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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설계자' 강동원, 스크린 뚫는 흑미남 에너지…균열의 미학빛난 신선한 미스터리[봤어영]
- [이데일리 스타in 김보영 기자] 일상의 균열에서 시작된 불협화음과 미스터리가 묵직한 앙상블을 거쳐, 카메라 렌즈를 뚫는 강동원의 에너지로 끝내 폭발한다. 총·칼 없이 위협적이며 실체를 알 수 없는 진실에 씁쓸한 여운이 남는 정교한 범죄 스릴러. 영화 ‘설계자’(감독 이요섭)다. ‘설계자’는 의뢰받은 청부 살인을 완벽한 사고사로 조작하는 설계자 영일(강동원 분)이 예기치 못한 사건에 휘말리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범죄의 여왕’ 이요섭 감독이 6년 만에 내놓는 신작이다. ‘설계자’의 이야기는 우리들이 일상에서 접하는 비극적 사고들이, 실은 치밀한 설계로 누군가에 의해 조작된 살인일지도 모른다는 음모론에서 출발한다. 영일이 운영하는 보안업체 삼광보안은 우연을 가장한 사고를 연출해 청부살인을 수행하는 설계업체다. 영일의 작업은 베테랑 재키(이미숙 분), 변장의 귀재 월천(이현욱 분), 막내 점만(탕준상 분) 세 명의 팀원들과 합을 맞춰 이뤄진다. 가난한 사람이든, 정재계 거물이든 누구도 의심 못할, 철저히 자연스러운 죽음을 설계하는 게 핵심이다. 삼광보안의 구성원들은 서류상으로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무적자다. 이름부터 나이, 출신 등 어떤 기록도 남아있지 않아 유령같은 존재로 사고를 조작하기 용이한 신분이다. 영화는 자신의 신분과 재능, 협업을 활용해 빈틈없는 설계를 완성해왔던 영일이 자신을 둘러싼 일상에 균열을 감지하고, 자신들과 비슷한 방식으로 사고를 설계하는 또 다른 주체 ‘청소부’의 존재를 의심하며 벌어지는 사건과 미스터리들을 그린다. 청소부의 실체를 아는 사람은 없고, 영일조차 청소부들을 실제 본 적이 없다. 하지만 영일은 뉴스에 등장하는 거물들이 비슷한 패턴의 사고로 목숨을 잃고, 누군가가 그로 인해 어부지리의 이익을 얻는 반복적인 과정들을 포착한다. 삼광보안이 작업한 사고들과 비교해 특출나게 더 정교하거나 다른 느낌은 아니지만, 희생된 이들의 스케일이 훨씬 큰 것을 통해 ‘청소부’가 자신들보다 더 큰 집단임을 짐작할 따름이다. 영일은 반복해서 벌어지는 주변의 사고들을 지켜보며 늘 사고를 설계하는 주체였던 자신이, 반대로 누군가가 기획한 사고에 희생될 타깃이 됐음을 직감한다. 자신을 노린 청소부의 실체를 밝히고자 영일은 주변 모든 것들을 의심한다. 일상의 사소한 변화부터 의뢰인과 의뢰인의 주변인물들, 심지어는 수년간 합을 맞춰 가족이나 다름없는 삼광보안 팀원들까지 의심의 대상이 된다. 설계는 타인을 끊임없이 의심하고 자신의 존재를 지워야만 성공할 수 있는 일이기에 영일은 자신의 감정을 겉으로 남들에게 표현하지 않는다. 