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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리보는 경제신문)한미FTA 비준 급물살 탈듯
- [이데일리 안승찬기자] 다음은 4월19일자 경제신문 주요기사(순서는 가나다순).◇매일경제신문 ▲1면 -한·미 FTA 비준 청신호-북에 상시 연락사무소 제의-첫 고위당정, 추경 합의 실패-5월 황금연휴..해외로 해외로 ▲종합 -국민연금 '글로벌 큰손' 실감나네-영광솔라파크 준공-국제 쌀사재기 만연..톤당 1000달러 돌파-혁신도시, 지역특성따라 수정보완 ▲경제·금융 -달러당 원화값 또 1000원대로-국민임대 100만가구 건설 재검토-SC제일은행 지점팔아 자금 조달-서브프라임 손실 우리은행에 기관주의 ▲국제 -미국 IT기업·투자은행 비상경영 확산-브라질, 10대 산유국으로 뜬다-중국 땅부자들 대만으로 몰린다-무디스 "미국 경기침체 6월로 끝나" ▲사회 -28억 쓴 삼성특검 손익계산서는?-대박난 온라인 게임업체 청소년 인터넷중독은 나몰라라 ▲기업과 증권 -삼성 '경영공백 메우기' 속도낸다-삼성위기 즐기는 일본 기업-포스코 남아공 광산지분 인수-수급 좋아진 코스피 추가상승 기대-메리츠화재, 제일화재에 인수가 제안 "주당 1만5525원에 사겠다"-원자재값 급등에도 부담적은 종목은-10년이상 길게보면 라이프사이클펀드 ▲부동산 -그 좋던 용인 중대형 왜 안팔리나◇서울경제신문 ▲1면 -한미FTA 비준 급물살 탈듯-"북에 서울·평양 연락사무소 설치 제안"-중국 증시 3000포인트 붕괴 임박 ▲종합 -당정 추경편성 조율 실패-원달러 한달만에 1000원대로-혁신도시협 "예정대로 추진하라" 반발 확산-포스코, 원자재 개발 국제컨소시엄 참여-이재용 전무 행동 반경 넓어질듯-'미분양' 건설업계 현금흐름 급격악화-"국제 원유가 곧 125불 돌파"-중국 농산물 '보호장벽' 높인다-제일화재 인수금액 860억 제시-강남, 면세점 카드이용액 강북 8배 ▲국제 -"중국 증시 추락, 투자자 패닉 탓"-미 증시, 어닝시즌 불구 '차분'-리보금리 껑충-미국 IT업계 "비상용 실탄 확보하자"-씨티, 구조조정 한파 거세질듯 ▲산업 -삼성전자 "환경인증도 돈이다"-기아차 그랜드카니발, 미국서 '10대 최고가치 모델'에-'LPG 경차' 개봉박두 ▲증권 -순환매장.."중소형주 차례"-환율 오르자 IT·자동차 강세-증권사 작년 사상최대 실적-M&A 인수업체 주가 '전약 후강'-메가스터디 '거침없는 질주'-증협, 증권사 수수료인하 광고 조건부 승인-코스닥사 잇단 유증 주가흐름은 엇갈려 ◇한국경제신문 ▲1면 -LA갈비 6월부터 수입된다-강만수·이한구 추경 충돌-나들이길 송내~장수IC는 피하세요-"서울·평양에 연락사무소 두자" ▲종합 -고맙데이! 검은 갈매기..'野都부산' 경제도 신났다-"혁신도시 축소·백지화땐 강력 저항"-소로스 "상품시장 거품 커지고 있다"-'일본 골든 위크'에 환율효과..호텔·여행업계 함박웃음-"외국기업도 핫라인 이용하도록 하겠다" 李대통령-카드 소득공제·세금우대 상품 전면 재검토-시중은행 첫 외국정부 SOC사업 투자-메리츠, 제일화재 인수대금 860억 제시-예보, 우리은행 부행장 3명 '정직' 요구 ▲국제 -'매직 킹덤' 디즈니가 부활한다-씨티 "취미는 버리고 핵심만 키운다"-'카지노' 마카오 불활을 모른다-호주 6년가뭄..쌀값 급등 불렀다 ▲사회 -농협, AI피해농가 금융지원-아파트 일조권 침해소송 시효 "완공 3년 지나면 소멸" ▲산업 -삼성 "베이징올림픽 어쩌나.."-일본 "삼성의 시련은 절호의 찬스" -포스코 망강 2000만톤 매장 남아공 광산지분 인수-케이블, IPTV 시행령 반발-한전, 도미니카·네팔 발전사업 수주-"중국 부유층 잡아라" 신차대전-KT&G, 터키에 첫 해외 담배공장 ▲부동산 -남양주 진접, 그곳엔 무슨 일이..-서울시, 철거민 딱지 투기 조장-강남 재건축 아파트값 2주째 하락 ▲증권 -증시에 M&A 테마 '후끈'-"한국증시 여전히 싸다"-씨티은행 창구 "한전 대량 매도"-"UAE, 2010년까지 250조 투자..한국에 호재"-'유동성 장세' 기대감 고조-게임株 1분기 어닝 서프라이즈
- (위기의 美경제)①`바닥뒤 바닥` 쌍바닥(W) 오나
- [뉴욕=이데일리 김기성특파원] 미국 경제가 한치 앞도 내다보기 힘든 시계 제로의 `소용돌이`에 휘말렸다.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사태로 촉발된 신용위기는 반년이 넘는 시간이 흘렀음에도 불구하고 진정되기는 커녕 일파만파로 퍼지고 있다. 신용위기는 차츰 실물경제의 위축으로 파급되고 있다. 미국 경제는 세계 2차대전이후 최악의 경기후퇴(Recession)을 겪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올 만큼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미국 경제위기의 실상을 시리즈로 정리한다.- 편집자주급기야 85년 역사의 5위 투자은행(IB)인 베어스턴스가 신용위기의 검은 그림자인 `신뢰의 붕괴`에 직격탄을 맞고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게 됐다. 더나아가 제2, 제3의 베어스턴스를 양산할 수 있는 `패닉`의 징후도 여전히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미국 정부와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잇따르는 긴급 처방은 백약이 무효인 실정이다. 선순환의 단초를 마련하려던 그들의 전략은 번번히 실패의 쓴맛을 보고 있다. 오히려 `때는 이미 늦었다`는 불신의 골만 깊어지고 있다. 시간은 아직도 그들의 편이 아니다. 효과가 발휘될 틈을 주기는 커녕 문제를 고스란히 안은 채 달러 추락과 유가 고공행진 등 부작용을 덧칠하는 새 국면으로 내달리는 형국이다. 두서너 발자국씩 엇박자를 내는 `뒷북치기`는 현재 진행형이다. 마틴 펠드스타인 하버드대 교수는 "미국이 세계 2차대전 이후 최악의 가능성이 있는 경기후퇴(recession)에 진입했다"며 "금융시장은 거래를 내켜하지 않는 분위기로 가득차있고, 자산가치 산정에 대한 불신으로 고통받고 있다"고 진단했다. ◇경기후퇴 `논쟁조차 무의미`..W자형 `고개`미국의 경기후퇴(recession)는 기정사실화되고 있다. 이미 진입했다는 진단은 새롭거나 놀랄만한 소식도 아니다. 경기후퇴 논쟁은 더이상 의미가 없다. 관심의 초점은 미국 경제가 언제쯤 바닥을 칠 것인가를 넘어섰다. `그 바닥이 진짜 바닥일까`라는 의구심으로까지 번지고 있다. 첫번째 바닥이 진바닥이 아닌 쌍바닥을 드러내는 `W자형 성장` 가능성이 고개를 들고 있다. 하반기중 경기가 회복되리라던 단순한 공식의 벽에 구멍이 뚫린 셈이다. 이같은 비관적 전망은 ▲주택경기 회복 지연 ▲신용위기 장기화 ▲유가 추가 상승 등에 근거를 두고 있다. 지난 7개월새 무려 225bp나 내려간 연방기금 금리와 국내총생산(GDP)의 1%를 넘는 경기부양의 효과로 하반기중 성장률이 일시적으로 높아질 수 있지만 본격적인 회복은 내년 중후반에 가야 가능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미국 정부는 긴급 처방을 통해 경제 주체의 심리를 개선시켜 선순환 모멘텀을 제공하겠다는 노림수를 갖고 있다. 하지만 작금의 사태를 감안할 때 `반짝 모멘텀`에 그칠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것. 모멘텀의 불씨는 단명으로 사라질 공산이 크다는 지적이다. 글로벌 인사이트에 따르면 미국의 1분기와 2분기 GDP는 전분기대비 -0.5%씩 역성장한 뒤 3분기에는 3%의 가파른 성장률을 나타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그러나 4분기들어 다시 경기가 둔화되면서 내년 1분기에는 1% 미만으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했다.리먼브러더스도 이같은 전망에 동참했다. 리먼브러더스는 오히려 내년 1분기의 성장률이 -1%까지 추락, 가장 어려운 시기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주택경기침체와 신용위기가 실물 경제로 깊숙히 전염되면서 고용시장과 개인소비가 꽁꽁 얼어붙은 것도 미국 경제의 앞날에 짙은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진원지 여진 지속` 주택침체 장기화..실물경제 깊숙히 전염미국 경기침체의 진원지는 주택시장이다. 장기간의 저금리를 등에 업은 `묻지마` 투기 열풍이 주택시장의 거품을 잔뜩 만들어냈고, 급기야 거품이 터져 버렸다. 그 결과는 `25년래 최악의 주택경기침체`라는 참담한 성적표로 돌아왔다. 특히 금융회사들의 마구잡이식 `서브프라임 모기지` 대출은 걷잡을 수 없는 채무불이행 사태를 낳으며 주택경기침체를 신용위기로 확산시키는 교량 역할을 했다. 서브프라임 모기지를 기초자산으로 해서 만든 복잡한 파생상품의 거품이 덩달아 꺼지면서 금융권의 대규모 부실을 양산했고, 이로인한 신용경색은 일파만파로 퍼지면서 금융시스템을 붕괴 직전까지 몰고가고 있는 상황이다. 