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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하이닉스, 단기 긍정..펀더멘털은 의문-굿모닝신한
  • [edaily 김현동기자] 굿모닝신한증권은 8일 하이닉스(00660)에 대해 재정자문사의 실사결과 발표지연이 단기적으로 주가에 촉매 역할을 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주가가 랠리를 지속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굿모닝신한은 "하이닉스 재정 자문사(도이치 뱅크, 모건스탠리)의 최근 실사 결과 발표가 당초 이달 5일에서 1주일 가량 늦춰진 것이 반드시 하이닉스가 독자 생존의 길을 추진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지만 채권단이 근시일내 하이닉스 매각을 강력히 추진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점 더욱 분명해져보이는 요소"라고 밝혔다. 특히 "현 시점에서 즉각적으로 명확한 인수자(마이크론사의 주가도 지난 4월 인수 제안시의 주가 대비 절반 수준으로 하락)도 없고 무리한 매각 추진에 따른 소액 주주로부터의 반발이 예상되는 점도 이러한 가능성을 높여준다"고 말했다. 따라서 실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 당분간 기대감에 의한 단기적인 모멘텀이 발생할 수 있다고 제시했다. 굿모닝신한은 그러나 ▲불충분한 올 2분기 투자금액 1000억~1500억(1분기 1000억원), 올 전체계획 8000억원), ▲2분기 0.13um 생산 비중이 거의 전무(당초 전체 DRAM 생산중 13% 예측)한 점, ▲30%에 머문 DDR D램 생산 비중(당초 예측 40%, 삼성전자/대만 업체의 평균은 43%) 등은 펀더멘털에 대한 의문을 가지게 하는 요쇼라고 지적했다. 또 오는 2004년에 도래하는 부채 3조4000억원을 감안할 때 심각한 D램 공급 부족 현상이 없는한 이때 예상상되는 현금 지출 규모를 감당해 내기는 힘들 것으로 예상했다. 따라서 하이닉스의 생존가능성은 여전히 D램산업과 부채 이슈같은 외생변수에 달려있다고 덧붙였다. 굿모닝신한은 하이닉스의 주가는 D램가격의 급락이 없고 재정 자문사의 실사 결과가 나오면서 하이닉스 운명에 때한 방향이 재정립될 때까지는 하방 경직성을 보일 것으로 예상했지만 6개월 주가수익률은 시장평균수익률에 머물 것이라고 밝혔다.
2002.08.08 I 김현동 기자
  • (김경록의 채권프리즘)(속)OK목장의 결투
  • [edaily] 2001년 10월 OK 목장의 결투에서 주가에 장렬하게 패배한 채권시장은 와신상담했으나 6개월 정도 지나서 또 한번 쓰라린 패배를 보고 있다. 1라운드 때는 긴 듀레이션에서 금리가 상승해서 K.O.되었다면, 이번에는 swap pay, FRN매입, 짧은 듀레이션 등으로 만반의 결투 준비를 갖추고 있는데 예상외의 주가하락이라는 뒤통수를 맞는 바람에 금리 하락으로 심적인 K.O.패를 당하고 있다. 이번 미국의 주가하락은 경기 회복국면에서의 주가하락이라는 것과 역사적인 하락폭이라는 것을 감안한다면 여느 때와는 다른 국면이며, 우리나라가 받을 영향도 경우에 따라서는 클 것으로 보인다. 이후 전개될 ‘OK목장의 결투’의 관전 포인트를 짚어보기로 하자. 1.역사적(historic) 장면 지금 미국의 주가하락은 역사적 국면에 해당된다. 1차 대전 후의 호황과 29년의 대공황과 2차 대전으로 인한 주가 폭락, 이후 50년대와 60년대 중반까지 이어진 호황(Go-Go years)과 73년 1차 석유파동과 함께 시작된 주가 폭락이 있었으며 특히 이 시기는 폭락을 전후하여 20년에 걸쳐 주가가 횡보하는 모습을 보여 주었다. 이후 계속 상승하던 주가가 폭락한 것이 현재 국면이다. 따라서 현재의 국면은 그렇게 쉽게 대처할 국면은 아니다 : 혹자는 double-dip을 넘어서 장기침체를 고려하고 있는 것도 이러한 맥락에서 이해된다. 경험에서 보듯이 이런 국면에서는 70년대처럼 장기간 등락국면이 이어질 수 있고, 저점 이후 단기 급등이 있을 수도 있다. 또한 조정의 폭과 기간이 문제이기는 하지만, 조정 이후 예외 없이 장기간 주가의 상승으로 이어지면서 하락폭의 몇 배에 해당하는 보상을 해주기도 한다. 2. 몇 가지 판단 현 국면에 대해서 미국을 중심으로 몇 가지만 생각을 정리해보기로 하자. (1) 미국은 10년 호황 동안 경상수지 적자 확대, 사상 최저의 저축률, 재정수지의 적자 전환이라는 문제를 남겼다. 반면에 10년 동안의 주식시장 호황으로 자산이 증가했던 투자가들은 이제 원점에 들어섰다(아래 그림). 3개월 단기 투자와 별반 차이가 없다. 베이비 붐 세대들도 90년대 40대에서 이제 50대에 접어 들었다. 이러한 불균형은 단기간에 해소되지 않는 것이 금융사의 경험이다. (2) 더블 딥이나 장기 침체 가능성은 낮다. 일본의 장기침체는 85년 이후 엔화 강세가 중요한 역할을 했으며, 여기에 인구 노령화 문제, 적절치 못한 정책 대응 때문이었다. 미국은 주가의 버블을 걱정하는데 주가는 환율에 비하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국지적이다. 그리고 인구 구성도 미국은 일본보다는 양호하다. 사무엘 헌팅턴은 문명의 충돌의 이유중의 하나로 다른 문명권에 비해 급속하게 늘어나는 인구를 들고 있다. 그리고 젊은층의 비중이 높을 때 그 사회는 개혁적이고 과격해지는 성향이 있다고 한다. 이처럼 인구는 장기적으로 경제, 문화적인 구도 형성에서 중요한 고려 상황이다. 부동상 시장도 마찬가지 인구 관점에서 접근이 가능하다. 토드 부크홀츠는 베이이 붐 세대들이 은퇴 후의 집에 대한 수요로 다른 보금자리를 찾으면서 집값이 떨어진다고 하나, 일단 이들은 더 비싼 집들을 수요할 것이라고 본다. 그리고 지난 20년 동안 입국한 외국 출신 주민들의 집에 대한 수요도 있기 때문에 부동산 시장의 버블과 붕괴는 일본과 같을 수는 없다. (3) 몇 년 전에 모 자동차 박물관에서 경주용 자동차의 엔진 소리를 들은 적이 있는데 가슴을 설레게 하는 강한 소리였다. 미국은 이런 엔진 소리를 당분간 듣기 어려울 따름이며 엔진 자체의 심각한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다. 금융가격은 실물변수에 비해 변동성이 크다. De Long은 추정키로 주가의 실질가격이 실물변수의 10배에 이른다고 한다. 장기 호황과 New Economy에서 장기불황 내지는 더블 딥이라는 기대로 실물에 대한 예상이 반전되면서 주가는 급변동 했다. 향후 미국 경제가 점진적 성장궤도에 진입할 것이라는 기대가 형성되면서 주가는 반등하게 된다. 다만 실물의 궤도를 감안한다면 반등의 폭은 제한적일 것이다. (4) 이후의 긴 강세장에 대해서는 미국의 100년간 주가 역사가 말해 주고 있다. 20년대 디트로이트에서 시작된 자동차 산업의 호황이 29년 대공황 이후 합병을 겪으면서 미국의 주력산업으로 자리 잡았다. 영국과 유럽 대륙간 전화선을 깔 때, 어부가 기념으로 전화선을 잘라 가기도 했고, 태평양에 전화선을 깔았을 때는 태풍 등의 영향으로 끊어지기도 했지만 투자는 계속되었다. 방향이 잡히면 가끔씩 길을 헤매기도 하지만 그 길을 가게 된다. 실리콘 벨리의 개념이 어떤 형태로 다시 구현될 지는 몰라도 그 개념은 여전히 중요한 성장 엔진이 될 것이다. (5) 아시아의 de-coupling은 맞는 개념이다. 아시아는 빠른 경제성장과 많은 인구로 이미 서구에 견줄만한 세력이 되었다. 중국 본토의 급격한 성장과 홍콩, 싱가포르, 말레이지아, 인도네시아, 대만 등과 연계된 중국의 경제권이 있다. 미흡하지만 구조조정을 했을 뿐 아니라 1세기에 있을까 말까 하는 훌륭한 인구구조(미국의 90년대와 같은 인구구조를 가지고 있다)를 가진 우리나라도 훌륭한 투자 대상이다. 그러나 de-coupling을 너무 조급하게 보아서는 안될 것이다. 아시아 시장은 역동성이 있는 만큼 안정성이 결여되어 있다. 따라서 세계시장이 안정국면에 접어들 때까지는 emerging market이 de-coupling을 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지금은 4반세기에 한번 정도 도래하는 불확실한 국면인데 이런 상황에서 성급한 de-coupling이 일어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이것은 좀 더 긴 시야에서 보아야 할 문제라고 생각한다. 3. KOSPI로 본 금리 (1) 당분간 금리는 주가에 연동하는 것이 패션이다. 최근 3개월간 일별자료를 단순 회귀분석 해보면 주가는 금리의 91%를 설명하고 있는 것이다. 6개월간으로 분석기간을 확장해도 주가의 금리 설명력이 78%로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이는 펀더멘탈의 향후 전망이 불투명해지면서 채권시장 참가자들이 금리의 방향성을 주식시장의 정보에서 찾기 때문이다. 주가라는 관점으로 볼 때 금리는 어디 까지 보아야 하는가. 3개월간 자료를 이용한 추정 결과에 따르면 KOSPI 650이면 5.14%, KOSPI 600이면 4.85%이다. 6개월의 자료로 회귀 분석한 결과를 추정하면 각각 5.36%와 5.14%이다. 주가 600이면 시장의 심리가 무너진 선인데, 이 경우 금리는 5% 전후로 추정된다. 다음의 주가지수에 따른 금리수준 표를 보면 매 주가의 움직임에 따라 변화하는 금리의 적정수준을 추정할 수 있을 것이다. 주가 50p당 금리는 25bp움직이는 모습이다. 당분간 등락국면이 이어질 것이므로 이 표를 참조하여 거래하면, 모형의 단순함과 조잡함에 비해서는 훨씬 유용할 것이다. (2) 금리의 변동성 분포를 보면 일간 변동성은 5bp이내가 대부분이나 최근에는 일간(inter-day) 뿐만 아니라 일중(intra-day)에서도 10~20bp정도 변하는 일이 많아 변동성이 상당히 큰 영역에 포함되어 있다. 당분간 이 영역에서 금리는 계속 움직일 것으로 보이며, 일간 뿐만 아니라 일중의 변동성도 심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미국 주가는 저점을 모색하고 있든지 혹은 한번 더 하락 국면에 접어들 수도 있기 때문이다. 어떤 경로를 택하든지 주가의 변동성은 클 것이며, 주가에 계속 연동될 채권가격 역시 변동이 클 것이다. (3) 29년 이후 미국의 역사적인 약세장을 보면 ‘주가의 급락이 진정되면’ 그 이후 바로 반등이 있으며, 점진적 상승은 보이지 않는다. 이것은 일방적으로 형성되던 기대가 반전되면서 발생하는 금융시장의 특징이다. 물론 이러한 반등이 추세전환일 수도 있고(29년), 지루한 등락장의 시작(73년)일 수 있지만 급반등이 있다는 점은 공통된다. 주가 변동성 확대에 따라 채권가격의 변동성이 커지면서 채권시장 참가자들은 변동성을 이용한 거래를 하든가 혹은 중립적인 듀레이션에서 차익거래 등을 하고 여기에 점차 익숙해지고 있다. 미국의 과거 주가 움직임에서 반등 국면을 고려한다면, 시장이 이런 변동성에 익숙할 때쯤이면 금리는 다시 중기적인 추세를 형성하게 될지도 모르겠다. 최근의 일련의 시장 움직임은 사람의 예측 지식에 대한 회의를 갖게 한다. 하이예크가 ‘지식의 오만’(the pretense of knowledge)이라고 한 것이 실감나는 국면이다. 주식시장의 구루(guru)들이 미래에 대한 예측보다는 두려움과 욕심을 적절히 조절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한 것이 이러한 이유에서 비롯되었을 것이다. 덧붙이고 싶은 것은 역동적으로 움직이는 시장에 대한 상상력을 제한하지 말자는 것이다. 삶이 소설보다 훨씬 소설답듯이 풍부한 상상력으로 시장을 대하는 것이 시장에 대한 예우가 아닌가 생각된다.
2002.08.01 I 김경록 기자
  • (이진우의 FX칼럼)너무 취약한 시장구조
  • [이진우 칼럼니스트] 올 것이 오고야 말았습니다. 3개월 보름 정도의 기간 동안 줄곧 빠지기만 하여 170원 가량의 낙폭을 기록하던 환율이 이틀 만에 35원도 튀어 오르는군요. 1170원 아래에서 달러를 던졌다면 배 아프고 억울해 이 장세를 어찌 눈 뜨고 지켜 볼 수 있겠습니까? 한 차례 중간 점검이 필요한 시점이 도래 했습니다. ◇시장에 대한 예측보다는 시장 움직임에 대한 대응 1180원 아래로 환율이 미끄러졌을 때부터 “반등에 대한 기대”를 못 버리는 코멘트를 계속하던 필자에게 한 후배가 메시지를 보내 왔었다. “Cope with any situation! Foretelling is not important…항상 느끼는 거지만 머니게임에서 중요한 건 대응이지 예측이 아닌 듯 합니다. Nobody knows what will happen next…” 지난 번 칼럼에서 언급했던 “박찬호와 선동열論”을 주장했던 친구는 필자가 지금까지 보아 온 “딜러” 중에서 단연 한국 최고라고 서슴없이 말할 수 있는데(기계보다 정확한 손절매 원칙 준수, 3분 동안 포지션 방향이 열번도 바뀐 적 있는 순발력과 탄력성, 오랜 기간 꾸준한 수익률로 나타나는 총잡이로서의 실력), 이따금씩 그 친구에게 “지금 뷰는 어때?”라고 질문하면 돌아오는 대답은 늘 똑 같았다. “뷰? 나 그런 거 없어. 시장이 위로 가자면 사고 못 가면 파는 것 뿐…” 최근 몇 주 동안의 국내외 증시와 환시의 움직임을 지켜보면 정말 “예측이 무의미한 시장”임을 절감하게 된다. 그러나 그러한 예측과 전망을 업으로 삼는 사람들은 당장 내일 아침 아니면 오늘 오후에 헛소리로 판명될지언정 아무도 모르는 “잠시 후”에 대하여 온갖 상상력과 알량한 경험을 동원하여 썰(說)을 풀어 나갈 수 밖에 없다. 그 말 같지 않은 말들도 잘만 활용하면 트레이딩에 어떤 의미에서건 도움은 된다. 참고로 월요일 아침 모 증권사가 하반기에 종합주가지수가 580까지 밀릴 수 있다고 리포트를 내 놓았는데(그 회사가 바로 환율 폭등 직전에 연말 환율 1150원으로 하향조정 한다는 리포트도 냈었다), 한 번 지켜 볼 일이다. ◇시장이라고 부르기엔 너무 초라한 원/달러 시장 은행권의 구조조정 및 합병을 거치면서 이른바 시중은행이라 불리는 은행의 숫자가 많이 줄어 들었다. 거기에다 워낙 안 움직이기로 유명한 데에다 그 움직임조차도 일관성을 결여하고 차트도 잘 안 맞는 시장이 되고 보니 외국계 은행들 중 상당수는 아예 원/달러 시장에서 발을 뺀 곳도 많다. 먹을 것도 없을 뿐더러 잘 먹여주지도 않는 곳이기에…… 그러다 보니 서울 외환시장에서 주문 좀 낸다 할 만한 은행들은 외국계를 포함하더라도 열 손가락이면 충분하다. 업체들도 마찬가지, 환율 빠지는 장에서 주목 받는 전자회사, 중공업 회사, 자동차 회사 몇 군데와 환율 오르는 장에서 무서워지는 정유사 몇 군데 빼면 시장을 움직일 만한 업체라 해 봐야 그 또한 열 손가락도 못 채운다. 이런 장에서 힘 쓸 수 있는 세력이라면 이른바 역외세력이라 불리는 해외 투자은행 몇 군데와 외환당국… 역외가 산다 판다 말도 많지만 알고 보면 골드만 삭스나 모건 스탠리 같은 투자은행 한 두 군데가 조금(?) 매수세를 늘려보거나 달러를 팔겠다고 나서는 것에 불과하다. 그러나 역외가 떴다 하면 시장은 시쳇말로 알아서 긴다. 그들은 길게 보고 방향 잡아주는 세력들이며 손절도 없는 슈퍼맨이라는 잘못 된 인식이 우리 외환시장을 지배한지 오래다. 당국 또한 욕 먹는 것으로는 세계 누구도 부럽지 않은 곳이다. 환율 빼겠다고 달려들면 국책은행 매수세 보인다 그러지 좀 위로 당길 만하면 국책은행 패밀리라 불리는 외국계 은행들 물량 털고 있지, 그래서 시장참여자들이 이런저런 사이버 공간을 통해서 당국을 원망도 많이 한다. 그러나 시장이라 부르기에도 부끄러운 수준의 우리 원/달러 시장에서 그나마 당국이라도 없으면 어찌 될까 생각해 보면 아찔해 진다. 하루 20원 안팎의 움직임으로 지난 금요일 서울 외환시장은 아수라장이 되었는데, 당국마저 없다면 우리 외환시장은 매일 하루 50원에서 100원도 움직일 수 있는 곳이다. 환율 빠질 만 하면 매수세라고는 찾아볼 수 없고 환율 좀 오른다 싶으면 그 동안 그렇게 많다던 오퍼(Offer) 물량이 눈 녹듯 사라지며 오퍼공백 상태까지 가는 이 시장에서 그나마 견딜만한 레벨에서 손절매라도 할 수 있는 것은 당국이 시장참여자들 중 큰 축을 감당해주기 때문에 가능하다. 하루 아침에 해결될 문제는 아니지만 원/달러 시장이 시장답게 움직이려면 시장참여자들의 저변이 더욱 확대되어야 한다. 하다 못해 가구전문 상가나 고서적 취급 서점들이 몰려있는 곳에서 확인할 수 있는 점포 숫자는 되어야 한다. 한 두 군데에서 마음 먹기에 따라 언제든지 시장을 들었다 놓았다 할 수 있는 곳이라면 “법 보다는 주먹”이 말을 하는 곳으로 전락할 수 밖에 없고 장기적으로는 “손님들”이 다 떠날 수 밖에 없는 곳이 될 것이다. ◇기회가 왔을 때 조금 더 잘난 척을 해본다면… 우리가 매 순간 모니터를 쳐다보며 시장을 쫓아 간다고 해서 좋은 수익률이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필자는 지난 금요일 미리 잡혀 있었던 가족들과의 휴가계획 때문에 목요일 뉴욕시장의 결과도 확인하지 못한 채 데일리 전망을 하루 전날 저녁에 올리고 갔다. “하루 휴가로 목요일 저녁 시간에 뉴욕시장의 결과를 알지 못하는 상황에서 쓰는 전망이라 신뢰할 만한 데일리 전망은 될 수가 없다. 그러나 환율의 추가급락을 기대하고 믿는 시장참여자들도 다음 사항은 염두에 두어야 할 것 같다. 첫째, 시장의 관심을 끌고 있는 SK 텔레콤 지분매각과 관련한 12억불 가량의 공급물량을 너무 믿어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시장에서 일찌감치 노출되고 누구나 다 알고 있는 재료는 막상 그 여파가 그리 크지 않은 것이 상례다. 확인할 수는 없는 일이지만 SK 측에서 이미 지분매각과 관련한 물량을 이번 달러 급락장의 와중에 알게 모르게 처리해 왔을 수가 있고(전형적 달러 매수세력인 정유사가 그 동안 달러매도에 치중해 왔다) 당국이나 업체 측에서 밝히듯 “외환시장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중립적 처리”를 거친다면 당장에 달러/원 시장에 환율하락 요인으로 작용하지 않을 가능성도 충분하다. 둘째, 1달러선에서 방황하는 유로화나 115엔대 진입을 매우 두려워 하는 달러/엔 환율이나 지금 당장 달러 대비 급등세를 지속하기에는 부담스럽다는 점을 인정해야 한다. 말발 안 서고 시장에서 무시 당하는 폴 오닐 현 미국 재무장관을 대신하여 클린턴 행정부 시절 시장과 아주 호흡을 잘 맞춰 왔던 로버트 루빈 전 재무장관이 미국의 강한 달러 정책은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언급한 점은 주목할 만 하다. 그리고 유럽이나 일본의 통화도 마냥 달러 대비 강세를 지속할 만한 경제적 명분이 뚜렷하지 않다. 25일 발표된 경제지표만 보더라도 독일의 7월 IFO 지수가 89.9로 나타나며 2개월 연속 하락세를 나타냈고(6월은 91.3) 영국의 6월 소매매출도 예상 밖의 감소세를 나타냈다. 일본 또한 6월 소매매출이 전년 동기비 3.7%나 줄어드는 모습을 보여 최근 달러 약세는 유럽이나 일본의 경제상황이 미국보다 월등히 나아서 이루어진 현상이라고 볼 수는 없게 만든다. 셋째, 월말을 맞아 네고물량의 공급을 기대하지만 의외로 네고물량이 적고 그 동안 발을 빼고 있던 결제수요의 유입이 이루어지면 수급상 달러수요 우위로 장세가 전환 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 그 동안 나올만한 물량은 얼추 나왔다는 계산과 달러가 필요한 세력들이 1170원 아래에서는 자꾸 막히는 환율을 보고 서서히 매수에 나설 수도 있다는 점에서 생각해 볼 수 있는 가정인데, 여기에 역외세력의 매수세까지 재개된다면 의외로 급한 환율의 반등도 가능하다. 달러/엔 및 NDF 시세를 확인하지 못한 상태에서 상정해 보는 일중 레인지는 막연하다. 1160원에서 1180원 사이라 해두면 틀리지는 않을 것 같다.” 아예 뉴욕시장을 안 보고 쓴 전망이 시기적절한 코멘트가 되었지만, 만약 금요일 시장 한가운데에 있었더라면 1180원이라는 황송한 레벨에서는 고점매도에 나서라고 주변에 권하다 된통 망신을 당할 뻔 했다. 절대 벗어날 수 없을 것 같던 “1160~1180원”의 일중 예상 레인지도 우스운 얘기가 되어 버렸다. “예측”보다는 “대응”이 중요한 것이다. 그리고 늘 틀리는 예측이라도 우리는 잘 이용할 필요가 있다. 본 칼럼을 통해 자주 이야기 해왔듯이 “모두”가 간다고 할 때가 제일 조심해야 할 때이다. 경제신문과 일간지를 거쳐 TV에서까지 환율 폭락세를 다룰 시점이 되었으면 달러를 매수할 시점을 조율하는 것… 시장에서 잔 뼈가 굵었다는 사람들은 이런 점을 의외로 중요시 한다. 그리고 국내 프로야구 해설의 새로운 경지를 개척했다는 하일성 씨도 9회까지 이어지는 경기를 해설하는 동안 “이 한방이(혹은 이 한 번의 야수실책이) 지금까지의 경기흐름을 돌려 놓을 가능성이 있어요. 지금 분위기가 묘하게 흘러 가거든요.”하는 식의 가능성과 분위기 해설로 경기를 풀어가지 않는가? 일주일에 한 번 정도 시장의 흐름을 짚어가는 본 칼럼에서 매일매일의 환율 등락을 다룰 수는 없다. 필자의 데일리 시황(www. nfutures.co.kr)에 대해서도 지적과 편달을 아끼지 않는 독자 분들이 계셨으면 하는 개인적 소망을 밝힌다. 주식시장과 채권시장에 비해 토론 문화가 가장 뒤떨어진 외환시장에서 서로의 정보와 뷰를 교환하면서 “휘둘리지 않는 개미”가 되었으면 하는 오래 된 꿈을 같이 이루어 가고 싶다.