삼광보안의 팀원들조차 벽을 세우는 영일에게 어려움을 느낀다. 강동원은 표정과 제스처를 최대한 감추고 오롯이 영일의 눈빛 변화로 영일 내면의 불안과 혼란스러움을 묘사한다. 여러 작품들로 ‘몸 잘 쓰는 배우’란 수식어를 보유한 강동원으로선 도전이었을 캐릭터다. 강동원은 서늘하고 무표정했던 영일의 얼굴이 거듭되는 사고와 위협들로 점차 위태롭게 일그러지고 무너지는 과정을 섬세히 그렸다. 이미숙을 비롯해 이현욱, 탕준상, 이무생, 정은채, 이동휘, 김홍파 등 세대를 초월한 다른 배우들의 열연과 앙상블을 감상하는 재미도 느낄 수 있다. 러닝타임이 99분으로 짧고, 등장인물 수가 많아 각자 드러낼 수 있는 캐릭터의 전사도 한정적이다. 그럼에도 배우들 모두가 각자의 위치에서 활약, 실제 존재하듯 살아 숨쉬는 캐릭터 및 관계성들을 완성했다. 재키 역 이미숙과 월천 역 이현욱의 존재감이 그 중 우독 빛을 발한다. 표독스럽거나 도시적인 이미지의 캐릭터들을 주로 연기했던 이미숙은 이번 영화에서 처음 메이크업을 지우고 파리한 얼굴을 보여줬다. 최근 막을 내린 tvN 드라마 ‘눈물의 여왕’ 속 악녀 모슬희의 이미지가 전혀 떠오르지 않는 새롭고 유약한 모습이다. 타고난 연륜, 캐릭터에 대한 연구로 삼광보안을 든든히 지탱했다. 이현욱은 변장의 귀재인 ‘월천’을 통해 성소수자 역할을 연기했다. 변장의 귀재란 설정답게 극 중 여장과 메이크업을 감행한 이현욱은 다양한 스타일링과 외적 변신을 통해 보는 재미를 충족시킨다. 말투와 제스처 등 언어, 비언어적 표현 요소에도 노력을 기울이면서, 성소수자들을 희화화하지 않으려 고민을 거친 흔적이 돋보였다. 월천과 막내 점만 역 탕준상의 케미는 답답하고 경직된 극의 분위기를 중간중간 환기해주는 웃음 포인트로도 작용한다. 이 영화가 여느 범죄극, 스릴러물과 다른 건 총, 칼 등 무기나 카체이싱, 피지컬 액션이 하나도 등장하지 않는 점이다. 대신 우리가 안전하다 믿는 일상의 공간이 낯설어지고, 그 공간을 구성하는 사소한 소품들이 예기치 않은 순간 위협적인 흉기로 변모해 긴장을 자아낸다. 그 낯선 긴장과 불편함을 기울어진 카메라의 앵글과 불협화음의 소음들로 촘촘히 쌓아올려 표현한 연출방식도 눈에 띈다. 그러나 가장 큰 문제는 바로 스토리다. 중반부까지 긴장감있게 극을 이끌던 스토리가 후반부로 갈수록 엉성하고 힘이 빠진다. 무엇이 진실인지 알 수 없는 열린 결말도 난감하다. 열린 결말이 영화의 메시지와 여운을 강화하는데 긍정적 요소로 작용할 때도 있으나, 이 영화에선 얄팍한 혼란함만 안겨준다. 초중반 흥미롭게 얽혀있던 캐릭터 간 긴장과 관계성도 뒤로 갈수록 점점 옅어진다. 영화가 끝날 때까지 이들의 진짜 목적이 무엇인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냉정한 설계자 영일이 후반부 감정을 분출하며 무력함을 드러내는 대목도 서사상 설득력이 떨어진다. 범죄극의 틀을 깬 연출과 신선한 소재, 깔끔하고 정교한 만듦새에 비해 서사적인 아쉬움이 많이 남는 작품이다. 5월 29일 개봉. 이요섭 감독. 러닝타임 99분.
