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원태와 선 그은 산은‥"실적 나쁘면 경영진 퇴진도"(종합2보)

'노딜' 후 한진에 인수의사 타진
5대 그룹 모두 관심없어..대한항공에 매각 타진
산은→한진칼→대한항공→아시아나 '연쇄 자금투입'
3자 연합 "조원태·산은 밀실야합…법적대응" 비판
  • 등록 2020-11-16 오후 5:26:00

    수정 2020-11-16 오후 9:28:57

[이데일리 이승현 기자] KDB산업은행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를 통합해 초대형 국적항공사로 재편하는 첫발을 내디뎠다.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하는 방식이다. 산은은 이를 위해 한진그룹에 8000억원의 자금을 대기로 했다.

일각에서는 한진그룹에 대한 자금지원이 특혜라고 지적한다. 이를 의식해 산은은 ‘실적이 미흡하면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을 포함한 현 경영진을 퇴출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정부와 산업은행이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공식화한 16일 오전 서울 강서구 한국민간항공조종사협회에서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노동조합의 대책 논의가 열린 가운데 양 항공사 모형 비행기가 놓여있다. (사진=연합뉴스)
한진칼→대한항공→아시아나 3단계 자금투입

산은과 한진그룹이 합의한 이번 계약의 핵심은 대한항공이 유상증자로 자금을 마련해 아시아나를 총 1조8000억원에 인수하는 내용이다. 이를 위해 △산은 → 한진칼 △한진칼 → 대한항공 △대한항공 →아시아나 등 3단계에 걸친 자금투입이 진행된다.

먼저 산은은 한진그룹 지주회사인 한진칼과 8000억원 규모 투자계약을 체결한다. 한진칼의 제3자 배정 유상증자에 5000억원을 투입하고 3000억원 어치 교환사채를 사는 것이다. 교환사채는 보유한 채권을 일정시일 경과 후 발행사가 보유한 다른 회사 증권으로 교환할 수 있는 권리가 있는 사채다. 이번 계약에선 한진칼이 보유한 대한항공 주식이 교환 대상이 된다.

한진칼은 이 중 7300억원을 대한항공이 총 2조5000억원 규모로 단행할 주주배정방식 유상증자에 투입한다. 대한항공은 이 중 1조8000억원으로 아시아나 지분 63.9%를 얻어 최대주주가 된다. 구체적으로 아시아나가 진행할 3자 배정 유상증자에 1조5000억원을 투입하고 영구채 3000억원을 인수하는 것이다. 대한항공은 내년 6월 30일 아시아나 주식을 취득할 계획이다.

나머지 금액은 중복사업 조정과 고용안정 등 두 회사 통합작업에 사용할 계획이다. 애초 HDC현대산업개발의 아시아나 인수금액인 2조5000억원 만큼 대한항공도 투입하는 셈이다.

산은으로선 한진칼 지분 보유를 통해 한진칼과 대한항공 경영에 목소리를 낼 수 있다.

대한항공은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한 뒤 통합할 예정이다. 한진칼과 대한항공은 이날 각각 이사회를 열어 이러한 내용의 아시아나 인수를 결의했다.

빨리 파는 게 낫다…“한진그룹이 유일한 대안”

정부와 채권단 내부에서는 1개 국적항공사 통합을 포함한 시장재편 필요성에 공감대가 형성된 상태였다. 코로나19 장기화에 대응하고 항공산업 경쟁력 확보를 위해 미리 움직여야 한다는 판단에서다. 실제 미국과 중국, 일본 등 인구 1억명 이상 국가를 제외하면 대부분이 ‘1국가 1국적항공사’ 체제다. 5000만 인구에 2개 국적항공사가 있는 우리나라만 예외다.

