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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 동서남북] ‘국민당 주식회사’ 오명 벗을 것인가

  • 등록 2016-02-04 오후 6:32:47

    수정 2016-02-05 오전 8:15:03

새 입법원이 2월 들어 정식 출범하면서 국민당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다수석을 장악하고 있는 민진당이 국민당을 겨냥해 정당 재산을 투명하게 운용하도록 하는 개혁 법안을 마련하고 있기 때문이다. 경우에 따라서는 국민당 재산이 몰수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 차이잉원(蔡英文) 총통 당선자도 이번만큼은 국민당 재산 문제에 대해 그냥 넘어가지 않겠다고 벼르고 있다.

문제가 되는 것은 국민당 재산의 상당 부분이 지난날 제2차 대전에서 패망한 일본이 쫓겨가면서 남겨둔 식민지배 당시의 재산을 그대로 차지한 것이기 때문이다. 정부로 귀속돼야 할 재산이 정당에 편입됐다는 사실부터가 문제다. 국민당이 정부를 대표하고 있었으므로 서로의 경계가 모호했던 시절에 일어난 얘기다. 민진당이 국민당의 재산환수 문제를 역사적인 정의구현 차원으로 접근하고 있는 이유다.

국민당이 보유한 재산 자체가 상상을 넘어선다. 대만의 모든 정당은 내무부에 재산을 신고해야 하는데, 국민당이 지난해 신고한 바에 따르면 268억 대만달러 규모에 이른다. 원화 기준으로 환산하면 1조원에 약간 못 미치는 9600억원 규모다. 세계 각국의 정당 중에서 가장 부유한 정당으로 꼽힐 만도 하다. 심지어 ‘국민당 주식회사’라는 부정적인 별칭으로 불릴 정도다.

국민당은 지난해에도 15억4000만 대만달러의 수입을 기록했다. 입법원 의석 배분에 따른 정부 보조금과 정치자금 모금 수입도 적지 않지만 보유 부동산에 대한 재산신탁 수입이 훨씬 더 많다. 지난해 수입 중에서 9억8000만 대만달러가 재산신탁 수입이었다. 민진당의 전체 수입(4억4000만 대만달러)이나 대만단결연맹(7300만 대만달러), 친민당(3900만 대만달러)보다도 월등히 많은 액수다.

민진당이 마련하고 있는 법안은 정당의 회계 투명성을 보장하고 이익 투자를 금지하며, 부동산 취득을 금지하는 내용으로 되어 있다. 정당이 비영리 조직이므로 사업체를 운영하지 못하도록 히는 것은 상식적인 조치다. 그러나 국민당의 경우 신탁재산에 대한 배당을 받는다는 점에서 영리활동과의 관련성을 부인하기 어렵다. “정당의 영리활동은 민주주의의 암적 존재이므로 엄격히 규제돼야 한다‘는 게 민진당의 주장이다.

국민당은 이처럼 여론의 눈총을 받게 되자 한때 재산 처분을 시도하기도 했다. 지난해 12월 타이베이와 타이중(台中), 창화(彰化) 지역 소재의 부동산 40여 건을 일반에 매각한다는 광고를 신문에 낸 것이다. 이 광고에는 팔라우의 리조트호텔 지분을 처분한다는 내용도 함께 실려 있었다. 남태평양에 위치한 작은 섬나라에까지 국민당의 이해관계가 미치고 있는 것이다. 팔라우는 현재 대만이 외교관계를 맺고 있는 22개 수교국 가운데 하나다.

이런 움직임에 대해 민진당이 반발한 것은 당연했다. “국민당이 선거에서 불리해지니까 정권교체를 앞두고 재산 매각에 나선 것”이라며 “이들 부동산을 매입할 경우 차후 불이익을 받을 수도 있으니 염두에 두어야 한다”며 경고하고 나섰다. 국민당 재산을 구매하는 개인이나 기업에 대해서도 사회적 책임과 윤리를 따지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것이다.

민진당은 이미 2000년부터 2008년까지 이어진 천수이볜(陳水扁) 총통 집권 시절에도 국민당 재산에 대해 손을 대려 했으나 뜻을 이루지 못했다. 입법원에서의 여소야대로 표대결에서 이길 수가 없었던 결과다. 하지만 이번에는 입법원에서도 113석 가운데 68석의 과반 의석을 확보함에 따라 확실히 따지겠다며 다짐하고 있다. 특히 천수이볜이 퇴임 이후 부정부패 혐의로 사법처리됐던 만큼 비슷하게 되갚아 주겠다는 보복심리도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이다.

그러나 국민당도 나름대로는 대응 태세를 갖춰놓고 있다. 현재 보유하고 있는 재산만큼은 대부분 합법적으로 취득한 것이라는 주장이다. 과거 천수이볜 총통 당시 민진당이 문제를 제기하고도 건드리지 못한 것이 취득과정에 하자가 없는 것으로 밝혀졌기 때문이라고 내세운다. 선거에 패배했다고 해서 재산에 있어서까지 마녀사냥식으로 다루겠다고 접근하는 자체가 잘못이라고 맞서고 있다. 이미 롄잔(連戰)과 마잉지우(馬英九)가 주석을 지내던 기간에 의혹의 소지가 있는 재산에 대해서는 상당히 처분한 것으로도 전해진다.

대표적인 사례가 라디오 방송국인 중국광파공사(中國廣播公司)의 경우다. 1928년 국민당에 의해 난징(南京)에서 설립된 방송국으로, 1949년 국민당 정부가 대만으로 쫓겨오면서 함께 옮겨왔다. 영화사인 중국녹음실(中影錄音室)이나 중국TV(中國電視公司)도 사정은 비슷하다. 공산당 세력에 대항하기 위해 국민당이 주도적으로 이끌어가는 과정에서 소유권이 그대로 굳어지고 말았다. 이들 법인들의 지분이 차례로 일반에 매각되긴 했으나 국민당과의 관계가 완전히 끊어진 것은 아니다.

국민당 당내에서도 현재의 재산 목록을 명확히 국민들에게 공개하고 국가에 넘겨줘야 할 것은 넘겨줘야 한다는 주장이 부분적으로 제기되기도 한다. 이번 총통선거에 후보로 나섰던 전임 주리룬(朱立倫) 주석만 해도 지난해 주석 선거에 나서면서 당 보유 재산의 사회 환원을 약속했던 바 있다. 당이 보유한 재산 모두를 완전히 신탁에 맡겨야 한다는 대안도 제시되고 있다.

현재 국민당은 총통 및 입법원 선거에 패배한 이후 당내 개혁을 통해 새로운 도약을 다짐하고 있다. 국민들의 인식 변화에 맞춰 당의 정체성을 새로 정립하는 것은 물론 당내 민주화를 이뤄야 하며 젊은 세대 영입에도 적극 움직여야 한다는 방안들이 두루 제시된다. 차기 주석 선거도 내달 26일로 예정되어 있다. 그중에서도 가장 시급한 것이 바로 재산을 어떻게 처리해야 하는 문제다. 이번에는 ‘국민당 주식회사’라는 오명을 벗을지 지켜보게 된다. 허영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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