2002.07.29 I 이진우 기자
  • (초점)연예산업 불공정관행 백태
  • [edaily 오상용기자] 풍문만 무성하던 연예기획사와 사업자단체의 소속연예인에 대한 부당한 횡포가 28일 공정거래위원회 조사에서 사실로 드러났다. 최근 파문이 일고 있는 방송국 PD와 연예기획사·연예인 사이의 뇌물수수·알선수재 등 검은 커넥션에 이어 연예산업의 도덕성 문제가 다시 도마에 오를 전망이다. 전속계약서 대부분에는 연예인의 의무조항만 나열됐고 권리조항은 찾아볼 수 없다. 소속 연예인이 기획사에 손해를 입혔을 경우 기획사가 청구할 수 있는 손해배상액도 상상을 초월했다. 허위과장 광고로 스타 지망생을 현혹한 기획사와 연기학원이 있는가 하면, 연예사업자 단체가 나서 기획사의 횡포를 조장하고 경쟁을 제한하기도 했다. ◇SM `반란 꿈도 꾸지마` = SM엔터테이먼트 등이 전속계약서상에 명시한 손해배상금액 산정기준은 상상을 초월한다. 가수들은 손해배상금에 대한 공포로 기획사에 반기를 든다는 것을 꿈도꾸지 못한다. 싫든 좋든 순종만이 살길이다. SM이 전 남성 5인조그룹 HOT 멤버였던 문희준과 맺은 계약서를 살펴보면, 기획사가 청구할 수 있는 손해배상가액이 `계약금의 5배, 총투자액(음반제작비 및 제반비용)의 5배, 잔여 계약기간 동안 예상이익금의 3배, 이와 별도로 1억원`으로 규정돼 있다. 블랙비트 멤버 장진영, 플라이투더스카이 멤버 황윤석 등도 예외없이 이와 동일한 약관을 적용받았다. 디지털수다는 손해배상액을 `계약기간동안 기획사를 통해 발생한 연기자 수입의 2배`로 규정, 기획사가 입은 손해와 무관한 연기자 수입을 기준으로 손해배상액을 산정했다. 싸이더스는 영화촬영의 지연 및 중단에 대한 영화제작사의 책임소지가 있더라도 촬영스텝이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없도록 청구권을 제한했다. 디에스피엔터테이먼트는 상호 계약위반으로 손해가 발생했을 땐 손해규모와 관계 없이 배상을 청구하지 못하도록 했다. ◇"쓰면 언제든 뱉는다" = 또 몇몇 기획사들은 연예인의 동의없이 계약을 양도하거나 해지할 수 있는 약관을 운영, 인기가 시들해진 연예인을 언제든 방출할 수 있도록 했다. 도레미미디어와 지엠기획 디에스피엔터테인먼트 윌스타 라플엔터테인먼트 등이 연예인의 동의 없이 제3자에게 계약당사자 지위를 일방적으로 양도할 수 있도록 했고 혜성미디어는 언제든 계약을 해지할 수 있도록 하는 규정을 운용하고 있다. 이밖에 싸이더스와 시네마서비스는 계약해석상 다툼이 있을 땐 기획사의 해석이 우선하도록 규정했다. 싸이클론엔터네인먼트는 귀책사유와 관계없이 분쟁조정비용을 연예인과 기획사가 반반씩 공동부담토록 했다. 엠티엠커뮤니케이션과 방송연기문화는 수강생의 방송출연을 강요(거부시 제적)하고 수수료는 기존 연기자(30%)보다 더 많이(50%) 챙겼다. 수강생이 다른 매니저먼트사나 에이전시에 자신의 프로필을 배포할 땐 제적했다. 에이스타즈엔터테인먼트와 에스케이글로벌은 모델 선발대회를 개최하면서 2년간 에스케이글로벌 의류모델로서 활동한다고만 광고하고 `모델 출연료를 지급하지 않는다`는 사실은 숨겼다. ◇사업자단체들도 불공정행위에 한 몫 = 한국연예제작협회는 문화방송(MBC)의 특정프로그램내용에 대해 회원사 소속 가수를 MBC에 한달 동안 출연시키지 않았다. SBS의 한 프로그램에 대해서는 출연료가 낮다는 이유로 회원사 소속가수의 방송 출연을 거부시켰다. 한국영화제작가협회는 영화배우 유오성이 AFDF-Kirea와 영화 `가디안`에 출연키로 한 계약을 파기하자 유오성을 영화에 출연시키지 않기로 결의했다. 한국음반산업협회는 편집음반의 가격을 유지키로 3개 관련사업자 단체장과 합의해 가격정찰제를 추진했다. 한편, 공정위는 이번조사로 오랫동안 지속돼 온 연예계의 불공정거래 관행이 시정돼 공정한 경쟁풍토가 조성될 것으로 기대했다. 공정위는 이번 실태조사에서 제기된 문제점을 전반적으로 검토해 연예인 전속계약 표준약관을 제정하는 등의 제도개선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2002.07.28 I 오상용 기자
  • (박주식의 주식보기)스톡옵션과 회계부정
  • [edaily] 미국기업들의 회계부정 사건이 연이어 터지고 있다. 회계부정은 미국시장에 대한 신뢰성에 대해 심각한 의문을 던짐으로써 미국 주가 폭락의 한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회계부정은 회사의 경영자, 회계감사인, 증권감독기관을 포함한 정부 등이 모두 책임을 져야 할 사안이지만 일차적인 책임은 회사 경영자의 몫이다. 왜냐하면 경영자는 모든 거래를 분류하고 집계하여 결산보고서를 작성함에 있어 필요한 정책 수립이나 내부통제시스템 유지 등에 있어 포괄적인 책임을 수행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경영자들은 회사의 전략과 통상적 영업활동을 지휘하여 회사의 영업실적을 제고시켜야 하는 책임뿐만 아니라 이들 실적을 정확히 집계하여 주주 및 기타 이해관계자들에게 보고하는 책임까지 부여돼 있다. 그러므로 회사 경영자는 영업활동과 이에 대한 보고활동 양면에서 주주들과 이해가 상충되지 않도록 하는 장치가 필요하다. 미국식 자본주의를 꽃피우는데 일익을 담당해 온 스톡옵션제도는 경영자이익이 주주의 이익과 일치하게 함으로써 경영자가 주인의식을 갖고 창의력을 발휘하여 회사 실적제고에 노력하도록 하는 데 크게 기여했다. 그러나 무분별하게 확대 운영되어 온 스톡옵션제도는 최근 경기 하락기를 맞아 경영자들로 하여금 회계부정의 유혹에 쉽게 빠지도록 하는 동인이 됨으로써 그 부정적인 면이 부각되고 있다. ◇스톡옵션이란 스톡옵션(Employee Stock Option)이란 회사의 설립과 경영ㆍ기술혁신 등에 기여하거나 기여할 수 있는 임직원들이 회사 주식을 미래에 특정한 가격으로 매수할 수 있는 권리를 말한다. 주식회사 미국을 견인하는데 일익을 담당해온 이 제도의 도입은 1950년 트루만 대통령시절에 이뤄졌다. 스톡옵션은 임직원에게 지급하는 옵션이다. 옵션은 부여당시의 시가와 옵션상 행사가격에 따라 그 가치가 변동한다. 옵션의 행사가격이 시가보다 낮을 경우에 그 옵션은 in-the-money 상태가 되기 때문에 높은 가격을 형성한다. 이런 경우 옵션부여는 미래 경영자행동을 유도하기 위한 인센티브로써의 의미보다 과거에 회사를 위해 봉사한 성과를 보상하는 성격이 강해진다. 이런 경우 미국 회계기준은 시가와 행사가격과의 차액만큼 인건비로 처리하게 하고 부여 받은 임직원도 그에 해당하는 소득세를 납부해야 한다. 이와 반대로, 부여된 옵션의 행사가격이 시가보다 높을 경우, 그 옵션은 out-of-money상태에 놓이기 때문에 그 가치는 매우 낮게 형성될 것이다. 이런 경우의 옵션부여는 경영자의 과거 실적에 대한 보상 성격보다는 미래 행동을 주주의 이익증대 목적과 일치시키는 인센티브제로서의 성격을 지니게 된다. 따라서 이런 옵션을 부여 받을 경우 미국 회계기준과 세법은 부여당시에는 비용과 소득으로 간주하지 않는다. 다만 후에 경영자가 매수옵션을 행사할 경우 행사당시의 시가와 행사가격의 차액만큼을 회사의 비용과 경영자의 소득으로 간주하여 처리한다. ◇스톡옵션제의 문제점 스톡옵션은 수혜자인 임직원으로 하여금 자발적으로 회사 주주이익의 증대를 위해 최선을 다하게 하는 동기를 부여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현금이 부족한 초기단계의 벤처기업들이 유능한 경영자 또는 기술자를 영입할 수 있는 수단이 됨으로써 첨단기술 기업들이 융성할 수 있는 기반이 됐다. 그러나 제도가 활성화 됨에 따라 다음과 같은 문제점들도 등장했다. 첫째, 스톡옵션의 부여규모가 매우 커졌다는 것이다. 연간 수억달러에 도달하는 사례도 빈발하고 있다. 그러나 과연 스톡옵션이 부여된 경영자 개인의 실제 기여도가 그 정도로 클 수 있는가에 대해 의구심이 든다. 적절하지 못하게 부여된 스톡옵션으로 경영자들이 자신이 기여한 것 이상으로 챙기는 소득은 누군가가 지불해야 하는 것이고 그 만큼 다른 이해관계자들의 부를 이전해 가져간다는 것을 의미한다. 특히, 그 규모가 예전에 비해 엄청나게 커졌다는 사실은 이러한 문제를 가벼이 볼 수 없게 한다. 이처럼 스톡옵션을 포함한 경영자 보상이 막대하게 될 수 있었던 것은 첫째, 경영자 보상의 일환으로 스톡옵션을 부여하는 기업의 입장에서 현금이 전혀 소요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회계상 비용으로도 인식되지 않기 때문이다. 둘째, 이를 부여받는 임직원들 입장에서는 현금으로는 감히 상상도 할 수 없는 거액의 수입을 저항 없이 받을 수 있는 수단이고 요건을 갖추면 세무상으로도 우대를 받을 수 있는 길이 열려 있기 때문이다. 둘째, 옵션부여의 목적이 경영자의 미래 행위가 주주가치 증대목표에 일치되도록 하는 것이라면 in-the-money옵션의 경우 그 효과가 매우 제한되어 버린다. 특히 수혜자가 중도에 옵션을 행사하여 회사 주식을 매수한 후 이를 시장에 매각해 버리면 그 때부터 스톡옵션장치를 통해 경영자들에게 동기를 부여하려 했던 목적 달성은 어려워지게 된다. 셋째, out-of-money 옵션이든 in-the-money 옵션이든 스톡옵션은 경영자들로 하여금 기업 실적을 좋게 하기 위해 여러가지 노력을 다하게 하는 강력한 유인장치로 작용할 것을 기대한다. 그러나 우리가 합리적 보상이라 함은 경영자가 자신의 순수한 역량과 노력의 결실로 가능해진 기업실적에 부응하는 보상이어야 할 것이다. 실제에 있어 기업실적은 경영자의 능력 및 노력과는 무관한 요소, 예를 들면 경제발전이나 소비자들의 기호변화와 같은 경영자가 예측하지 못했던 요소의 출현으로 인해 그 회사 뿐만 아니라 동종 다른 회사 또는 경제내 모든 기업들이 혜택을 보는 경우도 있다. 이런 경우 경영자 성과보상은 산업 평균 또는 전체 기업평균을 초과한 기업실적 만큼만 경영자의 기여치가 될 것이다. 그러나 옵션의 가치 상승은 그 상승의 원인이 경영자의 노력에 기인한 것인지 산업 또는 경제전반의 상황호전에 기인한 것인지 가리지 않고 그 전부를 경영자가 기여한 몫으로 카운트하는 맹점을 지니게 된다. ◇궁극적으로 최근 빈발하고 있는 미국기업 회계부정의 한 토양으로 작용 스톡옵션이 거액화 되면 될수록 경영자의 재산규모의 변동이 회사주가 변동에 의존하는 정도가 커진다. 회사의 주가는 회사의 실적에 따라 변동한다. 회사 실적이 양호할수록 기업의 주가는 높게 되고 실적이 나빠지면 주가도 하락한다. 따라서 회사의 실적이 나빠지면 그 경영자가 보유하고 있는 스톡옵션 또는 주식의 가치가 하락한다. 부여받은 수량이 많았던 만큼 재산의 감소규모도 대규모이고 그 만큼 경영자가 느끼는 손실의 아픔도 클 것임을 짐작할 수 있다. 회사의 실적이 나빠지면 재산가치만 하락하는 것이 아니다. 실적이 나빠지고 주가가 하락하면 주주들의 불만이 팽배하게 되고 어떤 수준 이상으로 악화되면 이사회 또는 주총에서 쫓겨날 가능성이 커진다. 그러므로 경영자들은 회사의 실적이 나빠지게 되면 이중고를 겪게 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경영자들은 들키지 않고 무사히 넘어갈 수만 있다면 온갖 수단을 다해서라도 회사의 실제 실적이야 어찌 됐건 공표하는 실적은 우아하게 만들려고 하는 유혹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이른 바 분식회계의 유혹에 나약해 질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미국이 90년대에 장기 호황국면을 즐길 때는 이런 분식이 참으로 쉬웠다. 전반적인 경기가 장기간 호황국면에 있다 보니 어떤 회계연도에 실적이 좀 나쁘게 되어 이익이나 매출조작을 통해 부풀려진 실적을 보고하더라도 다음해에 실제 영업실적이 충분히 개선되어 전년도의 부실회계를 충분히 은폐할 수 있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어떤 경영자들은 올 해 실적이 매우 좋게 나오면 오히려 이익규모를 줄여서 보고하고 금기 이후 실적이 나빠지는 회계연도에 대비하는 조작도 감행하게 되었다. 이렇게 하면 그 기업의 실적은 장기간동안 이익규모가 큰 기복없이 안정적으로 성장하는 모습을 보이게 되고 그 경영자에 대한 주주들의 신임이 두터워질 뿐만 아니라 유능한 경영자로 월가에서도 칭송의 대상이 되는 것이다. 최근 불거지는 회계조작 사건들은 이런 미국 경영자들의 이런 관행이 2001년 이후 경기 침체기에 더 이상 은폐될 수 없는 상황을 맞았기 때문에 외부로 노출되게 된 것이다. ◇우리에게 주는 시사점 우리 시장에서도 몇 년 전부터 벤처기업을 중심으로 스톡옵션제도가 활발하게 도입되면서 대기업들도 이에 동참하고 있다. 아직 그 규모가 절대적으로 큰 것이라고 하기에는 이른 감이 있지만 최근 미국의 회계부정과 시장 침체의 원인 중 하나가 되고 있는 이 제도의 장단점을 잘 파악하여 대처할 필요가 있다. < 우리나라 주요 대기업의 스톡옵션 부여현황> 자료 : 각 사 사업보고서 무엇보다 과도한 스톡옵션 부여에 대해서 신중하게 평가할 수 있는 장치가 필요하며 이에는 기관투자가 들이 적극적인 의사개진으로 큰 역할을 할 수 있다고 판단된다. 그리고 스톡옵션을 발행한 회사의 적정주가를 평가함에 있어도 스톡옵션의 가치만큼 당기순이익에서 차감하고 옵션발행으로 늘어날 주식수만큼 발행 주식수를 조정함으로써 옵션행사로 인한 주당가치 희석효과를 반영하는 것을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 제도자체로서 스톡옵션은 현금 없이 핵심인원을 영입하는 수단으로 활용될 수 있는 매우 유용한 도구이다. 그러나 손익계산서상의 비용으로 인식되지 않음으로 인해 스톡옵션이 아무런 비용을 발생시키지 않는 보상방법이라는 인식이 만연되면서 스톡옵션이 남발되고 그 만큼 회사의 자원이 낭비되는 결과를 초래할 위험도 존재한다. 즉, 스톡옵션 제도자체의 좋고 나쁨을 따지기 보다는 그 운용의 적절성을 잘 감시해야 한다. 최근 미국의 사례로부터 타산지석의 교훈을 얻을 수 있는 현명함이 필요한 때다. 일반 투자자들의 입장에서도 스톡옵션을 발행간 기업에 대한 투자시에는 사전에 이러한 점들에 대해 신중한 고려를 한 후, 결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 회사가 발행한 스톡옵션 수량이 현재 발행주식수에 비해 과다한 것은 아닌지, 현 주가는 이런 잠재적 발행물량으로 인한 가치희석효과를 잘 반영하고 있는 수준인지, 스톡옵션을 부여받은 경영자가 자신의 이익을 달성하기 위해 소액주주의 이익을 침해하는 행위를 자행하지는 않는지 등에 대해 주의를 기울여 의사결정을 해야 한다. 또한 새롭게 스톡옵션을 부여하려는 제안이 있을 경우 주주들은 그 수혜자가 회사의 발전에 그 만큼 기여할 능력과 태도를 보유하고 있는 지, 그 수량이 적정한 범위에 있는지 등을 세심하게 따져서 적극적으로 의견을 표시할 필요가 있다. 그것은 곧 자신의 소중한 재산을 보호하는 길이기 때문이다.
2002.07.23 I 박주식 기자
  • (edaily리포트)뭘 하고 놀지?