실제 산은은 HDC현산과 인수합병(M&A)이 최종 무산된 직후 발 빠르게 움직였다. 아시아나 ‘노딜’(No Deal) 후 채권단 관리체제로 경영 정상화를 한 뒤 후일 재매각하는 방안이 거론됐지만 실효성이 낮다고 보고 신속한 매각으로 가닥을 잡았다. 이미 수조원의 천문학적인 혈세가 투입된 두 항공사를 지금처럼 양 항공사 체제로 운영했다가는 지원 부담만 커질 수 있다고 봐서다. 자칫 산은 산하에서 부실이 심화했던 대우조선해양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는 것이다.

산은이 5대 그룹과 항공업을 운영하는 기업에 아시아나 인수를 타진했지만 돌아온 것은 “관심없다”였다. 코로나 이후 경영이 불확실하고 아시아나의 재무구조도 좋지 않다는 점에서다. 이런 상황에서 한진그룹이 산은이 내민 손을 잡았다. 최대현 산은 부행장은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른 국내 항공산업과 종사자 피해를 고려해 실기하지 않도록 최대한 신속히 통합작업을 준비했다”고 강조했다.

조원태 회장도 “대한민국 항공 산업을 지속적으로 성장시키고 공적 자금 투입을 최소화해 국민 부담을 덜기 위해 인수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3자 연합과도 협의”…“조원태 회장과 산은의 밀실야합”

하지만 조 회장 측과 경영권 분쟁을 치르는 ‘3자 연합’(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KCGI·반도건설)이 강력히 반대하고 있다는 점은 부담이다. 산은이 한진칼 지분을 인수하면 조 회장의 우호지분이 될 게 유력해 경영권 분쟁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산은의 자금이 현재 경영권 분쟁에서 밀리는 조 회장을 지원하는 종잣돈이 되는 게 아니냐는 시선도 있다. 조 회장 측 지분은 41.4%로 3자 연합(46.71%)에 밀리고 있다.

산은은 이런 의혹에는 선을 긋고 있다. 포스트 코로나19에 대비해 대한항공을 중심으로 항공산업을 재편하는 과정에서 컨트롤타워 기능을 하는 한진칼에 자금 지원을 했을 뿐이라는 것이다.

산은은 다양한 경영 통제장치를 뒀다고 강조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한진칼과의 투자계약을 위해 조 회장이 보유한 한진칼 지분과 향후 한진칼이 인수할 대한항공 지분을 담보로 제공받기로 했다. 윤리경영위원회를 설치해 한진그룹 일가와 경영진 윤리경영 등을 감독하도록 했다. 여기에 경영평가위원회가 통합작업과 통합 항공사 경영실적을 매년 평가해 미흡하면 경영진 해임도 추진하기로 했다. 산은은 특히 조 회장 등에게만 유리하게 의결권 행사를 하지 않고 필요한 경우 3자 연합과도 협의를 진행하겠다고 했다.

그럼에도 3자 연합은 반대 목소리를 이어가고 있다. 3자 연합의 주축인 KCGI, 일명 ‘강성부 펀드’는 이날 두 항공사 통합을 ‘조원태 회장과 산업은행의 밀실야합’이라며 거칠게 비난했다. KCGI는 “조 회장의 사적이익을 위해 국민 혈세와 주주, 임직원을 희생시키는 시도에 대해 법률상 허용되는 모든 수단을 동원해 저지하겠다”고 했다.

국내외 공정거래 당국의 승인도 관건이다. 통합 항공사의 시장 점유율은 LCC까지 포함해 지난해 기준 62.5%에 이른다. 공정위가 아시아나를 회생 불가능 회사로 판단하면 시장 경쟁을 제한해도 예외적으로 기업결합이 허용될 수 있고, 이번 항공사 통합이 사실상 정부 차원에서 추진된 것이어서 공정위 반대에 무산될 가능성은 낮다는 분석도 있다. 해외 경쟁당국의 심사까지 모두 통과해야 하는 점은 변수가 될 수 있다.

지난 2월 서울 여의도 글래드호텔에서 KCGI 주최로 열린 열린 한진그룹 정상화를 위한 주주연합 기자간담회에서 강성부 대표가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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