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요금 정치서 독립시켜야” 尹정부 에너지 정책방향 공청회

"에너지규제기관 독립성 키워야" 전문가 한목소리
"전력수요 급증 가능성…원자력-신·재생 다 중요"
토론장 안팎서 원자력 놓고 찬반 공방…갈등 예고
  • 등록 2022-06-21 오후 5:09:36

    수정 2022-06-21 오후 10:26:27

[세종=이데일리 김형욱 기자] 에너지·경제 전문가들이 윤석열 정부에 전기를 비롯한 에너지 가격결정 구조를 정치에서 독립시킬 것을 주문했다. 시장이 정상 작동해야 안정적 에너지 수급과 온실가스 배출량 저감이란 두 정책 목표를 함께 달성할 수 있다는 제언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21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새 정부 에너지 정책 방향 공청회를 열었다. 앞선 이달 16일 발표한 새 정부 정책방향 추진에 앞서 학계와 산업계, 시민단체 등 각계각층의 의견을 듣는 자리다.

산업통상자원부가 21일 정부세종청사에서 개최한 새 정부 에너지 정책 방향 공청회에서 산업계와 학계, 시민단체를 대표한 각계각층 전문가가 정책 제언을 하고 있다.


“에너지규제기관 독립성 키워야” 전문가 한목소리

에너지·경제 전문가는 한목소리로 에너지 규제·가격의 정치적 독립을 핵심 과제로 꼽았다. 박종배 건국대 전기공학과 교수는 “전기요금 정상화가 매우 시급하다”며 “발전 원료비는 급등했는데 (요금 억제가 이어진다면) 전력 수요가 늘어나는 여름·겨울철 전력 공급 안정성을 위협 받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또 “에너지규제기관의 독립·전문성을 강화해 정책과 규제를 구분하는 방안을 원점에서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조홍종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도 “금융통화위원회 수준의 지위를 갖춘 에너지규제위를 통해 규제와 가격결정을 (정치적 의사결정으로부터) 독립시켜야 한다”고 제언했다.

현재도 산업부 산하에 규제기관인 전기위원회가 있다. 그러나 개별 부처 산하 위원회로서 결정할 수 있는 범위는 제한적이다. 특히 요금 결정권은 물가 인상을 함께 고려해야 하는 기획재정부가 사실상 쥐고 있다. 사상 최악의 적자를 기록 중인 한국전력공사(015760)는 21일 3분기 연료비 연동 전기요금 인상 계획을 발표하려 했으나 정부의 요청으로 연기됐다. 정부는 또 한전을 거치지 않는 전력거래계약(PPA) 확대를 통해 판매시장을 점진 개방하겠다는 계획을 세웠으나 구체적 방안은 아직 안 나왔다. PPA는 한전의 판매독점 속 지난 1년 새 단 2건에 그쳤다.

전영환 홍익대 전기공학부 교수 역시 “판매시장 개방이 늦어지면 늦어질수록 이해관계자가 늘어나면서 더 추진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며 “성공한다면 새 정부의 가장 큰 업적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산업통상자원부가 21일 정부세종청사에서 개최한 새 정부 에너지 정책 방향 공청회. 온라인으로도 생중계한 이날 행사 현장에 약 400여 명의 관계자가 참여했다.


“전력수요 급증 가능성…원자력-신·재생 다 중요”

원자력발전(원전)을 바라보는 시각엔 차이가 있었지만 토론자 다수는 원자력과 신·재생에너지 모두 중요하다고 봤다. 전기차 보급 확대 등과 맞물려 전력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날 수 있는 만큼 원자력이나 태양광·풍력 같은 저탄소 발전원 모두 중요한 수단으로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산업계를 대표한 김녹용 대한상공회의소 탄소중립센터장은 “2050년 탄소중립을 달성하려면 전력 수요는 지금보다 2배 이상 늘어날 수 있다”며 “원전과 신재생 중 뭐가 옳으냐를 따지기에 앞서 전력 생산을 대폭 늘리기 위한 최적의 에너지 믹스(조합)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국책연구기관 에너지경제연구원의 임재규 기후변화정책연구팀 선임연구위원도 “가용 원전과 신재생 발전량을 다 합쳐도 수요를 따라잡지 못할 수도 있다”며 “각 에너지원의 경제성과 수용성, 전력계통 안정성을 체계적으로 검토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윤석열 정부는 원전 확대 방침을 명확히 해왔다. 앞선 정책방향에도 신한울 3·4호기 조기 건설 재개와 함께 운영허가(설계수명)가 끝나는 원전을 계속운전(수명연장) 계획을 포함했다. 신재생 비중은 계속 확대하되 그 속도는 현실적으로 조절키로 했다. 박종배 교수는 “모든 에너지원에는 각각의 단점이 있고 고통이 뒤따른다”며 “하나의 에너지원에 매몰하지 말고 균형을 잡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원전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있었다. 전영환 교수는 “신·재생 확대와 함께 지난해부터 (남는 전력을 버리는) 출력제한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며 “원전을 확대하려면 (발전량 실시간 조절이 어려운) 원전의 경직성과 늘어나는 신·재생 설비를 충분히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환경운동연합 에너지기후국 소속 이지언 활동가는 “정부의 핵연료봉(사용후 핵연료) 처리 문제를 특별법 제정과 전담조직 구성으로 해결한다고 하지만 이전 정부가 그랬듯 이번에도 핵심은 없다”며 “정부가 원전(확대)을 주장하려면 책임감을 가져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토론장 안팎서 원자력 놓고 찬반 공방…갈등 예고

이날 공청회 안팎에선 새 정부의 원전 확대 방침에 대한 찬반 공방이 벌어지기도 했다. 앞으로의 정책 추진 과정에서의 갈등을 예고하는 모양새였다.

공청회 토론 직전, 본인을 ‘에너지 업계 선배’라고 소개한 한 참가자가 무대 앞에 나서 행사가 지연되기도 했다. 그는 공청회 주최 측의 만류에도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을 비판하고 원전 확대 필요성을 역설하는 성명을 10분 남짓 큰 목소리로 읽어내려갔다. 청중 일부가 주최 측에 이를 제지하라고 요청하며 고성이 오갔다. 행사장 밖에선 원자력노동조합연대가 원전생태계 복원과 신한울 3·4호기 즉시 착수를 요구하며 시위를 벌였다.

환경운동연합과 기후위기비상행동 등 단체도 같은 시각 정부서울청사 앞에서도 에너지 정책에서 원자력과 석탄을 배제해야 한다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했다. 환경단체 관계자 몇몇은 행사장 무대 앞에서 민영화 및 원전 반대 피켓을 들기도 했다.

원자력노동조합연대 관계자가 21일 정부세종청사에서 개최한 새 정부 에너지 정책 방향 공청회장 밖에서 원전생태계 복원과 신한울 3·4호기 즉시 착수를 요구하며 시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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