  • [edaily 양미영기자] 요즘 은행원들의 얼굴엔 웃음이 가득합니다. 주5일 근무제의 시행으로 일에서는 둘째 가라면 서러워 할 은행원들에게 매주 황금같은 연휴가 주어졌기 때문입니다. 한켠에서는 이틀간의 여유를 어떻게 즐길까 고민하는 소리도 들립니다. 은행권을 출입하는 양미영 기자가 내일(6일)부터 주5일제에 따른 첫 연휴에 들어가는 은행가의 모습을 전합니다. A은행의 B대리는 토요일 아침 일찍 떠나게 될 여행에 들떠 있었습니다. 오랜만에 바다를 보고 올 생각이었답니다. 아직 초등학교에 입학하지 않은 딸도 일주일 전부터 호들갑을 떨었습니다. 불청객인 태풍이 찾아와서 다음 주로 여행을 늦췄지만 그리 아쉽지는 않다는 반응입니다. 평소 토요일에도 오후 3~4시까지 은행을 지키고 있었던 그는 주5일제가 상상도 못했던 일이라고 합니다. 평소에 늦게 퇴근하면서 받은 아내의 눈총은 이제 사랑의 눈빛으로 바뀌었다는 소리까지 할 정도니까요. 정말 꿈이 현실이 된 셈이죠. B은행의 과장도 즐겁기는 마찬가지입니다. 평소에 못했던 공부를 실컷 해볼 작심이라는데 우선은 한달간은 아무 것도 안하고 그냥 즐기겠다고 합니다. 여유가 무엇인 지 느껴보겠다나요. 그리고 무슨 공부할 지는 한달동안 고민해 보겠답니다. 정말 행복한 고민인 셈이죠. 그런데 웬일인 지 C과장은 이런 여유가 탐탁치 않아 보였습니다. 앞으로 주말마다 가족들한테 시달릴 걸 생각하면 머리가 아프다는 얘깁니다. 노는 것도 하루 이틀이지 주말마다 뭘 할까 생각하면 막막하다는 사람이 한둘이 아닙니다. 막상 멍석을 깔아주니까 평소에 제대로 놀아본 적이 없어서 어떻게 해야할 지 모르겠다는 푸념입니다. 우리나라처럼 노는 게 익숙치 않은 근로문화에서는 일면 수긍이 가기도 합니다. 여하튼 은행원들은 무엇부터 할 것인가에서 어떻게 주말을 떼울까라는 생각까지 모두 행복한 고민에 빠져 있습니다. 은행원들은 꿈처럼 다가온 주5일제가 생각보다 쉽게 왔다고 말하지만 첫 테이프를 끊기에는 참 오랜 시간이 걸렸습니다. 프랑스에서 주 40시간 근로제가 도입된 건 1936년의 일입니다. 독일은 지난 67년에 주5일제가 도입됐다고 합니다. 선진국들과 단순비교하는 게 옳으냐는 비판도 있겠지만 이웃 나라 일본이 지난 87년 법정노동시간을 주당 48시간에서 40시간으로 줄였습니다. 아직 법 개정이 힘에 부치는 한국은 갈 길이 멀어 보입니다. OECD국가 중에서 최장의 노동시간을 자랑하고 있다는 점도 잊지 마십시오. 어느 은행원의 배우자는 결혼하기 전만 해도 은행원이 세상에서 제일 편한 직업이구나 싶었답니다. 9시반에 영업을 시작해서 4시반에 끝나니 그것 만큼 편한 직업이 없겠다는 생각이었죠. 그야말로 장모님한테는 일등 신랑감이었는데 결혼하고 나자 상황은 180도 바뀌었습니다. 매일같이 늦게 들어오는 사위가 눈에 고와 보일 리 없었죠. 그러나 이제 당분간 주5일제 덕택으로 은행원들의 주가가 올라갈 것으로 보인다는 우스개 소리가 나올 정도입니다. 아직은 금융권에 국한돼 있지만 은행권을 필두로 시작된 주5일근무제의 연쇄 파급효과는 막대할 것으로 보입니다. 재계에서는 가장 큰 고민거리가 되겠지만 한국의 일 문화를 바꿀 수 있는 촉매가 된다는 점에서는 더 큰 의미를 갖습니다. 일부에서는 은행들의 주5일제로 고객들이 겪게 될 불편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습니다. 당분간 모든 언론이 바쁘게 쫓아다닐 `먹이감`이기도 하죠. 그러나 적어도 은행원들은 `열심히 달려와 보니 아무 것도 남는 게 없더라`는 말을 잊을 수 있게 됐습니다. 하나를 버리고 둘을 얻을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 셈이죠.
2002.07.05 I 양미영 기자
  • (초점) 미국, 경제따로 증시따로
  • [edaily 강종구기자] 미국 경제와 미국 증시가 서로 딴 길을 걸어가고 있다. 다우 나스닥 등 주요 주가지수는 지난해 9.11테러 수준으로 떨어지며 나락의 길을 걷고 있지만 GDP성장률과 전문가들의 경제전망은 장밋빛 미래를 예고하고 있다. 경기가 좋아질 것으로 예상되면 주가가 오르고 경기가 악화될 것으로 전망되면 주가가 내리는 것이 일반적인 상식이라고 볼 때 요즘 미국 경제와 주가는 상식을 완전히 벗어나고 있는 셈이다. ◇경제전망은 장밋빛 이코노미스트들은 주식시장 붕괴와 달러가치 하락에도 불구하고 미국 경제가 다시 침체에 빠지는 일은 없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특히 하반기 이후 경제성장에 대한 전망은 현재 주식시장에서 급속 유포되고 있는 더블딥(경기가 일시 회복후 다시 침체를 보이는 현상) 우려와는 큰 대조를 이룬다. 아시안월스트리트저널은 1일(현지시간) 55명의 이코노미스트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서베이 결과 올해 하반기 미국 경제 성장률이 3.5%를 나타낼 것으로 전망됐으며 내년 상반기 경제성장률도 3.6%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했다. 이는 올해 1분기 경제성장률 6.1%보다는 크게 낮은 수치이지만 1분기말 실시한 서베이의 전망치인 2.5%보다는 호전된 것이다. 또 2분기 경제성장률이 1분기 경제성장률 6.1%보다 크게 낮은 2%대로 떨어질 가능성이 있지만 대부분의 이코노미스트들은 올해 미국 경제가 양호한 성장을 보일 것으로 보고 있다. 푸르덴셜증권의 수석이코노미스트 리차드 리프는 "경제는 기본적으로 성장추세를 이탈하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인베스코U.K.의 이머징마켓 수석이코노미스트 빌 배런도 "미국경제는 지나치게 과열되지도 않았으며 심각하게 냉각되지도 않았다"고 말했다. 이코노미스트들은 또한 경제성장이 이자율 상승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지만 그 강도는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이들은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올해말이나 돼야 금리인상을 단행할 것이며 금리인상폭은 0.50%포인트일 것으로 내다봤다. 현행 연방기금금리가 1.75%인 점을 감안할 경우 연말 단기금리 수준은 2.25%가 된다는 것이다. 반면 연준리가 경기침체를 막기 위해 금리를 추가인하 할 것으로 예상한 이코노미스트는 단 한명에 불과해 대부분의 이코노미스트들이 경기가 회복될 것으로 예상했다. ◇ 바닥을 기는 증시 그러나 경기에 선행한다는 증시는 "이보다 더 이상 나쁠 수는 없다"는 말이 절로 나온다. 기술주 위주의 나스닥지수는 올해들어 25%나 하락했다. 또 지난 1989년 정점을 기준으로 하면 지수하락률이 무려 71%에 달한다. S&P500지수도 올해 13.8%가 빠졌다. 시장 일부에서는 1929~1932년 대공황당시 89%의 주가하락률이 과거지사만은 아니라는 비관적인 전망마저 나오고 있다. 지난 수요일 기준 주간 뮤추얼펀드 유출자금규모는 9.11테러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보스톤에서 활동하고 있는 푸트남인베스트먼트에 따르면 미국 경제가 9번의 경기침체를 겪는 동안 증시는 통상 경기회복 4개월 반전에 바닥을 쳤다. 그러나 최근 경기가 살아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증시는 시쳇말로 죽을 쑤고 있다. 더구나 사상 최저수준으로 떨어진 이자율로 인해 주식투자의 매력은 그 어느 때보다도 높은 상황이다. UBS/페인웨버의 재무상담사 겸 부사장 낸시 애브라함은 "지난 20년동안 주식을 전량 처분해 달라는 고객 전화를 요즘처럼 많이 받아 본 적이 없다"고 토로했다. 그는 "통상 투자자들의 공포가 극에 달해 있을 때가 매수의 좋은 기회다"며 "그러나 지금은 고객들에게 매수를 권고하지 못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 증시하락은 마음의 병? 푸트남 인베스트먼트의 부사장 겸 이코노미스트인 데이비드 켈리는 "생산성이 큰 폭 호전되면서 기업 이익은 늘어나고 인플레이션은 발생하지 않고 있다"며 "경기회복이 폭넓게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반면 투자자들의 심리는 크게 냉각돼 있어 정신적 공황상태를 맞고 있다"며 "이 병의 증상은 현실이지만 원인은 상상에 의한 것"이라고 진단했다. 엔론에서 시작한 미국 기업의 회계스캔들과 추가테러 공포로 인해 투자자들이 경제자체의 성장을 외면하고 있다는 것이다. 최근에는 월드컴과 제록스의 회계부정과 마타 스튜어트의 내부자 거래 의혹 등이 투자자들의 불신을 증폭시키고 있다. 신뢰부족은 기업의 투자수요 부진으로도 이어져 증시에 먹구름을 드리우고 있다. HSBC뱅크USA의 기업금융부문 부사장 더글러스 스톨버그는 "실제 이슈는 신뢰상실"이라며 "기업들이 소비자수요에 대한 예측능력 자체를 믿지 못하고 있어 지난 9개월동안 투자를 늦추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의 정보기술의 두 배에 달하는 자동차산업의 경우 미국기업의 투자수요 부진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5월 신차 소비자가격지수는 지난해 동기에 비해 1.7% 하락했다. 모건스탠리에 따르면 이로 인해 제너럴모터스(GM)은 12억달러 가량의 매출이 줄었고 포드자동차도 10억달러의 매출감소를 경험했다. 과도한 생산설비로 인한 공급과잉과 수요부족으로 인해 기업들은 신규투자를 꺼리고 있다. 오히려 작업교대횟수를 줄이거나 일부 설비의 폐쇄까지고 고려하고 있다. ◇투자수요 부진과 증시침체가 경제침체 이끌수도 JP모건체이스의 이코노미스트 부르스 캐스먼은 "미국 기업들이 1990년대 경제활황의 후유증을 겪고 있다"며 "과도한 생산설비와 낮은 가격교섭능력, 과도한 부채수준 등으로 치유가 늦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모건스탠리의 수석 이코노미스트 스테판 로치도 "생산량은 늘어나고 있지만 이익증가는 미미한 수준이다"고 지적했다. 골드만삭스의 이코노미스트들은 이를 "기업번영의 모순"이라고 부른다. 경제활황기에는 기업 투자도 늘어나지만 일단 경제가 침체에 빠지면 수요가 그 이전 수준을 회복하고 경제의 다른 부문이 회복되기 전까지 기업 투자수요는 살아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최근 미국 기업들은 투자를 늘리기 보다는 원가를 줄이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기업투자가 올해 6%정도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다. 내년에도 5%정도 증가하는데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골드만삭스의 이코노미스트 윌리엄 더들리는 "비용을 줄이려는 기업들의 노력이 자가당착으로 빠질 가능성도 있다"고 경고했다. 기업들의 비용축소노력이 성공할수록 더 많은 기업들이 투자를 줄일 것이고 이로 인해 경제는 다시 침체로 빠져들 수도 있다는 것이다. 한편 JP모건체이스의 부르스 캐시먼은 "금융시장이 경제에 위험요소가 되고 있다"며 "주식시장이 경제의 회복사이클을 망가뜨릴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2002.07.02 I 강종구 기자
  • (edaily리포트)낙타 위에서 거는 핸드폰
  • [edaily 문병언기자] 금융팀 문병언 기자 입니다. 저는 최근 중국 서부 내륙지방인 서안에서 우루무치까지 2000Km에 이르는 우리은행의 "실크로드 대장정" 직원연수 프로그램에 동행하고 돌아왔습니다. 중국이 경제개방 정책을 내건 지 20년이 됐습니다. 북경을 비롯해 상해, 청도 등 해안도시들을 중심으로 싹이 튼 "시장경제"는 이미 서부 내륙까지 깊숙히 침투해 있었습니다. 일상생활 속에 스며들어 있는 주민들의 "돈"에 대한 인식은 깜짝 놀랄 정도였습니다. 이동전화 보급 등도 생각했던 것 이상이었습니다. 중국에서도 낙후돼 있는 오지를 둘러보면서 겪은 몇가지 사례를 소개합니다. 7박8일간의 여행 일정 중 첫 기착지인 서안(西安). 서안은 주(周)나라에서 당(唐)나라까지 13개 왕조가 2000년 넘게 도읍지로 삼았던 곳입니다. 저녁 식사후 한 야시장에 들렀는데 길 양측을 따라 늘어선 가게 앞 탁자마다 각종 꼬치와 면류 등 간단한 안주와 함께 술을 즐기는 시민들이 가득했습니다. 그런데 이들 가게는 모두 대형 텔레비전을 길가에 내놓고 월드컵 경기 중계방송을 틀어놓고 있었습니다. 주민들은 한잔씩 걸치면서 축구경기를 지켜봤습니다. 국내 호프집 등과 마찬가지로 중국 내륙 조그만 가게에서도 "월드컵 마케팅"이 한창이었던 것입니다. 또 서안의 특산품인 옥(玉)제품 매장에 들렀을 때의 일입니다. 이곳에서는 한국말을 유창하게 하는 조선족을 고용한 것은 물론 미국달러와 한국 원화까지도 받았습니다. 게다가 한 남자직원은 "원화는 계속 내려가고 있어서 좋다"는 말까지 덧붙였습니다. 최근의 원화가치 절상을 얘기한 거였는 데 타국 화폐의 환율까지 파악하고 있는 점이 무척 놀라웠습니다. 이튿날에는 그 유명한 진시황릉과 병마용갱, 그리고 당 현종의 부인이었던 양귀비가 목욕했다는 화청지와 비림박물관 등을 구경한 후 밤 늦게 돈황(敦皇)행 특급열차에 몸을 실었습니다. 돈황까지는 무려 24시간이나 걸리는 여정이어서 기차 내에서 세 끼니를 해결해야 했습니다. 한국 음식점이나 패스트푸드도 구할 수 없는 기차 안에서 세끼를 현지 음식으로 해결해야 했기 때문에 모두들 부담감이 컸습니다. 일행중 일부는 컵라면, 빵, 과자 등을 준비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다음날 아침밥을 먹으러 식당칸에 들르자 그동안의 걱정이 기우로 나타났습니다. 한국인들의 입맛에 어느 정도 맞게 요리한 음식을 내놓았기 때문입니다. 향에 대한 거부감이 큰 편인 저도 대충 배를 채울 수 있었습니다. 이는 생각지도 못한 일이었습니다. 국영인 중국 열차의 경우 음식을 적게 팔든, 많이 팔든 승무원들은 정해진 월급을 받는 것 아닙니까? 그런데도 한푼이라도 더 벌기 위해 일부러 우리 일행이 먹을 수 있도록 음식을 만든 겁니다. 이는 세끼 모두 이어졌고 우리가 요구하는 메뉴를 만들어 주기도 했습니다. 이처럼 "돈맛"을 아는 중국 변방 주민들의 사례는 더 있습니다. 실크로드의 요충지로 중국에 불교가 처음 전파된 돈황에 간 후 4세기 중엽부터 1000년에 걸쳐 만들어진, 불교문화가 살아있는 석굴군인 막고굴(莫高窟)을 관람했습니다. 이어서 모래사막 명사산(鳴沙山)으로 갔습니다. 기온이 높을 때 여러 명이 한꺼번에 미끄럼을 타고 내려오면 큰 소리가 난다는 명사산은 가로 40Km, 세로 20Km 정도의 사막입니다. 이번 우리은행 연수과정의 가장 힘든 코스인 명사산의 모래사막을 넘나든 후 호텔로 돌아와 저녁을 먹을 때, 식당 한켠에는 텔레비전이 놓여 있었습니다. 우리들이 돈황에 도착할 때부터 막고굴, 명사산에서의 일정을 모두 담은 장면이 나왔습니다. CD로 제작해 줄 테니 사라는 거였죠. 그리고 전날 저녁 11시쯤 돈황 기차역에 내릴 때 플래카드를 들고 우리를 환영하는 이들이 있었는데 다름아닌 이 호텔 직원이었습니다. 호텔에서 돈황역까지는 130Km나 떨어져 있어 차로 2시간이나 달려야 합니다. 기차역까지 왕복 4시간을 투자하고 그 뜨거운 사막을 오르내린 정성이 기특했던 지 일행 70명 가운데 50명이나 CD를 구입했습니다. 메마른 땅으로 둘러싸인 돈황은 주거지역이 반경 2Km에 불과하고 주민은 6만명 남짓 합니다. 관광객의 주머니를 열기 위한 이같은 상술이 연간 60만명의 관광객을 끌어들이는 원천으로 생각됐습니다. 그리고 중국 정보통신산업의 현 주소를 알수 있는 사례 2가지를 말씀드리겠습니다. 사막 가운데서 낙타를 타고 핸드폰으로 한국에 통화하는 모습을 한번 상상해 보십시오. 가능하다고 생각하십니까? 그러나 돈황의 사막에서도 핸드폰은 완벽하게 터졌습니다. "지금 사막에서 낙타를 타고 전화하는 거야"라며 우리들은 이색체험을 한국에 전하기도 했습니다. 이는 어디까지나 실제상황이었습니다. 광활한 중국 땅에서 주민이 6만명에 불과한 변방인 돈황까지 이동전화 네트워크는 완벽했습니다. 이번 중국 여행 중 이동전화가 되지 않은 곳은 단 한군데 였습니다. 중국 영토의 북서쪽 끝자락인 천산산맥 기슭의 카자흐족 거주지였습니다. 해발 2200m의 만년설이 보이는, 가구수가 400여호에 불과한 곳이었습니다. 그리고 신강위구르족 자치구의 중심인 우루무치. 실크로드의 서역으로 넘어가는 길목인 이곳의 우리가 묵은 호텔엔 인터넷플라자가 설치돼 있었습니다. 이용요금은 1시간에 15위앤(2400원 정도). 인터넷으로 때마침 열린 이탈리아와의 16강전 경기결과를 담은 한국 언론들의 기사를 볼 수 있었습니다. 우루무치엔 PC방도 많이 있다는 가이드의 설명이었습니다. 중국 정보통신산업이 우리가 생각하는 수준을 뛰어넘는 것 아닌가요.