문제는 미국 정부 및 연준의 긴급 처방이 약발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 그동안 미국 정부는 주택경기침체의 핵심고리로 부상한 `주택차압(foreclosure)` 사태를 진정시키기 위해 서브프라임 모기지 금리를 5년간 동결하는 `호프 나우(HOPE NOW)`와 주택차압 조치를 유예하는 `프로젝트 라이프라인(Project Lifeline)`을 잇따라 내놨다. 하지만 정부의 당초 기대와는 달리 `주택차압` 사태는 개선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2월 주택차압 건수는 22만3651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60%나 급증했다. 리얼티트랙의 제임스 J. 사카시오 최고경영자(CEO)는 "주택차압 증가세가 아직 정점에 도달하지 않았다"며 "모기지 비용 부담이 늘어나는 오는 5~6월 주택차압건수가 폭발적으로 증가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주택의 매물화를 의미하는 주택차압 건수가 계속 늘다보니 주택가격 하락의 골은 더욱 깊어만 가고 있다. 월가가 가장 신뢰하는 주택가격지수인 `S&P/케이스-쉴러` 지수에 따르면 지난해 20대 주요 대도시의 주택가격은 8.9% 하락, 20년래 가장 큰 폭으로 떨어졌다. 주택가격이 정점을 찍었던 2006년말과 비교하면 10.2% 떨어진 수준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최소 15%까지 하락해야 주택가격이 바닥을 드러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주택판매도 사상 최저치 행진을 거듭하고 있다. 주택경기침체가 상당기간 지속될 것이라는 신호들이다. 미국의 국책 모기지업체인 프레디맥의 리차드 사이론 최고경영자(CEO)는 "미국의 주택가격은 더 떨어질 것"이라며 "지금까지 정점 이후의 하락률은 예상치의 3분의1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금융시장 신뢰붕괴 `나부터 살자`..`백약무효`서브프라임 모기지발 신용위기는 제2, 제3의 신용위기 뇌관으로 확대 재생산되고 있다. 연준이 공격적인 금리인하에 거듭 나서고 있고, 새로운 대출제도를 연달아 내놓고 있지만 효과가 별로 없다. 서브프라임 모기지와 관련한 복잡한 파생상품의 부실이 금융시스템을 이미 무너뜨렸기 때문에 대규모 유동성을 퍼부어도 금융시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 효과는 커녕 달러 가치의 사상 최저치 행진으로 유가 등 상품의 고공행진을 부추기면서 인플레이션 압력만 잔뜩 키워놓고 있다. 미국 경제가 장기간 후퇴국면에 진입한다면 경기둔화 속 인플레이션 상승을 의미하는 최악의 스태그플레이션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단기금융시장의 신용경색 리스크를 알 수 있는 TED 스프레드(90일물 리보-3개월 국채수익률)는 다시 확대 추세다(왼쪽 표). 최근 모기지 금리도 오히려 상승하면서 지난해 여름과 별반 다르지 않다. 시중의 돈이 현금과 맞먹는 국채로만 대거 몰리는 `안전자산선호현상`이 더욱 강화되고 있는 반면 위험자산에 대한 거래는 뚝 끊겼기 때문이다. 이로 인한 모기지유동화증권(MBS) 가격의 추락은 금융권의 무차별적인 마진콜(margin call·증거금 부족분 상환 요구자금) 사태를 촉발했고, 급기야 베어스턴스 사태로 귀결됐다. 유동성 위기에 몰린 베어스턴스는 연준으로부터 구제금융을 수혈 받았지만 결국 JP모간에 2억3000만달러라는 헐값에 팔리고 말았다. 이번 구제금융은 연준의 공격적인 금리인하가 신용위기를 차단하지 못했음을 역설적으로 증명하고 있다. 특히 서로 자금관계가 복잡하게 얼키고 설킨 월가로선 제2, 제3의 베어스턴스를 걱정해야 하는 처량한 신세로 전락했다.힌즈데일 어쏘시에이츠의 폴 놀테 투자담당 이사는 "문제는 신용 위기가 신뢰의 위기로 옮겨갔다는 점"이라며 "신용 위기를 해결하는 것도 어려운 일이지만 신뢰의 위기를 해결하는 것은 더욱 어려운 일"이라고 지적했다. ◇미국만의 문제가 아니다..유럽 `좌불안석`더 큰 걱정은 서브프라임 모기지발 신용위기가 미국만의 문제가 아니라는데 있다. 특히 미국과 금융거래 비중이 높은 유럽이 좌불안석이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영국과 유로존의 미국 회사채 투자비중은 무려 40%에 달하고 있다. 이중 상당부문은 자산담보부증권(CDO) 등 모기지 관련 파생상품일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에 따라 유럽 지역 금융회사들의 대규모 추가 손실이 현실화될 공산이 높다. 또 미국과 유럽의 신용위기가 더욱 심화된다면 이머징마켓의 본격적인 동조화 현상으로 글로벌 신용위기가 최고조에 달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비관적인 전망이다.
- ''네 모녀 살인사건''의 재구성
- [조선일보 제공] 일가족의 실종. 전직 프로야구 선수의 연루.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된 세 딸과 어머니. 끝내 한강에서 변사체로 모습을 드러낸 유력 용의자.지난 며칠간 숨가쁘게 진행되던 ‘네 모녀 피살사건’이 10일 일단락됐다. 사건의 중심인 네 모녀와 유력한 용의자가 모두 싸늘한 시신으로 발견된 것. 그러나 죽은 자는 말이 없다. 사건을 재구성하고 풀리지 않는 의혹을 정리했다.◆범죄의 재구성지난 3일, 경찰에 실종 신고가 접수됐다. 서울 마포구 창전동의 한 아파트에 사는 김모(여·47)씨와 세 딸이 연락이 끊겼다는 김씨 오빠의 제보였다. 김씨의 오빠는 실종 신고를 하기 일주일 전쯤인 2월 26일 전화를 받지 않는 동생이 걱정돼 집을 찾았다. 그러나 집안은 깨끗이 정돈돼 있었다. 딸들 방엔 컴퓨터도 켜져 있었다. ‘잠깐 나간 모양이구나.’ 그는 불안한 마음을 지웠다.그렇게 일주일. 그러나 연락은 오지 않았다. 오빠는 동생이 운영하는 서울 갈현동 참치횟집을 찾았다. 그가 종업원에게 들을 수 있었던 말은 “사장님이 출근하고 있지 않다”는 말뿐이었다. 오빠는 바로 마포 경찰서에 ‘가출 신고’를 했다.경찰은 수사에 나섰다. 수사 결과 경찰은 몇 가지를 밝혀낼 수 있었다. 첫째, 김씨의 둘째 딸(19)과 셋째 딸(13)이 지난 2월17일 오후 5~6시쯤 마포구 창전동에 있는 집으로 귀가했다. 김씨 역시 이날 자정 무렵 식당 직원들에게 “3~4일간 여행을 다녀오겠다”는 말을 한 뒤 집으로 돌아왔다. (경찰은 이를 통해 실종 시점을 2월18일로 잡았다.)둘째, 김씨 집에서 김씨의 혈흔을 발견했다. 더욱 경찰의 주목을 끈 것은 아파트 내 폐쇄회로(CCTV)에 포착된 장면. 지난 2월18일 밤 9시50분에서 10시30분 사이 아파트 1층 현관에 설치된 CCTV에는 검은 모자를 눌러쓴 남자가 성인 한 명이 들어갈 만한 크기의 여행가방 4개와 이불보, 여행용 손가방 등을 5차례에 걸쳐 카트에 싣고 나가는 장면이 찍혔다. 이 남자가 처음 카트를 들고 들어간 시각은 밤 9시50분, 그리고 6분 뒤 여행가방을 들고 나왔다. 이 남자는 이후 들어갔다 나오기를 4번 더 반복했다. 김씨 집은 7층이었다.두 번째 사실로 경찰은 단순 가출이 아니라는 판단을 내렸다. 경찰은 김씨 모녀의 위치 추적에 더 힘을 기울였다. 이 과정에서 경찰은 이웃 주민의 중요한 진술을 확보했다. “(CCTV가 찍힌 다음날) 한 남자가 아파트 앞에 흰색 SM5 차량을 세워두고 커다란 여행가방들을 싣는 모습을 봤다"는 것. 확인 결과 그 차는 실종된 김씨 소유였다. 이 승용차는 이웃 주민이 진술한 때와 같은 날인 19일 오후 3시쯤 전남 장성 구간 고속도로 톨게이트의 CCTV에 포착됐다. 그리고 바로 하루 뒤인 20일 오후 8시쯤. 다시 김씨의 아파트 지하 주차장에 한 남자가 이 차를 세워놓고 황급히 자리를 뜨는 장면이 CCTV에 찍혔다. 휴대전화 위치추적 역시 네 모녀의 위치를 추적하는 데 도움이 됐다. 확인 결과 이들의 휴대폰이 18일 밤늦게, 서로 다른 시간에 전원이 꺼진 것으로 밝혀졌다. CCTV에 한 남성이 처음으로 등장한 날이다. 유일하게 첫째 딸의 휴대폰만 19일에 꺼졌고, 위치는 전남 화순인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아울러 김씨의 주변 인물을 조사하기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 경찰은 김씨가 전직 프로야구 선수인 이호성(41)씨와 각별한 사이였다는 것을 알게 됐다. 경찰은 이씨가 평소 김씨가 운영하는 식당에 거의 매일같이 들렀으며, 김씨도 "이씨와 재혼하겠다"는 말을 주변에 공공연히 했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식당 종업원들 역시 "CCTV에 찍힌 남자와 이씨의 걸음걸이와 인상 착의 등이 비슷하다"고 경찰에 진술했다.