- 국제결혼 중개 학력·소득 ‘쑥’…10명 중 6명 ‘만족’
- [이데일리 최오현 기자] 국제 결혼 중개업 이용자들의 학력과 소득 수준이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현지 맞선 관행 등 전반적으로 국제 결혼 문화가 개선됐으나 불법 중개 행위로 인한 피해도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사진=연합뉴스)◇이용자 절반 대졸자…소득 구간 1순위 ‘400만원 이상’여성가족부는 23일 ‘2023년 결혼중개업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는 2020년~2022년 결혼중개업 이용자와 2022년 말 기준 등록된 결혼중개업체를 대상으로 이뤄졌다.조사 결과에 따르면 이용자와 외국인 배우자 모두 학력이 높아졌다. 직전조사에서는 학력에 ‘고등학교 이하’라고 답한 이용자가 56.2%로 과반을 넘었지만, 이번 조사에는 50.6%가 ‘대학교 이상’이라고 답했다. 외국인 배우자는 아직 고등학교 이하(74%) 학력인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직전조사 대비 대학교 이상(26%)이라고 답한 비율도 6.3%p 증가했다. 국내 이용자는 대다수(86.5%)가 40대 이상이었고, 외국인 배우자는 20대가 가장 많았다. 외국인 배우자의 출신국은 베트남(80%)이 가장 많았고 캄보디아(11.9%), 우즈베키스탄(3.1%), 태국(2.9%)이 그 다음이었다.월평균 소득도 증가 추세다. 직전 조사에서는 ‘200만~299만원’이 41%로 가장 많았으나, 이번 조사에서는 ‘400만원 이상’이 34.8%로 가장 많았다. 후 순위는 ‘300만~399만원’(29.1%), ‘200만~299만원’(28.9%)였다.이용자가 외국인 배우자를 현지에서 만난 뒤 결혼까지 걸린 시간은 평균 9.3일로 나타났다. 2020년(5.7일), 2017년(4.4일)과 비교해 소폭 늘어났지만, 여전히 10일 안에 첫 만남부터 결혼까지 성사되는 사례가 빈번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이 맞선부터 혼인신고까지 소요시간은 평균 4.8개월 걸렸다.현지 소개 방식은 일부 개선이 이뤄졌다. 2020년 조사에는 ‘짧은 시간 동안 여러 명과 일 대 일 만남을 진행했다’(52.2%)고 답한 비율이 절반 이상이었으나, 이번 조사는 ‘충분한 시간 동안 1명과만 일 대 일 만남을 진행했다’(56.6%) 답한 비율이 가장 높았다. ‘짧은 시간동안 여러 명과 일대일 만남’(31.4%)은 2020년 대비 20.8%p 감소했다. 이용자가 업체에 지불하는 평균 금액은 중개수수료 1463만원, 이외 부대비용 469만원으로 집계됐다. 외국인배우자 역시 출신국 중개인에게 평균 87만 5000원을 지불한다고 응답했다.◇10명 중 6명 ‘만족’…‘신상 정보 제공 위반’ 피해 커여성가족부는 국제 결혼 중개 과정에서 인권침해나 이용자의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제도개선 등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상대방의 얼굴, 키, 몸무게 등을 활용한 인권침해성 광고 행위를 금지하고 중개업자 의무 교육 항목에 인권침해 사례 및 다문화 소양을 추가했다. 또 이용자와 그 상대방이 상호 제공하는 신상정보에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 범죄경력을 포함했다. 결혼중개업법 제10조의2항에 따르면 이용자 및 외국인배우자 모두 혼인, 건강, 직업, 범죄경력 등 관련 서류를 필수로 제출해야하고 업체는 이용자에게 정보를 제공해야한다. 이에 이용자 중 대부분(80.8%) 피해 경험이 없으나 피해를 경험했다고 응답했으며 이용자의 61.4%는 결혼중개업 서비스에 만족한다고 답했다. 피해를 경험한 응답자의 대부분은 부정확한 맞선 상대방 정보 제공으로 나타났다. 최근 3년 동안 결혼중개업법 위반으로 관할 지자체에서 시행한 행정처분 건수는 총 50건이며 신상정보 제공 위반 등이 주요 사유였다. 같은 기간 국내결혼중개업체 44건의 행정처분을 받았고 사유는 거짓·과장된 표시·광고의 금지 11건, 결격사유 11건 등이 많았다.이용자는 앞으로 불법 피해를 줄이기 위해 ‘불법행위 지도점검 강화’(22.5%), ‘환불, 손해배상 범위 강화’(21.2%), ‘결혼중개업자 자질 향상’(20.8%) 등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외국인배우자는 ‘위장 결혼 예방’(39.9%), ‘건강, 재산, 폭력성 등 국제 결혼 희망자 심사 도입’(33.2%), ‘결혼중개업체의 전문성 강화’(30.7%) 등을 요구했다.