2002.06.26 I 문병언 기자
  • 약세장에서 살아남는 방법-CBS마켓워치
  • [edaily 강종구기자] "마지막 항복의 시기만을 기다리고 있습니까..모든 주식보유자들이 백기를 들고 주식을 휴지조각 던지듯 내 던지는 그 순간을..." 미국 증시가 약세장이긴 한 모양이다. 다우존스와 나스닥지수는 작년 9 11테러당시의 주가를 위협하고 있고 월가주변에는 온통 악재로 뒤덮여 있다. 주가하락이 경기회복마저 저해할 것이란 우려나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모든 방송과 신문은 악재를 쏟아내느라 정신이 없다. 시장붕괴 상장폐지라는 단어가 어렵지 않게 눈에 띄고 기업실적경고, 회계사의 재판회부, 정부 재정적자 확대, 핵전쟁 위협 등 듣기만 해도 가슴이 서늘해지는 뉴스들이 하루가 멀다하고 여기저기서 터져 나온다. 이런 장세에서는 아무리 고수라고 해도 평상심을 유지하기가 쉽지 않다. 의심과 두려움 걱정과 공포가 온 신경을 짓누르게 마련이다. 하물며 전문지식이 없는 개인투자자들이야 말해 무엇하랴. 상당 수 투자자들은 이미 매수단가보다 한참 아래까지 내려와 있는 주가를 보며 걱정과 근심에 한숨을 지을 뿐이다. 이런 상황에서 CBS마켓워치의 칼럼리스트인 폴 B. 파렐은 "비관론이 극에 달한 시점에서 사라"고 충고하고 있다. 파렐은 얼마전 "상상하기 어려운 일을 준비해야 할 때"라며 "100년 동안의 약세장에 대비하라"고 외쳤던 사람이다. 그의 시황관이 바뀐 것인지는 알길이 없으나 최근 미국 증시의 분위기를 극명하게 나타내는 정반대의 논지의 글이 한 사람에게서 나왔다는 것도 흥미롭다. 파렐의 충고는 간단하다. "의심이 확신으로 바뀌기 전에는 아무것도 하지 말라"는 것이다. 증권사 직원, 애널리스트, 투자상담사 심지어 동네 이발사가 하는 그 어떤 충고에 대해서도 당신이 확신하지 못한다면 "아무것도 하지 말라"고 파웰은 외친다. 떨어지는 주가를 바라보며 초보투자자는 오만가지 걱정에 시달리게 마련이다. 무엇을 해야만 할까. 손실을 회복할 수 있을까, 금을 사야 할까, 아니면 모두 처분해 현금으로 바꾸어 놓을까. 이에 대한 해답은 "냉정하라"는 것이다. 왜냐하면 걱정이 많아지고 두려움이 커지면 이성보다 감정이 앞서게 되고 이는 "실수의 씨앗"을 잉태하게 마련이기 때문이다. 이 경우 실수는 대개 돌이킬 수 없는 "커다란 실수"인 경우가 보통이다. 행동주의 금융전문가들에 따르면 두려움에 빠진 투자자들은 어떤 행동이나 조치를 취해야 두려움을 덜 수 있다고 믿는다고 한다. 그래서 그들은 두려움을 덜기 위해 어떤 행동이든 하게 되는데 그 행동의 이름은 다름 아닌 "빅 미스테이크(Big Mistake)"라는 것이다. 이전의 많은 연구들도 걱정이 많은 투자자들은 "꼭지에서 사고 바닥에서 판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특히 악재가 시장을 지배할 때 감정에 의해 중요한 투자결정을 내리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파웰은 잘못된 투자결정으로 커다른 손해를 입지 않을 수 있는 몇가지 제안을 하고 있다. 그 첫째는 "행동을 연기하라"는 것이다. 이는 파웰 자신이 몇 년전 자살충동을 느끼는 사람들을 상담하면서 써먹었던 방법이기도 하다. 결정을 연기하고 그 순간을 모면하면 반드시 좀 더 냉철하게 생각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무엇인가를 해야 한다는 생각, 예를 들어 주식을 팔아야 한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있을 때는 차안이나 서재에 틀어박혀 스웨드로의 "비합리적인 시대의 합리적인 투자:실수를 줄이는 방법"과 같은 책을 읽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전설적인 투자자이며 성장주발굴의 귀재로 알려진 존 템플턴경(90세)이 사용했던 방법도 써먹을만 하다. 템플턴의 여러 투자원칙 중 22번째는 "기도하라 그러면 사고는 명쾌해지며 실수는 줄어들 것이다"는 것이다. 당신의 목표가 실수를 줄이는 것이라면 지금 당장 무릎을 꿇고 다음과 같이 기도해 보는 것은 어떨까. "주여 바꿀 수 없는 것을 받아들이게 하시고, 바꿀 수 있는 것을 바꿀 용기를 주시고, 이 두가지의 차이를 알게 하소서" 그래도 의심이 멈추지 않는다면 어찌할까. 역시 아무것도 하지 말아야 한다는 게 파웰의 답이다. 조용히 앉아서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주가는 바닥을 형성하고 회복된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아주 드물게도 약세장속에서도 걱정과 의심이 없는 낙관론자라면 템플턴의 또하나 유명한 격언을 기억해 두는 것이 좋을 듯 싶다. "약세장은 영원하지 않다. 다른 모든 투자자들보다 나은 수익률을 올리기 위해서는 그들이 하지 않는 일을 해야 한다. 바로 비관론이 극에 달했을 때 매수하는 것이다"
2002.06.11 I 강종구 기자
  • (초점)9.11 이후 6개월..미국,무엇이 변했나
  • [edaily=뉴욕] "9.11 사태"는 미국을 얼마나 변화시켰는가. 과연 9.11 이후 미국은 안전해졌는가? 월스트리트저널은 최근 "9.11이 미국을 어떻게 변화시켰고 미국은 어떤 비용을 치르고 있는가"라는 제하의 특집기사를 게재했다.9.11이 가져다 준 충격파는 미국민들의 일상생활 곳곳에 영향을 주고 있으며 심지어는 사고방식마저 바꾸고 있다는 것이 기사의 주요 내용이다.다음은 월스트리트저널의 보도를 요약한 것. 학교와 공공기관 공항 등 미국 전역에서 보안검색이 강화됐고 사람들이 모이는 장소에선 입장객들의 가방을 샅샅이 조사하고 있다. 보안 검색을 강화하기위해 지출되는 돈만도 한해에 수백만달러에 달한다. 그러나 정부는 이같은 조치만으로 완벽한 안전을 구축하기는 힘들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동시에 9.11테러로 인한 보안의 붕괴는 개인의 자유와 프라이버시를 침해했다.이는 매우 중요한 일이다.사회의 각 파트별로 9.11 이후 변화된 점을 짚어본다. *공항과 비행기=공항의 보안검색시스템은 전보다 훨씬 강화됐다. 9.11이전 공항의 청원경찰은 소수에 불과했고 그것도 국제선에만 탑승했지만 9.11 이후 미국 항공국은 1000여명의 청원경찰을 새로 고용했다.청원경찰들은 지금 국내선에도 탑승한다. 공항청원경찰 채용계획의 대부분은 비밀에 붙여져 있지만 적어도 15000여명 이상의 지원자들이 몰려있으며 이중엔 퇴역군인 들이 상당수를 차지하고 있다. 승객들의 수하물 검사도 종전에 비해 강화됐다. 그렇지만 이에 비례해 실수도 잦아지고 있다. 최근 켄터키 루이지빌 공항에선 X레이 검사요원이 조는 바람에 1000여명의 승객짐을 일일히 다시 검사하고 비행기 이륙이 25시간이나 지연되는 사태가 발생하기도 했다. 그렇지만 탑승객들과 짐을 1:1로 대조하는 컴퓨터 시스템은 9.11테러와 같은 자살공격앞에선 무력한 상황이다. 정교한 폭발물 추적장치는 미국 전역의 400여개 이상 공항중에서 고작 50여개 공항에만 있을 뿐이다. 항공국은 올 연말까지 이를 전 공항에 배치한다는 계획을 갖고 있지만 기계 한대값이 수백만달러에 달하고 또 이를 연말까지 배치할 수 있다고 보장하기 힘들다.과학아카데미의 항공안전분야 패널인 토마스 해트릭은 “항공안전은 발전을 거듭해왔지만 결코 완벽해질 수는 없다”고 말한다. *이민국=미국에 정상적이지 않은 방법으로 입국하거나 불법체류하는 일이 9.11이전보다 훨씬 어려워진 것이 사실이다.그러나 많은 조치들이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이민국은 비자기간을 넘겨서 체류하고 있는 이들을 조사하기위해서 범죄경력조사를 실시하고 있다. 12월 이후 이민국은 조사를 강화해 불법체류자와 범죄자들을 국외로 추방했다. 이기간동안 대략 31만4000여명이 비자기한을 넘겼거나 불법체류의 이유로 국외추방당했다. 이민국은 시스템을 통해 불법체류자들을 데이타베이스화하는 것을 시도하고 있는데 이같은 시스템을 구축해 DB화하는 데 6개월 이상 걸린다.현재까지는 이같은 시스템이 대략 한해에 18만명에 달하는 국외추방자들을 급격히 늘릴 것으로 생각되지는 않는다. 강화된 보안은 인력수요를 불러오는 데 700여명 이상의 국가방위군이 캐나다와 멕시코 국경에 새로 배치됐다.이들은 이민국 업무를 지원한다. *보건의료=지난해 10월 듀크대학병원에 3살난 여자아이가 팔에 상처를 입고 입원했다. 듀크대학병원의 클렘박사는 즉각 "혹시 탄저병이 아닌가"하고 의심했다. 사실 이같은 접근방식은 9.11.테러 이전엔 상상하기 힘든 일이다. 클렘박사는 "9.11은 우리의 사고방식과 접근방식을 송두리째 바꿨다"고 밝힌다. *공공장소=디즈니와 같은 테마파크에서 사람들은 롤러코스터 앞에서 긴줄을 서곤 했다.그러나 9.11 이후 이같은 긴 줄은 테마파크 입구에서 볼 수 있게 됐다.바로 보안검색때문이다. 디즈니는 모든 테마파크 입구에서 입장객들의 백을 검사하고 있으며 종업원들에겐 ID카드를 언제나 볼 수 있게 패용하라고 교육하고 있다. 비벤디 유니버셜은 금속탐지기를 통해 방문객들을 일일히 체크하고 있다. 안호이저 부시사는 9.11 이후 테마파크에서 모든 고객들의 가방을 일일히 조사했으나 지난주부터 무작위 추출방식으로 변경했다."수천개의 가방을 조사하다보니 정작 중요한 것을 놓치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 안호이저 부시 대변인의 말이다. 이와함께 대부분의 쇼핑몰 소유주들은 코너 주차나 밤샘주차를 금지함으로써 보안을 강화하고 있다.몰 소유주들은 또 테러위협에 대처하기위해 비싼 보험에 가입하라는 압력에 시달리고 있다. *시민의 자유=이 분야에서 미국인들은 너무 앞서나갔다. 테러로부터 미국인들을 보호한다는 미명하에 시민권은 되돌리기 힘든 타격을 받은 것이 사실이다. 그 증거들은 곳곳에 있다. 법이나 정보기관 관계자들이 어느때보다 강력한 권한을 쥐고 있다. 대학에서도 정보기관과 공동연구하는 교수의 발언권이 세졌고,고용인중에서도 정보기관을 위해 일하는 이들이 권력을 행사하고 있다. 지난 10월에 국회를 통과한 "애국법"은 정부에 막강한 권한을 부여하고 있다.정부는 필요하다면 이민자는 물론 미국시민에게도 정보기관의 비밀스런 조사에 응해달라는 소환장을 발부할 수 있다.과거 FBI요원은 테러분자로 의심되는 이들의 신용카드를 조사하고 도서관의 대출자료를 조사할 수 있었다.그러나 애국법이 통과된 지금 FBI는 "도서관에 가서 도서관을 이용한 모든 이들의 신상명세서와 특정 책을 빌린 이들의 명단을 달라"고 요구할 수 있게 됐다.
2002.03.10 I 이의철 기자
  • (이진우의 FX칼럼) 안정적인 혼미장세(?)
  • [edaily] 원화환율이 좀처럼 1300원 근처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에 달러/원 트레이딩은 현선물 가릴 것 없이 정말 먹을 것 없는(?) 매력없는 분야가 되어가고 있습니다. 외환당국이나 기업체들 입장에서는 가뜩이나 어수선한 시국에 환율이나마 잠잠하여 주는 것이 그나마 다행인지도 모르겠지만, 그래도 명색이 금융상품을 사고 파는 시장임에도 요즘 달러/원 선물시장은 그야말로 파리나 날리는 형국입니다. 한사코 움직이지 않던 시장이 수요일에 모처럼 종가 대비 8원 50전이나 급락하는 장세를 연출하였지만 통상 그런 날은 번 사람보다는 크게 잃은 사람이 더 많기 마련입니다. 아주 사람잡는 시장이 되어 버렸군요. 국제외환시장에서는 미묘하면서도 그 어떤 힘이 느껴지는 변화가 감지되고 있습니다. 미 달러화의 강세 재개가 느껴진다는 것이죠. 통상적으로 증시의 뒷북을 쳐 왔던 서울 외환시장은 반 년 가까이 지속된 박스권 장세에 지칠대로 지쳐 그 어떤 인상적인 움직임을 아예 포기한 듯한 모습입니다만 슬슬 아침 저녁으로 찬바람도 느껴지는 계절이 새삼스러운 시기입니다. 넋 놓고 있다가는 또 졸지에 뒷통수 한 방 맞을 수도 있는 때라 오랜만에 이런저런 변수들을 짚어보고 갈까 합니다. ◇미국 주가가 오르면서 달러화도 상승 추세 9월 11일의 테러사태 이후 뉴욕 증시의 폭락사태와 달러화의 추락 현상은 9월 21일을 기점으로 하여 반전 되었다. 나스닥 지수와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 등이 강한 반등세를 일구어 내면서 달러화의 하락세에도 급제동이 걸렸고, 10월 25일 오전 8시 현재 환율로 따지면 유로화의 경우 0.9300에서 0.8935까지 3.9%에 달하는 절하율을, 엔화의 경우에는 116.00에서 122.80까지 무려 5.8%에 이르는 절하율을 한 달만에 기록하고 있다. (원화는 물론 중간에 우여곡절을 겪긴 했지만 9월 21일 종가 1,300원에서 10월 24일 종가 1,296.00원까지의 변동에서 오히려 0.3%에 불과하긴 하지만 원화절상으로 나타나고 있다. 웬만해서는 돈 벌기 힘든 장세였음을 짐작할 수 있지 않은가?) 테러 직후에는 달러화의 가치급락을 예견하는 견해가 상당히 힘을 얻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필자는 지구촌 전체가 장기활황 이후에 불어 닥친 불황으로 신음하는 시기에 이렇다 할 대안이 없는 가운데에 달러마저 똥값이 된다면 어떻게 이 꼬인 경제상황을 풀어 갈 것인가 하는 의문이 없지 않았는데, 어쨌거나 시장은 그럭저럭 살 길을 찾아가는 모양새를 갖추고 있는 듯 하다.(이 대목이 무슨 의미인가 하고 의문이 생기신다면 뉴욕 증시의 폭락지속, 그에 따른 달러가치 급락이 유럽, 일본, 그리고 우리나라를 비롯한 전 세계 금융시장에 어떠한 여파를 몰고 올 것인지를 상상해 보시길......). 한 달여 기간동안 무슨 근본적인 경제상황의 변화가 있었거나 미국 증시나 달러가 강세를 띨 만한 사건이 일어난 것도 아니다. 시장의 움직임에 일일이 속 시원한 해설을 갖다 붙인다는 것이 쉽지않은 일일뿐더러 또 그러한 치밀한 분석이나 전망대로 시장이 움직여주는 것도 아니다. 시장에 몸담고 있는 사람으로서는 최대한 그 시장의 흐름에 역행하지 않는 것이 "다치지 않는 길"이기에 우리는 여기저기 정보를 찾아 헤매고 믿거나 말거나 읽는 사람의 판단에 따를 수 밖에 없는 전망이나 칼럼 따위를 훑어보기 마련인 것이다. ◇달러/원 시장은 왜 이토록 안정적(?)인가? 첫째, 너무 강한 선수가 있어서 재미없는 시장이 되어 버렸다. 왕년에 해태 타이거즈의 선동렬 투수가 한참 전성기를 누릴 때에는 그가 불펜에서 몸을 푸는 것만으로도 상대 팀은 전의를 상실하곤 했었다. 묵직한 강속구에다 홈 플레이트에서 홱 꺾여 버리는 슬라이더 두 가지 만으로도 숱한 타자들을 휘청거리게 만들던 선동렬 선수에 해당하는 작금의 외환시장참여자가 누군지는 독자 여러분들도 다 짐작하시리라. 내노라 하는 은행권 딜러들이 장을 만들어 보겠다고 밀어도 보고 뜯어도 보다가 지난 6개월 동안 얼마나 상처를 입었던가? 환율이 빠질 만한 여건에서 매도공세를 취하다가, 환율이 오를 만하다 싶어 매수공세를 취하다 번번이 당한 이후에 지금 시장에는 "내가 깃대 들고 앞장서마. 날 따라와라!"고 외칠 용기를 가진 선수가 없다. 오죽하면 역외세력마저도 달러/원 시장에서의 투기적 거래에 의욕을 잃었을까? 둘째, 수급과 재료가 계속 상충되고 있다. 최근 며칠간 신문지상에서 접하였던 기사들의 제목만 한 번 훓어 보도록 한다. "삼성 반도체 사상 첫 적자......3분기 3,800억 영업손실" "현대투신 매각협상 난관에 부닥쳐......AIG측에서 수용하기 어려운 5개 조건 제시" "美 경기선행지수 크게 하락......9월 0.5% 떨어져 96년 이래 낙폭 가장 커" "Japan and Taiwan hit by sharply lower export orders..... Trade figures reflect fall in demand for technology and shrinking US economy" (Financial Times 10월 23일자 1면 톱) "Dollar advances against Euro, Yen...... Common currency is hurt by weak German Business-Sentiment report" (The Asian Wall Street Journal 10월 23일자) 이쯤 되면 서울에서도 달러를 사고 싶다. 그러나 달러/원 환율은 좀처럼 1,300원대의 안착조차도 자신없어 하고 삼성전자의 주가는 수요일에 18만 원을 넘어섰다. 최근 국제외환시장에서의 달러강세에도 불구하고 서울의 환율이 위로 잘 뻗어 나가지 못한 이유는 매물부담 때문이다. 흔히 하는 말로 "매에는 장사가 없는 법"인데...... 이달 들어서만 1조원 어치의 국내 주식을 사들인 외국인들의 주식매수자금용 환전물량과 영 의욕을 잃어버린 역외세력의 매수세가 예전같지 않은 와중에 한 달 전에 체결된 NDF 거래 정산과 관련한 역내 은행권의 매도세가 연일 시장에 환율하락압력으로 작용하자 1,305원은 당분간은 넘어서기 힘든 벽으로 인식되고 있다. 안 그래도 수급이 뻔한 구멍가게 수준의 서울 외환시장에 수요일에는 장 막판 담배인삼공사의 DR 발행자금 1억불 가량이 매물화되면서 모처럼 절벽장세(?)를 한 번 연출하였다. 달러/엔의 상승 기미에 과거 시장의 흐름만 기억하여 롱플레이에 주력했던 세력들로서는 된통 당한 하루였는데, 어쨌거나 환율을 움직일 만한 재료와 수급이 상충하면서 달러/원 환율의 정처없는 방황은 아직도 계속 현재 진행형이다. ◇그래도 굳이 앞으로의 환율 방향을 예측해 본다면? 좁게는 1,295~1,305원, 넓게는 1,285~1,315원의 레인지를 형성하며 진행되어 온 박스권 장세가 며칠 내로 깨지면서 큰 움직임이 이루어지기를 기대하지는 않는다. 좁은 박스가 깨지면 넓은 박스권의 저항선이나 지지선까지를 노리는 짧은 거래는 시도해 볼만 하지만 정말 환율로 인해 모두가 고민하고 흥분해야 하는 시점은 1,280원이 하향돌파 되거나 1,320원이 뚫리고 나서부터이다. 1달러당 123엔이나 1유로당 0.89달러라는 레벨은 기술적으로 만만치 않은 곳이다. 달러/엔이 조만간에 123.50이나 124엔을 딛고 올라서고 유로 환율이 0.87 아래까지 미끄러진다면 이것저것 이유를 따지기 전에 달러의 강세가 추세로 굳어짐을 인정해야 한다. (서울에서도 반드시 달러 강세요인인가에 대해서는 자신할 수 없으나 그렇다고 무시할 수도 없는 요인이다) 반면 현 수준에서 엔화나 유로화의 약세가 멈추고 국내외 증시가 상승세를 이어 가면서 외국인들의 한국 주식사기가 이어진다면 달러/원은 서서히 아래쪽을 더듬게 될 것이다. 수요일 장세에서도 확인되었듯이 바깥에서 들여 온 달러의 매물화는 엷은 시장에 큰 충격을 준다 (인터뱅크 딜러들의 사고 팔기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는 의미이다. 샀으면 언젠가는 팔아야 되고 한 번 팔아 본 뒤 되살 수 밖에 없는 물량들은 궁극적으로 환율에 영향을 못 미친다). 우리나라 업체들은 웬만해서는 보유 달러를 시장에 내놓지 않을 것이라는 얘기는 지난 번 칼럼에서도 이미 언급하였고, 남은 두 달 동안 외자유치자금의 유입과 증시에서의 외국인 투자행태를 주목해야 한다는 의미다. 종합주가지수는 550이라는 예상 매물벽을 불과 몇 포인트 남겨 둔 상태, 달러/엔은 123엔이라는 기술적 저항선 앞에서 주춤거리는 상태, 달러/원은 1,295원 이하의 바닥을 제대로 한 번 확인해 보자고 안달하는 상태...... 필자는 개인적으로 일단 월말까지는 물량부담을 인정하며 고점매도의 기회를 엿보겠지만 달력이 또 한 장 넘어가고 나면 웬지 달러매수에 나서보고 싶다............................♣
2001.10.25 I 이진우 기자
