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시가 급한데…채안펀드, 첫날부터 '삐걱'

집행 하루 전 여전채 매입 방식 변경 예고
카드·캐피탈업체, 다음주 여전채 발행 취소 '혼란'
하위펀드사 "자금 받았지만 매입 못해".. 일정도 혼선
  • 등록 2020-04-02 오후 4:48:02

    수정 2020-04-02 오후 7:38:07

[이데일리 김인경 김범준 기자] 정부가 코로나19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20조원 규모로 출시한 채권시장안정펀드(채안펀드)가 첫날부터 삐걱대고 있다. 매입 조건을 하루전 급박하게 바꾸면서 거래일정이 뒤로 밀렸기 때문이다. 한시가 급한 카드·캐피탈업계는 여전채 발행일정을 뒤로 미뤄야 하는 상황에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금융업계에 따르면 채안펀드는 2일부터 여전채 매입을 시작할 계획이었지만 전날(1일) 오후 갑자기 여전채 입찰 방식을 변경하겠다고 통보했다.

당초 업계에서는 채안펀드가 여전채를 민평 금리 수준에서 매입을 할 것으로 예상했다. 채안펀드 자체가 시장 안정화를 위해 설정된데다 2008년에도 시장 금리에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이 같은 방식으로 매입을 해왔기 때문이다. 실제로 일부 펀드매니저들은 채안펀드에 민평 수준 금리에서 여전채 매입을 권고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매입 시점을 앞두고 채안펀드는 비딩(입찰)방식으로 선회했다. 여전채는 일반 회사채와 달리 수요예측을 하진 않는다. 대신 발행사와 인수를 하는 증권사가 금리를 대략 협의해 채권을 발행한다. 이 가운데 신규 여전채 발행물량 절반을 소화하기로 한 채안펀드가 민평금리보다 높은 금리를 요구하며 더 싼 가격에 여전채를 매입하기로 했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채안펀드가 민평 +20~30bp(1bp=0.01%포인트)를 요구했다고 구체적인 숫자도 오갔다. 한 업계 관계자는 “채안펀드가 시장안정화보다는 수익성에 초점을 두겠다는 것인지 뭔지 모르겠다”고 푸념했다.

이 같은 분위기 속에 일부 카드·캐피탈 업체들이 바로 다음 주 여전채 발행을 보류했다. 보류한 업체는 6곳에 이른다. 발행 규모는 업체마다 다르지만 200억~600억원 수준이다.

발행을 계획했던 한 여신업체는 “채안펀드 세부 가이드라인이 확정되지 않았다고 해서 발행을 보류한 것”이라며 “가이드라인을 곧 내놓는다고 하니 일단 다시 확인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여신업계 관계자 역시 “취소는 아니고 발행 보류다. 지금 우리로선 발행으로 조달을 해야 하는데 취소를 할 리가 없지않느냐”라면서도 “(채안펀드가) 금리를 너무 높게 부르고 있다”라고 불만을 드러냈다. 또 다른 여신업체 역시 “그냥 시장에 그냥 내놓는 것과 뭐가 다른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실제로 금융당국은 2일부터 채안펀드를 통한 여전채 매입을 시작하겠다고 밝혔지만 이날 자금은 집행되지 않았다. 현재 채안펀드 전체 운용은 IBK자산운용이 하는 가운데 여전채 자(子)펀드 운용은 KB운용과 하나UBS운용이 맡고 있다.

관계자는 “자금은 이미 받았지만 구체적인 지침이 내려오지 않아 오늘 (매입은) 집행하지 않았다”라고 말했다. 매입은 여전채 매입 가이드라인이 나오는 9~10일께나 이뤄질 전망이다.

시장에서는 카드·캐피탈 업체들의 자금 공급이 하루라도 빨리 이뤄져야 하는 만큼, 당국이 빠르게 업계와 의견을 수렴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여전채를 시작으로 회사채 매입 전체 일정이 늦어지면 시장의 혼란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금융위는 이와 관련해 “시장 조달 노력이 선행돼야 하는 만큼 금리나 보증료율, 만기 등을 시장보다 좋은 조건에서 제시할 순 없다”면서 “여전채 매입을 보류한 것은 아니며 현재 금리 등 매입 조건을 협의 중“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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