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부동산대출 '역대급' 연체…코로나 경제위기 뇌관 부상

美 상업용 부동산 조사기관 '트렙' 분석
6월 연체율 10% 넘어…역대 최고 근접
"코로나 이후 숙박·소매점 등 직격탄 탓"
美 부동산 연체대란 가능성의 선행지표
관건은 코로나…재확산시 위기 올 수도
  • 등록 2020-07-20 오후 6:29:19

    수정 2020-07-20 오후 9:26:50

(그래픽=김다은 기자)
[이데일리 김정남 기자] “미국의 상업용 부동산시장은 붕괴할 겁니다.”

세계적인 행동주의 투자자 혹은 악랄한 기업사냥꾼으로 불리는 억만장자 칼 아이칸이 지난 3월 경제전문매체 CNBC와 만나 한 말이다. 당시 그는 “최근 몇 년간 호텔, 쇼핑몰, 소매점, 오피스 등 상업용 부동산대출이 급증했다”며 “상업용 부동산저당증권(CMBS·상업용 부동산을 담보로 빌려준 대출채권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증권) 시장에서 지금껏 가장 큰 규모의 숏포지션(주식 등 자산을 매도한 상태)을 구축했다”고 전했다.

아이칸은 동시에 가계 주택시장에 대한 우려도 나타냈다. 그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의 주택시장 거품이 또 나타날 수 있다”고 경고했다.

美 상업용 모기지 연체율, 역대 최고 근접

아이칸의 동물적인 투자 감각이 적중하는 것일까. 미국의 부동산대출 연체율이 4월 이후 급등하면서 부동산 시장 붕괴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특히 코로나19로 경제 재가동이 더뎌지는 만큼 10여년 전 금융위기를 촉발했던 부동산이 또 뇌관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한국만큼 미국 역시 부동산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는 얘기다.

20일 미국 부동산 시장조사기관 트렙(Trepp)에 따르면 지난달 20일 기준 한달간 미국 상업용 모기지(부동산담보대출) 연체율은 10.32%에 달했다. 2012년 당시 역대 최고점(10.34%)에 근접한 수치다. 상업용 모기지 대출을 받은 100명 중 10명 이상이 연체 혹은 압류 절차를 밟고 있다는 뜻이다. 코로나19로 경제가 멈추면서 소매점, 오피스 등의 경영이 어려워졌고, 이로 인해 세입자들이 임대료를 내지 못하자 상가를 담보로 대출 받은 건물주들이 빚을 갚지 못하는 것이다.

주목할 건 그 속도다. 아이칸이 CNBC와 인터뷰했던 3월 중순 기준(트렙 통계상 3월20일) 지난 한 달 연체율은 2.07%. 지난 1년여간 연체율이 조금씩 낮아지며 안정화하는 추세였다. 그러다가 코로나19가 터지면서 부동산 부실 문제가 수면 위로 드러났다. 4월 당시 연체율이 2.29%로 소폭 오르더니, 5월 7.15%→6월 10.32%로 급등한 것이다. 가장 큰 타격을 입은 쪽은 숙박(lodging)이다. 4월 이후 코로나19 충격에 월별 연체율이 2.71%→19.13%→24.30%로 급등했다. 같은 기간 소매점(retail)의 경우 3.67%→10.14%→18.07%로 올랐다.

아직 초기 단계이긴 하다. 10.32%는 월별 연체율(month-over-month delinquency rates), 다시 말해 신규 연체를 뜻한다. 문제는 이제 시작이라는 점이다. 그 상승 폭이 워낙 크다 보니 연체 대란을 부를 선행지표로 눈여겨봐야 한다는 지적이다. 트렙은 “이번달 들어 연체율은 더 상승하고 있다”고 전했다.

또다른 변수는 밀리는 상가임대료와 높아지는 연체율이 부동산가치 자체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이다. 자산 가격 급락은 은행, 보험, 연기금 등 CMBS 시장에 들어온 기관투자자들에게 연쇄적으로 손실을 안길 수 있다. 아이칸이 CMBS 투자에서 사실상 손을 뗀 것은 이 때문이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에 마련된 ‘워크인’ 코로나19 검사소에서 지난 10일(현지시간) 보호복을 착용한 자원봉사자가 줄을 서서 순서를 기다리는 시민들을 안내하고 있다. (사진=AFP/연합뉴스 제공)


코로나 재확산…부동산 부실 뇌관 급부상

상업용 부동산뿐만 아니다. 가계 주택시장 역시 상황은 다르지 않다. 주택시장 조사기관 코어로직(Core Logic) 보고서를 보면, 4월 미국 모기지 연체율은 6.1%를 기록했다. 2016년 초 이후 4년반 만의 최고치다. 최근 미국 모기지 분석업체 블랙나이트(Black Knight)는 자체 집계한 5월 연체율이 7.76%까지 올랐다고 밝혔다. 코로나19로 일자리를 잃은 노동자들이 빚을 제때 갚지 못하고 있다는 뜻이다. 상업용과 마찬가지로 아직 한두달(30일 미만·60일 미만 기준) 수준이지만, 부동산 지표 흐름이 심상치 않다는 우려가 일각에서 나온다.

최대 관건은 코로나19다. 코로나19가 잡혀야 일자리가 늘어 소득이 생기고, 그 소득으로 상업용 시설에서 경제 활동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미국 내 상황은 어둡기 그지없다.

세계보건기구(WHO) 공식 집계에 따르면 이날 오후 4시(한국시간 기준) 현재 미국의 코로나19 누적 확진자는 389만8550명으로 나타났다. 최근 하루 사이 7만명 이상씩 늘고 있다. 플로리다주 등은 하루 만에 1만명 이상 확진 판정을 받고 있다. 이같은 흐름이라면 경제 재가동은 요원할 수 있다. 추후 미국 부동산 시장의 부실 우려가 10여년 전 글로벌 금융위기 때처럼 경제 전반을 덮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된 셈이다.

부동산투자사 콜로니얼캐피털의 톰 배럭 회장은 “코로나19 충격이 1930년대 대공황보다 클 수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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