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독감 백신 공포’ 누가 키웠나

상온 노출, 백색 입자에 이어 불신 팽배
언론은 중계보도로 불안감 부채질
정부, 백신에 대한 투명한 검증해야
  • 등록 2020-10-26 오후 7:58:03

    수정 2020-10-26 오후 7:58:03

[이데일리 왕해나 기자]독감 백신의 상온 노출, 백색 입자, 접종 이후 사망사고까지. 국민들 사이에 ‘백신을 맞고 죽을 수도 있다’는 공포가 퍼지고 있다. 백신 관련 사망자가 50명을 넘어서면서 노약자들도 줄줄이 백신 접종을 취소하거나 미루고 있는 상황이다. 불안감을 잠재우지 못하면 코로나19와 독감이 동시에 유행하는 ‘트윈데믹’이 현실화할 수도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만 62∼69세 대상 인플루엔자(독감) 백신 무료접종이 시작된 25일 오전 서울 강서구 한국건강관리협회 서울서부지부에서 백신을 맞기 위해 줄을 서고 있다. (사진=이영훈 기자)
독감 백신에 대한 국민적 불신은 정부와 백신업체의 안일한 백신 유통과 관리에서 시작된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최저가 입찰제를 고집하다 보니 백신 관련 경험이 부족한 신성약품이 선정됐고 사상 초유의 상온 노출 사태가 일어났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얼마 후 주사제에서 항원단백질 응집체로 추정되는 백색입자가 발견되며 61만5000개 제품이 회수되는 일도 일어났다.

이미 코로나19 대유행으로 국내에서 475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상황이다. 국민들의 신경은 잔뜩 곤두섰다. 자라 보고 놀란 가슴이 안전성이 입증된 것으로 알려진 솥두껑, 독감 백신을 보고도 놀라는 심정이다.

놀란 가슴에 부채질을 한 데는 언론의 책임이 크다. ‘경남서 독감백신 접종 80대 숨져’, ‘전북서 또 독감 백신 접종한 80대 여성 숨져’. 언론들은 하루에도 몇 번이나 알림을 울리며 독감 백신 관련 사망자들을 중계하듯 보도했다. 백신과 사망 사이의 인과관계가 과학적으로 증명되지 않았음에도 사망사례 전부를 마치 백신으로 인한 사망처럼 이야기하고, ‘백신에 균이 있었다’, ‘중국산 백신 원료였다’는 등의 확인되지 않는 가설들을 내놨다.

국민들의 놀란 가슴을 진정시키지 못하는 것은 정부도 마찬가지다. 며칠 동안 “백신과 사망 사이의 인과관계가 낮으니 안심하고 접종하라”는 말을 반복할 뿐이다. 질병관리청에서는 “지난해에도 70대 이상의 노인이 하루에 560명 사망했다”거나 “지난해도 접종 후 일주일 안에 숨진 65세 이상이 1500명” 정도의 설명을 내놓고 있다. ‘지난해와 비슷하니 안심하라’는 정도의 설명으로 불안감을 잠재우는 데는 역부족이다.

정부와 언론에게 ‘자라가 아닌 솥뚜껑’임을 증명할 수 있는 지혜가 필요하다. 보건당국은 백신 유통과정에 문제가 있거나 백신 자체에 결함이 있을 가능성에 대해 의혹이 남지 않도록 철저히 검증하고 투명하게 공개할 필요가 있다. 언론도 사망자에 대한 경마식 보도보다는 사태 원인에 대한 국민적 관심사를 보도하는데 좀 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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