  • (요약)이회창 한나라당 총재 국회 대표연설-경제분야
  • [edaily]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국회의장과 국회의원 여러분! 국무총리와 국무위원 여러분! 우리 경제가 지금 깊은 병을 앓고 있습니다. 우리 경제의 깊은 병은 단순히 금리나 내리고, 추경예산을 5조원 더 쓰고, 주식사주기 운동이나 한다고 해결될 병이 아닙니다. 경쟁력은 갈수록 떨어지고, 서민생활은 갈수록 힘들기만 합니다. 근로자는 일할 맛이 나지 않고, 기업은 투자하고 싶은 생각이 나지 않습니다. 쌀재고 과잉문제로 추곡수매를 앞둔 농민들이 시름에 젖어 있습니다. 가뜩이나 어려운 우리 경제는 미국테러사태 이후 내우외환의 심각한 상황을 맞고 있습니다. 내부적인 문제도 쌓여 있는데 세계적인 불황까지 겹친다면 우리는 감당하기 힘든 어려움에 봉착할 수 있습니다. 정치논리에 휘둘려 경제살리기의 리더십마저 흔들린다면 우리 국민들은 상상하기 어려운 고초를 겪어야 할지도 모릅니다. 지금 국민들의 절대 다수가 경제살리기를 국정의 최우선과제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저는 오늘 이 자리에서 김대통령에게 간곡히 요청합니다. 우리 경제를 보는 대통령의 안이한 현실인식부터 바꿔야 합니다. 대통령의 이러한 안이한 현실인식은 경제장관과 참모들이 책임져야 합니다. 대통령의 눈과 귀를 막고 있는 경제팀을 전면 쇄신할 것을 저는 강력히 요구합니다. 국민 여러분! 저와 우리 한나라당은 우리 경제의 기본부터 바로 잡는 근본적이고 종합적인 비전과 대책을 마련하고 있습니다. 정부가 경제살리기의 올바른 길을 가고자 한다면 저와 우리 당은 그 어떤 협력도 아끼지 않을 것입니다. 우리 모두에게 주어진 역사적 과제는 미래경쟁력을 강화해서 다시 한번 고도성장의 추월선으로 나아가는 것입니다. 앞으로 20년 동안 최소한 연평균 6%의 성장을 뒷받침할 수 있는 성장잠재력을 길러야만 우리는 선진국이 될 수 있습니다. 고성장은 결코 불가능한 것이 아닙니다. 일본, 대만, 싱가폴은 우리보다 국민소득이 훨씬 높았을 때에도 고도성장을 할 수 있었습니다. 우리는 지난 수십년 동안 세계 최고의 경제성장을 이룩한 저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우리는 한강의 기적을 재현할 수 있습니다. 꼭 해내야 합니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낡은 전략을 버리고 새로운 국가전략을 세워야 합니다. 국민 개개인의 자질이 이토록 우수하고 교육열도 높고 성취욕구도 강한데 우리 경제 전체로는 세계 최고가 될 수 없다면, 그것은 경제정책, 더 나아가 국가전략이 없거나 잘못된 것이라는 말밖에 되지 않습니다. 미친 듯이 일할 수 있는 신바람 나는 일터를 만들어야 합니다. 투자할 분위기, 기업할 분위기, 경제할 분위기를 만들어야 합니다. 그 지름길은 활기차고 자유롭고 공정한 시장경제를 만드는 것입니다. 국가주의, 관료주의, 권위주의를 과감하게 버려야 우리 경제가 살아날 수 있습니다. 이 자리에서 저와 우리 한나라당은 우리 경제를 살리기 위한 몇가지 기본적인 과제를 제시하고자 합니다. 첫째, 법과 원칙으로 우리 경제의 기초질서부터 바로 세워야 합니다. 시장경제는 공정한 룰 속에서 자유로운 경쟁이 보장되어야 하는 것입니다. 공정한 룰이란 바로 법과 원칙을 말합니다. 건강한 시장경제를 만들기 위해서는 정부의 역할이 가장 중요하다는 사실을 우리는 알아야 합니다. 공정한 법과 원칙에 따라 기업활동도 이루어지고 노사관계도 정상화되어야 합니다. 둘째, 우리의 경쟁상대보다 더 큰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새로운 시스템을 향하여 우리 경제를 혁신해야 합니다. 지난 반세기 동안 한번도 제대로 해본 적이 없는 시장경제를 이제는 제대로 발전시켜야 합니다. 관치금융을 버리고 책임의식과 경쟁원리가 살아있는 금융을 만들어야 합니다. 경쟁력 있는 재벌을 때려잡는 재벌정책이 아니라 부실재벌이 발을 붙이지 못하게 해야 합니다. 시장경제를 하려면 정부부터 혁신해야 합니다. 예산낭비와 불합리한 정부규제로 우리 경제에 주름살을 주고 시장경제의 발전을 저해하는 정부는 사라져야 합니다. 과거와 같은 관치경제의 주역이 아니라, 시장경제의 도우미로서 새로운 정부 역할을 찾아나서야 합니다. 그리고 과학기술의 혁신에 국가의 명운을 걸어야 합니다. 새로운 성장의 엔진을 과학기술과 지식에서 찾아야 합니다. 부존자원도 없는 우리나라가 선진국 대열에 오를 수 있는 유일한 길이 바로 과학기술과 지식입니다. 제조업, 서비스업, 대기업, 벤처중소기업 모두가 기술과 지식으로 부가가치를 높이는 길로 매진해야 합니다. 정부는 질높은 교육과 훈련기회를 제공해야 하며 지식이 창출되고 확산될 수 있는 사회적 제도적 시스템을 갖춰나가야 합니다. 구체적인 기술·투자의 선택과 집중은 기업에게 맡기고, 기업이 할 수 없는 기술과 지식의 인프라를 제공하고 혁신이 활발하게 일어나는 환경을 조성하는 국가전략을 세우는 일이 정부의 몫입니다. 여성과 청년에게 기회의 창을 활짝 열어줘야 합니다. 21세기 한국의 발전은 우리 여성들과 젊은이의 무한한 창의력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여성의 사회참여와 자아실현을 제약하는 모든 사회적 악습과 제도를 바꿔야 합니다. 특히 맞벌이 부부가 안심할 수 있는 양질의 저렴한 탁아시설을 개발하는 것이 참으로 중요하고도 시급한 국가적 과제입니다. 젊은이에게 일자리를 제공해야 합니다. 내년은 IMF 이후 최악의 실업대란이 우려되는 만큼 청년층 실업을 해소하기 위해 인턴제를 대폭 확충하는 등 정부는 특단의 대책을 마련해야 합니다. 셋째, 위기재발방지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습니다. 경제위기가 오면 항상 가난한 서민들부터 가장 큰 아픔을 당하게 되어 있습니다. 진정으로 서민을 위한다면 경제위기의 재발 만큼은 무슨 일이 있더라도 막아야 합니다. 위기관리의 핵심은 과감한 구조조정과 튼튼한 국가재정입니다. 올바른 구조조정이 전제된 경기대책이야말로 우리 경제를 운용하는 바른 자세입니다. 많은 국민들이 구조조정 하면 마치 저승사자와 같이 생각하는 것은, 그만큼 지난 3년반 동안의 구조조정정책이 잘못되었기 때문입니다. 엄청난 공적자금을 쓰고서도 경쟁력을 강화하고 새 일자리를 창출하지 못했기 때문에 국민들은 구조조정이란 말 자체를 싫어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러나 올바른 구조조정은 앞으로도 계속 필요한 것입니다. 구조조정을 하지 않으면 우리 경제의 속병을 고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저는 정부에게 강력히 촉구합니다. 부실기업과 부실금융기관이 정부의 지원과 국민의 부담으로 연명하는 일은 이제 중단되어야 합니다. 정부가 빅딜과 같은 잘못된 정책으로 부실을 키워놓았고, 이제는 관치금융으로 부실기업의 생명을 연장시키고 있습니다. 이런 부실기업의 처리를 두고 정부가 이제 와서 채권단의 자율적인 결정에 따른다고 말하는 것은 책임 회피일 뿐입니다. 그리고 엄청난 규모의 국가부채와 4대연금, 건강재정보험, 각종 공공기금, 공기업의 부실 등 총체적인 국가부실을 종합적으로 일관성 있게 관리하기 위한 국가부실에 대한 중장기대책을 마련할 것을 강력히 촉구합니다. 넷째, 우리는 소외계층을 포함한 국민 모두가 인간의 존엄과 행복을 누릴 수 있도록 사회복지제도를 구축해야 합니다. 저는 최근 서민생활의 현장을 방문하면서 붕괴된 중산층과 가난한 서민의 삶이 얼마나 고통스러운 나날인지 통감하고 있습니다. 말로만이 아니라 서민과 소외계층을 진정으로 위한다면 우리 경제가 힘찬 성장의 활력부터 회복하는 길을 찾아가야 합니다. 복지 없는 성장은 불의요, 성장 없는 복지는 기만입니다. 우리는 나누면서 커가는 상생의 경제를 만들어야 합니다. 저와 우리 당은 서민과 소외계층을 우선적으로 고려할 것입니다. 그러나 일회성 선심정책이 아니라 복지의 확대가 실질적으로, 또 지속적으로 이루어지는 믿을 수 있는 복지제도를 만들어가겠습니다. 서민과 소외계층의 생활 현장에 늘 함께 있으면서 우리의 복지가 갖고 있는 문제들을 하나하나 찾아내서 고쳐갈 것입니다. 기초생활보장과 실업급여가 정말 필요한 사람에게 혜택이 가도록 복지수요를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는 인프라를 구축할 것입니다. 저와 우리 당은 이러한 과제와 원칙을 중심으로 112조 5,800억원에 달하는 내년도 예산안을 면밀하게 검토할 것임을 약속드립니다.
2001.10.08 I 김헌수 기자
  • (릴레이분석)증시, 미국 보복공격 비교관전 포인트는
  • [edaily] 미국에서 발생한 사상 초유의 테러참사에 한차례 충격을 받은 증시가 미국의 보복공격 임박에 따라 또다시 초긴장 상태에 빠져 있다. 이같은 우려는 이미 지난 주말 국내 증시의 급락으로 나타났지만 실제 공습이 시작되면 다른 차원의 악재로 작용할 것으로 보여 추가적인 하락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특히 테러이후 문을 굳게 걸어 잠궜던 뉴욕증시도 이번 주부터 재개장할 예정이어서 미 증시 하락에 따른 직접적인 충격도 하락압력을 더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더욱이 이번 테러사태는 그동안 상상치 못했던 충격적인 일인 만큼 많은 불확실성도 내포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분석가들은 걸프전 당시와의 상황 비교를 통해 증시 앞날을 예측하고 있다. 그러나 당시와 현상황은 사뭇 다른 변수들이 있어 단순비교는 무리가 있다는 지적도 많다. 그렇다면 무엇이 다를까. 또 앞으로 예상되는 미국의 보복공격에 대한 관전 포인트는 어떻게 잡아야 하고, 어떤 투자전략이 필요할 것인가. ◇과거 걸프전 당시 증시 어떻게 움직였나 이슬람과 미국의 대립이라는 구도가 유사한 데다 최근 발생한 전쟁이라는 시간적 근접성을 고려할 때 걸프전과 이번 미국의 보복침공을 비교하는 시각이 많다. 당시 전쟁과 그에 따른 증시 동향을 살펴보면 지난 90년 8월2일 이라크가 쿠웨이트를 침공하기 시작하자 국내 종합주가지수는 1차로 18일 정도 하락을 거듭했다. 이 기간중 지수는 13.9% 떨어졌다. 또 미국의 참전이 본격화된 이후로는 한달 가량 지수가 하락의 길을 걸었고 33일동안 지수는 추가로 17% 이상 하락했다. 그러나 걸프전 발발이후 3개월만에 지수는 출발점으로 되돌아 왔다. 그 지루하게 이어지던 전쟁 상황에서 지수는 하락과 일시적인 반등 시도로 횡보한 끝에 91년 1월 소위 "사막의 폭풍" 작전으로 이라크 바그다드 공습이 시작되면서 지수는 반등의 길을 걸었다. 이같은 과거 경험상 이번 전쟁으로 증시에서의 충격은 자연스러운 것이지만 이후 주가의 복원력 또한 기대할 수 있을 것이란 지적에 힘이 실리고 있다. ◇걸프전 당시와 현상황 무엇이 다른가 그러나 걸프전과 이번 미국의 보복공격은 전쟁의 성격이나 전반적인 글로벌 경제상황 등을 감안하면 분명한 차이가 있어 단편적인 비교는 무의미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우선 전쟁의 성격이 다르다는 점이다. 걸프전이 쿠웨이트를 침공한 이라크의 응징이라는 점에서 분명한 상대가 있는 전쟁인 반면 이번 보복공격은 그런 구체성이 다소 떨어진다는 얘기다. 또 이번 공습은 미국이 직접적인 피해 당사자라는 점에서 이슬람 국가들 전체를 적으로 간주할 가능성이 적고 보복이란 차원에서 시간끌기보다는 일거에 공격을 마무리 지을 확률이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글로벌 경제상황도 상이한 점이 있다. 당시에는 전세계적으로 인플레가 강하게 나타나던 시기였지만 이번에는 그런 부담이 적어 국가간 공조가 의외로 잘 이뤄질 수 있을 전망이다. 국내 증시만 국한해 볼 때도 걸프전 당시는 시장개방이 이뤄지기 전이어서 외국인의 시장 영향력은 거의 없었다. 그러나 현재는 외국인들이 유통주식의 30% 이상을 차지하면서 절대적인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때문에 당시와 현재를 비교한다는 것은 무리가 따른다는 지적도 많다. 외국인의 매매동향에 관심이 더 한층 쏠릴 수밖에 없는 상황인 것이다. 또 당시에는 선물, 옵션 등 파생상품이 존재하지 않았지만 지금은 시장체력이 떨어지면서 파생상품의 영향력이 갈수록 증대하고 있다. 다시 말해 시장의 본질가치보다 시장간 레버리지 효과의 영향력이 커진 상황이다. 때문에 시장예측도 당시보다는 훨씬 어려워진 상황이다. 이처럼 걸프전과 현재의 상황을 단순 비교하기에는 사뭇 다른 변수들이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도 한번쯤 곱씹어 볼 일이다. ◇투자자,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일단 미국 상원이 부시 대통령에 무력 사용권한을 승인했고 미 정부도 예비군 소집령을 곧 발효할 것을 보여 증시 참여자들은 전쟁 발발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또 전쟁이 시작되더라도 공습기간이나 이슬람 국가들의 대응, 미 증시와 국내 외국인 투자자 동향 등이 증시 영향을 좌우할 키(key)가 될 수 있는 만큼 상황을 냉철하게 관망한 후 매매전략을 세워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입장이다. 조덕현 한화증권 투자전략팀 차장은 "이번 전쟁이 일어나더라도 얼마나 지속될 지 아무도 예상할 수 없는 상황이라 전쟁상황을 인내심을 갖고 확인하는 자세가 필요하다"며 "단기매매로 대응하되 우량주식을 보유하고 있는 투자자들은 투매보다는 가격회복을 기다려야 할 것이며 현금이 있는 투자자는 풋옵션 등을 통한 헷지도 고려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신용규 대신경제연구소 투자전략팀장도 "상황이 아랍국가 대 서방국가간 대규모 전쟁으로 확산되거나 걸프전과 같이 몇 개월간 긴장상태가 지속되지 않는다면 유가급등과 경기침체의 국면으로 빠져들지는 않을 것"이라며 "또 세계 증시 하락에 따른 환매 우려감으로 외국인이 본격 매도로 나설지 등을 예단하기 보다는 냉정하게 지켜보는 자세가 바람직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2001.09.16 I 이정훈 기자
  • (증시포커스)가장 길게 느껴질 주말을 차분하게
  • [edaily] 비행기 자폭 테러라는 상상할 수 없는 일이 발생했고, 이에 따른 불확실성의 증폭으로 지난주(9월10일~14일) 세계증시는 요동을 쳤다. 이번 테러 사태로 피해 당사자인 미국의 증권시장은 곧바로 휴장을 결정한 뒤 다음주초(17일)까지 개장을 늦추기로 결정했다. 이처럼 세계증시의 핵심축이요, 벤치마크의 대상인 뉴욕증시가 문을 닫으면서 주요국 증시는 급등락을 반복했다. 서울증시도 미 테러 사태의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널뛰기 장세를 연출했다. 14일 종합주가지수는 하루 전보다 16.96포인트(3.40%) 떨어진 482.29포인트로 끝마쳤다. 코스닥지수도 3.98포인트(7.34%) 하락한 50.21포인트를 기록하며 시장 개장이래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 선물지수도 0.85포인트(1.42%) 떨어진 59.15포인트로 마감하면서 연중최저치를 기록했다. 거래량이 폭증했지만 투자자들은 방향성을 잡지 못하고 우왕좌왕 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이제 시장의 관심은 테러 공격을 "21세기 첫 전쟁"으로 규정한 미국의 부시 행정부가 보복공격을 어떻게 할 것인가에 모아지고 있다. 보복의 강도에 따라 판단변수도 달라지기 때문이다. 미국이 이번 테러의 배후 조정자로 공식 발표한 빈 라덴의 소재지로 알려진 아프카니스탄만을 공격할 것인지, 아니면 전선을 넓힐 것인지에 따라 세계 금융시장과 경기에 미칠 영향은 천지간의 차이를 나타낼 것이다. 이같은 상황 속에 미국이 이라크 공격을 겨냥해 터키 남부의 공군기지에 병력을 추가 파병했다는 소식도 전해지고 있다. 물론 미국이 보복공격을 위해 어떤 전략과 전술을 구사할 것인지는 예단할 수 없는 일이다. 현재로선 지켜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다만 공격시점은 주말이 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때문에 주말인 15일과 16일 이틀간 언제 어디를 공격할 것인지를 지켜본 후 모든 상황 판단을 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물론 시점이 늦춰질 수도 있는 일이다. 하지만 D-Day, H-hour를 초조하게 지켜 봐야하는 이번 주말은 그 어느 때 보다 긴, 아니 가장 길게 느껴질 것으로 전망된다. 2차 세계대전 당시 노르망디 상륙작전이 전개됐던 날을 "가장 긴 하루(The Longest Day)"로 부른다. 당시 작전의 성공여부에 따라 전쟁의 승패가 갈릴 수 있는 상황이었던 만큼 작전 수뇌부는 물론, 치열한 공방전을 펼쳐야했던 장병들에게도 피를 말리는 하루였을 것이다. 오죽했으면 "가장 긴 하루"로 불리고 있겠는가. 노르망디 상륙작전을 배경으로 한 "지상 최대의 작전"이란 영화도 지난 60년대 국내에서 개봉된바 있다. 영화의 원제목은 "The Longest Day". 이 영화는 코넬리어스 라이언의 원작소설 "가장 긴 하루"를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세미 다큐멘터리성 영화의 새장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영화다. 그러나 이 영화 제목만큼이나 긴 주말을 맞이해야 하는 상황이 현실화되고 있다. 다음주(9월17일~21일) 주식시장도 주말의 결과가 반영될 것이다. 또 일주일만에 문을 열 뉴욕증시의 반응도 주목된다. 워싱턴포스트는 14일 온라인판에서 미국의 증시 개장일인 17일 투매현상이 벌어질 경우에 대비해 미 대형 증권사들과 기업이 주식매입을 통해 주가를 받치기로 "특별 협약"을 맺었다고 보도했다. 이와 관련 있을 수 있는 일이냐, 아니냐를 따져보기에 앞서 어떤 형태로든 대책을 마련할 것이란 생각은 가져볼 수 있는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같은 조치의 효과에 대해선 확신할 수 없는 상황이다. 현재의 증시상황은 체계적인 위험을 생각해볼 시점인 것이다. 기술적 또는 개별재료에 의한 시장관측은 무의미하다는 지적도 많다. 다만 앞으로 발생할 일에 대해 섣부른 판단으로 깊은 걱정에 빠져들거나, 괜찮을 것이란 속단도 말고 우선 주말의 진행과정을 지켜본 뒤 상황을 판단해 보자고 말하고 싶다. 14일 서울증시에선 각종 미확인 루머가 난무하면서 주가가 춤을 췄고, 루머가 루머를 낳는 양상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씁쓸해하기도 했다. 루머가 나돈다는 것은 그만큼 불안심리가 자리잡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럴 때일수록 말을 아끼는 게 모두를 위해 좋지 않을까. 우선 주말을 차분하게 보내자.
