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기술로부터 발생한 변화가 전 세계 정치·경제·사회의 판을 바꾸고 있다. 곳곳에서 반격이 시작됐고, 어떤 조짐은 현재진행형이다. ‘힘의 역전’ 또는 ‘관계의 역전’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각 분야의 전문가들과 함께 앞으로 일어날 ‘변화’의 방향성을 감지하고 해결책을 모색해 본 ‘힘의 역전’이 최근 출간됐다.
12일 서울 종로구 사직로 메디치미디어 본사에서 열린 출간기념 기자간담회에서 정혜승 전 청와대 디지털소통센터장은 “급격한 과학기술의 변화로 인해 미래를 예측하는 것은 한층 더 어려워졌다”며 “힘이 역전되는 분야를 살펴보면서 ‘변화’를 어떻게 해석할 것인가를 함께 논의해보고자 책을 출간하게 됐다”고 집필의도를 밝혔다.
책은 지난해 12월 12일 서울역사박물관 아주개홀에서 ‘힘의 역전’을 주제로 열린 ‘제1회 메디치포럼’의 내용을 엮은 것이다. 정 전 센터장이 인터뷰어가 되어 최재천 이화여대 석좌교수, 홍성국 혜안리서치 대표, 천관율 시사인 기자, 이수정 범죄심리학자, 류영재 춘천지방법원 판사, 김경수 경상남도지사, 이나리 헤이조이스 대표, 신수정 KT 부사장 등 8명의 전문가를 만나 질문을 던졌다.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우리 사회가 지속가능한 경쟁력을 키우고 더 나은 방향으로 진화할 수 있는지에 대한 고민의 실마리를 찾고자 했다.
정 전 센터장은 올해가 총선을 앞둔 해라는 점에서 정치권에서의 역전 현상을 주목했다. 그는 “한국의 보수는 강력하지만 지난 총선, 대선, 지선에서 그 판이 흔들렸다는 게 천관율 기자의 분석”이라며 “2020년 총선은 ‘힘의 역전’이 가능할지 아닐지의 아슬아슬한 경계선에 있다고 설명하더라”고 했다. 그는 “광화문과 서초동 집회는 기존 유권자들을 결집했으나, 양쪽 다 싫다는 ‘암흑 유권자’가 40%에 육박하는 상황”이라며 “판이 뒤집히는 계기인 ‘리얼라인먼트’는 드물게 찾아오는데 한국 사회에 그런 기회가 온 것인지 이번 총선 결과를 눈여겨 볼 만 하다”고 부연했다.
이외에도 ‘길어지는 저성장 시대에 경제는 달라질까’를 비롯해 ‘여성들의 목소리는 무엇을 바꾸고 있는가’ ‘지역의 균형 발전에서 역전은 가능한가’ ‘공고한 사법권력에서 개혁은 이뤄질 수 있는가’ 등에 관한 이야기를 들었다. 정 전 센터장은 “봉준호 감독 덕분에 한국의 저력을 재확인하는 계기가 됐지만, 우리 사회의 지식과 담론을 진전시키기 위해서는 대화와 토론이 필요하다”며 “현재 진행되고 있는 변화의 현상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미래를 짐작하고 예측하는 데 실용적인 조언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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