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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회복까지 길게는 한 달 이상"…'자연재해'에 멈춰선 반도체 공장
- [이데일리 신중섭 기자] ‘공급 부족’ 사태를 겪고 있는 반도체 업계가 지진과 한파 등 ‘자연재해’라는 장애물까지 만나게 됐다. 가뜩이나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에서 세계 곳곳의 반도체 공장이 멈춰 서면서 ‘반도체 대란’이 더욱 심화할 전망이다. 업계에서는 기존 양산 능력 회복까지 길게는 한 달 이상의 시간이 걸릴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재가동 시 기존 공정 수준을 유지하지 못할 수 있는데, 이 여부를 점검하고 정비하는 시간이 적잖게 걸리기 때문이다.삼성전자 오스틴 공장(사진=오스틴 스테이츠먼)◇“최대 수개월 차질도 가능”…재가동, 기술 인력에 달려19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미국을 덮친 한파로 오스틴시 소유의 전력회사인 오스틴 에너지는 지역 대기업들의 공장 가동을 중단할 것을 명령했다. 이곳에는 삼성전자(005930)를 비롯해 NXP, 인피니온 등 반도체 업체 공장들이 위치해 있다. 갑작스러운 정전은 아닌 탓에 소재·장비에 피해가 가는 최악의 상황은 피했지만, 가동중단에 따른 생산 차질은 불가피한 상황이다. 업계에선 공장당 최소 수백억원의 피해를 볼 것으로 예상한다.삼성전자 오스틴 공장은 지난 16일(현지 시간) 오후 4시부터 가동을 멈춘 상태다. 삼성의 오스틴 공장 가동이 중단된 것은 1998년 설립 후 처음있는 일이다. 오스틴 에너지는 전력 공급 중단 기간을 3일로 통보했지만 재가동을 위한 라인 정비 등을 고려하면 공장 중단 기간은 이보다 더 길어질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발 빠른 대처를 위해 국내 기술진을 급파하기로 결정했다.업계에선 반도체 공장 가동 중단 시 기존 생산 능력을 완벽하게 회복하는 데 길게는 수개월의 시간이 필요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공정 진행 중에 갑자기 멈추진 않아 공정 장비나 재료에 치명적인 피해는 없었지만, 일단 한 번 생산이 멈출 경우 모든 단위 공정을 하나하나 재점검 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종호 서울대 반도체공동연구소 소장은 “반도체 공정은 수많은 돌로 이뤄진 돌다리와 같다”며 “한 번 생산을 하기 위해선 돌다리를 건너 듯 처음부터 하나하나의 단위 공정을 모두 체크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운이 좋으면 어떤 장비는 재가동 즉시 기존 성능을 발휘하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도 있다”며 “돌다리가 하나라도 없으면 건너기 힘들 듯 100개 중 1개 장비만 기존 성능을 회복하지 못하면 양산이 불가능하다”고 덧붙였다.이 소장은 “재가동 시점은 얼마나 많은 전문 인력이 많은 시간을 할애해 점검하느냐에 따라 달려 있다”며 “운과 노력이 따라주면 며칠 안에도 가능하겠지만 길게는 1달 이상도 생산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고 봤다. 그러면서도 “전 세계적인 사태였으면 곳곳에서 장비 복구 인력을 요청해 회복 속도가 더뎠겠지만, 이번 한파는 특정 지역 문제인 만큼 장비 업체 인력도 다수 동원해 회복에 속도를 낼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車 반도체 품귀현상 심화 우려…가격 상승 전망이번 자연재해로 가뜩이나 부족 현상을 겪고 있는 차량용 반도체에 대한 우려는 더욱 커졌다. 미국 한파로 공장 가동을 중단한 NXP와 인피니온은 차량용 반도체 시장에서 각각 21%, 19% 점유율을 차지하며 세계 1, 2위를 다툰다. 지난 13일엔 일본 후쿠시마현에서 발생한 규모 7.3의 지진으로 공장 가동이 중단된 일본의 르네사스도 세계 3위에 올라 있다.앞서 시장조사업체 IHS마킷은 최근 차량용 반도체 공급 부족 영향으로 올해 1분기 전 세계 자동차 100만대 가량이 생산 차질을 빚을 것으로 전망했다. 이미 포드와 폭스바겐, 도요타, GM 등은 감산 결정을 내린 상태다.글로벌 반도체 공급 부족에 자연재해까지 겹치면서 반도체 가격 상승세가 가팔리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앞서 네덜란드 NXP반도체는 원자재 비용 증가, 공급 부족 등을 이유로 고객사에 차량용 반도체의 가격 인상을 공지했다. 르네사스도 올해 거래업체들에 제품 가격 인상을 요청했다. 이들의 가격 인상 폭은 10~20%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TSMC 역시 이달 말부터 단계적으로 차량용 반도체 가격을 기존 대비 15% 이상 인상할 것으로 전해졌다.메모리반도체 가격은 이미 지난해부터 가파른 상승 곡선을 그리며 ‘슈퍼 사이클’ 기대를 키우고 있는 상황이다.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18일(현지 시간) PC용 D램(DDR4 8Gb 기준) 현물 거래 가격은 4.10달러를 기록했다. 지난해 12월 15일 반년 만에 3달러대로 복귀한 이후 다시 두 달 만에 4달러를 돌파했다.반도체 업계 입장에서는 품귀 현상 심화에 따른 가격 상승으로 오히려 공장 가동 중단으로 인한 피해액을 상쇄하는 등 업황이 개선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반도체 업체들이 이미 가격 인상을 공지한 상황이지만 자연재해 등의 여파로 인상 폭이 더 커질 수 있다”며 “이 경우 반도체 업체 입장에서는 업황이 더 좋아지면서 공장 가동 중단에 따른 생산 피해를 상쇄할 수 있다”고 말했다.
