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보증' 취약계층 지원 늘리려다가…'자충수' 둔 금융당국(재종합)

주금공 전세보증, 無주택자엔 소득제한 없이 지원
1주택자 지원은 추가 논의 후 확정
취약계층 지원확대 정책에 '투기방지' 꼬리표 혼란 초래
소득 상위 26% 계층 반발에 결국 정책 후퇴
  • 등록 2018-08-30 오후 5:52:15

    수정 2018-08-30 오후 7:42:01

30일 서울 시내 한 시중은행 벽면에 전세 자금 대출 상품을 홍보하는 현수막이 붙어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박종오 기자] 금융 당국이 무주택 가구에는 소득 수준과 관계없이 주택금융공사의 전세 자금 대출 보증을 지원하기로 했다. 당초 오는 10월부터 연 소득이 7000만~1억원을 넘는 고소득 가구에 지원을 중단하려다가 들끓는 여론에 일부 후퇴한 것이다. 그러나 당초 고소득층 지원에 쓰는 나랏돈을 서민·취약계층으로 돌리겠다는 취지가 일관성 없는 정책으로 무색해 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주금공 전세 보증 제한, 무주택 가구엔 적용안해

금융위원회는 30일 “무주택 가구에 대해서는 소득 수준과 관계없이 주택금융공사의 대출 보증을 받는 데 지장이 없도록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당초 금융위는 올해 4월 발표한 ‘서민·실수요자 주거 안정을 위한 금융 지원 방안’에 따라 오는 10월부터 주택금융공사 전세 보증을 서민 중심으로 개편하려 했다. 구체적으로 집을 여러 채 보유한 다주택자와 부부 합산 소득이 연 7000만원을 넘는 가구에는 전세 보증 이용을 제한하기로 했다. 이를 통해 아낀 재원 연간 1조8000억원을 저소득 취약 계층의 전세 자금 보증 지원에 쓰겠다는 목적에서다. 다만 신혼 맞벌이 가구는 연 소득 8500만원, 1자녀 가구는 연 8000만원, 2자녀 가구는 연 9000만원, 3자녀 가구는 연 1억원까지 지금처럼 보증 지원을 할 계획이었다.

문제는 서민 지원 강화라는 이 같은 정책 방침이 뒤늦게 ‘부동산 투기 방지’라는 꼬리표를 추가로 달면서 중산층의 거센 비판을 불렀다는 점이다. 김용범 금융위 부위원장은 이틀 전인 지난 28일 열린 ‘주택 시장 안정을 위한 가계 부채 관리 점검 회의’에서 “전세 대출이 주택 가격 상승이나 주택 구매 자금으로 활용되지 않도록 전세 보증 요건을 중심으로 전세 자금 대출 기준을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전세자금대출 보증은 금융위 산하 금융 공기업인 주택금융공사 외에 국토교통부 소속 공공기관인 주택도시보증공사, 민간 기업인 서울보증보험 등도 취급한다. 은행이 전세 자금 대출을 취급할 때 주택금융공사 등 보증기관이 은행에 지급 보증을 서주고 대출자는 별다른 소득 심사 등 없이 낮은 금리로 대출을 받는 구조다.

하지만 주택금융공사의 전세 자금 보증에 소득 요건을 신설하려는 정부 방침에 연 소득 7000만~1억원 넘는 중·고소득층이 크게 반발한 것은 공사 보증 상품의 금리 등 이용 조건이 다른 회사보다 나았기 때문이다. 서울보증의 경우 대출 금리가 상대적으로 높고 요건도 깐깐한 만큼 기존 혜택을 줄여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전세보증 지원 끊기는 ‘소득 상위 26% 계층’ 반발 거세

자료=더불어민주당 최운열 의원실
실제로 더불어민주당 최운열 의원실이 주택금융공사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1~6월) 중 공사 보증을 받고 은행이 빌려준 전세 대출액 총 9조5653억원 중 83%(7조8978억원)는 대출자(개인 기준)의 연 소득이 3000만원을 넘었다.

국세청 ‘국세통계연보’를 보면 연봉 3000만원을 초과하는 근로자는 2016년 기준 716만5514명으로 전체 근로 소득자(1774만98명) 중 소득 상위 40%에 해당한다. 부부 합산 소득이 연 7000만원을 초과할 가능성이 큰 연봉 4000만원 초과자의 경우 근로 소득세·종합 소득세 등 국내 전체 소득 신고자(중복 포함 2335만8136명)의 26.1%(608만6895명) 수준이다. 주택금융공사 전세 보증 상품을 주로 이용하다가 지원이 끊기게 된 소득 상위 26% 계층이 집중적으로 반대에 나섰다는 얘기다.

또 정부가 국토부 산하 주택도시보증공사에도 주택금융공사와 같은 소득 기준을 적용할 계획인 만큼 전세 자금 보증을 이용하려는 중산층 이상 가구가 서울보증으로 몰리는 문제도 발생한다. 민간 경제 연구기관의 한 관계자는 “무엇보다 부동산 시장이 요즘처럼 들썩이는 상황에서 내 집을 갖지 못해 박탈감이 큰 전세 세입자들에게 정부가 ‘잠재적 투기 수요’라는 꼬리표를 붙이자 불만이 폭발한 것 아니겠냐”고 지적했다. 금융당국이 애초 취약 계층 지원을 강화하겠다는 취지로 추진하는 정책에 ‘부동산 투기 방지’라는 새 목적을 추가한 것이 결과적으로 이도 저도 아닌 ‘자충수’가 됐다는 이야기다.

이에 따라 금융위는 이날 일단 보유 주택이 없는 무주택 가구에 소득 수준에 따라 보증 지원을 중단하려던 것을 없던 일로 하기로 했다. 반면 1주택 보유 가구의 경우 추가 논의를 거쳐 기존 지원 혜택을 그대로 유지할지 아니면 예정대로 소득 기준을 신설할지 결정하기로 했다.

익명을 요구한 국책 연구기관 관계자는 “서울의 전체 가계가 330만 가구가 넘고 아파트만 해도 165만 채가량에 달한다”며 “공공기관 보증을 통해 전세 대출을 받아 편법으로 ‘갭투자’ 등에 나서는 일부 수요 때문에 집값이 급격히 오른다고 보긴 어려울 것”이라고 꼬집었다. 금융당국이 처음부터 실효성을 기대하기 어려운 명분(투기 방지)을 들고 나왔다가 오락가락 정책으로 되레 시장 혼란만 부추겼다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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