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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민주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이 원내대표는 한국당 반대로 불발된 5.18민주화운동 망언의원 징계 및 왜곡방지법 등을 언급하면서도 “한국당의 책임을 논하기 전 우리는 다시 이 약속을 지키지 위해 전심전력을 다해야 한다”고 밝혔다. 한국당을 압박하는 대신 정치권 모두의 숙제라고 돌려말한 셈이다.
숱한 논란 속에서도 5.18 기념식 참석을 강행, 지지층 결집을 노렸다는 비판을 받는 황교안 한국당 대표에 대해서도 “기념식장에서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불렀다. 또 방문을 거부하고 항의한 분의 심정도 이해한다고 했다”고 한 뒤 추후 망언의원 징계 및 왜곡방지법 처리에 협조해줄 것을 당부했다.
이 원내대표가 한국당에 대해 조심스러운 태도를 취한 것은 이번 뿐이 아니다. 이 원내대표는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의 ‘달창’ 발언이 논란이 됐던 지난 15일 관련 질문을 받자 한참 고민한 뒤 “참 대답하기 난처하다”고 피해갔다. 이어 “생각이 없어서가 아니라 이야기할 때가 있고 조금은 신중해야 할때가 있다”며 “지금은 할 이야기가 아닌 것 같다”고 입을 닫았다. 달창은 ‘달빛창녀단’의 줄임말로 문 대통령 지지자들을 비하하는 용어다.
지난 3월 이 원내대표는 나 원내대표가 국회 교섭단체 연설에서 문재인 대통령을 ‘김정은의 수석 대변인’이라고 발언한 직후 열린 민주당 의원총회에서 “문 대통령을 김정은의 수석대변인으로 매도한 것은 2차 세계대전 때 평화를 사랑하는 사람들을 학대했던 나치보다 더 심했다”며 “일베(극우성향 인터넷 사이트 ‘일간베스트’ 줄임말)스러운 잡스러운 이야기가 국회 본회의장에 다시 난무할 수 없도록 단호히 대처해야 한다”고 한국당을 강력 규탄했다.
또 이 원내대표는 원내대표 출마 계기에 대해서도 황 대표의 “무덤에 있어야 할 386 운동권 철학이 21세기 대한민국의 국정을 좌우하고 있다”는 발언에 모욕감을 느꼈기 때문이라고 공식적으로 밝힌 바 있다.
한국당과 강하게 대립각을 세울 것 같았던 이 원내대표가 신중한 행보를 이어가는 이유는 한시가 급한 국회 정상화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제1야당인 한국당이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 이후 장외투쟁을 벌이면서 추가경정예산안 뿐 아니라 민생경제 법안 처리도 모두 발이 묶여 있는 상황이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이 원내대표의 행보에 대해 “막힌 정국을 풀어야 하는 것은 여당과 청와대의 몫이라는 점에서 일단은 좋은 자세”라며 “패스트트랙 대치 정국에서도 청와대와 여당이 한국당과 이야기하려는 자세를 보여주지 않았는데, 지금이라도 이 원내대표가 대화하려는 모습을 보이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라고 본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