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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오현주 선임기자] 한눈에 알아봤다. 멋대로 뻗친 푸른잎 사이로 노란꽃이 흐드러졌다는 것. 그런데 이 화단, 단순치 않다. 덩어리져 뒤엉킨 물감과 민첩하게 지나간 붓자국. 움직이는 중이다. 그것도 빠르게.
과감한 붓질은 젊은 화가 김미영(33)의 손끝에서 나왔다. 오래전 기차 창밖으로 이런 풍경을 봤단다. 철조망을 뒤덮은 장미정원 너머로 흐르는 환상적인 이미지. 동명연작 중 한 점인 ‘화가의 정원’(The Painter’s Garden·2017)도 거기서 나왔다. ‘보고 그리지 않는 나만의 세계’라고.
한국화를 전공하면서 늘 재료를 고민하다가 뒤늦게 수묵·분채를 던져버리고 아크릴·유화물감을 잡은 ‘용기있는’ 작가다. ‘빨리’ 혹은 ‘빠른’ 그림을 그리고 싶었다고. 그래선가. 그림의 속도감은 작업시간에도 그대로 나타난다. 구상은 한참이지만 스케치도 없이 일단 붓을 잡으면 3~4시간이면 완성을 본단다.
25일까지 서울 종로구 율곡로 이화익갤러리서 여는 개인전 ‘웨트 온 웨트’에서 볼 수 있다. 캔버스에 유채. 45×53㎝. 작가 소장. 이화익갤러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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