2001.09.14 I 김진석 기자
  • (초점)미 금리인하, 과연 신경안정제에 불과한가
  • [edaily] 연준리의 거듭되는 금리인하에도 경기가 좀처럼 살아날 조짐이 보이지 않으면서 시장의 불안감은 날이 갈수록 더해지고 있다고 비지니스위크 최신호가 보도했다. 지금까지 연준리의 통화정책은 무슨 종교의 주문처럼 사람들을 반복해서 세뇌시켰다. 금리를 인하하면 경기가 회복될 수 있으며 그 시기가 가까워지고 있으니 안심하라고 말이다. 연준리는 자신들의 주문을 몸소 실천하면서 무려 5차례나 금리를 인하하는 파격적인 모습을 보여줬다. 하지만 아직도 경기가 살아날 징후는 어디에서도 보이지 않고 있다. 전혀 생명력이 보이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이번 2분기 미국 경제는 거의 0%에 가까운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렇다면 그동안의 금리인하 효과는 과연 어디에 있는가? 많은 사람들은 이 대목에서 갈길을 주저하고 있다. 과연 살아나고 있다는 것은 맞는 얘기인가, 아니면 더 큰 나락으로 빠질 것인가를 하나하나 저울질하며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는 것이다. 지금까지 많은 민간경제학자들은 지속적인 금리인하로 인해 경제가 다시 살아날 수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금리인하와 세금환급의 두가지 조치를 모두 병행할 경우 경기가 부양되지 않을 것이라고는 상상도 하지 않았다. 보스턴 연방은행의 케세이 미네한 행장은 "사람들의 공통적인 전망은 올해 하반기에는 경기가 다시 살아날 수 있다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같은 발언이 거듭될수록 사람들의 불안은 가중되고 있다. 경제학자들은 보통 금리인하의 효과가 나타나는 시점을 6개월 정도로 잡고 있다. 그렇다면 1월달부터 시작된 금리인하의 효과는 지금부터 어느 정도 가시화돼야 한다는 결론이 나온다. 그러나 시장에서 이같은 징후를 발견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기업들의 실적은 그리 개선되지 않고 있으며 여러가지 경제지표들 역시 시장의 기대 만큼 나오지 않고 있다. 이래저래 사람들의 불안감을 가중시키는 소식들만 들려오고 있는 것이다. 또 소위 말하는 신경제 기업들이 그동안의 고속성장 만큼이나 회복도 빨라야 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 역시 투자자들의 마음을 졸이게 하고 있다. 고속성장을 하고 오랜 기간 침체기를 보인다면 신경제와 구경제를 구분하는 것이 애초부터 잘못됐다는 지적이다. 현재 시장에서 연준리의 금리인하 효과가 나타나는 산업은 모기지론 금리의 인하로 활황세를 보이는 주택시장 정도에 불과하다. 심지어 주택시장에서도 이같은 상태로는 안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미국에서 주택건설 업체인 헌팅던 밸리의 CEO인 로버트 톨은 "지금과 같은 상황이 조금 더 지속된다면 결코 우리는 경기침체에서 벗어날 수 없다"고 말했다. 금리인하의 효과에 대한 의문은 이제는 경기가 장기적으로 침체할 수도 있다는 불안감으로 바뀌고 있다. 이번 주 연준리가 어떠한 결정을 내리게 될 지에 대해 시장의 관심이 집중되는 것은 아마도 이같은 불안감의 반영이 아닐까.
2001.06.24 I 공동락 기자
  • 금리인하, 과연 신경안정제에 불과한가 - BW
  • [edaily] 연준리의 거듭되는 금리인하에도 경기가 좀처럼 살아날 조짐이 보이지 않은면서 시장의 불안감은 날이갈수록 더 해지고 있다고 비지니스위크 최신호가 보도했다. 지금까지 연준리의 통화정책은 무슨 종교의 주문처럼 사람들을 반복해서 세뇌시켰다. 금리를 인하하면 경기가 회복될 수 있으며 그 시기가 가까워지고 있으니 안심하라고 말이다. 연준리는 자신들의 주문을 몸소 실천하면서 무려 5차례가 금리를 인하하는 파격적인 모습을 보여줬다. 하지만 아직도 경기가 살아날 것 같다는 징후는 어디에서도 보이지 않고 있다. 전혀 생명력이 보이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이번 2분기 미국 경제는 거의 0%에 가까운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렇다면 그동안의 금리를 인하한 효과는 과연 어디에 있는가? 많은 사람들은 이 대목에서 갈길을 주저하고 있다. 과연 살아나고 있다는 것은 맞는 얘기인가 아니면 더 큰 나락으로 빠질 것인가를 하나하나 저울질하며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는 것이다. 지금까지 많은 민간경제학자들은 지속적이 금리인하로 인해 경제가 다시 살아날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었다. 금리인하와 세금 환급과 같은 두가지 조치를 모두 병행할 경우 경기가 부양되지 않을 것이라고는 상상도 하지 않았던 것이다. 보스턴 연방은행의 케세이 미네한 행장은 "사람들의 공통적인 전망은 올해 하반기에는 경기가 다시 살아날 수 있다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같은 발언이 거듭될수록 사람들의 불안은 가중되고 있다. 경제학자들은 보통 금리인하의 효과가 나타나는 시점을 6개월 정도로 잡고 있다. 그렇다면 1월달부터 시작된 금리인하의 효과는 지금부터 어느정도 가시화되어야 한다는 결론이 나온다. 그러나 시장에서 이같은 징후를 발견한다는 것은 결코 쉬운일이 아니다. 기업들의 실적은 그리 개선되지않고 있으며 여러 가지 경제지표들 역시 시장의 기대만큼 나오지 않고 있다. 이래저래 사람들의 불안감만을 가중시키는 소식들만 들려오고 있는 것이다. 또 소위 말하는 신경제기업들이 그동안의 고속성장 만큼이나 회복도 빨라야 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 역시 투자자들의 마음을 졸이게 하고 있다. 고속성장을 하고 오랜 기간동안 침체기를 보인다면 신경제와 구경제냐를 구분한다는 것은 애초부터 잘못된 것이 아니냐는 것이다. 현재 시장에서 연준리의 금리인하 효과가 나타나는 산업은 모기지론 금리의 인하로 활황세를 보이는 주택시장 정도에 불과하다. 심지어 주택시장에서도 이같은 상태로는 안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미국에서 주택건축업체인 헌팅던 밸리의 CEO인 로버트 톨은 "지금과 같은 상황이 조금 더 지속된다면 결코 우리는 걍기침체에서 벗어날 수 없다"고 말했다. 금리인하의 효과에 대한 의문은 이제는 경기가 장기적으로 침체할 수도 있다는 불안감으로 바뀌고 있다. 다음주 연준리가 어떠한 결정을 내리게 될지에 대해 시장의 관심이 집중되는 것은 아마도 이같은 불안감의 반영이 아닐까.
2001.06.23 I 공동락 기자
  • (300조를 움직이는 사람들)⑮지동현 조흥은행 상무(상)
  • [edaily] 우리나라에서 은행의 위치는 다른 어떤 금융기관보다 중요하다. 채권시장에서도 은행은 가장 중요한 투자기관이다. 대형은행들은 수조원의 자금을 채권에 투자하는데 아직 독자적인 투자패턴을 가지고 있지는 않은 것 같다. 97년 외환위기 이후 금융구조조정이 진행되면서 “은행이면 다 같다”는 생각이 무너졌고 좋은 은행과 그렇지 않은 은행이 구분되기 시작했다. 채권시장에도 앞으로는 “운용을 잘하는 은행과 그렇지 않은 은행”을 차별하게 될 것이다. 이번주 “300조를 움직이는 사람들”의 주인공은 조흥은행 지동현 상무다. 지 상무는 은행 자산운용을 담당한지 5개월째로 접어든 “신참”이다.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원으로서 은행 구조조정에 참여하고 조흥은행 사외이사도 지냈지만 실전에 참여한 것은 올 2월부터다. 채권도 그의 전공이 아니다. 지 상무의 전공은 “은행경영”이다. 자산운용을 잘 모르는 지 상무가 짧은 시간에 채권시장에서 비교적 큰 전공을 낼 수 있었던 것은 실무 트레이더들과 호흡을 잘 맞추고 나름대로 리스크 관리 원칙을 철저하게 지켰기 때문이다. 조흥은행은 올 상반기에 두 차례나 채권시장에 이목을 집중시켰었다. 한 번은 한국은행 전철환 총재의 “국고채 과열” 발언이 나올 즈음 예보채를 대량으로 매각했을 때였고 또 한 번은 지난 5월 수익률 랠리에 참여했을 때였다. 지 상무는 자산운용을 맡자마자 “수익률이 1% 움직일 때 손실가능 범위를 100억원이내로 한다”는 리스크 관리 원칙을 세우고 채권투자 규모를 대폭 축소했다. 실무 딜러들과 마찰이 있었지만 당시 판단으로 손실을 회피할 수 있었다. 지난 5월에는 실무 딜러들이 “채권을 사야한다”는 의견을 제시해와서 주저없이 “질러” 결정을 내렸다. 밤에 잠을 못잘 정도로 걱정했지만 조흥은행내 5개 본부중에서 목표 수익 진도율이 가장 빠른 본부가 되는데 결정적인 기여를 할 만큼 투자이익을 기록할 수 있었다. 지 상무는 은행경영을 전공한 학자로서 은행 구조조정의 아이디어를 제공했고 지금은 자산운용을 책임지고 있다. 채권시장에 성공적으로 데뷰한 지 상무의 “은행론”과 “채권투자론”을 들어봤다. (지 상무 약력은 인터뷰 하편 기사 하단 참조. 지 상무 인터뷰를 끝으로 “300조를 움직이는 사람들” 시리즈 1부를 정리합니다. 그동안 시리즈를 애독해주신 edaily 독자와 인터뷰에 응해주신 여러분들께 감사드립니다. “300조를 움직이는 사람들”은 보다 참신한 기획으로 하반기중 시리즈 2부를 시작할 예정입니다.) <돈되는 공부를 하기 위해 경영학을 선택> -박사학위를 펜실베니아 대학에서 받으셨습니다. ▲서울대에서 석사과정을 밟다가 논문을 못 쓰고 바로 유학을 떠났습니다. 서울대에서 소위 "쯩" 이라고 하는 석사학위를 받은 건 아니구요. 석사학위를 제대로 취득한 곳은 미국입니다. 서울대 경영대학원을 3학기 다니고 미국으로 건너가서 펜실베니아대학의 경영학 박사과정에 등록했습니다. 이 곳에서는 박사학위 수료과정 중에도 석사학위를 달라고 하면 학위를 줘요. 물론 시험을 통과해야 하지만요. 박사학위를 못 받을지도 모르니까 우선 석사학위부터 취득했습니다. (웃음) 다행히 박사학위도 받을 수 있었구요. 얼마전 금융연구원 개원 10주년 기념행사 때 산토메로 총재가 오셨어요. 이분이 바로 유학시절 제 지도교수셨습니다. 그 분때문에 졸업한거나 다름없습니다. 아니면 못했을 거에요. -그럼 학번은 어떻게 되십니까. ▲서울대학교 경영학과 77학번입니다. 제가 보성고등학교를 다녔는데 저희때부터 뺑뺑이로 고등학교에 입학했거든요. 소위말하는 뽑기 1세대죠. 그런데 고등학교에 들어가니 선배들이 사람취급도 안해주는 거에요. "시험도 안보고 들어온 너희들이 무슨~" 하면서요. 서울대는 저희 때 더 많이 들어갔는데도 말입니다. 하하. 보성을 무척 좋아합니다. 아들도 보성고등학교를 다니게하고 싶어서 일부러 올림픽공원 쪽으로 이사했을 정도입니다. -전공결정 과정 중 특별한 계기라도 있었습니까. ▲저희때는 전공을 결정하고 입학하는 것이 아니라 계열별로 뽑는 시스템이었어요. 사회계열로 입학해서 전공선택을 할 때 잠시 갈등했죠. 아버지는 법대를 가라고 말씀하시는데 아버지가 권유하시니 법대는 더 가기 싫고(웃음). 경영과 경제를 놓고 고민하다가 아무래도 경제학과를 가면 공부를 많이해야 될 것 같아서 싫더라구요. "경영학과를 가면 돈 버는 방법을 가르쳐주지 않을까" 라는 생각에서 결정한 바가 컸습니다. 그런데 수업을 들어보니 돈 버는 것과는 전혀 무관하더군요.하하. 자연스럽게 대학교 2학년때부터 유학이나 가야겠다는 결심을 하게됐고 유학준비에 들어갔습니다. SK그룹이 관장하는 한국고등교육재단이 주는 장학금을 받고 펜실베니아대학으로 떠났어요. 사실 전공을 결정한 가장 큰 이유는 한 권의 책 때문입니다. 제가 서머셋 몸의 "달과 6펜스"를 무척 감명깊게 읽었거든요. 주인공인 스트릭랜드가 잘 나가는 브로커였는데 돈 벌어서 그만두고 타히티로 떠나잖습니까. 그게 너무 멋있어 보여서 "나도 돈을 빨리 번 다음 은퇴를 해야지"라는 생각을 굳히게됐습니다. 은퇴 후에는 종합예술센터같은 것을 세워보고 싶었어요. <” 은행은 옛날에도 중요했고 지금도 중요하지만 앞으로도 여전히 중요하다”> -유학을 떠난 이유는 무엇인가요. ▲학부시절에는 수업이 너무 따분하고 재미가 없었어요. 돈 버는 것과는 하등 관련도 없고 말이죠. "일단 미국으로 한번 가보자. 거기가면 혹시 돈 버는 방법을 배울지도 몰라"라는 안일한 생각을 가진거죠.(웃음) 펜실베니아에 가보니 “finance”도 세 가지 분야가 있더라구요. 사람들이 가장 많이 선택한 것은 investment(투자론)였고 그다음이 corporate finance(기업재무), 제가 고른 financial institution(은행경영)은 거의 지원자가 없을 정도였습니다. -그런데 왜 은행경영을 지원하신 겁니까. ▲제가 전공을 결정할 때가 84년이었습니다. 속으로 곰곰 생각했죠. "나는 한국으로 돌아갈 것이고 학위를 받으면 88년 정도가 될 텐데 그 때에는 무엇이 중요할까" 라고 말이죠. 결론은 은행이었습니다. 은행은 옛날에도 중요했고 지금도 중요하지만 90년대가 돼도 여전히 중요한 위치를 차지할 것이란 생각이 들었어요. 써 먹을 수 있는 걸로 공부해야지라는 생각이 많았죠. 박사공부라는 것이 말은 거창했지만 독학이나 다름없었습니다. 기본적으로 커리큘럼에서 가르쳐주는 건 investment 나 corporate finance 정도고 financial institution은 한 과목밖에 없었어요. 그때 산토메로 교수가 많은 도움을 주셨습니다. 그 외에도 와튼스쿨(펜실베니아 대 경영대학원의 별칭)에서 조교로 재직하면서 공부를 더 많이하게 됐어요. 뭘 알아야 가르칠 것이 아니겠어요. 기초서적부터 신문기사까지 닥치는대로 읽어나가니 많은 도움이 되더군요. <”로컬 경제의 중요성이 존재하는 한 한국이든 다른 나라든 은행의 위치는 확고”> -그렇다면 은행의 중요성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은행 중심이냐 자금시장 중심의 경제냐 하는 문제는 외환위기 이후 우리가 직접 대면한 과제 중 하나입니다. 경제가 자본시장 중심으로 돌아가는 나라는 전세계에서 미국과 영국 뿐이에요. 독일이나 프랑스 등 여타 선진국들은 모두 은행위주입니다. 이 사실이 하루이틀에 이뤄진 것도 아니고 아무 이유없이 된 것도 절대 아니에요. 자본시장이 은행보다 중요한 역할을 하는 나라인 미국, 영국은 그 제도가 적합하도록 국가가 발전해왔기 때문입니다. 영국은 수많은 식민지를 거느리면서 로컬보다는 글로벌한 쪽으로 경제전략을 수립해왔죠. 미국도 마찬가지구요. 독일이나 프랑스같은 경제선진국도 아직은 로컬중심 경제권을 이루고 있고 한국의 경우는 말할 필요도 없죠. 물론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글로벌 스탠다드의 중요성이 크게 부각됐습니다. 어느 정도는 그 흐름을 따라가야하는 것도 사실이구요. 그러나 아무리 글로벌화가 된다해도 로컬의 중요성이 줄어드는 건 아닙니다. 로컬의 중요성이 존재하는 한 한국이든 다른 나라든 은행의 위치는 확고할 겁니다. -귀국 후 학교로 가지 않고 금융연구원에 자리를 잡으셨어요? ▲귀국 당시에는 학교에 갈 요량으로 들어왔는데 그게 잘 안 됐습니다. 수출입은행에서 장기 발전전략 수립, 부서 내부평가 문제 등을 담당하다가 금융연구원으로 옮겼습니다. 수출입은행에서는 자산부채 종합관리(ALM asset liability manangement)에 관한 보고서가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그때가 89년인데 개념자체도 생소하던 시절이었어요. 그 개념을 소개했다고나 할까요. 금융연구원에서도 초창기 4년에는 대부분 ALM관련 컨설팅을 담당했습니다. -금융연구원은 어떤 생각으로 만들어진 건가요. 10년을 근무하셨으니 사정을 잘 아시겠군요. ▲금융연구원은 1991년 6월에 설립됐습니다. 초창기 박재윤 서울대교수를 원장으로 초빙하셨죠. 기본적인 아이디어는 금융시장 및 금융기관에 대한 전반적인 발전방향을 제시한다는 거였어요. 우리나라 금융산업 발전에 기여해야 한다는 취지죠. -박 원장은 김영삼 정부에서 일하셨죠? 금융연구원이 당시 정부정책 입안에 관여하기도 했습니까. ▲김영삼 정부가 추진한 경제정책과 관련, 부분적으로 참여한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러니 금융연구원도 일정부분 공과가 있다고 봐야겠죠. -금융연구원에서 IMF 외환위기에 대해서는 전혀 감을 잡지 못했나요? 어렴풋이 문제가 있다는 것은 느꼈지만 IMF 구제금융을 받아야할 정도로 심각하게 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사실 외환위기가 터진 후 은행경영을 공부한 제가 그동안 뭘했나 하는 생각도 많이 했어요. 그래도 지금까지 은행이 가장 중요하다고 떠들고 다녔는데 뭔가 보여줘야한다는 마음으로 구조조정 아이디어를 만들었습니다. <”은행 구조조정 갈 길이 아직 멀었습니다.”> -서울은행, 제일은행 매각작업에도 참여하셨죠. ▲저는 어드바이저의 역할을 담당했을 뿐이지만 참 많은 생각을 했습니다. 정부는 1998년 1월30일 두 은행에 각각 1조5000억원을 출자한다고 발표했습니다. 한전과 담배인삼공사 주식을 넣었죠. 그 일을 하면서 두 은행 임원들하고 종종 의견충돌을 빚었습니다. 은행임원들의 생각은 "정부출자가 이뤄졌으니 우리은행은 대한민국 어떤 은행보다 우량하다" 뭐 대충 이런 식이었습니다. 그래서 제가 "천만의 말씀입니다. 갈 길이 아직 멀었습니다"라고 말했죠. 그랬더니 제일은행 관계자께서 "아니 은행업무에 관해서 잘 알지도 못하면서 어떻게 그런 말을 할 수가 있습니까"라고 항의를 하더군요. 은행에 30년 다닌다고 모든 것을 아는 것은 아니죠. 제가 "은행에 대해서 잘 알지는 못하지만 아무런 근거없이 그런 말씀 드리는 건 아닙니다" 라고 근거를 말해도 들은 척도 안하더군요. 그래서 크게 언쟁을 한 적도 있었어요. 정부는 "매각대금은 1조5000억원은 넘어야한다. 풋백옵션도 못 준다"고 말했지만 그 조건으로 누가 그 은행을 사겠습니까. 모건스탠리를 주간 증권사, 태평양을 주간법무법인으로 선정하는 작업을 마치고 매각작업에 더 이상 참여하지 않았습니다. 애시당초 뉴브리지에 줬던 조건이라면 협상이 훨씬 수월했을 겁니다. 그러면 정부의 손해가 훨씬 줄어들었을텐데 말이에요. 두 은행과 금융업 전반 아니 우리나라 경제에 대해서 지나치게 낙관을 하고 있었다는 것이 문제였습니다. 제가 그 당시 은행 부실채권 규모가 200조가 넘는다는 말을 종종 하고 다녔습니다. 세미나나 심포지움에 참석해서 그러한 말을 몇 번 했더니 압력이 들어올 정도였어요(웃음). 세계은행에서 파견나온 친구들과 많은 시간을 같이 일했는데 이 사람들이 하는 말은 똑같았습니다. "비슷한 문제로 세계 여러 곳을 다녀봤지만 모두 비슷하다. 처음 예상한 (부실채권) 규모보다 적어도 3배는 늘려 잡는게 좋을 것"이라면서 "경험상 틀림없으니 한국도 3배 이상이라고 본다"고 말하더군요. -서울은행은 결국 매각자를 찾지 못하고 위탁경영이라는 묘한 방법으로 일처리가 됐죠. 두 은행 매각에 점수를 준다면 몇 점이나 주시겠습니까. 학자로서 말입니다. ▲높은 점수를 줄 수 없다는 건 잘 아실 겁니다. 하지만 실패한 딜이라고 생각하지도 않아요. 어차피 매각은 불가피한 상황이었고 정부가 취할 수 있는 선택은 청산과 매각 두 가지밖에 없었으니까요. 지방은행 정도의 소규모 은행이라면 청산이 가능할 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제일이나 서울은행 정도를 청산한다는 것은 상상할 수도 없거니와 한국경제가 이를 감당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었어요. 청산비용도 엄청나게 들어가니까 결국 매각의 길을 자연스레 걷게 됐죠. 아쉬운 점은 현실을 빨리 인정하고 매각자를 찾아나섰으면 훨씬 좋은 조건으로 팔 수도 있었는데 그 기회를 놓쳤다는 겁니다. 망가진 회사는 시간이 가면 갈수록 가치가 떨어지게 돼 있어요. 은행이건 기업이건 마찬가지고 대우차나 한보철강 문제도 동일하다고 봐요. (인터뷰 중편으로 이어짐)
