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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를 두고선 경찰이 당초 “작전하듯 집행하지 않겠다”고 공언한 데다 실제로 현장에서도 집행을 밀어붙이려는 모습을 보이지 않아 향후 법원에서 영장을 재발부받기 위한 명분쌓기용 액션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그러나 경찰이 법원이 부여한 약 한달 간의 집행기간에도 집행을 성공시키지 못한 데다 부검시도를 두고 여론이 크게 나빠진 상황에서 법원이 다시 협조할 지는 불투명해 보인다.
警 “정당성 확보 위해 노력” 한달간 시도들 번번히 ‘무산’
경찰은 이날 오후 3시 홍완선 서울 종로서장의 현장 지휘로 형사 100여명과 경비경력 약 900명 등 총 1000여명을 빈소가 있는 서울대병원 주변에 배치, 영장집행을 시도했지만 2시간여만인 오후 5시 45분쯤 철수를 선언했다. 이날 경찰의 집행시도 소식이 전해지자 유족과 투쟁본부, 일반 시민 등 총 600명 가량이 신속히 집결해 방어에 나섰다.
이들은 “살인정권 물러가라”·“부검 말고 특검하라” 등의 구호를 외치며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으로 향하는 길목에서 서로 팔짱을 낀 채 ‘인간 스크럼’을 구축, 경찰의 진입시도를 몸으로 막았다.
이날 영장집행 시도는 두번째다. 앞서 경찰은 지난 23일 오전 10시 경력 900명 가량을 서울대병원 인근에 배치하며 부검영장 집행을 시도했지만 유족 측과 투쟁본부 등의 강력한 저항 때문에 3시간여만에 철수한 바 있다.
홍완선 서장은 부검영장 집행을 위한 유족의 협조를 다시 당부하기 위해 왔다고 했지만 강행 의사는 내비치지 않았다. 대신 유족이 지난 한달간 정당한 공무집행을 실력으로 저지했다며 유감을 표명했다.
경찰은 지난달 29일 법원이 발부한 영장이 ‘유족과의 협의’ 등 조건을 첨부하자 그동안 6차례에 걸쳐 유족에 협의요청 공문을 보냈다. 또 지난 13일과 17일에는 홍완선 종로서장과 장경석 서울지방경찰청 수사부장이 각각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을 찾아 유족을 만나려 했지만 퇴짜맞았다. 경찰은 법원이 제시한 조건을 충족하기 위해 할 만큼 했다는 입장이다.
백씨의 딸 도라지씨는 이에 대해 “경찰이 물러가면서 ‘사인 논란은 투쟁본부 책임’이라는 얼토당토 않은 소리를 했다고 한다”며 “‘적반하장’이 몇 번인지 모른다. 경찰은 가해자이자 피의자 입장을 잊지 말고 잘 처신했으면 한다”고 받아쳤다.
유족과 투쟁본부, 시민 등은 이날 저녁 서울대병원에서 촛불문화제를 열어 영장집행 저지 성공을 자축할 계획이다.
영장 재신청 가능성…법원 수용은 미지수
경찰이 부검영장 집행에 결국 실패했지만 이대로 포기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전과 다른 ‘조건없는’ 부검영장을 다시 신청할 가능성이 점쳐진다. 홍 서장은 “(영장 재신청은)검찰과도 협의해야 할 문제이며 신중히 결정하겠다”며 말을 아꼈다.
검찰 관계자는 경찰의 영장 재신청 가능성에 대해 “협의는 검찰이 아니라 유족과 해야하는 것 아닌가. 특별히 (입장을) 말씀 드리기 어렵다”며 미온적 반응을 보였다.
경찰이 검찰의 허가를 받아 부검영장을 다시 신청하게 되면 공은 다시 법원으로 넘어간다. 그러나 법원이 경찰의 신청을 또 받아줄 지는 미지수이다.
앞서 법원은 지난달 25일 경찰의 1차 부검영장 신청을 기각했다. 이어 같은달 29일 경찰의 2차 신청에 대해선 추가 소명자료 등을 요구한 끝에 매우 이례적으로 ‘유족과 협의해야 한다’ 등의 조건을 단 영장을 발부했다.
경찰은 백씨 사인을 명확히 규명하기 위해선 부검이 필요하다며 법원의 영장발부를 요구했다. 그러나 경찰이 지난해 11월 민중총궐기 집회당시 작성한 상황보고서에서 백씨의 사인을 ‘외인사’로 자체적으로 파악한 것이 드러나면서 이러한 주장은 설득력을 크게 잃은 상태다.
익명을 요구한 법원 관계자는 사견을 전제로 “경찰이 시한 내에 집행을 하지 않고 영장을 재신청하는 것은 결국 부담스러운 문제를 법원으로 떠넘기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백씨는 지난해 11월 14일 열린 민중총궐기 집회에서 경찰이 직사한 물대포를 맞고 의식을 잃은 뒤 317일만인 지난달 25일 숨을 거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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