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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의원이 발의한 개정안이 통과된 것을 전제로 이뤄진 모의재판은 형량배심원제를 적용했다. 형량배심원제는 판사가 선고 전 시민과 전문가들로 이뤄진 형량배심원들의 의견을 듣는 제도를 말한다.
두 원칙을 적용하자 김군 사망 당시 검찰과 법원이 내린 선고와는 사뭇 다른 결과가 나왔다. 당시 법원은 산업안전보건법을 적용해 원청업체 대표에게 벌금 1000만원을, 원청업체에는 공소기각 판결을 내렸다. 그러나 모의재판 법정은 하청업체 대표에게 징역 1년·벌금 5000만원을, 원청업체 대표에게 징역 1년·집행유예 2년·벌금 1억원을 선고했다. 하청·원청 기업에도 각각 8억원, 15억원의 벌금형이 선고됐다.
모의재판의 쟁점은 결국 ‘누구에게 책임을 둘 것이냐’였다. 검사는 “하청업체 대표이사가 김군 근무 시 안전관리대책을 제대로 구축하지 않았고 이마저도 이행하지 않았다”며 “원청업체는 2011년 승강장 스크린도어 유지관리 업무를 비핵심업무로 분류애 하청업체에 외주를 맡기면서 안전관리에 충분한 인력을 배정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피고 측 변호인은 “피고인들은 종사자의 안전관리를 위한 대책을 수립했고 이행을 위해 노력했다”며 “개인의 안전 매뉴얼 미준수로 인해 일어난 사고로 피고인들이 중대재해처벌법을 위반했다고 볼 수 없으며 이 선고는 무의미하다”고 반박했다.
모의재판 결과를 지켜본 이 의원은 “원청업청 벌금 15억원은 기존 산업안전보건법에서 나올 수 없는 형량이기에 중대재해법 취지가 충분히 고려된 것 같다”며 “기존 형량과도 다르기 때문에 (이러한 형량이 나올 시) 기업에 분명 쇼크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형량배심원제에 대한 일부 우려가 ‘포퓰리즘으로 끌려가지 않을까’라는 부분인데 실제로 그렇지 않았다”며 “기업의 경우 원청에 더 큰 벌금을 부과했고 하청업 대표에게만 실형을 선고한 것은 시민들이 기업과 개인의 문제를 구별하는 지혜가 있다는 뜻”이라 밝혔다.
양형위원으로 참여한 A씨는 “첫째로 원청과 하청의 책임을 어떻게 분배할 것인가를, 두번째로 개인과 기업 간 책임분배를 어떻게 할 것인지를 고려해 판단했다”며 “결국은 근무자 관리는 하청업체 대표가 직접적으로 했기에 개인에게 더 큰 책임을 물었고 기업의 경우 규모를 고려해 원청에 더 큰 벌금을 부과하는게 맞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2018년 12월 한국서부발전 태안화력 작업 현장에서 석탄운방 컨베이어벨트에 끼어 숨진 비정규직 청년 고 김용균씨의 어머니이자 김용균재단 대표인 김미숙씨와 지난해 4월 경기 이천 한익스프레스 물류센터 화재사고로 아버지를 잃은 유가족 김지현씨도 모의법정을 참관했다.
김미숙 대표는 “위험의 외주화로 수많은 사람들이 죽고, 사고에 대해 ‘당한 본인 잘못’이라고 떠넘기는 구조는 납득도 용서도 안 된다”며 “현재 기업들은 벌금 몇푼이면 끝나는데 과연 더 큰 돈을 들여 안전 예산을 짜겠나”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