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종 공무원 첩보 입수하고도 5시간 '무대응'…軍 막을 수 없었나(종합)

軍, 첩보 통해 관련 상황 파악하고 있었던듯
언론엔 사망 하루 지나 "北 발견 정황" 언급만
첩보 자산 보호 중요성 등 이유로 즉응 대응 안해
관련 첩보 및 정보 종합 분석, '자진 월북' 추정
  • 등록 2020-09-24 오후 5:10:39

    수정 2020-09-24 오후 9:09:08

[이데일리 김관용 기자] 정부가 북측 해역에서 우리 국민이 북측 선박에 발견된 정황을 파악하고도 참사가 벌어질 때까지 5시간 동안 이렇다 할 대응을 하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4일 합동참모본부 설명에 따르면 실종자 A(47)씨는 실종 신고 접수 하루 뒤인 22일 오후 3시 30분께 황해도 등산곶 인근 해상에서 북한 수산사업소 선박에 최초 발견됐다. 실종 지점으로부터 북서쪽 약 38㎞ 떨어진 곳이다. 이는 군 첩보를 통해 입수한 정보다. 당시 A씨는 구명조끼를 입고 부유물에 올라탄 채 ‘기진맥진’한 상태였다고 한다.

북한 선박은 A씨를 해상에 그대로 둔 채 방독면과 방호복을 착용한 선원이 월북 진술을 들은 정황을 군은 포착했다. 관련 첩보를 인지한 시간은 오후 4시 40분께로 이 시간 이후부터 군은 실종 당사자로 특정한 것으로 보인다. 5시간 정도 지난 오후 9시 40분께 북한군 단속정이 출동해 A씨에게 총격을 가했다. 오후 10시 11분에는 시신에 기름을 붓고 불태웠다. 연평부대 감시장비에서 시신을 불태우는 불빛이 관측되기도 했다. 총격 직전 해군 계통의 ‘상부 지시’가 이뤄졌다고 군 관계자는 전했다.

안영호 합동참모본부 작전본부장이 24일 국방부 청사에서 연평도 인근 해상 실종자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국방일보]
“첩보 자산 보호 중요…즉시 대응 어려웠다”

그러나 첩보 수준이라고 하더라도 전날 오후부터 대대적인 수색작업이 이뤄지고 있던 상황이었다. 남북간 핫라인이 단절됐다고 해도 공용 주파수를 통해 모든 선박이 교신할 수 있는 국제상선망으로 북측에 남측 인원임을 알릴 수도 있었다. 게다가 사건이 발생한 지역은 군사적 긴장도가 높은 서해 북방한계선(NLL) 인근이다. ‘특이 동향’에 대해 의심을 하고 확인 노력을 했어야 한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이에 대해 군 관계자는 “북한측 해역에서 발생한 사안이기 때문에 군사작전을 하기 어려웠고, 당시에는 해상 위치를 파악하지 못했다”고 했다. 관련 첩보들을 종합적으로 분석해 역추적한 결과 A씨가 특정된 것으로, 당시에는 판단하기 힘들었다는 설명이다. 특히 군 관계자는 “우리측 첩보 자산이 드러날까 봐 염려된 측면도 있었다”면서 “우리가 바로 (첩보 내용을) 활용하면 앞으로 첩보를 얻지 못한다. 과거 전사를 보면 피해를 감수하고도 첩보 자산을 보호한 사례가 있다”고 해명했다.

정부의 늑장대응 지적도 나온다. 22일 밤 A씨의 피격 및 시신을 불에 태운 정황을 인지한 직후인 23일 오전 1시께 외교안보 수장들이 청와대로 소집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23일 오후 국방부는 “22일 오후 실종자가 북한 해역에서 발견된 정황이 포착돼 정밀분석 중에 있다”며 생사 여부는 확인할 수 없다고만 했다. 이후 군 당국은 23일 오후 4시 45분께 유엔사를 통해 북측에 대북 전통문을 보내 실종 사실을 통보하고 이에 관련한 답변을 요구했다. 이날 현재까지 아무런 답변이 없는 상황이다.

문재인 대통령에게 첫 보고가 이뤄진 시점에 대해 청와대는 “첫 첩보 입수 당시 신빙성 있는 것으로 보기 어려웠다”면서 “첫 보고는 23일 오전 8시 30분 대면으로 이뤄졌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대면 보고를 받은 뒤 “정확한 사실을 파악하고 북에도 확인하라. 만약 첩보가 사실로 밝혀지면 국민이 분노할 일”이라며 “사실관계를 파악해 있는 그대로 국민에게 알리라”고 지시했다.

軍 첩보 종합 분석…‘자진 월북’ 판단

군 당국은 당시 상황과 첩보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해 실종된 A씨가 자진 월북을 시도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A씨가 구명조끼를 입은 채로 부유물에 올라타 북측 해역에서 발견 된 점, 선박에 신발을 벗어두고 간 점, 북측 발견 당시 월북 의사를 표명한 정황 등을 판단 근거로 제시했다.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사무처장인 서주석 청와대 국가안보실 1차장이 24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연평도 실종 공무원 피격 사망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북한군이 비무장 상태의 우리 국민을 사살 후 불태우는 반인륜적 만행을 저지른 배경에는 강화된 코로나19 방역 차원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앞서 로버트 에이브럼스 주한미군사령관은 지난 10일 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주최 화상토론회에서 북한이 코로나19 유입을 막기 위해 국경 지역에 특수부대까지 동원하고 있다며 불법 월경자들에 대한 사살 명령이 내려졌다고 밝힌바 있다.

실제로 미국의소리(VOA) 방송은 밀수를 강행하던 주민 6명이 지난 6월께 사살됐고, 최근에는 탈북을 강행하던 중개인과 주민 6명이 현장에서 사살됐다고 보도했다. 지난 7월에는 탈북민이 군사분계선(MDL)을 넘어 월북한 사건을 계기로 북한은 국가비상방역체계를 최대비상체제로 전환한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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