첫째 딸 친구들의 진술은 이씨가 ‘네 모녀 실종 사건’과 관련이 있음을 명백히 드러냈다. 이들이 실종한 것으로 알려진 18일 오후 첫째 딸이 친구들에게 “엄마가 결혼할 아저씨랑 여행 가기로 했다”고 말한 것을 확인한 것.경찰은 이씨를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하고 지난 7일, 출국금지 조치를 내렸다. 이씨는 90년대 프로야구 선수로 활약하면서 여러 차례 골든 글러브상을 수상하는 등 야구 스타로 인기를 누렸지만, 은퇴 후 사업에 실패해 사기 혐의로 수배된 상태였다.8일 이씨가 일산에 머물고 있다는 첩보를 토대로 수사망을 좁혔으나 검거에 실패했다. 출국금지 조치한지 3일이 지난 10일, 끝내 경찰은 이씨의 소재를 파악하지 못해 오전 10시 이씨에 대해 수배전단을 뿌렸다. 이씨를 공개수배한 것. 경찰은 “사회적 파장이 큰 사건이라고 판단해 용의자를 최대한 빨리 검거하기 위해 내린 조치”라면서도 “아직 실종자들이 사망했다는 증거가 없어 ‘실종사건 용의자’로 수배했다”고 말했다. 동시에 서울지방경찰청 1개 팀과 광역수사대 1개 팀 등을 포함한 66명의 수사팀을 꾸리는 등 수사팀을 확대했다.사건은 급진전했다. 같은 날 오후 3시8분쯤 한강 반포대교 북단(한남대교 방향으로 400m 떨어진 지점)에서 친구 3명과 함께 고무보트를 타고 있던 신모(36)씨가 시신 한 구를 발견, 경찰에 신고했다. 신고를 받고 5분 뒤 경찰이 출동했다. 지문 감식 결과, 시신이 이호성씨인 것으로 확인됐다. 발견 당시 시신에서는 공중전화카드 3장과 휴대폰 배터리, 마스크가 같이 발견됐다.같은 날 밤 김씨 모녀 4명 역시 전남 화순의 한 공동묘지에서 시신으로 발견됐다. 이곳은 이호성 부친 묘소가 있는 공동묘지였다. 김씨 모녀 시신은 큰 가방 4개에 각각 담긴 채 땅 속에 묻혀 있었으며 부패 정도는 심하지 않은 것으로 보였다고 경찰은 전했다.◆치밀한 계획경찰 수사는 이호성씨가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치밀한 범행 계획을 세웠던 것을 밝혀냈다.경찰 수사에 따르면 이씨는 김씨 모녀가 오랫동안 없어져도 주변의 의심을 받지 않게 함께 여행을 떠나는 계획을 세웠다. 실제 김씨나 큰딸 등은 사건 발생일인 18일 식당 종업원이나 친구들에게 “사나흘 정도 여행을 다녀온다”고 말했다.범행 이틀 뒤인 20일 오후 4시쯤, 이씨는 김씨의 휴대전화를 사용, 식당 직원 휴대전화에 ‘주말에 식당을 잘 부탁한다’는 내용의 문자메시지도 보냈다. 이 때문에 김씨 가족과 식당종업원들은 실종 신고를 뒤늦게 했다.범행 현장인 김씨의 마포 아파트에서도 이씨가 치밀한 수법을 동원한 것이 드러난다. 김씨 집 방에 있던 침대의 시트 커버가 벗겨진 채 사라지고 매트리스 위에는 잉크 자국이 어지럽게 묻어 있었다. 경찰은 이를 용의자 이씨가 김씨 집에서 피해자들을 살해하는 과정에서 침대 시트커버에 묻은 피가 스며들어 침대 매트리스에 묻자 이를 감추기 위해 시트커버를 걷어내고 잉크를 뿌린 것으로 추정했다..김씨 모녀 4명의 시신 암매장도 사전 계획을 세웠던 것으로 밝혀졌다. 이씨는 범행 바로 다음날은 2월 19일 새벽 인력시장에 전화를 걸어 인부들을 모집했다. “아버지 묘의 비석을 옮겨야 한다”는 것이 이유였다. 이들은 이날 전남 화순군 동면 청궁리의 교회 공원묘지에 구덩이를 팠다. 네 모녀의 시신이 발견된 곳이다.◆풀리지 않는 의혹들▲돈 때문에 모녀 4명 살해?경찰이 범행 이유로 꼽는 것은 금전 문제다. 사기 혐으로 수배돼 신용불량자 신세였던 용의자 이씨가 금전 문제를 이유로 범행을 저질렀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11일 경찰에 따르면 이씨는 사건 발생 전 김씨와 함께 은행으로 가 김씨의 예금 1억7000만원을 모두 현금으로 인출하게 한 뒤 이 돈을 빌려간 것으로 확인됐다. 1억7000만원은 김씨가 사는 서울 마포구 창전동 아파트의 전세금 중 아직 치르지 않은 잔금의 액수와 정확히 일치한다.김씨는 지난해 10월 말 이씨로 추정되는 40대 남성과 함께 부동산중개업소를 찾아 전세 2억원에 아파트를 계약했다가 이 아파트가 가처분 신청돼 있다는 사실을 알고 이 중 3000만원만 우선 집주인에게 건넨 뒤 나머지 1억7000만원은 올해 2월20일까지 지급하기로 약속한 바 있다.바로 이 돈을 이씨가 김씨를 설득해 빌린 것. 이씨는 범행 전후로 지인과 형, 또 다른 내연녀로 추정되는 여성 등에게 최대 몇 천 만원에 이르는 돈을 각각 보냈다. 지난달 18~19일 평소 가까이 지내던 지인에게 현금 5000만원을 비닐봉지에 담아 주며 “A씨 법인 통장에 임금해 달라”고 요청했고 2월 8일엔 5000만원이 담긴 통장을 건네며 송금을 부탁한 것. 이에 대해 경찰은 이씨가 여러 군데서 빚을 지고 있다가 김씨에게서 빌린 돈으로 우선 `돌려막기'를 했을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하지만 전세금 지급일이 다가오면서 김씨로부터 "잔금을 지불해야 하니 빌린 돈을 갚으라"는 독촉에 시달리게 된 이씨는 결국 김씨를 살해하기로 결심하고 계획적으로 범행을 준비해온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다.그러나 여전히 의문은 남는다. 다른 돈 문제 등도 많이 얽혀있는 이씨가 이 돈만을 문제로 김씨 일가족 모두를 잔혹하게 살해했다는 것은 범행 동기로 부족하다는 지적이 있다. 아직 김씨가 인출한 1억7000만원의 행방이 명확히 밝혀지지 않은 점도 의문이다.▲이해할 수 없는 잔혹성 경찰 수사결과 속속 드러나는 정황에 따르면 이씨는 실종사건 당일 김씨의 집에 찾아가 김씨와 두 딸을 살해하고 뒤이어 큰 딸까지 찾아가 만나 살해한 것으로 추정된다.경찰은 시신발굴 결과 김씨와 두 딸은 실내복 차림에 신발도 신지 않았던 것으로 확인돼 이들이 집안에서 한꺼번에 변을 당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집안에 있던 컴퓨터조차 끌 새가 없을 정도로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었다는 것. 그러나 이씨가 '빚 독촉'을 하던 김씨에게 앙심을 품었다고 해서 굳이 어린 자녀까지 한꺼번에 살해했다는 설명은 쉽게 납득되지 않는다. 또 이씨는 범행 뒤 시신을 차량에 실은 채 대담하게 서울 도심으로 진입해 당시 외출했던 큰 딸까지 찾아나서는 집요함을 보였다. 그러나 경찰은 이와 같은 범인의 집요함과 잔혹성을 설명할 근거를 마땅히 대지 못하고 있다.경찰은 이씨가 김씨를 살해하는 장면을 자녀들에게 들키자 이들도 함께 살해했거나 또는 김씨에게 돈을 빌린 사실을 숨기기 위해 일가족을 범행 대상으로 삼았을 것이라고 추정하고 있다. ▲CCTV 화면 분석, 공범가능성 남아 공범 여부도 풀리지 않는 의혹 중 하나다. 경찰은 김씨 아파트 폐쇄회로(CC)TV를 통해 실종 당일인 지난달 18일 밤 김씨의 집에서 대형 여행가방을 실어내는 남성과 이틀 뒤인 20일 오후 김씨 아파트 주차장에 승용차를 세우고 달아난 남성 등을 확인했지만 이들이 동일인물인지는 장담하지 못하고 있다.경찰 관계자는 "이씨는 약간 뚱뚱하고 체격이 큰 편인데 20일 주차장에서 달아난 남성은 호리호리한 체격"이라며 "두 사람이 동일인물인지 계속 분석 중이다"고 말했다. 실종사건 당일 밤 30대 남성이 김씨 아파트 앞에 승합차를 세워두고 주변을 돌아다니는 모습을 봤다는 주민 진술도 있다. 이 목격자는 "아파트 앞에 흰색 승합차가 주차된 것을 봤는데 운전자는 30대 남성이었고 차량 트렁크에는 이민용 여행가방이 놓여 있었다"고 말해 이 남성의 정체에 궁금증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이씨의 '허술한' 알리바이 치밀한 범행 계획만큼 허술한 점도 있다. 이씨는 범행에 앞서 시신을 넣을 비닐과 성인이 들어갈 만한 대형 가방을 미리 준비했을 만큼 치밀한 범행을 계획했다. 그러나 김씨 일가족이 실종될 경우 가장 먼저 의심 받을 사람이 자신임에도 정작 자신의 알리바이는 만들지 않았다. 이씨는 이미 지난해 김씨와 함께 인근 부동산을 찾아가 부부행세를 하며 아파트 전세계약을 맺으면서 자신이 사용하던 휴대전화 번호도 남겼다. 또 김씨가 운영하는 식당에도 자주 찾아가면서 종업원들과도 알고 지냈던 것으로 알려졌으며 김씨의 딸들은 이씨가 자신의 어머니와 재혼할 것이라고 주변에 알리기까지 했다.이처럼 이미 김씨 주변에서는 이씨의 존재를 알만큼 아는데도 불구하고 이씨가 별다른 알리바이를 마련하지 않고 무작정 범죄를 저질렀다는 것도 역시 풀리지 않는 의문 가운데 하나다.▲이씨, 왜 자살했나이씨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이유도 쉬이 납득되지 않는다. 경찰은 이씨에 대해 공개 수배에 나서자 이씨가 심리적 압박감을 이기지 못해 자살했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그러나 사건 20일이 넘도록 경찰의 추적을 피해왔던 점, 오랜 수배 생활로 도피 생활로 익숙했던 점으로 미뤄볼 때 이씨가 왜 갑작스레 자살을 선택했는지는 의문이다.
