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상기 법무부 장관이 12일 정부과천청사에서 법조기자들이 참석하지 않은 가운데 과거사 진상 조사 활동 종료 언론 브리핑을 하고 있다. 법조기자들은 박 장관이 브리핑에서 질문을 받지 않는다는 것에 항의하며 브리핑을 보이콧했다. (사진=연합뉴스) |
|
[이데일리 이승현 기자] 법무부는 12일 오후 2시30분부터 박상기 장관이 정부과천청사에서 검찰 과거사위원회 활동을 평가하는 발표를 한다고 전날 밝혔다. 박 장관이 검·경 수사권 조정을 두고 검찰과 대립하는 상황에서 과거사위 조사결과를 토대로 검찰에 어떤 메시지를 보낼 지 큰 관심이 모아진 자리였다.
그러나 박 장관이 과거사위 활동에 대한 평가를 발표하는 이날 브리핑룸에는 단 한 명의 기자도 없었다. 그의 발언을 보도한 기성 언론 매체도 전무했다.
법무부는 이날 오후 1시가 넘어서야 박 장관이 발표를 하되 이후 별도 질문을 받지 않겠다고 알렸다. 이에 대해 기자단이 강력히 항의하자 법무부 대변인이 대신 질문을 받고 응답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장관이 질문을 전혀 받지 않을 거면 의미가 없다는 불만이 터져나왔다. 그럼에도 법무부의 입장은 확고했다. 법무부는 대변인실 홍보담당관이 보낸 메시지를 통해 “장관이 질의응답을 하지 않는 이유는 브리핑 자료에 충분한 내용이 담겨 있으며 대변인을 통해 공식적으로 현장에서 질의응답하는 게 부족하지 않고 적절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이 메시지 뿐이었다. 법무부 입장을 공식적으로 표명하는 대변인은 어떠한 말도 하지 않았다.
이 때문에 법무부 기자단은 박 장관 발표에 대한 현장 취재를 거부하고 이를 기사화하지 않기로 최종 결정했다.
기자들이 정부를 상대로 이른바 갑질하는 것이랴는 지적이 있을 수 있고 브리핑 현장에 일단 가서 박 장관을 상대로 어떻게든 질문해야하는 것 아니냐는 반론도 있을 수 있다. 그러나 `내 할 말만 하고 질문은 받지 않겠다`는 장관에게 기자들이 무엇을 기대할 수 있을 지 모르겠다. 단순히 받아쓰기만 하라는 거라면 왜 브리핑을 연다는 것일까. 국민이 궁금한 것을 대신 질문해주는 게 언론의 역할이다.
기자들 사이에선 박 장관에게 `수사권 조정에 대한 검찰 반발에 대응책이 뭐냐`, `과거사위 측에 형사고소·손해배상소송 등을 한 전·현직 검사에 대해 어떤 입장이냐` 등 민감한 질문이 나올까봐 일부러 피한 게 아니냐는 말이 나온다. 박 장관이 검찰과 불필요하게 감정적 마찰을 빚지 않으려는 점은 이해할 수 있다. 그렇다면 왜 출입 기자를 상대로 입장을 발표하겠다는 건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서면 입장문을 내거나 어떤 행사의 연사로서 말하면 되지 않았을까.
언론을 장관의 뜻을 전달하는 도구로만 생각한 게 아니라면 이번 일은 수긍하기 어렵다. 박 장관의 발표는 KTV 국민방송을 통해 생중계됐다. 장관이 본인 입장을 반드시 기성 언론매체를 통해서만 밝힐 필요는 없다. 불편한 질문을 받고 싶지 않다면 1인 유튜브 방송을 활용하면 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