은 재판에서도 오고 갔다”며 “이 사건에 대해서 성범죄가 의심되고 중한 고의가 있다는 점은 재판부가 받아들인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과한 처벌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오히려 항소심에서 이렇게 이슈가 되고 공분을 사는 과정에서 나온 이야기들, 주변 증언들이 받아들여져서 좀 더 무겁게 처벌되길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른바 ‘부산 서면 돌려차기 사건’ 당시 상황이 담긴 CCTV 영상 (사진=JTBC 사건반장 캡처)
이 변호사는 피해자에게 “아직 이 사건은 끝나지 않았다”며 “피해 정도를 재판부에 계속 알리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이 사건이 피해자에게 미친 영향도 크지만 이 사건을 통해서 지금 사회적으로 일어난 반향, 피해자와 같은 여성이 자신의 주거지를 오가면서 혹은 익숙한 공간을 오가면서 느낄 불안감 등 사회에 미친 악영향까지 생각한다면, 그런데도 (A씨가) 반성하지 않고 항소한 상황이라면 얼마든지 가중처벌될 수 있는 여지가 있다”라고 했다.

이 변호사는 A씨가 출소 후 보복을 예고했다는 보도와 관련해 “실제로 피해자에게 유리한 증언을 한 주변 사람에게 협박 편지를 보냈다면, 사건 관련 증인에게 보낸 보복 예고이기 때문에 가중해서 처벌할 수 있는, 추가 기소가 가능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예를 들어 (이 사건 관련 A씨 지인들의) 증언이나 진술이 보도된 바가 있다면, 피해자가 (그 내용을) CD 등으로 제작해 재판부에 (제출하고) ‘봐라, 난 오늘도 이렇게 불안하게 살고 있다. 12년 충분하지 않다’는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권유했다.

지난 8일 방송한 SBS ‘그것이 알고 싶다’에 따르면 16살이던 2007년부터 상습 폭행, 강간 등을 저지른 A씨는 2020년 폭력상해로 징역 2년을 선고받고 출소한 뒤 3개월 만인 지난해 5월 부산 서면에 있는 한 오피스텔에서 처음 본 20대 여성 B씨에게 무차별 폭행을 가했다.

지난해 공개된 CCTV 영상에 따르면, 사건 발생 20분 전부터 B씨 뒤를 따라 걸은 A씨는 B씨가 오피스텔로 들어서자 뛰어들어와 B씨 머리를 돌려차기로 가격했다.

A씨는 쓰러진 B씨를 계속해서 폭행했고, 기절한 B씨를 어깨에 메고 CCTV가 없는 복도로 데려간 뒤 7분여 만에 다시 돌아와 B씨의 소지품을 챙겨 사라졌다.

B씨 측은 “당시 속옷이 없어서 찾아보니 오른쪽 다리 종아리에 걸쳐져 있었다”고 주장했다.

A씨는 검거 직전 스마트폰으로 ‘부산여성강간폭행’ 등을 검색한 사실이 확인됐는데, 성범죄를 저지른 의혹에 대해선 부인하고 있다.

그러나 A씨는 구치소에서 지인에게 “피해자에게 꽂혀서 사고 쳤다”는 내용의 서신을 보냈고, 피해자에게 항문 열창이 발견되는 등 성폭행 의혹이 짙어졌다.

지난달 15일 열린 A씨에 대한 항소심 공판에서도 쟁점은 범행 당시 CCTV에서 사라진 7분여 동안 성폭행 여부를 밝혀내기 위한 DNA 검사였다.

검찰은 “피해자가 폭행을 당하고 실신한 뒤 피고인이 무슨 일을 했는지에 대한 부분은 중요한 양형 사유”라며 “단추 등에서 피고인의 DNA가 나온다면 의도적으로 성적 모욕감을 주기 위한 행동으로 추정할 수 있는 단서가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재판부는 “1심에서 피해자 속옷에 대해 DNA 검사가 이뤄졌지만 피고인의 DNA가 확인되지 않았다”며 “겉옷에서 DNA가 발견되더라도 검찰 측이 추가로 밝히고자 하는 성폭행 여부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어 보인다”라고 했다.

하지만 이후 속옷 DNA 검사가 사건이 발생한 지 한 달 뒤에야 이뤄졌고, 속옷 전체가 아닌 밴드 부분을 닦은 면봉만 감정 의뢰한 결과라는 지적이 나왔다.

피해자가 온라인에 올린 게시물 일부
특히 “CCTV 사각지대에서 B씨에게 구호 조치했다”, “자수할 생각이 있었다”, “술 때문에 저지른 범행”이라고 주장한 A씨는 수감 중 “정신과 약이 없으면 너무 힘들다”며 성폭행 혐의에 대해 억울함을 호소했으나 구치소 동기에겐 “나가면 피해자를 찾아갈 거다”라면서 보복을 언급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B씨는 지난해 11월 온라인상에 ‘12년 뒤 저는 죽습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올리기도 했다.

“검찰은 징역 20년을 구형했지만 1심 재판부는 범인이 폭행을 인정했다는 이유로 8년이나 형을 줄여 12년을 선고했다”고 토로한 그는 “범인이 12년 뒤 다시 나오면 고작 40대인데, 숨이 턱턱 조여 온다”라며 엄벌을 촉구했다.

B씨는 전치 8주 외상과 함께 뇌손상으로 오른쪽 발목이 마비됐고, 기억상실장애가 생겼다.

그는 이날 YTN을 통해 “어느 누가 성범죄 피해자이고 싶겠냐”며 “계속 의문점이 남아 있으니까 물음표에서 마침표를 찍고 싶을 뿐”이라고 했다. 또 “이 사건을 알리려고 했던 것도, 제가 위험한 것도 있지만, (A씨가) 다른 사람들에게도 굉장히 위협이 되는 사람이라고 생각해서 그때부터 알리자고 생각하게 됐다”고 전했다.

A씨에 대한 다음 공판기일은 오는 19일 오후로 예정됐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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