- (월드피플)성매매에다 검은돈까지…월가보안관의 몰락
- [이데일리 김윤경기자] `월가의 저승사자`, `월가의 보안관`으로 이름을 날려 온 엘리엇 스피처 뉴욕주 주지사(48)가 성매매 추문에 휩싸이면서 월가를 들썩이게 하고 있다. 엘리엇 스피처 주지사는 8년간의 뉴욕주 검찰총장 시절 월가 투자은행들의 `잘못된` 관행을 파헤쳤고, 월가 거물들도 줄줄이 물러나야 했다. 이렇게 깨끗한 이미지를 공고히 하며 뉴욕주 주지사까지 오른 그가 성 추문, 나아가 검은 돈 거래 혐의까지 받고 있는 것은 아이러니다. ◇`월가 보안관`, 하루 아침에 나락으로 스피처 주지사가 이름을 날린 건 기술주 붐, 그리고 이의 붕괴 과정에서 시작됐다. 지난 1999년부터 2006년까지 뉴욕주 검찰총장으로 재임하면서 그는 누구도 건드리지 않았던 월가의 부적절한 관행을 헤집었다. ▲ 부인과 함께 기자회견에 나선 스피처 주지사의도적으로 해당 종목의 투자의견을 조작하거나 정보를 흘리면서 주가를 올려 막대한 차익을 올렸던 월가 애널리스트들은 월가 밖으로 쫓겨났다. 한 때 `인터넷의 왕`으로 군림할 정도로 정보기술(IT) 분야 스타 애널리스트였던 메릴린치 출신의 헨리 블로짓, 통신 분야 애널리스트로 이름을 날린 잭 그루브먼이 대표적. 매매 시기를 소급해 부당한 이익을 보던 뮤추얼 펀드들도 철퇴를 맞았고, 투자은행들은 막대한 벌금형을 받아야 했다. 리차드 그라소 당시 뉴욕증권거래소(NYSE) 회장도 과도한 보수가 문제로 지목돼 퇴출돼야 했다. 씨티그룹의 샌포드 와일 회장, 보험업계의 전설 모리스 그린버그 AIG 회장도 스피처의 칼날에 목이 날아갔다. 그는 이를 통해 얻은 청렴결백한 이미지로 그는 뉴욕주 주지사에 압도적인 표를 얻어 당선될 수 있었다. 그러나 뉴욕타임스(NYT) 보도가 부패와의 전쟁으로 쌓아 올려진 스피처 주지사의 명성을 단박에 끌어 내렸다. NYT는 맨해튼 연방검찰이 지난 주 한 번에 수천달러씩을 받는 고급 매춘 조직 연루자 4명을 체포했고, 지난 달 12일과 13일 워싱턴 한 호텔에서 `9번 고객(Client-9)` 이란 이름으로 매춘 여성과 최소 6번 만난 사람은 바로 스피처 주지사였다고 보도한 것이다. ◇검은 돈 거래혐의로 기소 가능성도..월가 `술렁` 월가는 당장 시끌시끌해 졌다. 특히 그의 칼끝에 날아갔던 사람들, 정적들의 반응이 뜨겁다. NYSE 이사 출신으로 그라소 회장과 함께 과도한 보수 때문에 기소돼 물러난 켄 랭그원은 "그는 마치 법 위에 있는 사람인양 굴었다"면서 "그의 인격이나 청렴함에 대해 한 치도 의심해 보지 않았다"며 억울해 했다. 당장 자리에서 물러나야 한다는 여론도 높아져, 더 데일리 뉴스가 웹사이트를 통해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83%가 그가 사임해야 한다고 답했다. 스피처 주지사는 곧바로 자신의 부인과 함께 짧은 기자회견을 갖고 "가족에 대한 의무를 저버렸고, 잘못된 판단을 했다"며 가족과 대중에 사과했다. 그러나 사임 압박에도 불구하고 그는 사의를 밝히지 않았고, 보도에 대해서도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문제는 성 추문으로만 끝날 것 같지도 않다. ABC 뉴스는 이날 웹사이트를 통해 검찰의 이번 조사는 한 은행이 국세청(IRS)에 스피처 주지사로부터 의심스러운 자금이 이동됐다고 제보한 데서 비롯됐다고 보도했다. ABC는 익명의 법무부 관계자를 인용, 스피처 주지사가 검은 돈 거래 때문에 기소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월가 정화를 외쳐왔던 그가 기소된다면 아이러니, 자가당착이 아닐 수 없다. 게다가 그는 지난 2004년 스테이튼 아일랜드에서 고급 매춘조직 운영자 16명을 체포한 남다른 `경력`도 있다.
- `남편`이라 소개하며 가깝던 그들, 살해했다면 왜?
- [조선일보 제공] 서울 창전동 일가족 4명 실종사건의 용의자로 지목된 전 프로야구 선수 이호성(41)씨가 10일 오후 한강에서 시신으로 발견됐다. 경찰은 지문 감식 결과 이 시신이 이씨가 맞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또 실종된 김모(여·47)씨 일가족 4명도 이날 밤 이호성 부친 묘소가 있는 전남 화순의 한 공동묘지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이호성 시신 발견10일 오후 3시8분쯤 한강 반포대교 북단(한남대교 방향으로 400m 떨어진 지점)에서 친구 3명과 함께 고무보트를 타고 있던 신모(36)씨가 시신 한 구를 발견, 경찰에 신고했다. 신고를 받고 5분 뒤 출동한 경찰이 이 시신의 지문을 감식한 결과, 이호성씨로 확인됐다. 목격자 신씨는 "검은색 계통의 재킷과 체크무늬 남방, 검은 면바지를 입고 검은 구두를 신은 시신이 강물 위로 떠내려오는 것을 보고 경찰에 신고했다"고 말했다.시신을 검안한 담당 의사는 "시신 경직 상태 등으로 보아 이씨가 오전 3시쯤 숨진 것으로 추정한다"고 밝혔다고 경찰은 전했다. 발견 당시 시신에서는 공중전화카드 3장과 휴대폰 배터리, 마스크가 발견됐으나 유서는 없었다고 경찰은 밝혔다. 이에 앞서, 서울 마포경찰서는 이날 오전 10시 이호성씨의 사진이 담긴 수배전단을 뿌리고 이씨를 공개수배 했다. 김씨 모녀가 살해됐는지, 단순 실종인지, 사건의 실체가 정확히 드러나지 않은 상황에서 공개수사로 전환한 이유에 대해 경찰은 "사회적 파장이 큰 사건이라고 판단해 용의자를 최대한 빨리 검거하기 위해 내린 조치"라면서도 "아직 실종자들이 사망했다는 증거가 없어 '실종사건 용의자'로 수배했다"고 말했었다. 이호성씨는 1990년 프로야구 해태 타이거스에 입단해 4번 타자까지 맡았던 스타였으나, 2001년 은퇴한 뒤 예식장 사업과 부동산 투자 등에 손을 댔다가 실패하고 사기 혐의로 구속되기도 했다. 그는 은퇴 후 최근까지 선수 시절 동료들과는 거의 연락을 끊고 지내온 것으로 알려졌다.◆김씨 모녀 살해 후 자살한 듯 바로 이날 밤 김씨 모녀 4명도 전남 화순의 한 공동묘지에서 시신으로 발견됐다. 김씨 모녀 시신은 큰 가방 4개에 각각 담긴 채 땅 속에 묻혀 있었으며 부패 정도는 심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경찰은 전했다.경찰은 이씨가 김씨 모녀 4명을 살해 후 자살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아파트 CCTV에 찍힌 대로 이씨가 김씨 모녀의 시신을 여행가방에 넣어 옮겼을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하고 있다. 경찰이 김씨의 아파트를 조사했을 때, 아주 적은 양의 혈흔이 묻은 안방 침대 매트리스가 베란다에 세워져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매트리스는 시트가 벗겨져 있었으며, 혈흔을 감추려는 듯 혈흔 위에 잉크가 묻어 있었다고 경찰 관계자는 말했다. 또 천장에 달린 형광등 덮개가 사라진 채, 깨진 덮개 조각 일부만이 바닥에 떨어져 있었다고 전했다.이문수 마포경찰서 형사과장은 "집안에서 발견된 피의 양이 너무 적어, 흉기에 의해 살해됐거나 사체가 훼손됐을 가능성은 적어 보인다"고 말했다. 경찰은 18일 CCTV에서 김씨와 딸들이 드나든 것을 확인하기 위해 지난주 김씨의 오빠와 언니를 경찰로 불렀으나, CCTV 화질이 안 좋은 탓에 동생과 조카들을 식별해내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씨의 오빠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하루 종일 CCTV 화면을 들여다봐도 조명이 너무 어두워 동생과 조카들을 알아볼 수 없었다"며 "밤 9시50분 이전 CCTV 화면에선 여행가방을 옮기던 남성과 같은 차림의 남성도 찾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살해했다면 왜?당초 김씨와 이씨는 매우 각별한 사이로 알려졌었다. 지난해 남편과 사별한 김씨는 주변 사람들에게 "이씨와 재혼하겠다"는 말을 공공연하게 해왔고, 지난해 10월 말 전셋집을 계약하러 이씨와 함께 부동산에 들렀을 때는 이씨를 '남편'이라고 소개하기도 했다. 