- 안정세 접어든 경찰 수사…최근 3년 사건처리기간 20% 감소
- [이데일리 황병서 기자] 수사권 조정 이후 늘어나던 경찰의 평균 사건처리 기간이 최근 감소세를 보이기 시간한 것으로 나타났다. 수사인력을 확보함과 동시에 특진 등을 제공한 것이 사건 처리 기간을 줄이는 데 큰 역할을 했다고 경찰은 설명했다.23일 경찰청 국가수사본부는 경찰 전체 수사부서의 평균 사건 처리기간이 지난 17일 기준 59.1일인 것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이는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한 2022년 3월 기준 74.3일과 비교해 20.5% 감소한 수치다. 경찰서 수사부서의 평균 사건처리 기간도 줄어들고 있다. 2022년 3월 72.8일이었던 경찰서 평균 사건처리기간이 지난해 61.5일로 감소한 데 이어 올해 5월 기준 57.3일까지 줄었다. 경찰 전체 평균 사건처리 기간 및 경찰서 평균 사건 처리 기간(자료=경찰청)경찰서 전 부서에서 사건 처리 기간은 줄고 있다. 형사 기능은 2022년 50.1일에서 올해 5월 43.3일로 13.6% 감소했다. 강력 기능은 2022년 59.4일에서 2024년 5월 현재 51.3일로 13.6% 줄었다. 같은 기간 지능도 106.6일에서 90.7일로, 여성·청소년도 53.4일에서 46.2일로, 교통도 37.3일에서 35일로 감소 추세를 보였다. 경제팀과 사이버팀을 하나로 통합해 올해 전국적으로 운영하는 수사팀도 평균 사건처리 기간이 73.6일로 2022년 사이버팀 119.1일, 경제팀 88일과 견줘 크게 개선됐다. 사건처리 기간은 사건의 난이도·복잡성 증가, 압수수색영장이 필요한 경우가 증가하는 등 수사환경 변화로 증가해왔다. 이는 경찰뿐 아니라 검찰 법원 등에서 마찬가지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검사정원법 검토 보고서에 따르면 2017년 대비 2020년 사건처리 기간을 보면 경찰은 44일에서 55.6일로, 검찰은 18.25일에서 23.4일로, 법원은 108.1일에서 146.1일로 증가했다. 경찰은 사건 처리 기간이 줄어든 이유로 △현장 수사 인력 확보 △수사팀 통합 △시도경찰청 전문수사체제 시행 △팀장 중심 수사체제 추진 △특진 등 특전 제공 등을 꼽았다. 국수본 관계자는 “상대적으로 사건처리 기간이 길고 검거율이 낮은 사기범죄에 효율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올해 접수단계부터 범행 단서를 취합할 수 있도록 형사사법정보시스템 기능을 개발하고 전국에 흩어진 사건을 병합해 시·도청 직접수사부서를 중심으로 집중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면서 “형사기동대 등 기능을 불문하고 관련 기능을 총동원해 사기범죄에 대응해 나갈 예정”이라고 했다. 연도별 범죄수익 보전 건수·연도별 범죄수익 보전 금액(자료=경찰청)경찰은 범죄수익 몰수·추징 보전 등 피해자의 피해 회복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지난해 몰수·추징보전 건수는 1829건으로 보전된 재산의 가액은 5060억원인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대비 보전 건수는 52% 증가, 보전금액은 15% 증가한 수치다. 올해 들어서도 지난 4월까지 보전 건수는 588건, 보전금액은 1583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과 견줘 보전 건수는 56% 증가, 보전금액은 115% 증가했다. 