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LF 대책]75兆 금융상품에 ‘고위험’ 꼬리표 …“운동장 없어질라” 우려도(재종합)

  • 등록 2019-11-14 오후 6:23:10

    수정 2019-11-15 오전 8:51:00

은성수 금융위원회 위원장이 14일 정부 서울청사에서 ‘고위험 금융상품 투자자 보호 강화 위한 종합 개선 방안’을 발표하고 있다.(사진=이영훈 기자)


[이데일리 박종오 유현욱 기자] 앞으로 원금 손실 가능성이 있고 일반 투자자가 구조를 이해하기 어려운 파생 금융 상품을 ‘고위험 투자 상품’으로 분류하고 투자자 보호를 위한 규제를 대폭 강화한다. 은행이 이런 고위험 사모펀드 상품을 판매하는 것은 아예 금지하고, 개인의 사모펀드 최소 투자금액도 현행 1억원에서 3억원 이상으로 높인다.

최근 대규모 투자 손실을 낳은 해외 금리 연계 DLS 사태의 재발을 막기 위해 정부가 금융 투자 시장의 규제를 바짝 죄겠다고 나선 것이다. 그러나 저금리 고착화로 갈 곳 없는 돈이 넘치는 상황에서 이 같은 규제 강화가 금융 투자시장을 위축시켜 부동산에만 돈이 몰리는 현상을 심화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고위험 사모펀드 은행 판매 금지..펀드 최소투자액도 3억으로 높여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14일 정부 서울청사에서 ‘고위험 금융 상품 투자자 보호 강화를 위한 종합 대책’을 발표했다. 은 위원장은 “투자자 보호 장치와 금융회사의 책임을 대폭 강화하는 데 대책의 초점을 맞췄다”고 설명했다.

우선 금융 당국은 원금 손실 가능성이 큰 금융 상품 전반의 판매 규제를 강화하기로 했다. 투자자가 상품 구조를 이해하기 어렵고 원금을 보장하지 않는 DLS·ELS 등 파생 결합 증권을 ‘고난도 금융 투자 상품’으로 규정해 투자자 보호를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당국이 고난도 상품의 기준으로 제시한 원금 손실 가능성 20%가 넘는 원금 비보장형 파생 금융 상품(파생 결합 증권)의 규모는 6월 말 기준 74조4000억원에 이른다. 시장에서 발행된 전체 파생 결합 증권(116조5000억원)의 약 64%에 해당한다.

앞으로 금융회사가 이런 상품을 일반인에게 팔 땐 반드시 판매 과정을 녹취하고 최종 투자 결정까지 2일간 숙려 기간을 제공해야 한다. 또 전문 판매 자격을 가진 사람이 투자 위험을 충분히 설명해야 한다.



은행과 보험사가 고난도 투자 상품을 소수의 투자자들에게 사모펀드 형태로 판매하는 것은 전면 금지하기로 했다. 은행은 안정적인 투자를 선호하는 소비자가 주로 이용한다는 점을 고려해서다. 해외 금리 연계 DLS의 경우 우리은행·KEB하나은행 등 주로 은행 창구에서 판매가 이뤄져 예·적금을 찾는 투자자에게 초고위험 상품을 판 것은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많았다. 은행이 소비자가 맡긴 예탁 자금을 고난도 상품에 투자하는 것도 제한한다. 다만 증권 신고서 제출 등 금융 당국의 검증을 거친 일반 공모펀드와 주식·채권·부동산 등 실물이 있는 자산에 투자하는 사모펀드는 은행 창구 판매를 허용한다.

개인 투자자의 사모펀드 투자 문턱도 높인다. 전문 투자형 사모펀드의 최소 투자금액을 현행 1억원에서 3억원 이상으로 끌어올리기로 했다. 지난 2015년 최소 투자액을 5억원에서 지금의 1억원 이상으로 대폭 낮췄다가 다시 규제 강화로 돌아선 것이다. 은 위원장은 “DLS 투자자 중 손실 감당 능력이 없는데도 대출을 받거나 전 재산을 투자한 경우도 있었다”면서 “충분한 위험 감수 능력이 있는 투자자만 자기 책임 아래 사모펀드에 투자하도록 허용하겠다는 것”이라고 했다.

금융회사가 일반 투자 상품을 팔면서 반드시 녹취·숙려 기간 부여 등 투자자 보호 의무를 지켜야 하는 고령 투자자의 기준을 만 70세에서 65세 이상으로 확대하고, 정부 규제를 피하는 ‘꼼수’를 막기 위한 제도 개선도 함께 추진하기로 했다. 예를 들어 금융사가 일반 투자자를 대상으로 한 공모 상품의 경우 규제가 강하다는 점을 고려해 비슷한 상품을 여러 차례로 나눠서 규제가 느슨한 사모 상품으로 판매하는 것을 막겠다는 것이다.

또 은행 등 금융 상품 판매 회사가 자산운용사에 특정 펀드 상품 등을 만들어달라고 주문하는 등 이른바 ‘주문자 제작(OEM) 펀드’를 요구하면 판매사도 함께 제재하도록 법령을 개정하기로 했다. 현행법은 이런 OEM 펀드의 경우 자산운용사만 처벌하도록 해 DLS 사태를 사실상 주도한 은행이 법망을 피해간다는 지적이 적지 않았다.

“투자자 지켜려다 운동장(자본시장) 없앨라”

전문가들은 투자자 보호 강화의 취지에 공감하면서도 정부의 고강도 규제가 자칫 시장을 위축시킬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성태윤 연세대 교수는 “금융 상품 판매를 제한하는 것은 정부가 금융시장을 다시 통제하는 방향으로 되돌아가는 것”이라며 “당장은 아닐지라도 금융회사에 장기적으로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윤창현 서울시립대 교수는 “저금리 시대에 수익률을 높이려면 투자 원금 손실 가능성도 함께 커질 수밖에 없다”면서 “운동장에서 뛰다가 넘어질 수도 있는 건데 아예 운동장을 없애버릴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고 했다.

서영숙 숭실대 교수도 “고난도 상품의 은행 판매를 제한하는 것은 원활한 자본 공급 기능이라는 금융 산업 본연의 취지에 맞지 않는다”며 “당국이 이런 사태가 벌어졌다고 해서 투자자를 과보호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반면 규제 강화를 찬성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최영수 중앙대 교수는 “은행 진열대에 배치하는 물건은 기본적으로 조심스럽게 제재해야 한다”며 “원금 손실이 최대 10~20%를 넘는 상품은 진열대에 아예 놓지 못하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남희 금융소비자원 대표는 “이번 대책은 전반적으로 은행의 내부 통제를 강화하는 데 초점을 맞춘 것 같다”며 “이보다는 은행과 직원의 책임, 배상 책임 문제 등에 대한 기준을 구체적으로 제시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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