이처럼 가까운 사이였던 두 사람 사이에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경찰은 사기 혐의로 수배돼 신용불량자 신세였던 용의자 이씨가 금전 문제를 이유로 범행을 저질렀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실종 사흘 전 해지된 김씨의 예금통장에 들어있던 1억7000만원은 김씨가 살고 있는 아파트 집 주인에게 주기로 한 전세금의 일부였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 돈이 표적이 됐을 가능성이 높다. 본지가 단독 입수한 경찰 보고서에 따르면, 사건 시점인 지난달 18일 이후 이씨는 최소 5000만원 이상의 현금을 확보하고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씨는 지난달 18~19일 평소 가까이 지내던 지인에게 현금 5000만원을 비닐봉지에 담아 주며 "A씨 법인 통장에 입금해달라"고 요청했다. 3월 8일에 또 5000만원이 담긴 통장을 건네며 송금을 부탁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이 돈이 김씨가 실종되기 전 빼낸 1억7000만원 중 일부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또 그날 이호성씨는 옷가방 3개와 밀봉한 편지를 "형에게 전달해 달라"고 부탁하기도 했다. 다음날인 3월 9일 오후 7시30분쯤 그는 지인에게 전화로 "형에게 잘 전달했냐"고 물은 뒤 연락이 끊겼다. 다음날 그는 시신으로 발견됐다. ◆김씨 모녀의 행적우선 이들이 사라진 것으로 추정되는 18일 밤 11시쯤, 김씨 휴대폰으로 당시 집 밖에 있던 큰딸에게 전화를 걸었다. 한 시간쯤 뒤 김씨와 큰딸의 휴대폰 신호가 모두 서울 종로구의 기지국에 잡혔다. 그리고 19일 오전 5시40분엔 전남 화순의 야산 지대에서 큰딸의 전화기가 잠시 켜졌다가 꺼졌다. 19일 오후 2시53분에는 전남 장성 부근 상행선 고속도로 톨게이트의 CCTV에서 김씨의 차량이 포착됐다. 이런 휴대폰 신호를 모두 종합하면 18일 밤 10시30분쯤 여행가방을 차에 실은 이씨가 자정 무렵 김씨의 큰딸과 서울 종로 부근에서 접촉한 뒤, 밤새 차를 몰고 전남 화순까지 내려갔다가, 장성을 거쳐 20일 오전 충남 공주에 도착했다는 추정이 가능하다. 20일 오후 8시쯤엔 한 남자가 서울 창전동 김씨의 아파트 지하주차장에 김씨의 차를 세우는 장면이 포착됐으나, 이 남자가 이호성씨인지는 불분명하다.
- "그린그룹 도약 원년ㆍ북카페 주력사업 키울 터"
- [이데일리 유성호기자] 최근 초임 4,300만원을 내걸고 ‘명박아~한판붙자!’란 도발적 광고문구로 직원 채용광고를 냈던 (주)녹색세상의 장원대표. 그의 명함에는 'CHO 장원‘이라고 적혀 있다. 흔히 알고 있는 CEO, CFO가 아니라서 고개를 갸웃거리자 ’H'에는 세가지 의미를 담고 있다고 설명했다. “Hope(희망), Happiness(행복), Health(건강)의 의미입니다. CHO는 이를 책임져야 하는 자리라고 생각합니다.” △ (주)녹색세상 장원 대표지난 12일 홍대앞 북카페 ‘잔디와 소나무’에서 만난 장 대표는 담백하고 거침없이 그간의 사업성과와 녹색세상의 미래를 설명했다. 그를 포함해 69명의 임직원이 이끄는 녹색세상은 지난해 150억원 매출과 순익 15%를 올린 중견기업이다. 녹색세상 계열에는 유기농녹색가게 ‘신시’와 북카페 ‘잔디와소나무’, 월간 ‘좋은엄마’, 영농조합 등이 있다. 올해 온라인쇼핑몰과 친환경상품유통정보센터를 별도 법인으로 설립해 3월에 법인 10개를 묶은 그린그룹으로 발돋움한다는 계획이다. 회사는 이를 기반으로 올해 100% 성장 목표로 삼았다. 지난해는 30% 성장을 했다. 그런데도 저성장 책임을 물어 과장급 이상 임직원 급여를 30% 감봉을 했다. “친환경 농산물 시장은 해마다 자연히 30% 성장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회사가 30% 성장했다는 것은 정체한 것과 다름없습니다. 감봉은 이에 대해 책임을 함께 통감하는 차원입니다” 이러한 결단은 독특한 그의 경영철학에 있다. 그는 평소 ‘도모경영’을 부르짖는다. 윷판의 ‘도 아니면 모’라는 사즉생((死卽生)형 공격적 경영이다. 빈손으로 시작했기 때문에 잃을 것도 없었지만 그래도 ‘모’를 위해 노력했기 때문에 오늘의 성과를 가져왔다는 설명이다. “지인에게 돈을 빌려 사업을 시작했고 남의 사무실 한켠에 책상 두개를 놓고 일했습니다. 자금, 경험, 인력 등 3무(無) 상황에서 유기농산물점 신시의 경우 하나를 열어 이익이 생기면 또 하나를 만드는 방식으로 현재 110개까지 늘렸습니다.” 총 150개까지 문을 열었으나 30여개 점포는 점주들이 아무데서 제품을 구입해 파는 등 유기농 품질관리가 어려워 폐점을 시킨 것이고 10개는 수익성이 떨어져 문을 닫았다는 설명이다. 신시는 올해 해외진출이 확정적이다. 오는 3월이면 미국 시카고와 중국 다롄(大連)에서 신시매장을 볼 수 있다. 독립매장이 아닌 숍인숍(shop in shop)으로 출점한다. 국내진출도 활발할 전망이다. 국내 굴지의 소매유통업체들이 앞다퉈 입점해 줄것을 요청하고 나서는 상황에다 홈쇼핑에서 프랜차이즈 가맹사업을 판매하는 획기적인 방법으로 ‘바람’을 일으키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준비하고 있기 때문이다. 장 대표는 신시 매장을 정확히 200개만 열고 더 이상 늘리지 않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 이상 늘리면 관리와 품질유지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유기농의 생명인 균일한 품질관리를 위해 지역별로 영농조합을 인수해 생산과 판매가 동일지역에서 이뤄지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현재 서울서 집하한 후 다시 매장으로 내려보내는 방식은 친환경적이지 않다는 판단에서다. △ 홍대앞 북카페 '잔디와 소나무'서 만난 장 대표. 유한킴벌리, CJ 등과 공동사업 때문에 무척 바쁜 일상을 보내고 있다. ◇녹색세상과 장 대표의 미래 회사는 이달말 8억 규모 증자를 계획 중이다. 증자가 완료되면 자본금이 30억원으로 늘어난다. 올해 말이나 내년 초 예정인 기업공개를 준비하는 과정이다. 증권시장의 블루칩 삼성이 대기업 대표주라면 그린그룹을 중소기업 대표주로 만들겠다는 당찬 계획이다. 주식시장에 기업이 공개되면 모든 국민이 언제 어디서든 열어 볼 수 있게 일일매입, 매출 기록을 인터넷을 통해 드러낼 방침이다. 도모경영의 자신감의 발로인 것이다. 주력사업도 북카페사업으로 바뀐다. 신시는 올해 200개 출점이 모두 완료될 것이란 판단에서다. 문화사업 일환으로 벌이는 북카페의 경우 현재 홍대 1호점이 운영중이다. 하루 300~500명 손님이 북적인다. 대학가를 중심으로 올해 20개로 늘려 외국계 커피전문점과 ‘진검승부’를 벌이겠다는 생각이다. 장 대표는 오는 2010년에 모든 것을 내려놓기로 했다. 그 해 매출 목표는 1,000억원이다. 1957년 생인 그는 과감히 은퇴를 하고 ‘백두대간’을 소재로 장편 대서사시를 쓰고 싶다고 했다. 그에게 있어 백두대간은 녹색연합 사무총장 시절부터 누비던 곳이다. 이곳에 숨어 있는 역사, 신화, 인물과 더불어 생태를 그려볼 심산이라고 밝혔다. ◇장 대표의 유기농시장 전망과 예찬 유기농 시장 전망은 한마디로 ‘맑음’을 넘어서 ‘쾌청’이다. 2020년까지 꾸준히 성장할 것이다. 선진국은 국민의 40% 정도가 유기농산물을 구매해 섭취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현재 약 4%대 소수 국민만이 이용한다. 2010년까지 약 10%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며 2020년에는 선진국 수준으로 도달할 전망이다. 유기농산물은 부가가치가 높기 때문에 자유무역협정(FTA) 시대 우리 농민을 살리는 산업이다. 또 농약과 최소의 비료를 사용함에 따라 환경을 살리는 일이기도 한다. 이러한 이점은 고스란히 사람에게 돌아온다. 유기농을 먹으면 인성이 좋아진다. 일반농산물보다 비싸다고 하지만 영양면으로 볼때는 오히려 이롭다. 미 농무성과 일 농림부에 따르면 사과의 철분은 유기농이 30배, 시금치 비타민C는 18배 가량 유기농 제품이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현재 약 30% 정도 상대적으로 비싸지만 수요가 늘때마다 가격이 점차 떨어질 것이다.
