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눈사람 부쉈다고 처벌할 수 있을까요?

눈사람, '재물'로 볼 수 있는지 여부에 따라 달려
재미삼아 만든 것은 재물로 가치 있다고 보기 어려워
홍보용이라면 재물손괴죄·업무방해죄 적용 가능
  • 등록 2021-01-14 오후 5:02:03

    수정 2021-01-14 오후 9:48:39

[이데일리 이소현 기자] “눈사람 좀 발로 차면 어떤가?”, “‘사이코패스’ 같다, 처벌 못 하나.”

최근 연이은 폭설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는 눈사람을 만들었다는 인증 사진이 봇물을 이뤘다. 대전의 한 카페 앞에 정교한 모습으로 만들어져 명물이 된 ‘엘사 눈사람’이 특히 화제였다. 그러나 겨울왕국의 여왕 엘사 눈사람은 하룻밤 만에 머리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그런데 한 남성이 엘사 눈사람을 훼손하는 폐쇄회로(CC)TV 영상이 공개되면서 논란에 불이 붙었다. ‘눈사람은 눈사람일 뿐인데 무슨 의미를 부여하느냐’라는 반응부터 ‘애써 어렵게 만든 눈사람을 훼손하는 사람은 처벌해야 한다’는 의견까지 분분하다. 정말 눈사람을 훼손한 경우 처벌할 수 있을까?

눈사람, ‘재물’로 볼 수 있을까

대전 한 카페에 있는 ‘엘사 눈사람’(위)과 지난 9일 해당 카페 점주가 자신의 SNS에 공개한 한 남성이 눈사람을 부수는 CCTV 화면(사진=인스타그램 캡처)
14일 이데일리 취재를 종합하면 눈사람을 부순 것은 형법 제366조 ‘재물손괴죄’를 적용할 수 없다는 게 법조계 중론이다. 눈사람은 단순히 눈덩이를 굴려 만든 것으로 개인 소유물이거나 재물로 가치 있다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임남택 법무법인 메리트 변호사는 “눈사람이 재물에 해당할지가 문제”라며 “재미 삼아 만들어 놓은 것이고, 녹아 없어질 것을 예정하고 있기 때문에 누가 부수더라도 그 눈사람에 대해서 법적인 소유권이 있다고 보기 어려워 손괴죄를 적용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김한규 법무법인 공간 변호사(전 서울변호사회장)도 “부적절한 행동이긴 하지만 눈사람을 재산 가치가 있는 소유물로 볼 수 없다”며 “비슷한 예로 해변에서 만든 모래성을 부쉈다고 손괴죄를 물을 수 없다”고 언급했다.

다만 업체의 홍보와 마케팅을 위해 제작한 눈사람이라면 얘기가 달라진다. 손괴죄 적용은 물론 위력을 이용해 업무를 방해한 것으로 형법 제314조 1항에 따라 ‘업무방해죄’도 물을 수 있다.

박지영 법무법인 주원 변호사는 “눈사람은 곧 녹아 없어지지만 한동안 유지 되고 있고 그동안은 ‘유형물’로 볼 수 있다”며 “엘사 눈사람 같은 경우는 카페의 마스코트처럼 홍보 역할을 톡톡히 한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충분히 재물로 볼 여지가 있다”고 분석했다.

김 변호사는 “홍보를 위해 만든 눈사람이라면 각고의 노력과 시간을 들였고, 용역을 줘서 비용까지 발생한 상황이라 경우가 달라진다”며 “위력행사로 홍보 업무에 대한 효용을 해한 것으로 업무방해죄를 다툴 여지도 있다”고 설명했다.

고의로 타인의 재물의 효용가치를 떨어뜨렸을 때 적용되는 손괴죄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7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한다. 위력을 이용해 사람의 업무를 방해했을 때 성립되는 업무방해죄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5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한다.

정성 들여 만든 눈사람 부수는 심리는?…“분풀이로 쾌감”

만약 돌이나 연탄을 넣어 단단하게 만든 눈사람을 발로 차다가 부상을 당했다면 보상 청구는 가능할까. 임 변호사는 “눈사람을 훼손해 부상을 입더라도 누가 부수라고 한 것이 아니기에 배상 청구가 어렵다”고 선을 그었다.

만약 도로에 만들어 놓은 눈사람이 진로 방해를 했다고 주장하면 어떻게 될까. 도로 관리 주체인 도로교통공단이나 지방자치단체에 책임을 물을 수 있을까. 김 변호사는 “눈사람 자체를 도로에 만든 것으로 처벌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지만, 차량 통행에 지장을 주거나 사고가 일어나는 등 교통방해가 발생하면 민사상 책임 여지는 있다”며 “관리 주체가 장기간 방치하면 책임이 있겠지만, 다만 이를 인지하고 치울 수 있는 시간이 있었는지는 따져 봐야 한다”고 말했다.

2010년 미국에서는 일리노이주 대중교통국(CUMTD) 소속 버스기사가 늦은 밤 도로 한가운데에 세워져 있던 눈사람을 치고 지나가는 장면을 담은 동영상이 공개된 뒤 회사로부터 ‘권고사직’을 받은 일이 발생했다. 해고 사유는 ‘더욱 신중하고 안전하게 운전하지 못했다’는 이유이며, 기사는 이를 받아들인 것으로 전해졌다.

김 변호사는 “고의성 여부에 따라 운전기사의 자질을 문제 삼을 수 있지만, 운전자가 도로 한 가운데 있던 눈사람에 대해 예견 가능성과 인식 가능성이 있었는지 고려해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 임 변호사는 “(우리나라의 경우) 근로기준법상 정당한 해고 사유라고 볼 수 없다”며 “부당해고 구제심판을 청구해서 구제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남이 정성 들여 만든 눈사람을 부수는 심리는 무엇일까.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눈사람을 훼손한다고 해서 유무형의 이득이 있는 건 아니기 때문에 쌓인 스트레스를 푸는 분풀이 정도”라며 “만드는 게 아니라 때려 부수는 것에서 오는 시원한 쾌감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엘사 눈사람 논란이 일자 가수 이적씨는 “눈사람을 파괴할 수 있다면 다른 동물을 학대할 수 있고 마침내 폭력은 상대를 향할 것”이라고 자신의 SNS에 적었다. 그러나 이 교수는 “그렇게 비약할 근거는 없다”며 “예전에도 눈사람을 부순 사람들은 많았을 텐데 이렇게 영상을 찍고 공유하는 사람들이 없었던 것”이라고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가수 이적씨가 10일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올린 글 눈사람 (사진=이적 인스타그램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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