2001.06.22 I 정명수 기자
  • (300조를 움직이는 사람들)⑭조민식 한신평 이사(하)
  • [edaily] 이번주 “300조를 움직이는 사람들”의 주인공은 한국신용평가의 조민식 이사 입니다.(인터뷰 중편에서 이어짐) -그 과정에서 토론이 일어나는 거군요. ▲그렇습니다. 기업가치와 부채가치는 정말 중요해요. 또 신용등급 하향을 어느 정도로 할 것이냐도 주요 이슈가 됩니다. 단계적으로 내릴 것이냐, 한번에 왕창 내릴 것이냐의 여부부터 시작해서 내릴때 투자적격 등급을 유지할 것이냐 말 것이냐도 고민대상입니다. 저희의 토론과정은 상상보다 훨씬 격렬합니다. 직원들 모두 자기분야에 있어서는 전문가고 전문 애널리스트 이상의 수준을 갖췄기 때문에 "말"로 밀리면 가차없어요.(웃음) 직급문제는 전혀 고려되지 않습니다. 제가 주장하는 등급에 대한 논리적 기반이 약하면 타인의 등급을 받아들일 수 밖에 없는 시스템이죠. -지난해 신평사 중 하나가 현대건설 등급을 낮췄더니 회사 직원들이 단체로 몰려와서 항의한 적이 있었죠? "정부의 우회적인 압력이 등급 하향조정으로 나타난 거 아니냐"는 식의 언쟁도 크게 벌어졌었구요. 사실 그런 의문을 품는 분들이 많습니다. 특히 재벌구조조정과 관련해서 신평사와 정부가 "이심전심"으로 움직이는 것이 아닌가하는 견해가 많았는데요. "정부가 옆구리를 쿡 찌르는 식으로라도 신평사를 조종하지 않을까?"하는 의구심을 가지게되는 게 사실입니다만.(웃음) ▲정말 그렇지 않습니다. 정부와 저희는 불가근 불가원의 관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무디스에서는 "제도를 만들어 시장을 그 안에 가두려고 하면 오히려 역효과가 난다"는 견해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 사람들은 기본적으로 정부의 눈치를 보는 것을 극도로 싫어해요. 그렇다고 해서 정부와의 관계를 단절할 수는 없으니까 불가근 불가원이 되는 거죠. 이헌재 재경부 장관시절, 그 분께서 한신평에 계셨던 인연때문에 다른 회사보다 특히 그러한 오해를 많이 받았습니다. 저희가 신용등급을 세게 치고 나가면(큰 폭으로 하향조정하면) 사람들이 "이거 다 이 장관하고 암묵적으로 연계된 것 아냐?"라는 식의 곱지않은 눈초리를 보내곤 했으니까요. 솔직히 저 정도의 시니어가 등급결정에 참여한다면 눈치를 전혀 보지않을 수는 없을 겁니다. 하지만 저만해도 지금 관리업무에만 주력할 뿐 등급결정에는 참여하지 않고, 실질적인 업무는 모두 젊은 직원들이 합니다. 그런데 요즘 젊은 사람들이 어디 그렇게 호락호락합니까. 장관의 눈치를 살피며 등급결정하는 분위기가 절대 아닙니다. 게다가 저희 직원들은 반골기질이 무척 강해요(웃음). "잘 되는 기업에 대해 잘 된다고 칭찬은 못해주지만 안 되는 건 확실하게 말한다" 이 말입니다. 오히려 우회적으로 압력이 들어오면 젊은 연구원들은 이런 식으로 생각하더군요. "야 이것봐라? 이런 식으로 로비까지 할 정도면 이 회사 진짜 문제가 심각한 것 같은데...낮춰야겠군" 허허. <정크본드 시장에 대한 관심, 본격적인 “리스크-리턴 게임”의 무대> -최근 신용등급 단수평가와 관련해서 문제가 좀 있었죠? ▲그랬습니다. 금감위에서 제도 문제와 관련해서 말도 많았구요. 하지만 다 발전을 위해 겪어야만 하는 과정이 아니겠습니까. 평가사들은 아닌 것은 아니다라고 얘기해줘야 합니다. 은행이 말 못하는 것이랑은 전혀 차원이 달라요. -현재 단수평가제도는 어떤 식으로 진행중입니까. ▲발행쪽은 복수평가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렇지만 유통부분은 복수로 갈 수 밖에 없는 것 같아요. 지금 단수평가제를 실시하면 2년안에 신용등급평정이라는 제도는 과거로 후퇴해버릴 겁니다. "그럴 바에는 차라리 rating 제도를 없애버려라"라는 말을 한 적도 있습니다. -정부얘기를 하다보니 이것을 언급하지 않을 수 없군요. 최근 나온 정크본드에 관한 대책발표를 살펴보니 정부는 기업들의 현재 신용등급이 역버블 상태라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실제 기업가치보다 등급이 좀 짜다"는 식 말이죠. 정크본드 시장이 활성화되면 BBB급 회사채가 새롭게 조명을 받을 수 있다는 전망도 있는데요. BBB급은 기본적으로 정크본드가 아니라는 이런 의견에 동의하십니까. ▲결국 refunding risk를 줄이라는 이야기죠. 저희도 정크본드 시장에 상당한 관심을 가지고 있고 채권시장이 발전하려면 정크본드 시장이 커져야합니다. 우리나라에서는 리스크-리턴(risk return) 게임이 안 되죠. 정크본드(high yield bond)는 기본적으로 부도(default) 가능성을 전제로 한 것 아닙니까. 시장수익률이 10%일때 20%로 프라이싱이 된다면 할만한 게임일 거에요.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는 그게 불가능하단 말이에요. 금융권에서도 꺼려하고. 처음에는 물론 초과이득이 생기겠지만 예상했던 것보다 부도업체 수가 하나만 늘어나도 피해는 막심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저희는 부도율을 보수적으로 잡고 업체선별을 엄청나게 중요시합니다. 리스크를 완화시킬 수 있는 풀링(pooling)이 가능해야 하니까요. -그럼 풀링이 가능한 정크본드가 나오면 아무 생각없이 사도 되겠네요.(웃음) 정크본드에 투자한다는 비과세펀드도 처음 신상품이니까… ABS(자산담보부채권)도 처음에는 매우 높은 수익률을 기록했죠? ▲제가 기억하는 것 중에 어떤 ABS는 마지막 후순위채권이 5년후 2배의 수익률이 나는 시스템이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그러나 기관들은 "무슨 정크에 투자하느냐"며 사지 않았습니다. 주식에 비해서 채권은 단시간에 큰 이익을 내기는 어렵습니다만 정크를 잘 다룬다면 초과수익을 내기가 매우 유리할 겁니다. <”회사채 신용등급 상승추세”> -요즘 경제전반에서는 경기회복론이 서서히 나오기도 하는데요. 회사채 신용등급은 어떻습니까. 신용등급이 올라갈 수 있는 상황인가요 아니면 좀더 기다려야 합니까. ▲올라가는 추세라고 봅니다. 그동안 등급평가가 보수적으로 진행된 부분도 있구요. -그 말씀은 아까 정부의 역버블론을 일부분 인정한다는 의미입니까. ▲인정한다기보다는 펀더멘털한 측면에서 과도하게 하향조정한 면은 있다는 거죠. 무디스의 경우 반도체가 굉장히 경기에 민감한 업종임에도 불구하고 등급은 무척 안정적으로 주고 있습니다. 가장 큰 문제는 등급평가에도 "부익부 빈익빈"현상이 심화되고 있다는 거에요. 삼성같이 잘 나가는 회사의 등급은 점점 좋아지는데 반해 낮은 등급 회사들은 올라갈 기미가 거의 안 보입니다. -작년 신용경색 현상이 일어났을 때도 A급 회사채는 품귀였었죠? ▲그렇습니다. 저는 저희가 벤처캐피탈리스트와 다르다고 늘 말합니다. 벤처캐피탈리스트야 100개중에 1개만 터져도 대박이 나지만 저희는 달라요. 10개 중에 1개 터지면 쪽박찹니다. -등급 조정이 사전에 누출될 가능성은 없습니까. 만약 한신평 직원이 담당업체의 친구라면 "너희 회사 이번에 이렇게 바뀔거다"라고 넌지시 언질을 줄 수는 있는 거 아닙니까. ▲그렇게 생각하실지 모르지만 평가사 등급은 후행성이 강합니다. 그러니 별 의미가 없어요. 시장에서 “어떤 회사가 좋아지고 있다더라”하고 소문이 돌면 신용등급이 상향조정되는 건 적어도 6개월 이상 걸립니다.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죠. 신평사에서는 펀더멘털이 모든 것을 우선합니다. 소문에 의해 많이 좌우되는 주식시장과는 달라요. 오히려 이 업계에서는 기업에 대해 펀더멘털과 관계없는 정보를 많이 가지고 있는것이 문제가 됩니다. 저는 주식투자를 전혀 안해요. 집사람이 자기 혼자 하는 정도죠(웃음). -주식투자를 전혀 못하십니까. ▲사규로 금지돼있습니다. 신고를 하면 막지는 않겠지만 신고까지 해가면서 주식투자를 할 수 있는 분위기가 아닙니다. <신용평가를 잘 받는 법, 채권과 주식의 차이를 이해해야> -기업들이 신용평가를 잘 받으려면 어떻게 해야합니까. ▲미국에는 RAS(Rating Agency Service)라고 해서 기업과 신용평가기관 사이를 연결해주는 기관이 따로 있습니다. 무디스 같은데서 오래 일한 사람들이 담당하죠. 기업이 신용평가를 받을 때 당신의 업종 특성상 어떤 부분을 강조해라, CEO인터뷰를 할 때 이런점을 주의해라, 기업의 비젼을 설명할 때 이런 부분에 초점을 맞춰라 코치를 해주는 거죠. 이런 코치는 주식투자설명회를 할 때하고는 전혀 다릅니다. 한번은 어떤 벤처기업이 평가의뢰를 해왔어요. 벤처 열풍때 유상증자로 현금을 많이 확보한 기업이었죠. 자기들 현금만 믿고 AA등급쯤 받으면 좋겠다는 의사를 내비추더라구요. 저희는 돈 많은 기업이 정말 무섭습니다. 이 기업이 어디로 튈지 알 수가 없으니까요. 신용평가는 부채 상환 능력을 검증하는 것입니다. 벤처캐피탈리스트들에게 “우리회사의 비전이 이것이다. 세계 최고의 기술이다.” 설명하면서 유상증자를 액면의 100배로하는 것과는 차원이 다르죠. 아무리 현금이 많아도 수익모델을 위해 비슷한 다른 기업을 사들인다면 현금의 절대규모는 큰 의미가 없습니다. 주식과 채권의 차이가 바로 이겁니다. 우리나라 기업들도 벤처전용 프라이머리CBO 하면서 많은 것을 느꼈을 겁니다. 주식하고 채권하고 접근하는 방향이 완전히 다르거든요. <크레딧 리서치 전문가를 기르는 것이 꿈> -87년 입사해서 15년 동안 변함없이 한 직장에 근무하고 계신데요. 이 업종을 택하고나서 보람을 느낀 것은 언제입니까. ▲이 길을 선택하기를 잘 했다고 생각한 적은 없습니다. 남을 평가한다는 것이 어디 쉬운 일입니까. 스트레스가 상상을 초월하죠. 저희라고 타인에게 나쁜 소리 하는 것을 즐기겠습니까. 기본적으로 저희 업무는 투자자들에게 경고신호를 보내주는 거에요. 신용평가문화가 제대로 정착되기 위해서도 최소 5년 정도는 시간이 흘러야 할 겁니다. -개인적인 바램은 무엇입니까. ▲사람들을 좀 키우고 싶어요. 확고한 논리체계를 갖춘 사람들이 한국 금융계에 대거 포진해야하는데 똑똑한 인재들이 자꾸 빠져나가고 있습니다. 신용평가(rating)라는 건 각국의 경제수준을 결정하는 인프라 중 하나에요. 그러나 크레딧업무와 관련한 국제적인 전문가가 한국에 몇명이나 있습니까. 인재양성은 필수적입니다. 미국에서도 그렇지만 저희 업무는 실무가 앞서나가는 분야인데 우리나라에선 실무와 이론을 겸비한 인력이 무척 부족합니다. 아직까지는 신용평가사 내부에서도 크레딧 리서치와 관련된 인재들을 전문적으로 양성하지 못했구요. 가능하다면 비영리 레이팅 스쿨을 설립해서 회계이론부터 시작, 구체적인 공부를 시켜주고 싶어요. 어찌됐든 한국 자금시장의 발전을 위해서 조금이나마 기여해야 한다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조민식 이사 약력) -60년 출생(본적 서울) -80년 우신고등학교 졸업 -84년 서울대 경영대학 졸업 -83년 삼일회계법인 -87년 한국신용평가(연구조사팀, 평가팀 등) 현재 조사국 이사
2001.06.08 I 선명균 기자
  • (300조를 움직이는 사람들)⑨박성진 삼성투신 차장(중)
  • [edaily] 이번주 “300조를 움직이는 사람들”은 삼성투신운용의 스트레티지스트인 박성진 차장입니다. (인터뷰 상편에서 이어짐) <운명의 장난(?) 교수의 꿈이 증권사 채권맨으로> -그럼 신영증권에 입사한 것은 어떤 계기에서입니까. ▲아까 말씀드렸듯이 유학을 가려고 했는데요. 제가 준비했던 학교가 인디애나 주립대였어요. 미국 내에서도 빅 10에 들어가고 무엇보다도 한국학자들 중 여기서 학위받은 분들이 많은 곳이죠. 제 석사논문을 영어로 번역해서 원서를 넣었더니 그 쪽에서 “좋다. 너는 바로 박사과정에 진학해도 된다”고 하더군요. 이게 왠 떡이냐 싶었죠. 돈도 없는데 미국에서 다시 석사부터 시작하려면 좀 시간이 많이 걸리겠습니까. 의기양양 비자를 받으러 대사관에 갔더니 아까 그 여자 면접관이 “your job responsibility is not enough guarantee to come back. Your financial status is not enough guarantee to finish your coursework” 이라고 하더군요. 기가 막혔죠. 그때가 12월이었어요. 1월에 미국으로 가서 2월부터 시작하는 강의를 수강해야 하는데 말입니다. 저는 그 때 이미 결혼을 해서 기혼자용 기숙사에 제 피 같은 돈 100불을 예치금으로 송금까지 한 상황이었어요. 눈앞이 캄캄해졌습니다. 그래서 사정을 했죠. 그런데 전혀 안 통해요. 안 통하는 정도가 아니라 전경을 불러서 끌어낼 태세에요. 하늘이 노래진다는 것 느껴본 적 있으십니까. 한 남자의 꿈과 인생이 일개 미 대사관 직원의 손에서 박살이 난 겁니다. 인디애나 주립대에 전화를 했습니다. 창피해서 비자가 리젝트됐다는 소리는 죽어도 못하겠고 개인적인 사정이 생겨서 다음 달에는 못 가겠다고 말했어요. 그랬더니 “괜찮다. 2년 안으로만 다시 하면 된다. 그렇지만 2년이 지나면 토플과 GRE를 새로 시험 봐서 최신 성적을 보내주면 또 된다”고 친절히 알려주더군요. 그래서 낙담한 마음을 조금은 지울 수 있었죠. 그 때 병도 좀 앓았는데 가장이니 어떡합니까. 먹고는 살아아죠. 신문을 탁 펼치고 구인광고를 막 뒤졌어요. 취직을 하기로 결심하고 보니 12월에 신입사원을 뽑는 곳이 딱 두 군데였어요. 신영증권이랑 디지털조선. 처음에는 당연히 디지털조선에 가고 싶었습니다. 대기업공채는 이미 가을에 끝났고 신영증권은 회사 자체에 일이 있어서 12월로 늦춰졌다고 하더군요. 신영증권의 일정이 먼저 시작됐는데 모집분야에 연구/조사 분야가 있었어요. 일단 두 곳에 모두 원서를 넣었죠. -증권이 무엇인지는 아는 상태에서 입사를 결정한 것은 아닐텐데요. ▲그런 건 아닙니다. 사실… 유학준비를 하면서 잠깐 토플학원 강사로 일했는데 그 학원 바로 옆에 동서증권이 있었어요. 학원에서는 초급반 영어랑 주부회화를 담당했습니다. 아침에만 좀 바쁘고 오후에는 내리 놀아요. 그리고 학생들 수업끝나고 직장인들 하루 일과가 끝나는 저녁시간에 연이어 수업이 계속되는 거죠. 학원강사가 참 고달픈 직업입니다. 건강도 많이 망쳐요. 낮에 시간 많겠다 바로 옆에 증권회사 있겠다. 그래서 순진한 집사람을 꾀서 주식을 하겠다고 졸랐어요. 당시 집사람이 피아노 레슨을 20개나 해서 2000만원을 모았거든요. 그 돈으로 주식투자를 시작했습니다. 이 돈을 불려서 유학가자는 결심을 하고 증권계좌를 만들었더니 처음에는 잘 되더라구요. 금방 2500만원으로 돈이 불어났거든요. 저는 주식의 ‘주’자도 몰랐고 기업에 대해서도 전혀 아는 바가 없었어요. 들어본 회사라고는 아버님이 다니셨던 동아건설이 고작이었어요. 당시 성수대교 붕괴사태 때문에 동아건설주가 무척 쌌어요. 그래서 “음 저건 낙폭과대주야” 라고 매입했죠. 하하. 그리고 당시 금성이라는 이름을 가진 LG계열사 주식도 샀고요. 그런데 첫끗발이 개끗발이라고 그 다음부터는 폭락하기 시작하는 겁니다.(웃음) 그 후 손절할 때가 왔는데도 그걸 못했어요. 개미투자자의 전형적인 실패사례죠. ‘손절하지 않고 기다리면 언젠가는 오를거야’ 라는 말도 안되는 류의 생각들. 되긴 뭐가 됩니까. 유학 갈 날짜는 다가오고 점점 돈은 줄어드는 지경이 됐어요. 대충 정리를 해보니까 1500만원이 조금 안되는 돈이 남았더군요. 속으로는 “그래도 선방했다. 이게 다 내가 블루칩과 낙폭과대주를 산 덕택이야” 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하하 유학이 취소되고 나니까 오기가 생기더라구요. 내가 왜 주식투자에 실패했는지 증권회사에 들어가서 몸소 알아봐야겠다는 오기죠. 전 그 당시만해도 증권회사 직원들은 그 이유를 다 알고 있다고 생각했어요. 제 딴에는 인생의 막다른 골목에 몰렸는데 그 길밖에는 방법이 없다고 믿었습니다. 디지털조선은 어떻게 됐냐구요? 제가 학부는 놀아서 학점이 나쁜데 대학원은 all A였어요. 대학원 all A지, 토플 점수 우수하지…나름대로는 서류는 문제없다고 생각하고 디조에 원서를 보냈어요. 그런데 서류에서 떨어졌습니다.(웃음) 그래서 지금도 조선일보는 감정이 좋지 않아요. <우연의 연속, 채권분석가가 되기까지> -신영증권에 들어자마자 바로 채권부로 갔습니까? ▲연수를 받고 신입사원들에게 지원부서를 적으라더군요. 1순위는 무조건 조사부 적었죠. 한 게 그것 밖에 없으니까요. 