- [유럽축구 확대경] 리버풀, 총체적 난국에 빠지다
- [이데일리 SPN 송지훈 객원기자] ‘붉은 제국’ 리버풀이 흔들리고 있다. 최근 성적, 클럽하우스 내부의 분위기, 전문가들의 분석, 팬들의 반응, 향후 전망 등 모든 지표에서 이상신호가 감지된다. 지난해 여름 ‘18년만의 EPL 정상 탈환’을 공개 천명하며 값비싼 스타 플레이어들을 줄줄이 사들이던 무렵과 비교하면 확연히 다른 모습이다. 일단 성적에서 ‘곤두박질’에 가까운 하향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올 시즌 자국 리그와 챔피언스리그서 공히 믿음직스럽지 못한 행보를 거듭했지만 특히나 최근의 발자취는 우려를 자아내기에 충분한 수준이다. 새해 들어 리그와 FA컵을 합쳐 총 5경기를 치렀는데, FA컵 3라운드서 단 한차례 승리를 거뒀을 뿐 나머지 4경기서 모두 비겨 홈팬들을 실망시켰다. 유일한 승리의 제물이 3부리그 클럽(루튼 타운)이라는 사실을 생각하면, 그리고 첫 맞대결에서 1-1로 비겨 재경기를 치른 결과라는 점까지 감안하면 결코 웃을 수 없는 승리다. 불안한 행보를 지속하는 사이 선두권과의 격차는 더욱 벌어졌다. 현재 리버풀은 10승10무2패로 승점40점을 획득, 수위 맨체스터Utd.(승점54)에 무려 14점이나 뒤져 있다. 한 경기를 덜 치르긴 했지만 승리를 가정해 3점을 보태도 여전히 10점 이상의 격차가 유지된다. 4위 다툼을 벌이는 지역 라이벌 에버튼(42점)을 넘어선다 하더라도 3위 첼시(50점), 2위 아스널(54점) 등과의 간격을 좁히기가 만만찮다. 호시탐탐 추월 기회를 엿보고 있는 아스톤 빌라(6위), 맨체스터 시티(7위/이상 승점40점) 등 중위권 클럽들을 따돌리는 것 또한 쉽지 않은 과제다. 당초 리그 제패를 목표로 삼았는데 4위까지 주어지는 차기 챔피언스리그 출전권조차 장담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으니 시쳇말로 ‘죽을 쑤고 있는’ 셈이다. 관련해 주장 스티븐 제라드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선수들이 경기 외적인 문제들로 인해 그라운드에 집중하지 못하고 있다”고 밝혀 눈길을 끌었다. 제라드는 “감독(라파엘 베니테스)에 대한 구단 고위층의 불신이 지속되면서 해임설이 끊이지 않고 있다”며 “사령탑이 바뀔지도 모른다는 불안감 탓에 선수들이 경기에 온전히 몰두하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현지 전문가들은 “구단 고위층과 베니테스 감독의 관계가 위험 수위에 도달했다”고 입을 모은다. “꼭 필요한 포지션에 대해 적극적인 보강 작업을 이어가야 한다”는 지도자 측 의견과 “이제껏 들인 돈만으로도 충분하다”는 경영자의 입장이 충돌하는데 따른 분석이다. 특히 구단이 베니테스 감독 해임을 염두에 두고 위르겐 클린스만 전 독일대표팀 감독과 접촉한 사실이 밝혀지면서 양측 관계는 한층 빠르게 냉각되는 분위기다. 베니테스 감독의 중도 사퇴설이 끊이지 않는 배경이기도 하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목표(우승) 달성 가능성이 희박해지면서 클럽하우스 안팎으로 다양한 잡음이 발생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피터 크라우치(FW) 하비에르 마스체라노(MF) 등 일부 선수들의 이적 가능성이 제기된 데 이어 주장 제라드의 경기력과 리더십이 도마 위에 올랐다. 최근에는 공동구단주 톰 힉스와 조지 질레트가 비밀리에 팀 매각을 시도 중이라는 보도가 나와 구단 주변이 발칵 뒤집히기도 했다. ‘두바이 인터내셔널 캐피탈(DIC)’이라는 이름의 중동 투자그룹이 구체적인 인수 금액(3억파운드)을 제시한 사실도 공개됐다. 이에 대해 다수의 현지 전문가들은 대출을 통해 클럽 매입자금을 마련한 두 미국인 보스가 은행 상환금을 제대로 납부하지 못해 곤경에 처해 있다는 점을 지적하며 “조만간 구단의 주인이 바뀔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거금을 투자하고도 기대치에 어울리는 성과를 거두지 못한 만큼 손해를 보지 않기 위해 경영권을 최대한 비싼 값에 팔 것이라는 의미다. 서포터스 또한 “애정 없이 돈벌이를 목적으로 클럽을 장악한 사업가들은 하루 빨리 안필드(리버풀의 홈구장)를 떠나라”며 현 구단주들의 사퇴를 촉구하고 나섰다. 경기력은 물론 팀 분위기까지도 바닥을 치고 있는 상황에서 ‘위로부터의 개혁’을 통해 문제점을 해결해야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한 셈이다. 팀 매각 여부, 감독의 거취, 전력보강 유무 등 클럽의 미래에 영향을 미칠 다양한 변수들이 여전히 상존하는 가운데 팬들의 눈길은 일찌감치 2월에 열릴 2차례의 빅 매치에 모아지고 있다. 9일로 예정돼 있는 첼시와의 리그 29라운드 원정경기와 19일에 열릴 인터밀란과의 챔스 16강 홈 1차전이 그것이다. ‘1경기’ 그 이상의 의미를 지니는 대결들인 만큼 결과는 향후 리버풀호의 항해속도와 방향에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물론 최상의 컨디션으로 전투에 임하기 위해서는 1월29일과 2월2일로 예정된 웨스트햄Utd.전(24라운드)과 선덜랜드(25라운드)전에서 준수한 모습을 보일 필요도 있다./<베스트 일레븐> 기자 ▶ 관련기사 ◀☞[유럽축구 확대경] ‘검은 첨병’, 아프리카 본토로 돌아가다☞[유럽축구 확대경] 파투, 세리에 A 뒤흔든 슈퍼 오리의 등장☞[유럽축구 확대경] 바이에른 뮌헨과 포돌스키, 그 엇갈린 행보☞[유럽축구 확대경] 위기의 첼시, 해결사가 그립다☞[유럽축구 확대경] 바르셀로나, 후반기 도약의 해법은?