몰수·추징 보전 등이 증가한 이유로 2021년 개정 형사소송법이 시행되며 경찰이 수사 주체로 단순히 범인 검거뿐 아니라 범죄수익을 동결하고 국민 피해 구제를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분위기가 조성됐다고 경찰은 꼽았다. 또 2022년 1월 개정 범죄수익은닉 규제법 시행으로 대상 범죄가 확대하면서 적극적으로 범죄 수익 추적에 나선 결과로 분석된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한편, 국수본은 2024년 ‘범죄수익추적수사계’를 신설했으며, 이를 통해 범죄수익에 대한 체계적인 추적과 보전으로 범죄 피해 회복을 강화할 계획이다. 우종수 국수본부장은 “2023년 11월 시행된 개정 수사준칙에 따라 고소·고발 전건 접수 제도가 시행돼 사건 접수가 증가하고 있는 만큼, 사건 처리 기간이 증가하지 않도록 지속 관리하겠다”며 “2024년에는 사기범죄 척결을 위해 사건병합·집중수사와 기능을 불문하고 사기범죄 대응에 총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 "김호중의 자승자박"…법조계 "구속 여부, 자백이 관건"
- [이데일리 백주아 기자] ‘음주 뺑소니’ 혐의를 받는 가수 김호중 씨와 소속사 관계자들에 대한 구속 여부가 이르면 오는 24일 결정된다. 음주 사고 후 지난 2주간 김호중과 소속사 측의 범죄 은닉을 위한 계획적·조직적 시도들이 속속들이 드러나면서 국민들의 공분을 사는 가운데 법률전문가들은 김호중 측의 잘못된 대응이 오히려 사태를 키웠다고 지적했다. 단순 음주운전으로 벌금형에 그칠 수 있던 사안이 운전자 바꿔치기, 증거인멸 등 사법 방해 행위가 더해지면서 구속 수사 및 실형 등 무거운 처벌이 가능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가수 김호중. (사진=연합뉴스)23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신영희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오는 24일 낮 12시부터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위반(도주치상, 위험운전치상) △도로교통법위반(사고후미조치) △범인도피방조 혐의를 받는 가수 김호중 씨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진행한다.범인도피교사 혐의를 받는 김 씨 소속사 대표 이광득 씨와 본부장 전 모 씨도 각각 같은 날 오전 11시 30분과 11시 45분에 영장실질심사를 받는다.김씨는 지난 9일 오후 11시 40분께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의 한 도로에서 택시를 들이받고 달아난 혐의를 받고 있다. 전문가들은 김호중 측 초기 대처에서의 중대한 잘못을 짚었다. 단순 음주운전으로 끝날 수 있던 ‘음주 뺑소니’ 사건이 커진 것은 김호중 측의 사건 은폐시도 때문이라는 지적이다.사고 후 3시간 뒤 김씨의 매니저는 김씨의 옷을 입고 경찰을 찾아 자신이 사고를 냈다며 허위 자수를 했다. 또 본부장 전씨는 김씨 차량의 블랙박스 메모리카드를 제거하는 등 김씨와 소속사 모두 조직적으로 범죄를 은닉하려 한 정황이 나왔다.교통사고 전문 정경일 법무법인 엘앤엘 대표변호사는 “음주운전 사고에서 도주하는 이유의 대부분은 음주인데 김호중 측은 최초에 ‘공황발작’ 증상으로 사고 현장을 이탈했다고 주장한 후 사고 열흘 만에 음주운전을 인정했다”며 “수사기관 입장에서는 계속 꼬리에 꼬리를 물며 말과 태도가 바뀌는 부분에 대해서 죄질을 나쁘게 본다”고 말했다.정 변호사는 이어 “음주운전을 하고 뺑소니를 해도 즉시 이실직고 하는 경우 벌금형으로 그칠 수도 있다”며 “운전자 바꿔치기, 음주 교통사고 후 의도적 추가 음주 등의 행동을 보면 (전문가의) 조력을 받았거나 사건 관련해 충분한 지식이 갖춰진 상태에서 그걸 이용했다가 들통난 케이스”라고 설명했다.