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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대통령은 10일 “근거 없이 적폐대상으로 몰아갔다”며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에 사과를 요구했다. 윤 후보가 집권 시 문 정권에 대한 적폐청산 수사를 하겠다는 내용의 인터뷰가 보도되고 청와대 고위관계자가 불쾌함을 표시한 지 하루만이다.
문 대통령은 “중앙지검장, 검찰총장 재직 때에는 이 정부의 적폐를 있는데도 못 본 척했다는 말인가”라 윤 후보에 따져 물었다. 이어 “아니면 없는 적폐를 기획사정으로 만들어 내겠다는 것인가 대답해야 한다”며 분노를 표했다. 질문과 함께 감정을 드러낸 것인데 작심을 하고 야당의 대선 후보를 비판한 것으로 보인다.
윤 후보에 대한 문 대통령의 비난은 청와대 내에서도 ‘예상외’라고 보고 있다. 대선을 앞두고 참모진 사이에 ‘결벽증’이라 불릴 정도로 선거중립을 수차례 강조해왔을뿐더러 현직 대통령이 야당 후보과 직접 충돌하는 것에 대한 파장을 예측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날 발언은 여당 뿐만 아니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와도 사전교감이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선거개입이 아니라 윤 후보가 대통령을 직접 겨냥한 것에 대한 반론권 행사”라며 “선거에 대통령을 끌어들이지 않을 노력은 야당도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윤 후보의 발언이)선거 전략 차원에서 발언한 것이라면 굉장히 저열하며, 소신이었다면 위험하다. 민주주의자라면 이런 발언은 하면 안 된다”고 지적했다.
민주, 친문 결집 시도… 복잡해진 대선판도
정치권에서는 문 대통령의 등판이 대선 정국에 미칠 영향에 주목하고 있다. 우선은 친문 결집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그동안 윤 후보에 상대적 열세이던 이 후보 입장에서는 호재다.
민주당은 문 대통령의 발언에 힘을 실으며 경선 이후 묘하게 갈등해온 친문과 이재명계의 화학적 결합을 시도하고 있다. 선봉은 청와대 출신 여당 의원들이다. 문 대통령의 복심이라 불리는 윤건영 의원 등 민주당 의원 20명은 기자회견을 열고 “윤 후보가 정치적 복수를 공약한 것은 한국 정치사에 처음 있는 망동”이라며 “대선 승리로 대한민국과 문재인 대통령을 반드시 지키겠다”고 말했다.
민주당 소속 의원 172명 전원은 나아가 윤 후보의 사죄 및 후보 자격 사퇴를 촉구했다. 이들은 긴급 의원총회를 열고 “윤 후보의 정치보복 선언은 헌법적 가치를 정면으로 부정하는 위헌적 발상이자 대화와 타협의 민주정치에 대한 전면적인 부정”이라며 “대한민국의 역사를 과거로 되돌리고, 대한민국을 혼란과 위기에 빠트릴 수 있는 위험천만한 정치 선동”이라고 규정했다.
문 대통령을 지근거리에서 보좌한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은 “어떤 후보도 선거를 치르면서 ‘집권하면 전 정권을 수사하겠다’는 망언을 한 적이 없다”며 윤 후보를 맹비난했다. 그러면서 “(윤 후보가 당선되면)아직껏 만나보지 못한 괴물정권을 만나게 될 지도 모른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