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년전 격변의 시대, 서화 지킨 서화협회원들 한자리에

예화랑 '회, 지키고 싶은 것들'
첫 서화협회전 개최 100주년 기념
서화협회전 발기인들·후배들 작품 모아
  • 등록 2021-03-29 오후 6:13:09

    수정 2021-03-29 오후 6:13:09

[이데일리 김은비 기자] 지금으로부터 100년 전인 1921년 한국 최초의 근대적 미술 단체인 서화협회는 서울 중앙중학교 강당에서 첫 전람회인 서화협회전을 개최한다. 협회전은 이전까지 궁궐 혹은 양반 중심으로만 개최됐던 미술 전시와 달리 공공을 대상으로 개최됐다. 일제강점기와 3.1운동 등으로 사회가 전반적인 침체에 빠져있던 당시에 이 참신한 시도는 조선 서화계에 새로운 바람을 불러일으켰다. 전시는 3일만에 무려 2300명의 관람객이 전시장을 찾을 정도로 붐비며 성황을 이뤘다.

일제강점기 격변의 시대에 우리 고유의 글씨와 회화가 사라질 것을 우려했던 서화협회는 전람회를 통해 서화를 공부하고, 이를 여러 사람에게 알려 후대에 계승하고자 했다. 이들은 전시에 안평대군, 정선, 김정희 등 선조들의 작품을 전시해 선인의 정신을 계승하겠다는 협회의 취지를 드러냈다. 또 전시에 전시한 작품 100여점 중 60여점은 비회원의 작품으로 구성해 신진화가들을 양성하고자 했다.

안중식, 성재수간, 종이에 수묵담채, 24x36c, 1910년대 중엽 작품 추정(사진=예화랑)
이 같은 서화협회의 노력으로 1923년 열린 제 3회 서화협전은 훗날 한국화단을 이끈 이상범의 ‘해진 뒤’, 변관식의 ‘어느골목’ 등이 출품되기도 했다. 서화협회전은 1936년 15회를 마지막으로 마무리를 짓지만, 한국 근대 미술사에서 그 의미가 남다른 이유다.

올해 서화협회전 개최 100주년을 기념해 서화협회의 정신을 이어받기 위한 전시가 개최된다. 서울 강남구 가로수길에 위치한 예화랑은 오는 4월 1일부터 4월 24일까지 ‘회:지키고 싶은 것들’을 선보인다. 김방은 예화랑 대표이사는 29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100년 전 어려운 시기에 전시를 열고 후학을 양성하고자 했던 서화협회인들의 예술에 대한 사랑을 느끼고 그 정신을 계승하고자 했다”며 전시 기획의도를 설명했다.

이번 전시에서는 1918년 창립된 서화협회 발기인들인 심전 안중식, 위창 오세창, 해강 김규진 등의 작품들과 서화협회에서 그림을 배운 이당 김은호, 소정 변관식 등이 1880년대부터 1960년대에 그린 서화 38점을 선보인다. 작품들은 자유롭고 다채로운 당시의 수묵필치를 보여준다. 과거 사진을 현대적으로 오마주하는 사진작가 이상현의 작품 8점도 함께 선보인다.

소림,심전,소호,해강,관재의, 10곡병풍, 각 폭 52.5x23.5cm(한 쪽 126.5x36.5cm), 1910년대 후반 작품 추정(사진=예화랑)
서화협회는 어려운 시간 속 미술인들의 결속체였던 만큼 작품에서도 이들의 협업을 확인할 수 있다. 김 대표 이사는 “흥미롭게도 당시 서화협회원들은 병풍을 공동으로 제작했다”며 이번전시에서 이들의 병풍 2점을 선보였다. 조석진, 안중식, 김응원, 김규진, 이도영 5인이 그린 10곡 병풍은 힘찬 난은 물론 국화 꽃, 대나무 화로 등 각자의 개성을 살린 그림들이 한폭한폭 담겨있다.

후학을 양성하고자 했던 서화협회의 정신을 계승하고자 이번 전시에서는 현재 활동하고 있는 이상현 작가의 작품도 선보인다. 이상현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 1906년 주일 독일대사관인 헤르만 산더가 길주를 답사하며 남겼던 산골장터 사진에 몽유도원을 상징하는 복숭아꽃을 합성한 ‘조선의 봄’을 대표작으로 선보였다. 그는 “주권을 빼앗긴 당시 조선인들이 봄을 기다리는 마음이 마치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 몽유도원을 꿈꾸는 것과 비슷하게 느꼈다”며 작품의 의도를 전했다.

이상현, 조선의 봄, digital c-print, 110x172cm, 2008(사진=예화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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