◇김호중 측 “음주했지만 사고 원인 아냐” 주장 경찰과 검찰의 구속영장 신청·청구 조치도 이례적이었다는 평가다. 김씨는 사고 열흘 만에 음주운전을 인정한 후 지난 21일 경찰에 출석해 조사를 받았다. 김씨는 경찰 조사에서 “사고 당일 음식점에서 소주·맥주 폭탄주 1~2잔, 유흥업소에서 소주 3~4잔 등 총 10잔 이내 술을 마셨다”는 취지로 진술했다고 한다. 이는 교통 사고가 음주로 인해 벌어진 게 아니라며 위험운전치상 혐의를 피해가기 위해 계산된 진술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특가법상 음주 또는 약물로 정상적 운전이 곤란한 상태에서 차를 운전해 사람을 다치게 한 경우 1년 이상 15년 이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상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경찰은 김씨의 진술에 앞서 이미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음주대사체 검출 자료를 포함해 유흥업소 내부 CCTV 자료, 술자리에 동석자 진술, 유흥업소 종업원의 진술 등 다양한 증거자료를 확보했다. 이상훈 법무법인 에이시스 대표변호사는 “위험운전치상의 경우 음주가 인정이 돼야 성립하는데 사고 당시 혈중알코올농도 수치에 대한 입증 여부가 관건”이라며 “다만 범인도피방조는 사법방해죄라 사법부에서도 죄질을 안 좋게 보고 증거인멸 우려가 있는 만큼 구속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서울 강남경찰서는 지난 22일 오전 김씨와 김씨 소속사 대표, 소속사 본부장 등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이후 검찰은 같은 날 오후 김씨 외 3인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경찰의 영장 신청에 검찰이 당일 바로 영장을 청구하는 것은 이례적이다. 그만큼 수사기관도 김씨 사건을 엄중하게 바라보고 있다는 해석이다.◇24일 영장실질심사…김호중 ‘자백’이 관건김씨의 구속영장 발부 쟁점은 ‘증거 인멸 염려’가 될 것으로 보인다. 형사소송법상 재판은 불구속 재판이 원칙이나 형사소송법 제70조에 따라 법원은 피고인이 죄를 범했다고 의심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경우 △피고인이 일정한 주거가 없는 때 △증거 인멸할 염려가 있는 때 △도망하거나 도망할 염려가 있을 때 구속이 가능하다. 김씨의 경우 유명인으로 주거지가 없거나 도망의 우려는 사실상 없다. 다만 증거 인멸 가능성에 대해서는 판단이 달라질 수 있다.앞서 검찰은 지난 20일 수사단계에서 범인도피·은닉 및 교사, 증거인멸·위조 및 교사, 문서위조 및 교사, 위증 및 교사, 위계공무집행방해 등을 ‘사법방해’ 행위로 정하고 처벌 규정을 적극 적용, 구속 사유에도 적극 반영하기로 했다. 구체적 사례는 △음주 운전·교통사고 운전자 바꿔치기 △음주 교통사고 후 의도적 추가 음주 △법률상 용인되는 진술 거부를 넘어선 적극·조직·계획적 허위 진술 △진상 은폐를 위한 허위 진술 교사·종용 △증거 조작과 증거인멸·폐기 △위증과 증거위조 등이다. 손정혜 법무법인 혜명 변호사는 “범죄 혐의를 자백하면 증거인멸 가능성이나 구속 필요성이 떨어져서 영장 발부 가능성이 낮아지지만 앞서 이미 도주, 증거인멸을 한 것을 사법방해 행위로 엄단해 구속수사 원칙을 세운다고 했기 때문에 김호중 측이 전부 자백하지 않는 한 영장 발부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