- [한들의 친구,야구]계집애가 된 백인의 영웅,진실게임 클레멘스의 초상
- [로스앤젤레스=이데일리 SPN 한들 통신원] 그는 커 보였습니다. 적어도 소인배는 아닌 것으로 보였습니다. “아직도 나는 야구장에 있다”는 어머니의 유언대로 임종 당일도 등판해 통산 340승을 영전에 바쳤습니다. 나라를 대표하는 일에도 앞장섰습니다. 마흔 셋을 넘기면서 해마다 시즌 중반 이후 팀에 합류했지만 2006년 3월 월드베이스볼 클래식에선 성조기를 달고 출전했습니다. 월드시리즈 같은 큰 경기에선 ‘장기’인 빈볼을 던지고도 당당했습니다. 오히려 부러진 방망이가 날아오자 되집어 던지는 역발산(力拔山)을 보여줬습니다. 그래서 팬들은 제일 늦게 계약하고도 최고 연봉을 받아온 그를 질타하기는커녕 뜨거운 기립박수로 환영했습니다. 로저 클레멘스. 사상 최다 사이영상 7회, 전무후무한 한 경기 20탈삼진 두 차례, 354승의 현역 최다승…. 그에게 붙은 훈장들은 눈이 부실 정도입니다. 불과 24세였던 1986년 올스타 게임 MVP와 사이영상에 이어 리그 MVP까지 휩쓸어 행크 애런이 “투수가 MVP가 돼선 안된다”고 하자 그는 “애런이 아직도 선수라면 내가 얼마나 가치 있는 투수인지 보여주기 위해 그의 대갈통을 깨버렸을 것이다”고 기염을 토하기도 했습니다. 그는 유색 인종 선수들이 휘어잡고 있는 메이저리그에서 카리스마가 넘쳐흐르는 마지막 백인의 영웅입니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가요. 지난달 중순 메이저리그의 금지약물 복용 실태를 일부나마 드러낸 미첼 리포트가 발표된 이후 그의 행보는 실망스럽기 짝이 없습니다. 과연 ‘마지막 백인의 영웅’이라고 해도 타당한가라는 한탄이 절로 나옵니다. 한 때 단짝이었던 트레이너의 유효 만료된 아랫도리 이야기를 들춰내지를 않나, 자신을 영웅으로 흠모하는 그의 아픈 아들이 격려의 말을 듣고 싶다는 문자메시지에서 비롯된 전화 통화를 몰래 녹음해 공개하지를 않나, 차마 눈 뜨고 볼 수 없는 시리즈의 연속입니다. 물론 클레멘스도 자신의 얼굴에 약물의 검은 수건이 드리워지는 다급한 상황에서 이것저것 따질 겨를이 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이건 아닙니다. 방법론적으로도 자가당착의 악수에 불과합니다. 진실 게임의 예정지가 늘 파국이라고 하더라도 지난 24년간 마운드에서 보여준 모습에서 멀찌감치 엇나간 추태일 뿐입니다. 오히려 그동안 그에 대한 부정적인 평가(몸쪽 승부를 가장 잘하지만 빈볼도 곧잘 던져 ‘헤드 헌터’라고 불리고, 더 많은 돈을 받기 위한 연례행사로 치부되고 있는 은퇴 번복, 다른 선수들보다 더 우대를 받고싶어 하는 잦은 불평과 특별대우 요구 등등)를 고착화시키는 자충수가 될 게 뻔합니다. 클레멘스는 도덕적으로도, 정황적으로도 막다른 골목으로 치닫고 있습니다. 먼저 거짓말을 했습니다. 미첼 보고서가 발표되기 전까지 자신이 명단에 오른 사실을 모른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미첼의 면담 요청을 두 차례나 거절했고, 사립탐정도 고용해 친구 트레이너와 사전 접촉, 인터뷰도 해갔습니다. 그리고 인터뷰 내용 중 자신에게 유리한 부분만 발췌해 명예훼손 고소장에 올렸습니다. 이 테이프엔 친구 트레이너가 그의 약물복용을 일관되게 주장하는 증언도 담겨 있어 친구 트레이너의 변호사들은 법정 공개도 요구하고 있습니다. 또 이미 미첼 보고서에서 친구 트레이너가 클레멘스에게 직접 여러 차례에 걸쳐 윈스톨 등 금지약물을 주사했다는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바늘과 실’이라고 해도 좋은 친구 앤디 페티트는 일찌감치 약물복용을 시인했습니다. 그럼에도 클레멘스는 무엇을 생각하는 것일까요. 아마도 발코 스캔들로 빼도 박도 못하는 배리 본즈와 달리 아직까지 아무런 물증이 없어 자신만만 하고, 본즈의 죽마고우 그렉 앤더슨처럼 페티트의 입도 끝까지 지퍼가 열리지 않을 것이라고 철썩 같이 믿고 있는 것인가요. 뭐 낀 놈이 더 성낸다는 속담에 딱 어울릴 법한 클레멘스는 마크 맥과이어는 물론 본즈보다 더 나쁜 길을 가고 있습니다. 본즈는 모르고 먹었다고 거짓말을 했지만 약물복용 사실 자체를 부인하지는 않았습니다. 클레멘스는 8월4일이 되면 만으로 마흔여섯 살이 됩니다. 불혹의 고개를 넘어 하늘의 뜻을 안다는 지천명(知天命), 오십이 내일모레입니다. 고무줄 놀이하다 싸우는 계집아이들처럼 말싸움이나 하면서 진흙탕에서 나뒹굴게 아니라 맑게 갠 하늘 아래로 나와야 할 것입니다.
- (전문)이명박 당선자 신년 기자회견
- [이데일리 김춘동기자] 지난해 보내주셨던 국민 여러분의 뜨거운 성원에 다시 한 번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경제를 살리고 국민 통합을 이루어 내라는 시대적 요구를 받들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무자년 새해가 밝았습니다.대선이 끝난 후 한 달 가까이 저는 많은 분들을 만났습니다.여러 가지 유익한 이야기들을 경청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저는 우리 국민들의 마음 속에 무언가 새로운 희망의 기운이 약동하고 있다는 것을 분명히 느꼈습니다. “이제 무언가 바뀌겠구나. 이제 잘 될 수 있겠구나” 하는, 긍정적인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음을 저는 곳곳에서 확인합니다.긍정적인 생각은 긍정적인 행동을 불러오고, 긍정적인 행동은 긍정적인 결과를 가져옵니다. `할 수 있다`는 자신감으로 나라의 분위기가 바뀐다면, 어떠한 어려움도 극복할 수 있을 것입니다.전국 곳곳에서 국민들이 달려와 팔을 걷어붙이고 검은 기름 때를 벗겨낸 태안에서 우리는 다시 한 번 `긍정적 변화의 힘`을 보았습니다. 불가능한 것을 가능하게 하는 대한민국의 저력을 확인했습니다. 절망 속에서 희망을 찾아내는 우리 국민들의 위대함에 세계가 놀랐습니다. 이 자리를 빌어 태안의 재난 복구에 동참해주신 국민 여러분께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존경하는 국민 여러분!안으로는 긍정과 희망의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지만, 바깥을 보면 세계 경제가 심상치 않은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다.지난 몇 년 간 유례없는 호황을 누렸던 세계 경제가 곳곳에서 적신호를 보이고 있습니다. 유가는 100달러 시대에 돌입하고 있고, 금융 위기에 대한 우려도 깊어지고 있습니다. 환율과 금리, 물가도 불안해졌습니다. 긴장을 늦추어서는 결코 안 될 것입니다. 여건이 어려울수록 마음을 다잡고 길을 찾아야 할 것입니다. 과거에 얽매이지 않고 현실을 냉철하게 직시하며 미래로 향한 길을 열어야 합니다. 이럴 때 일수록 합심해서 변화를 창조해내야 합니다. `화합 속의 변화`를 일구어내야 합니다.변화는 정부부터 시작해야 합니다. 국민들에게 변화를 요구하기 전에 공직 사회가 먼저 변화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필요합니다. 알뜰하고 유능한 정부를 만드는 것은 이명박 정부의 가장 중요한 국정 과제입니다.미래지향적인 정부조직 개편이 중요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시대의 흐름에 맞지 않는 정부조직의 군살을 빼내야 합니다. 방만한 조직에 나사를 죄야 합니다.지식기반 경제에서 통합와 융합은 시대의 대세입니다.중복적인 기능을 과감하게 통합하고, 쪼개진 기능들을 융합시켜야 합니다.이를 통해 복잡한 규제를 혁파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어야 합니다.민간이 더 잘 할 수 있는 일은 민간에게 돌려주고, 지방이 맡는 것이 좋은 일들은 지방이 맡도록 해 주어야 합니다.국가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많은 나라들이 이미 정부조직 개편을 단행했습니다.우리가 늦었습니다.이번 기회를 놓치면 우리는 선진화의 기회를 놓치게 될 것입니다.새 정부가 출범하기 전에 정부조직 개편을 해야 새롭게 일을 할 수가 있습니다.옳다고 생각하는 일을 미루는 것은 나라의 발전을 그만큼 지체시키는 일입니다.조만간 정부조직 개편 안이 발표될 것입니다.국민 여러분들께서 나라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지지와 성원을 보내주셔야만 역사적인 정부조직 개편을 해낼 수 있습니다.모든 정당과 국회의원들께 간곡히 호소합니다.이 역사적인 과업을 수행하는 데 여야가 따로 있을 수 없습니다.나라의 미래를 위해 하는 일입니다.새 정부가 스스로 감량을 하고 출발하겠다는 의지를 담은 것입니다.대한민국의 미래, 대한민국의 선진화를 위해 협조해 주시기 바랍니다.존경하는 국민 여러분!지금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서 정부 이양을 위한 작업이 진행되고 있습니다.새로운 국정 철학을 확립하고, 이명박 정부가 해야 할 국정 과제들을 점검하고 있습니다.어제 1차 보고회에서 155개의 과제들을 추출하여 시급히 수행해야 할 일과 시간을 두고 충분히 검토해야 할 일들을 가리고 있습니다.인수위 관계자들과 정부 관계자들이 서로 협력하는 가운데 새 정부 출범 준비는 착실히 진행되고 있습니다.이명박 정부는 국민을 섬기는 정부입니다. 정책 추진과정에서부터 이해당사자와 전문가, 국민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여 추진해 나가겠습니다.이전 정부가 한 일이라도 계속 추진해야 할 일들은 제대로 챙겨서 시행할 것입니다. 이명박 정부는 실용주의 정부입니다.국익에 도움이 되고, 경제 살리기에 도움이 된다면 어디라도 달려가 일을 해내고자 합니다. 저는 이런 취지에서 취임 전이지만 4개국에 특사를 보냈습니다. 글로벌 코리아를 위한 장정은 잠시도 멈출 수 없습니다.