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의역 김군' 사건 모의법정…강화된 '중대재해법' 적용했더니 '실형'

‘김군 사고’ 5주기, 1일 중대재해법 적용 모의법정 열려
이탄희 민주당 의원案 '벌금하한선·형량배심원제' 적용
하청·원청업체 대표에 각각 실형, 집행유예 선고 결과
  • 등록 2021-07-01 오후 5:46:02

    수정 2021-07-01 오후 5:46:02

[이데일리 이상원 기자] 지난 2016년 5월 28일 서울 지하철 2호선 구의역 승강장에서 홀로 스크린도어를 수리하다 들어오는 전동차에 숨진 고(故) 김모(당시 19세)군 사건의 모의재판이 열렸다. 강화된 중대재해처벌법 개정안을 적용한 모의법정에서 사고를 유발한 혐의를 받는 하청업체 대표에게 실형이 선고됐다.

1일 오전 서울시 관악구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에서 ‘구의역 김군 산재시민법정’이 진행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이탄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일 오전 10시 서울 관악구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에서 ‘구의역 김군 산재시민법정’을 열었다. 이 의원은 앞서 1월 국회를 통과한 중대재해처벌법에서 ‘5인 미만 영세사업장 제외’와 ‘벌금형의 하한’ 조항이 포함되지 않아 법의 실효성이 사라졌다며 ‘벌금형 하한선’과 ‘양형특례조항’을 되살려 중대재해 발생 시 최소 1억원 이상의 벌금을 부과하도록 하는 개정안을 5월 대표 발의했다.

이 의원이 발의한 개정안이 통과된 것을 전제로 이뤄진 모의재판은 형량배심원제를 적용했다. 형량배심원제는 판사가 선고 전 시민과 전문가들로 이뤄진 형량배심원들의 의견을 듣는 제도를 말한다.

두 원칙을 적용하자 김군 사망 당시 검찰과 법원이 내린 선고와는 사뭇 다른 결과가 나왔다. 당시 법원은 산업안전보건법을 적용해 원청업체 대표에게 벌금 1000만원을, 원청업체에는 공소기각 판결을 내렸다. 그러나 모의재판 법정은 하청업체 대표에게 징역 1년·벌금 5000만원을, 원청업체 대표에게 징역 1년·집행유예 2년·벌금 1억원을 선고했다. 하청·원청 기업에도 각각 8억원, 15억원의 벌금형이 선고됐다.

모의재판의 쟁점은 결국 ‘누구에게 책임을 둘 것이냐’였다. 검사는 “하청업체 대표이사가 김군 근무 시 안전관리대책을 제대로 구축하지 않았고 이마저도 이행하지 않았다”며 “원청업체는 2011년 승강장 스크린도어 유지관리 업무를 비핵심업무로 분류애 하청업체에 외주를 맡기면서 안전관리에 충분한 인력을 배정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어 “특별안전대책을 수립하는 과정에서 중요한 사항을 삭제해 김군과 같은 정비원들을 안전사고에 노출시켰다”며 “감사원의 시정명령도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기 때문에 이는 명백한 ‘위험의 외주화’였다”고 주장했다.

피고 측 변호인은 “피고인들은 종사자의 안전관리를 위한 대책을 수립했고 이행을 위해 노력했다”며 “개인의 안전 매뉴얼 미준수로 인해 일어난 사고로 피고인들이 중대재해처벌법을 위반했다고 볼 수 없으며 이 선고는 무의미하다”고 반박했다.

모의재판 결과를 지켜본 이 의원은 “원청업청 벌금 15억원은 기존 산업안전보건법에서 나올 수 없는 형량이기에 중대재해법 취지가 충분히 고려된 것 같다”며 “기존 형량과도 다르기 때문에 (이러한 형량이 나올 시) 기업에 분명 쇼크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형량배심원제에 대한 일부 우려가 ‘포퓰리즘으로 끌려가지 않을까’라는 부분인데 실제로 그렇지 않았다”며 “기업의 경우 원청에 더 큰 벌금을 부과했고 하청업 대표에게만 실형을 선고한 것은 시민들이 기업과 개인의 문제를 구별하는 지혜가 있다는 뜻”이라 밝혔다.

이번 모의법정은 박시환 전 대법관이 판사로 참여했으며 피고, 변호사, 검사, 증인, 참고인 등은 연극배우 17명이 함께했다. 형량배심원단은 조성애 공공운수조노조 노동안전보건국장과 유재원 노동 변호사 및 시민 6명으로 구성됐다.

양형위원으로 참여한 A씨는 “첫째로 원청과 하청의 책임을 어떻게 분배할 것인가를, 두번째로 개인과 기업 간 책임분배를 어떻게 할 것인지를 고려해 판단했다”며 “결국은 근무자 관리는 하청업체 대표가 직접적으로 했기에 개인에게 더 큰 책임을 물었고 기업의 경우 규모를 고려해 원청에 더 큰 벌금을 부과하는게 맞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2018년 12월 한국서부발전 태안화력 작업 현장에서 석탄운방 컨베이어벨트에 끼어 숨진 비정규직 청년 고 김용균씨의 어머니이자 김용균재단 대표인 김미숙씨와 지난해 4월 경기 이천 한익스프레스 물류센터 화재사고로 아버지를 잃은 유가족 김지현씨도 모의법정을 참관했다.

김미숙 대표는 “위험의 외주화로 수많은 사람들이 죽고, 사고에 대해 ‘당한 본인 잘못’이라고 떠넘기는 구조는 납득도 용서도 안 된다”며 “현재 기업들은 벌금 몇푼이면 끝나는데 과연 더 큰 돈을 들여 안전 예산을 짜겠나”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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