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 강세에 발끈’…중국에 공격 나서는 미국
달러 인덱스(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미국 달러화 가치 지수)는 23일(현지시간) 기준 현재 94.33을 기록했다. 지난 2월 기록한 52주 최저치 88.25 대비 6.9%나 오른 것이다. 달러화 가치는 상승하고 있지만, 중국 위안화 가치는 떨어지고 있다. 이날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은 위안화 기준환율을 전 거래일 대비 0.12% 오른 달러당 6.7593위안으로 고시했다. 1년 만에 최저치를 찍은 후 8거래일 만에 소폭 반등한 것이다.
가파르게 고꾸라지던 위안화가 소폭 상승한 데는 트럼프의 으름장이 있었기 때문이다. 트럼프는 지난 20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인 트위터를 통해 “중국과 유럽연합(EU), 다른 나라들이 그들의 통화를 조작하고 금리를 더 낮추고 있다”고 지적했다.
최근 금리 인상 등의 재료로 달러화가 강세를 보이고 있지만, 상대국들이 환율을 조작을 해 그 폭이 비정상적이라고 문제 삼은 것이다. 특히 이날 위안화는 하루 만에 0.9%가량 절하(6.7671위안)돼 트럼프의 심기를 불편하게 했다. 트럼프는 지난 19일에도 CNBC와의 인터뷰에서 “중국 위안화 가치는 굴러떨어지는 바위처럼 하락하고 있다”고 볼멘소리를 내기도 했다.
방관하는 중국…“가파른 환율 변화는 자국에도 피해”
반면 중국은 소리 없는 공격에 나서는 모습이다. 중국이 위안화 가치의 하락을 용인하고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환율 공격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 해석되기 때문이다. 블룸버그통신은 최근 위안화 가치가 1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지만, 중국 당국이 하락 속도를 늦추기 위해 시장에 개입하려는 징후가 보이지 않는다고 보도했다.
겅솽(耿爽)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중국은 통화를 경쟁적으로 평가절하해 수출을 늘릴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며 미국의 주장이 터무니없다는 반응을 내놨다.
미국,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나
미국과 중국이 무역에서 해결의 물꼬를 찾지 못한다면, 두 나라의 갈등은 환율로 번질 가능성이 크다. 특히 미국이 오는 10월 중국을 환율 조작국으로 지정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미국 재무부는 매년 4월과 10월 두 차례씩 환율 보고서를 발표하고 있는데, ▲대미 무역수지 흑자 200억 달러 초과 ▲경상수지 흑자 GDP 대비 3% 초과 ▲ 환율시장의 한 방향 개입 여부 GDP 대비 순매수 비중 2% 초과 등 3가지에 해당하면 환율조작국에 지정된다. 이중 2개 항목에서 기준치를 초과하면 관찰대상국으로 분류되어 조사를 받는다. 지난 4월 미국 재무부가 발표한 환율보고서에서 한국, 중국, 일본, 독일, 스위스, 인도 등 6개국이 관찰대상국으로 지정됐다.
스프레덱스의 코너 캠벨 금융 전문가는 “관세 부과로 무역전쟁을 시작한 트럼프에게 환율이 새로운 부담이 되고 있다”며 “중국과 미국이 무역 문제를 어느 정도 해결하게 된다면, 환율 전쟁으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