변환의 질서 속에서 한미동맹을 미래지향적으로 정립하기 위한 노력도 지속되어야 합니다.일본 중국 러시아는 모두 우리나라의 미래에 매우 중요한 관건이 되는 나라들입니다.실질적인 관계 증진과 창의적인 사업들을 통한 공동 번영의 노력을 대폭 강화해야 합니다.새 정부가 출범하면서 남북관계도 이제 실질적으로 발전해야 합니다.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상호 신뢰입니다. 6자 회담에서 합의된 것을 성실히 행동으로 지켜나간다면 본격적인 남북협력의 시대를 앞당길 수 있습니다.남북관계를 순조롭게 풀기 위해서도 주변국들과 남북한의 관계는 더욱 긴밀해져야 합니다.특히 한미관계가 돈독해지는 것이 북한에도 도움이 될 것입니다.한미관계와 남북관계가 서로 발전하면 북미관계도 함께 발전할 수 있을 것입니다.존경하는 국민 여러분!금년 한 해 우리는 경제를 살리고 민생을 안정시키는 데 힘을 집중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세계경제가 어렵습니다만, 우리는 할 수 있습니다.무리한 부양책을 쓰지는 않을 것입니다.안정을 바탕으로 착실하게 성장 동력을 확충하고 잠재성장률을 끌어올리기 위한 대책을 강구할 것입니다.짧은 호흡이 아니라 긴 호흡으로 경제를 운용할 것입니다.그러기 위해서 정부조직 개편과 교육 개혁을 서두르고, 예산을 절감하는 방안을 강구하며, 법과 기초질서를 다잡는 일부터 시작하겠습니다. 급할수록 기본으로 돌아가는 것이 중요합니다.경제를 살리기 위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 `규제 개혁`입니다.정부조직 개편과 함께 새 정부는 `규제개혁에 중점을 둘 것입니다.투자를 가로막는 규제부터 우선적으로 정비해야 합니다.규제 일몰제와 네거티브 시스템 도입을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합니다.새 정부 출범 이후 국민들이 체감할 수 있도록 규제 개혁에 속도를 낼 것입니다.일자리 창출과 성장잠재력 확충을 위해서도 이 번만은 규제 개혁이 구호가 아니라 실천이 되게 해야 합니다.제가 최근 `비지니스 프렌들리`라는 말을 쓰자 일부에서는 친기업적으로만 정책을 쓰지 않느냐는 우려를 제기하고 있습니다.그렇지 않습니다.시장에서 기업들이 창의적인 도전정신을 가지고 투자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주는 것, 그것이 바로 기업을 위한 길이자 근로자를 위한 길이요, 국민들을 위한 길입니다.법을 지키는 데 있어서는 기업가이든 근로자이든 차별이 있을 수 없습니다.경제 여건이 어려워지고 있는 지금, 기업은 경영을 투명하게 하면서 경쟁력 향상에 힘을 쏟아야 할 것입니다.근로자도 생산성 향상을 통해 한국 경제 발전의 한 축을 담당해 주었으면 합니다.저는 항상 근로자가 경제살리기의 매우 중요한 동반자라고 생각해 왔습니다.이 시대는 기업가이든 근로자이든 역사의 순리를 거스를 수는 없습니다.노사가 힘을 합쳐 어려움을 극복하고 발전을 이루어낸다면 저는 그 혜택이 공평하게 돌아갈 여건을 만드는 데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올 해는 건국 60주년이 되는 뜻 깊은 해입니다. 지난 60년 동안 우리는 건국과 산업화, 민주화를 역동적으로 거쳐왔습니다. 이제는 선진화로 나아가야 합니다.세계일류국가의 길로 들어서야 합니다.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하지만 더 큰 자신감과 희망을 가지고 나아간다면 우리가 못해낼 일은 없습니다.하루아침에 우리가 바라는 모든 것을 이룰 수는 없지만, 국민모두가 각자 자신의 위치에서 최선을 다한다면 우리가 바라는 선진화의 길을 앞당길 수 있습니다.그러기 위해서는 대한민국이 하나가 되어야 합니다.정부는 국민을 믿고, 국민은 정부를 믿어야 합니다.그동안 국민들께서 오히려 나라걱정을 많이 하셨습니다.이제는 국민들이 나라 걱정할 필요 없는 시대를 열겠습니다.국민들의 신뢰를 얻기 위해서 최선을 다하겠습니다.언제나 초심으로 국민들을 섬기겠습니다.감사합니다.
- (이기문의 세상보기)백년지대계 교육 가능할까?
- [이데일리 이기문 칼럼니스트] ‘BBK주가조작’, ‘삼성떡값’ 등 최근 신문 지면을 채우는 뉴스 들은 우리사회의 심각한 ‘도덕성의 부재’를 실감하게 한다. 도덕성 그 자체를 유지해야 하는 종교계, 교육계 등의 도덕 불감증도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법조계의 도덕 불감증도 중증이고, 관료사회, 재벌 등을 포함한 경제계, 언론계, 노동계 등을 포함해 모두 중증에 걸려 있다. 시민단체의 도덕 불감증도 이제는 심각하다. 그런데 도덕성 부재문제와 관련 더욱 심각하게 느끼는 것은 이것이 교육계에 만연되어 있다는 사실이다. 입시문제 유출로 큰 파장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이번 김포외고 사태가 바로 그것이다. 대한민국 교육 현장의 그 구조적인 문제점을 가감없이 보여주고 있다. 뿐만 아니라 이번 사태는 우리나라 학생들에게도 치명적인 상처를 줬다. 비단 김포외고 입시와 관련된 학생들뿐 아니라 이를 지켜보는 대한민국 학생들이 받은 충격을 생각하면 걱정이다. 상상하지도 못한 입시문제가 돈 몇 푼에 의해 유출되는 나라, 그리고 유출된 입시문제를 아무런 도덕적 저항없이 받아들였던 문제의 학생들, 그리고 내게도 기회가 없어 입시문제를 보지 못한 것일 뿐 그와 같은 기회가 나에게도 온다면 역시 입시문제를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학생들, 그리고 대다수의 학생들이 이번 입시문제 유출사태를 지켜보면서 과연 우리 교육계가 그 동안 지향해온 가치가 무엇일까를 생각해 보게 된다. 지난 19일 경기교육청은 이번 김포외고의 최종 합격 취소자와 향후 대책을 발표하며 앞으로 특목고 학원 감사에 나선다고 했다. 또한 20일 서울시교육청은 김포외고 입시문제 유출에 따른 학원 설립·운영자의 책임을 물어 해당학원에 대해 등록말소 조치하기로 결정했다. 사설학원이 입시문제 사전유출 사건에 개입돼 등록말소 처분을 받은 것은 강력한 처분이기는 하다. 하지만 해당 학원은 명의를 변경하고 대표자를 변경하면 같은 장소에서 다시 다른 이름의 학원을 운영할 수 있어 문제가 근원적으로 치유된 것은 아니라 할 것이다. 그런데 이번에 불합격 처분을 받은 학생들은 치명적인 상처를 입게 됐다. 도덕성의 저항감 없이 우연히 찾아온 기회에 문제를 보았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그들이 감당해야 하는 합격처분의 취소처분은 아주 심각하고 중대한 상처를 그들에게 안겨 준 것으로 보인다. 설령 해당 학부모들이 불합격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행정소송을 제기한다고 하더라도 그 승소가능성은 낮아 보이며, 어쩌다 입시문제를 본 것이 경미하다고 판단해 승소한다고 하더라도 이미 시간이 지나 있어 승소의 의미는 반감돼 있는 상태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정부가 내놓은 향후 대책이나 법적 조치라는 것도 제2, 제3의 김포외고 사태를 막기에는 한없이 역부족으로 보인다. 특목고 입시부터 학사관리까지 깊이 있는 진단과 대책마련은 물론이고 입시과열을 불러일으키는 대한민국 교육 환경의 구조적인 문제까지 되짚어 보고 개선안을 마련해야 할 시기가 아닐까 싶다. 김포외고 입시문제 유출 사건의 근본원인은, 좀 더 많은 수강생을 끌어 돈을 벌어보겠다는 학원측과 학원장이 건네준 검은 돈에 양심을 팔고 시험지를 유출한 교사들에게만 책임을 뒤집어씌우고 넘어가기에는 그 파장이 한없이 크다. 초등학생 때부터 시작되는 특목고 입시 경쟁은 진정한 교육의 이념에 초점을 두지 않고 경쟁 위주의 교육환경을 만들어 간다는 데에 문제가 있다. 그러므로 법적인 잘잘못을 가려 이번 사태를 빚은 이들에게 ‘처벌’을 주고 마무리 하는 식의 임시방편적 해결방법 만으로는 이 같은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우리나라 교육 환경의 구조적인 문제를 되짚어 볼 수 있는 기회로 삼아 이 같은 일이 감히 다시 일어나지 않는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해결책을 모색해야 한다. 경쟁을 유도하되, 교육의 이념이 제대로 배태돼 있는 교육의 현장을 만들어가야 할 시기다. 그 근본이 도덕교육이다. 도덕성은 우리 사회의 질서를 유지해주는 보편적 가치이며, 법은 도덕의 최소한에 불과하다는 것과 도덕적 가치관이 사회를 움직일 때 진정한 경쟁력은 나오는 것임을 깨우치게 해야 한다. 교육백년지대계(敎育百年之大計:교육은 백 년을 내다보는 큰 계획)라 했다. 혹자는 한국에서 교육 정책은 '백년지대계'가 아니라 '조삼모사' (朝三暮四)가 된 지 이미 오래라고들 하지만 ‘교육의 힘’에 우리는 아직도 그 실오라기 같은 기대를 저버리기는 힘들다. 바른 도덕 교육을 통해 성장한 학생들은 대한민국의 미래를 책임지고 장기적인 국가 경쟁력 제고에 이바지한다. 그러나 지금까지 우리 사회에서의 ‘교육’은 누가 좋은 학교를 가느냐의 단기적이고 개인적인 문제에 그쳤다. 하지만 진정한 교육은 총량적으로 평가해야 한다. 사회의 구성원 개개인이 자신의 적성에 맞는 교육을 받으면서 각자의 전문직 사회에 미치는 도덕성의 총량이 합쳐졌을 때 우리 사회는 살만한 사회로 거듭나게 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입시위주의 교육환경에서 도덕불감증을 눈으로 보고 느끼고 자라난 우리의 청소년들에게 대한민국의 미래를 이끌어 나가라고 요구하는 것은 과욕이다. 아이들이 받은 큰 상처를 보듬어 주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는 한편 대한민국 교육이 살아 있는 교육이 되기 위한 도덕교육의 부활은 진정 이 시대에 필요한 것이 아닐까 한다. 이기문 변호사(前 국회의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