그리고 두번째는 국제부. 폼 나잖아요. 3순위. 주식부. 왜 주식을 하다가 망했는지 알고 싶어서였습니다. 그런데 발령을 하는데 인사부장이 “박성진 채권부” 하고 부르는 겁니다. 인상 팍 쓰면서 ‘도대체 채권부가 뭐하는데야?’ 라고 생각했어요. 인사부장께 물었죠. 채권부가 뭐하는 곳이냐고. 그랬더니 인사부장이 “아파트 분양하잖아. 거기서 채권받거든. 분양하고 나오는 사람들 앞에서 채권, 채권 하면서 소리지르고 가서 팔아. 너 명동이나 주택가에서 채권, 채권하면서 팔러다니는 사람들 본 적 없냐? 그거하는 거야” 라고 말했습니다. 정말 토씨하나 다르지않게 전해드리는 거에요. 반은 농담이라고 생각했지만 정말 황당했어요.(웃음) 채권이 뭔지도 몰랐고 관심도 없었던 데다 신입사원 교육 때 채권시간이 무지 재미없었거든요. 수학공식 막 쓰고 계산도 복잡하고. 채권부에 갔더니 지금 LG투신에 있는 최원녕 과장이 “네가 채권부냐?” 라고 인상을 쓰면서 말하는 거에요. 그런데 알고 보니까 초등학교 선배더라구요. 그것 때문에 꽉 잡혀서 찍 소리도 못하고 살았죠. 하하. -결국 전공이나 희망사항과는 전혀 상관없이 채권판에 들어왔군요. 처음에는 무슨 일을 했습니까. ▲수도결제죠뭐.(증권사가 채권매매 중개시 현물 채권과 대금을 교환, 결제해주는 것) 처음 증권사 채권부에 가면 하는 일이 그거 밖에 더 있겠습니까. 속된 말로 인생이 완전히 골로 가더라구요. 그전까지는 알튀세르, 레비스트로스와 라캉을 논하던 나름대로 먹물먹은 지식인이라고 제 딴에 자부했는데 말이죠. 하하. 인생이 이렇게 꼬이고 저렇게 꼬이는데 정신을 못 차리겠더군요. 그냥 전공살려서 기자나 됐으면 폼이라도 날 거 아니겠어요. (웃음) -수도는 얼마나 했습니까? ▲9개월 정도? 한 일년 가까이 했습니다. 제가 신입사원 동기들보다 나이가 좀 많았어요. 다행인 것은 저랑 한 조가 된 친구가 운전을 전혀 할 줄 몰랐어요. 그래서 제가 운전을 하고 그 친구가 막 뛰어다니는 일을 했죠(웃음) 제가 어떤 건물 앞에 차를 탁 세우면 그 친구는 미친 듯 뛰어올라가서 도장 찍어오고. 수도를 직접 해 봐야 채권의 비애를 몸소 체험할 수 있어요. 길이 막힐 때는 원효대교를 뛰어서 여의도로 들어오기도 했습니다. 재미있는 일화가 많았어요. 그때 거래가 많았거든요. 선배들이 “야 이 자식아 빨리빨리 처리 못해? 느려터져 가지고선” 뭐 이렇게 혼이났죠. 저도 열이 받으면 “우리 회사에서 매매보고서 나보다 더 빨리 작성하는 사람있으면 나와보라 그래. 나보다 더 빨리 하는 사람없으니까 늦는다고 갈구지 마” (웃음) 이렇게 맞받았죠. <“너는 컴퓨터도 잘 다루니까 기술적 분석이나 한번 해봐라”> -채권의 기술적 분석을 시작한 건 언제인가요. ▲그것도 제가 하겠다고 한 게 아니라 신영증권 황 부장께서 “너는 컴퓨터도 잘 다루니까 이거 한번 해봐라” 이런 식으로 명령을 내리셔서 하게 된 겁니다. 입사하고 3개월 후부터 수도업무랑 채권분석을 같이하기 시작했어요. 채권단가, 이론부터 알아나갔죠. 실제로 해보니까 제가 한 것이 잘 맞아 떨어지더라구요. 잘 맞을 때까지 조정도 이리저리 해보고. 여하튼 재미있었습니다. -채권관련 책은 몇 종류나 봤습니까. ▲기술적 분석에 관한 책은 사실 그다지 많지 않아요. 거기에 나오는 공식들을 보는거죠. 제가 좀 컴퓨터를 다루니까 그 공식들을 프로그램으로 짜고 그것을 또다시 엑셀에서 구현하는 작업들을 했어요. 조정과정을 몇 개월 거치니까 신기할 정도로 잘 맞는 거에요. 그때 당시에는 족집게처럼 들어맞는다고 느껴졌을 정도니까요. -그게 몇 년도인가요. ▲입사하던 해였으니까 96년이군요. 그런데 이유가 있더라구요. 그 당시 시장은 지금처럼 시가평가(market to market) 시장도 아니었고 대부분 시장참가자들이 기관투자가다 보니까 현재에 비해 모멘텀이 훨씬 분명한 시장이었습니다. 지금처럼 변동성이 큰 것이 아니라 한 번 모멘텀이 생기면 관성에 의해서 일정 기간은 그것이 계속 유지가 된 거죠. 단기 딜링을 해서 돈도 벌 수 있을 것 같고 자신감도 막 생겨났습니다. 아침회의에서 “금리 어떻게 될 것 같나?” 라는 질문을 받을 때 신입사원임에도 불구하고 코멘트를 하고. 그러면서 “아 나는 이쪽 방면에 소질이 있는가봐. 분석의 천재라니까” 라는 착각에 빠지게됐죠(웃음). 그 시절에는 어디 인터넷이 있습니까. 나오는 모든 금융데이타를 일일이 손으로 작업했어요. 한국은행 데이터, 경기동향, 통계청 데이터를 수기로 입력했다는 거 아닙니까. 아주 초보적인 수준이었지만 재미있었어요. -재미를 느낀 것이 가장 큰 이유였군요. 그만두겠다는 생각도 안하고 말입니다. ▲물론 처음에는 번듯한 직장에 취직해 비자받을 때 흠 잡히지 않고 돈 모아서 곧 유학을 떠날 계획이었습니다.(웃음) 학원강사랑은 엄청난 차이가 있잖아요. 증권회사라면 미국사람들도 job responsibility가 어쩌니 저쩌니 못할 거 아니겠어요. 2년간 괜찮다는데 금방 떠나려고 했죠. 그런데 학위받는 일에 대해서 회의가 들기 시작했어요. 유학 갈 형편도 안됐지만. 사실 우리나라에서 학계만큼 정치적인 곳도 없잖아요. 물론 하고 싶은 일을 못했다는 것에 대한 자괴감이 없을 수는 없죠. 사람인데. 수도하면서 도장받으러 다니려고 내가 이때까지 공부했나. 이런 생각들. 그래서 대학때부터 다니던 교회에도 뜸하게 되고. 저는 토요일 교회모임 때문에 대학시절 내내 그 흔한 MT도 한번 안 간 사람인데 말이에요. ‘이렇게 열심히 살면서 하나님을 모셨는데 생 양아치 같은 애들은 다 잘되고 나는 남들 다 가는 유학 한 번 못 가나’속으로는 그런 생각을 해도 위에서 뭐하라고 시키면 죽어라 하거든요.(웃음) 제가 바로 그랬어요. 마음 속은 썩어 문드러져도 하라면 다 했으니까요. 그러다 지금 다니는 교회 목사님을 만났어요. 그 목사님께서 “하나님이 자네를 유학 보내시지 않은 이유가 있다. 이 세상에서 지금 자네가 해야 할 일이 있다. 지금 그 일을 시키시려고 일부러 여기 남게 하신 거다. 하나님은 당신에게 시장을 분석하고 예측하는 일에 관한 재능을 주신거다. 네가 경제학을 공부하지는 않았지만 그 부분은 하나님이 메꿔 주실거다.” 이렇게 설득을 하시더군요. -조직 안에서 전문적으로 분석을 시작한 건 언제인가요. ▲수도일이 끝나고 나서는 상품운용팀에 들어갔어요. 말이 상품운용이지 일반고객들을 상대로 채권을 파는 거였죠. 전자계산기도 무지 잘 써야했구요. 세금계산을 손으로 하는데 나중에는 손이 보이지않을 정도로 손동작을 놀려야 했습니다. -아니 엑셀이 있었을텐데 왜 그런 일을 했습니까. ▲관행이라는 것이 그렇게 쉽게 깨지는 것이 아네요(웃음). 엑셀쓰자고 어른들에게 건의하면 무조건 손으로도 할 줄 알아야 된대요. 컴퓨터 없을 때는 네가 어떡할거냐는 거죠. <”상상력과 재치” 시황으로 이름을 얻다> -그럼 시황을 본격적으로 쓴 건 언제입니까. ▲브로커팀으로 옮기면서 시황을 쓰게 됐습니다. IMF 외환위기가 터지기 3개월 정도 전이었어요. 97년 9월로 기억합니다. 그 당시 데일리 한편 조그만 귀퉁이에다가 제 이름으로 시황을 쓰기 시작했어요. 그런데 평이 너무 좋은 거에요. (웃음) -제 기억으로도 호평을 받았던 것이 생각나네요. 기술적 분석과 관련된 코멘트도 최초로 나왔었죠 아마? 지금도 그 얘기를 하는 분들이 있는데. ▲아까도 말씀드렸지만 자체 제작한 툴을 가지고 하니까 제 예측이 잘 맞으니까 ‘이걸 다른 사람들에게도 알려주자’ 라는 마음에서 시작하게 됐어요. 나름대로 제가 생각한 아이디어도 많이 넣었죠. 확인도 안 해보고 “이런 건 아닐까? 저런 건 아닐까?” 를 집어넣은 겁니다. 그때는 그게 장점이었죠. 지금은 단점이 됐지만(웃음) 제가 지금도 “너는 확인해보면 간단한 일을 가지고 상상을 먼저 해. 그래서 안돼” 질책을 받아요. 그러면서 맨날 깨지거든요. 하지만 그 때 당시에는 그것이 재미있다고 받아들여졌다고 생각해요. -당시 데일리 말고 따로 리포트를 쓴 적은 없나요. ▲사실 저는 데일리를 쓸 만한 내공도 가지지 못했어요. 지금도 그렇구요. 배우는 과정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채권을 잘 알지도 못하는 애가 채권계에 입문해서 뭔가 쓴다고 하니까 사람들이 관심을 가져준 정도겠죠. DB 만들고 상관관계 분석하는 모든 일들이 재미있었고 지금도 도움이 많이 됩니다. -첫번째 프리젠테이션은 어디서 했습니까. ▲정말 기억이 안나요. 한때 많이 불려다니긴 했는데 어디서 처음 했는지가 기억이 잘 안 나는군요. 자주 갔던 곳은 외환, 한미은행 등 은행권이었습니다. -혼자 갔습니까. ▲아뇨. 담당부장님과 함께 갔습니다. 가서 상담하고 이것저것 말해주고. 사실 맞았던 적보다 틀린 적이 훨씬 많았어요. 틀렸을 때의 그 창피함, 짜증남이라는 건 말로 못해요. 틀린 것만 가지고도 많은 공부를 할 수가 있었습니다. 그 당시만해도 채권 프리젠테이션을 하는 곳이 거의 없었어요. 다른 곳에서는 프리젠테이션을 한다고 전해주는 정보가 채권시장 안에 있는 사람들에겐 너무 빈약하게 느껴진거죠. 시장도 좁고 돌아가는 메커니즘도 빤한 곳이 이 바닥 아닙니까. 그런데 제가 가서 이러저러 말을 하니까 “쟤는 채권수도도 해 본 녀석이고 말은 좀 통하네” 라는 평가를 받았다고 생각합니다. 아는 건 절대 아네요. 전 지금도 투신, 은행권이 어떻게 채권을 사고 파는지 잘 몰라요. 많은 선배들은 제게 “네가 말은 참신하고 조리있게 했지만 실상 은행이나 보험이 그렇게 단순하게 자산운용을 하는 곳이 아니다” 라고 충고를 해줬죠. -그 당시 가장 기억에 남는 건 뭡니까. ▲우리 시장이 좀 건조하다 보니..제가 장난기가 좀 심한 편이라 의도적으로 코믹하게 쓰려고 했어요. 그러면서도 내용의 본질은 놓치지않으려고 나름대로 애를 쓰긴 했는데. 별루 기억에 남는 것이 없네요. -시황제목을 무척 재미있게 달았던 걸로 기억됩니다만. ▲음 그런 건 있었어요. 외환위기 이후 IMF 고금리 정책을 계속 고수했잖아요. 그 후 분기마다 정책 내용을 바꾸게 됐는데 한번은 영문을 읽어보니까 이번엔 고금리 정책 완화기조로 간다 뭐 이렇게 느껴지더라구요. 그리고 진짜 금리가 내렸습니다. 마침 금리가 하락하는 날 IMF 서울사무소장의 금리하락 멘트도 나갔죠. 그 시점에서 제가 뭐라고 코멘트를 했냐면 “IMF는 Immediate Money-market Fever 다“ 라고 했어요. 사람들이 그런 걸 기억해 준 거죠. 분석을 잘해서가 아니라. (인터뷰 하편으로 이어짐)
2001.05.04 I 정명수 기자
  • 재계원로가 본 고 정명예회장-송인상 전 능률협회장
  • [edaily] 21일 별세한 고 정주영 현대그룹 전 명예회장은 한국 현대사를 이끈 재계의 거목으로 평가되고 있다. 재계원로들이 평소 가졌던 그에 대한 평가를 들어본다. ◇송인상 전 한국능률협회장= <아이디어 샘솟는 불세출의 기업가> 아산에 대해 나는 여러 가지 입장에서 겪어 보았기 때문에 어느 정도 다양한 시각에서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렇긴해도 그것은 어디까지나 그와 함께 지냈던 기억의 편린들을 하나하나 꺼내보고 그의 성격과 일하는 스타일, 생각하는 방식 등을 그저 내 나름의 느낌으로 이야기할 수 있을 뿐이다. 아산과 나는 1920년대 초에서 중반에 이르는 시기를 강원도 통천에서 보냈다. 그는 송전보통학교에 다녔고, 나는 통천보통학교에 다녔기 때문에 서로 만날 기회는 없었지만, 같은 시대를 한 지역에서 보낸 셈이다. 통천군 송전은 청송백사(靑松白沙)로 유명한 송전해수욕장이 있고 경치가 수려한 고장이기도 했다. 이러한 자연조건이 소년 시절 아산의 인격 형성에 큰 영향을 주었을 것이다. 그 특유의 소박하면서도 사람을 매혹하는 아산의 자질은 아마도 이런 환경에서 비롯된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해방의 감격과 전쟁의 참회를 거쳐 전재복구에 여념이 없던 1950년대 종반, 미국 원조가 DLF 차관으로 바뀌어져 갈 무렵 부흥부 장관으로 재임하던 나는 아산과 만나 시멘트 공장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이때 기업가로서의 아산의 편모를 들여다 볼 기회가 있었다. 불행하게도 나의 재임 중에 현대시멘트 건설은 실현을 못보았지만 그의 치밀한 기업가적 재능은 엿볼 수 있었다. 1960년대 중반에 나는 박정희 대통령의 요청에 따라 세계 각국을 돌며 한국에 투자할 것을 권고했다. 당시 정부의 4대 기획사업 가운데 하나였던 조선분야의 투자 유치를 위하여 스웨덴의 요테보리(Gothenburg) 조선소와 노르웨이의 아카(Aker)그룹을 방문해서 관계인사들과 폭넓은 교섭을 하였는데, 그것이 현대가 조선사업을 시작하는데 도움이 되었다. 교섭의 결과로 아카그룹의 시엠(Siem) 사장 일행이 한국에 왔고, 아산은 현대그룹이 정부로부터 조선사업자로 지정된 것을 전후하여 영국의 애플도어(Appledore)와 조선사업을 시작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그때에도 아산의 과감성과 사업적 수완은 여실히 표출되었다. 영국에서 조선소 건설에 필요한 자재가 도착하기도 전에 아산은 희랍의 선주로부터 이미 수주를 따냄으로써 세계의 조선업계 인사들을 놀라게 했던 일화는 잘 알려져 있다. 현대중공업이 조선사업을 전개해가는 과정에서 아산은 리더십이 탁월한 지도자로서의 면모를 대내외에 과시했다. 사업을 펼쳐가면서 그가 보여준, 미지의 세계에 돌입하는 모험심과 불퇴전의 용기는 뭇사람들의 감탄을 자아내게 했고 지금도 우리의 기억에 생생하게 남아 있다. 조선소 건설 현장을 야간에 손수 돌아보다가 자동차를 탄 채 물에 빠졌던 이야기는 그의 불굴의 용맹과 모험심을 여실히 알려주는 일화이기도 하다. 나는 아산과 함께 6년 동안 전경련을 맡아 일한 적이 있다. 내가 전경련 부회장이 되었을 때 아산은 이미 회장으로서 4년 여를 일해오던 터였다. 원용석, 정인욱 그리고 내가 부회장으로서 아산을 모시고 전경련의 일들을 열심히 돌보았는데, 그 과정에서 아산의 기업가로서의 모습은 크게 드러났다. 그는 나 같은 행정가 출신으로서는 상상도 하기 어려운 아이디어를 때때로 내놓곤 했다. 그런 제안들에는 거시적으로 크게 멀리 내다보는 혜안과 탁견이 담겨 있었고, 그러면서도 비용과 효율을 충분히 고려하는 기업가의 본질이 내포되어 있었다. 아침에 모여 회의를 하다보면 아산은 곧잘 깜짝 놀랄만한 아이디어를 돌연하게 이야기했다. 한강의 고수부지도 그가 제안한 것이다. 오늘날 서울 시민들에게 큰 혜택을 주고 있는 이 고수부지의 아이디어를 아산이 담담하게 꺼냈을 때, 그런 일에 전혀 조예가 없던 나로서는 실현 가능성에 회의를 가질 수밖에 없는 꿈같은 이야기로 들렸다. 그러나 그의 생각은 옳았으며 지금의 고수부지는 그렇게 해서 만들어진 결과물이다. 언젠가 아산이 나에게 “송 회장도 무슨 사업 해보면 어떻겠느냐”고 물었을 때 “나 같은 관료 출신은 사업을 하기에 가장 부적절하고, 나는 사업가로서의 재능이 전혀 없다.”고 답한 적이 있다. 그러자 아산은 “나는 길을 가다가도 이곳 저곳에서 돈을 벌 수 있는 사업을 발견하는데, 송 회장은 그런 생각을 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눈에 뜨이지 않는 것”이라고 말했던 기억이 있다. 실제로 아산에게는 무슨 아이디어든지 사업으로 전환해서 이익 창출의 기회를 마련하는데 천재적인 소질이 있었다. 아산이 전경련 회장으로 있을 때는 한국경제가 빠른 속도로 성장하면서 큰 발전을 향해 줄달음치던 시대였다. 아산은 비단 대내적인 경제발전 뿐만이 아니라 국제사회에서의 위상을 높이는 데도 많은 노력을 기울였는데, 전경련의 국제협력사업에 대하여 남다른 정열을 쏟았다. 동남아 여러 국가와 경제적 유대를 공고히 하기 위하여 한·아세안 협력사무소(Korea-ASEAN Business Club)를 만들었고, 몸소 대표단을 이끌고 필리핀을 비롯한 여러 나라를 심방하기도 했으며, 구주를 위시한 각국과의 경제협력위원회 설립에도 엄청난 집념을 보였다. 이러한 일련의 활동들이 오늘날 한국이 국제적으로 잘 알려지고 경제적 측면에서 훌륭한 파트너로서 여러 나라들과 유대관계를 돈독히 할 수 있는 중요한 계기를 마련했다고 생각한다. 아산은 도전을 기회로 만드는 탁월한 재질과 의지를 가지고 있었다. 어려운 일에 당면해서 우리가 용기를 잃고 있을 때 그는 이런 때야말로 진정한 기업가 정신을 발휘해서 이 어려운 시기를 극복해 나가야 한다고 격려했다. 한국이 국제적으로 경쟁력을 잃고 있는 가장 큰 요인의 하나로서 아산은 지나치게 높은 금리를 들었다. 그는 경제기획원 장관실과 한국은행 총재실을 찾아가 대만 등 우리와 비슷한 개발도상국의 금리를 비교하면서 금리를 비교하면서 금리 인하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또한 정부의 규제를 철폐, 완화해 줄 것을 집요하게 건의했고, 전경련 내에 규제 완화를 연구하고 건의하기 위한 기구를 설치, 운영하기도 했다. 아산은 정부가 그러한 몇 가지 일만 도와준다면 다른 경제적 사안에 대해서는 기업가인 우리가 책임지고 해결하겠다는 것을 역설했는데, 그런 과정에서의 아산은 기업가 정신이 투철한 철인 같은 모습으로 비추어졌다. 아산은 어느 모로 보나 웅변가는 아니었다. 그러나 그의 말에는 기업가로서의 철학에서 우러나온 진지함이 있었기 때문에 항상 무게가 실렸다. 아산과 함께 일본에 가서 한일경제협력회의에 참석했던 때의 일이다. 일본측 위원들은 우리가 이야기하는 것보다 아산이 말하는 것에 더 큰 무게를 두고 경청했다. 그것은 아산의 확고 부동한 기업가적 신념과 그 소박한 접근 방식이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보통의 기업인들과는 다르다는 것을 알고 있었고 무엇보다도 아산이 성취한 현대의 성장사가 큰 무게로써 그들을 압도한 것이라고 믿어지는 대목이다. 아산과 나는 강원도의 낙후된 지역 출신으로서 한국경제가 도약단계로 뛰어들 무렵 경제계에서 같이 생각하고 희비애락을 함께 나누었다. 이는 단순한 우연이라기보다 필시 우리 두 사람이 전생에 대단히 깊은 인연이 있었던 게 아닐까, 생각해 본다. 불세출의 기업가 아산과의 만남은 나의 인생에 있어서 정녕 매우 뜻깊은 것이었다. *자료 = 현대그룹 사이버 박물관
2001.03.22 I 김기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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