- 반도체 품귀 비상 걸렸다…GM, 자동차 감산 내달까지 연장
- (사진=AFP 제공)[뉴욕=이데일리 김정남 특파원] 미국 자동차업체 제네럴모터스(GM)가 북미 3개 공장의 감산 조치를 다음달까지 연장한다. 세계적인 차량용 반도체 품귀 현상의 직격탄을 맞은 것이다. 갑작스러운 반도체 부족은 자동차업계의 최대 고민거리로 떠올랐다.9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GM은 미국 캔자스주 페어팩스, 캐나다 온타리오주 잉거솔, 멕시코 산 루이스 포토시 등 북미 지역 3개 공장에서 최소한 다음달 중순까지 감산을 이어가기로 했다. 3개 공장은 이번주부터 차량 생산을 전면 중단하고 있는데, 이 조치를 더 연장하겠다는 것이다. GM은 쉐보레 말리부, 캐딜락 XT4, 쉐보레 이쿼녹스, GMC 터레인 등의 생산에 직접적인 타격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다만 한국 부평2공장의 생산량 축소 소식은 전해지지 않았다. 부평2공장은 북미 3개 공장과 함께 이번주 절반 수준으로 일시 감산에 돌입했다. GM은 그 대신 미국 미주리주 웬츠빌, 멕시코 라모스아리스페 등 2개 공장을 부분 가동할 것이라고 했다.GM이 고육지책으로 공장 가동을 줄이는 건 생산에 필요한 차량용 반도체가 부족한 탓이다. 지난해 코로나19 이후 자동차 수요가 급격히 줄면서 반도체업계는 스마트폰과 PC 등 IT용의 비중을 늘렸는데, 지난해 하반기 이후 자동차 수요는 예상보다 빠르게 회복했다. 다시 생산을 늘리려던 자동차업계는 현재 반도체 수급 불일치의 난관에 부딪히고 있는 것이다.월스트리트저널(WSJ)은 “자동차업체들은 최신 모델에 대형 스크린 디스플레이 등 정교한 기술을 적용하고 있다”며 “세계 최대의 반도체 수요처”라고 했다.데이비드 바나스 GM 대변인은 “반도체 공급은 자동차업계 전체가 직면한 현안”이라며 “GM은 가능한 모든 반도체를 활용해 수요가 많은 제품을 생산할 것”이라고 했다.GM뿐만 아니다. 폴크스바겐, 포드, 스바루, 도요타, 닛산, 혼다, 스텔란티스, 르노 등 주요 자동차업체들은 이미 감산 중이다. 혼다와 닛산은 올해 회계연도에 차량 판매가 25만대 줄어들 것이라고 이날 전했다. 포드는 올해 1분기 자동차 생산을 10~20% 줄일 예정이다. 포드는 이번주 미국 미시건주에 위치한 디어본 트럭공장 등에서 인기 많고 수익성 높은 F-150 픽업트럭 위주로 일시 감산에 돌입한 상태다. 로이터통신은 “대만을 비롯한 아시아 주요 반도체업체들이 증산에 나서고 있다”면서도 “차량용 반도체의 충분한 공급까지는 몇 달이 걸릴 것”이라고 전했다.시장조사업체 IHS마킷의 추정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전세계 자동차 생산은 예상보다 67만2000대 줄어들 것으로 점쳐진다. IHS마킷은 “차량용 반도체 품귀 현상이 올해 3분기까지는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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