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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정남 기자] ‘올해 11월에는 기준금리 인상에 나서겠지만, 내년 통화정책방향은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18일 기준금리를 연 1.50%로 동결한 이후 기자간담회에서 했던 언급은 이렇게 요약된다. 11월 금통위 때 1.75%로 올릴 것임을 강력히 시사한 것이다. 통화정책을 통해 금융안정을 도모할 때라는 판단에서다.
금통위 내에서 동결이 아닌 인상을 주장한 ‘소수의견’도 2명 등장했다. 소수의견이 2명 나온 건 한은이 콜금리로 통화정책을 변경한 지난 1999년 이후 14차례에 불과할 정도로 이례적이다.
“美 12월 금리인상 국내 영향에 유념”
이 총재의 기자간담회는 시종일관 ‘금융안정’을 키워드로 진행됐다. 한은법상 통화정책 목표인 물가안정과 금융안정 중 후자를 더 신경 쓰겠다는 의미다. 가계부채 누증이 심화하고 미국과 금리차(현재 0.75%포인트)가 벌어지는데 따른 부작용을 경계하겠다는 것이다. 그는 “종전보다 금융안정에 더 역점을 둬야 할 상황”이라고 콕 집어서 강조했다.
이 총재는 “가계부채는 정부의 노력으로 증가세가 둔화하고 있으나 소득증가율을 웃돌고 있다”며 “중장기적으로 경제에 부담을 주는 것이어서 가계부채 증가율은 더 낮춰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통화당국도 금융안정 리스크를 유념해야 할 단계”라고도 했다.
2명이 소수의견을 낸 것도 인상 의지를 드러낸 방증이다. 소수의견은 7명의 금통위원 중 일부 위원이 기준금리 결정 사항과 다른 견해를 피력하는 것이다. 2명이 소수의견을 동시에 낸 건 2015년 3월 금통위 이후 3년7개월 만이다. 당시 기준금리는 인하됐는데, 정해방 위원과 문우식 위원은 동결을 주장했다. 한은이 1999년 5월 콜금리목표제를 도입한 이후 20년 가까운 기간 중 2명이 소수의견을 낸 건 이번이 14번째다.
소수의견은 통상 기준금리 변경의 신호로 받아들여 진다. 채권시장 한 관계자는 “(당연직 금통위원인) 한은 총재와 부총재만 마음을 먹으면 4:3으로 곧바로 인상할 수 있는 구조가 됐다”고 평가했다.
금통위는 통화정책 판단 문구도 매파적으로 바꿨다. 8월만 해도 “완화 정도의 조정 여부를 신중히 판단해 나갈 것”이라고 했지만, 이번에는 ‘신중히’ 문구를 뺐다. 이 총재는 “금융안정에 유의해야 하는 단계가 가까워진 것”이라고 했다. 다분히 의도된 수정이었다는 것이다. 강승원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매파(통화긴축 선호)에 가까운 회의였다”고 판단했다.
한·미 금리差, 재역전 하기엔 역부족
다만 우려되는 건 내년이다. 한은은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2.9%에서 2.7%로 0.2%포인트 하향했고, 내년 전망치도 2.7%로 제시했다.
이같은 경기 둔화 조짐에서 한은이 인상 기조를 유지하기는 쉽지 않다. 많아야 1~2번 올릴 수 있을 것이라는 게 시장의 인식이다. 허태오 삼성선물 연구원은 “적어도 내년 상반기까지는 추가 인상이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반면 미국의 긴축 속도는 내년에도 가파를 가능성이 높다. 한은 뉴욕사무소의 최근 설문 결과, 주요 투자은행(IB) 16곳 중 5곳은 내년 4회 인상을 점쳤다. 상단 기준으로 3.50%에 이른다. 3회 인상을 점친 IB도 4곳이나 됐다. 한은 통화정책은 갈수록 딜레마에 빠질 수 있다.
시장도 이에 반응했다. 서울채권시장에서 한은 통화정책에 민감한 국고채 3년물 금리는 전거래일 대비 4.2bp(1bp=0.01%포인트) 하락한(채권가격 상승) 1.981%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달 18일(1.980%) 이후 한 달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장기물인 국고채 10년물 금리도 4.8bp 내린 2.293%에 마감했다. 또다른 시장 인사는 “연내 인상은 이미 가격에 반영돼 있다”며 “내년 추가 인상이 어렵다는 인식이 영향을 미친 것”이라고 했다.
이 총재는 이날 내년 통화정책 방향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11월 인상에 나선 이후 내년 밑그림을 제시할 것으로 점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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