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백질 분석해 신약개발하는 세계강소기업...크리스탈지노믹스

[바이오프론티어]②크리스탈지노믹스
방사광가속기 이용 단백질 입체구조 분석
후보물질 경우의 수 줄여 성공가능성 높여
조중명 대표, LG생명과학 연구소장 출신
  • 등록 2017-10-02 오전 6:07:00

    수정 2017-10-02 오전 6:07:00

조중명 크리스탈지노믹스 대표가 실험실에서 포즈를 취했다.(사진=크리스탈지노믹스)
[이데일리 강경훈 기자] 지난 2003년 세계적인 학술지 네이처 9월호 표지에 3차원 분자 구조 모형이 실렸다. 발기부전을 일으키는 ‘PDE-5’ 효소의 결정구조다. 이 효소가 증가하면 음경 근육이 이완돼 발기가 풀린다. 비아그라나 시알리스 같은 발기부전약은 이 효소의 작용을 막아 발기상태를 유지한다. 하지만 어떤 원리로 약 성분이 PDE-5 효소를 억제하는지는 수수께끼였다.

국내 바이오벤처인 크리스탈(083790)지노믹스가 포항의 방사광가속기로 PDE-5 효소의 구조를 분석해 이 원리를 밝혀낸 것이다. 방사광가속기는 전자를 빠른 속도로 가속시켜 빛을 방출해 끊임없이 움직이고 있는 원자나 분자를 수천분의 1초 단위로 관측하는 장비로 이를 이용하면 세포 속 단백질의 구조를 파악할 수 있다. 조중명(70·사진) 크리스탈지노믹스 대표는 “발기부전약이라는 열쇠가 PED-5라는 자물쇠의 어느 위치에 어떻게 결합하는지 밝힌 것”이라고 말했다.

발기부전치료제의 원리를 분자구조 모형으로 설명해 네이처 표지에 실렸다.(사진=크리스탈지노믹스 제공)
◇단백질 구조분석 기반 신약개발 특화

크리스탈지노믹스의 핵심 기술은 질환과 관련된 단백질의 구조를 분석하는 것이다. 조 대표는 “우리 몸의 세포나 효소는 모두 단백질로 이루어졌는데, 이 단백질이 손상되면 병이 생긴다”며 “단백질의 구조를 분석해 여기에 맞는 분자구조의 약 성분을 찾으면 그만큼 시간과 비용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크리스탈지노믹스는 방사광가속기를 가장 많이 사용하는 회사 중 하나이다. 조 대표는 “방사광가속기는 단순히 가동한다고 결과를 얻는 게 아니라 이를 분석해 해석하는 게 핵심 기술”이라며 “크리스탈지노믹스는 방사광가속기로 단백질 구조를 분석하는 원천기술이 가장 앞선 곳 중 하나”라고 자부했다.

크리스탈지노믹스는 조 대표가 2000년 창업했다. 조 대표는 1984년 럭키(현 LG화학(051910) 생명과학부문)의 미국 바이오텍연구소에 입사해 3년만에 소장으로 승진했다. 당시 바이오텍연구소는 박사급 100여명을 포함해 250여명의 연구인력이 근무하는 국내 최대 수준의 생명과학연구소였다. 국산 신약으로 처음으로 미 식품의약국(FDA)의 승인을 받은 항생제 ‘팩티브’가 조 대표 작품이다.

그는 2000년 초 연구소를 나왔다. 조 대표는 “하고 싶은 연구를 제대로 해 보고 싶다는 욕망이 가장 컸다”고 회고했다. 네이처 표지를 장식하자 일본의 다이이치산쿄, 유럽의 아스트라제네카 등이 먼저 연락을 취했다. 개발 중인 항암제·항생제와 관련한 단백질 구조를 분석해 달라는 것이었다. 아스트라제네카가 신약개발을 위해 국내 업체와 협력한 것은 당시 크리스탈지노믹스가 처음이었다.

크리스탈지노믹스가 개발한 국산 신약 22호 아셀렉스.(사진=크리스탈지노믹스 제공)
◇진통제·항생제·항암제 3각 편대 집중

크리스탈지노믹스는 2015년 국산 신약 22호인 관절염 치료제 ‘아셀렉스’를 개발했다. 10년 동안 400억원을 투자했다. 기존 소염진통제는 관절 이외 위나 심장에도 영향을 줘 속쓰림이나 위장출혈을 비롯해 드물긴 하지만 뇌졸중이나 심장발작 부작용을 일으켰다. 통증 관련한 효소가 관절 외 위와 심장에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셀렉스는 같은 효소라도 관절에 있는 효소에만 작용하도록 개량했다. 조 대표는 “경쟁 약 대비 100분의 1의 양으로 더 안전하고 빠르게 진통을 없앨 수 있다”며 “성분이 적기 때문에 마약성 진통제나 말초신경병증, 대상포진 치료제와의 복합제로 개발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아셀렉스는 지난해 터키, 중동, 북아프리카 19개국에 진출했으며 중국, 남미, 러시아, 동남아 국가들과는 수출 협상단계다. 정인철 크리스탈지노믹스 부사장(CFO)은 “미국, 일본, 유럽 등 선진국은 해당 지역에서 진행한 임상시험 결과가 있어야 하기 때문에 이들 지역에 대한 기술수출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크리스탈지노믹스의 파이프라인은 크게 진통제, 항생제, 면역항암제 등 세 가지다. 다양한 아셀렉스 복합제, 췌장암·급성골수성백혈병·면역 및 표적 항암제 등 19개 신약을 연구 중이다. 췌장암 신약은 미국에서 임상시험이 진행 중이고 급성골수성백혈병 신약 후보물질은 지난해 캐나다 앱토즈 바이오사이언스에 3530억원 규모로 기술수출했다. 연구 중인 항암제 중에는 혈압약으로 쓰는 약도 있다. 국내 인공지능 신약개발 벤처기업인 스탠다임과 협력을 통해 찾은 약이다. 그는 “인공지능으로 기존 약에 대한 정보를 탐색해 후보물질을 추리면 단백질 구조 규명 기술로 이를 검증하는 협업”이라며 “기존 치료제의 또 다른 활용, 연구개발 중에 탈락했던 후보물질의 새로운 가능성 탐색 등 시행착오를 줄이면서 성공가능성은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크리스탈지노믹스는 글로벌 제약사인 길리어드가 벤치마킹 대상이다. 길리어드는 인플루엔자 치료제 타미플루, B형간염치료제 비리어드, C형간염치료제 소발디·하보니 등 바이러스 질환에 집중해 성장한 회사다. 크리스탈지노믹스는 직원 66명 중 연구인력이 50명이나 된다. 매년 매출 50% 이상인 60억~70억원을 R&D에 집중한다. 조 대표는 “진통·소염, 감염병, 항암제 분야에서 연구개발부터 상품화까지 전문성을 갖춘 회사로 성장할 것”이라고 확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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