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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닷바람에 몸을 맡기고… 지금, 내 일상에 쉼표 하나
- [조선일보 제공] 개구리도 경칩날 추위에 놀란 가슴을 지금쯤 진정시켰겠지요. 추위에 움츠렸던 기운을 훌훌 털어내고 시원한 바다를 바라보며 일상에 쉼표 하나 찍어보세요. 바다와 하늘이 어우러진 인천 풍경으로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월미공원 숲길을 지나 전망대에 오르면 눈앞에 탁 트인 인천항을 내려다볼 수 있고요. 이국 분위기 물씬 풍기는 차이나타운에서 중국요리를 맛보며 허기와 지친 다리를 달랠 수도 있답니다. ▲ 인천 월미산 정상 부근 전망대에서 내려다 본 항구. 바다를 따라 걷는 월미산 일주 산책길은 걷기 시작하자마자 근사한 전망이 펼쳐져 지루할 틈이 없다. 발도 편하고, 눈도 즐거운 최고의 산책 코스① 인천역에서 월미공원 입구까지(1.5㎞/15분) 경인선(지하철 1호선 연결) 인천역은 출입구가 하나다. 역에서 나오면 건너편에 차이나타운이 보이지만 잠시 후에 구경하기로 하고 월미공원을 먼저 다녀오자. 역 광장 화장실 앞에서 오른쪽으로 돌면 고가 밑에 차도와 철길이 사이 좋게 누워 있는 건널목이 나온다. 신호등이 작동하지 않으니 주변을 잘 살핀 뒤 길을 건너자. 오른쪽으로 꺾어 계속 직진하면 8부두 입구를 마주 보는 건널목에 이른다. 길을 건너 오른쪽. 이어 왼쪽 모퉁이를 돌아가면 월미도에 들어온 것을 환영하는 문구가 적힌 아치가 보인다. 인천항의 철조망 담을 따라 약 400m 직진하면 월미공원이다. ② 월미공원 입구에서 전망대까지(2.4㎞/45분) 월미공원은 지난 50년 동안 군사통제지역으로 묶여 있다가 2001년 10월에 개방됐다. 입구로 들어가 첫 번째 나오는 왼쪽 길로 올라간다. 육조 삼거리에서 왼쪽으로 들어서면 ‘숲과 바다가 함께하는 길(월미산 일주 산책길)’이라는 근사한 이름이 붙은 산책로가 시작된다. 3200그루에 달하는 벚나무 덕분에 봄이면 흩날리는 꽃잎에 정신이 아찔해지는 환상적인 길이다. 걷다 보면 군부대 흔적인 벙커가 있는 갈림길이 나오는데, 동행이 있다면 여기서 서로 다른 길로 가보자. 잠시 후 반갑게 만나게 된다. 중간에 나오는 오른편 나무 계단을 무시하고 계속 걷는다. 왼쪽으로 항만이 내려다 보인다. 고요하고 낭만적인 바다라기 보다는, 선박에 실리기를 기다리는 수출용 승용차들이 줄을 딱딱 맞춰 늘어선, 역동적 항구 풍경이다. ‘월미도 해안 200m’라고 적힌 이정표 앞 삼거리에서 오른쪽으로 꺾어 오르막길로 간다. 잠시 뒤 공터에 도착하고 오른편으로 전망대로 가는 길이 보인다. ③ 전망대에서 월미도 해안 입구까지(1.2㎞/20분) 유리 전망대의 나선형 계단을 올라가 하늘과 바다와 항구가 어우러진 풍경을 바라보면 절로 탄성이 나온다. 전망탑에서 내려와 공터에서 직진, 그러니까 전망탑 가는 길 반대편으로 올라가면 월미산 정상이다. 다시 한번 엄청난 전망이 기다린다. 말 그대로 360도 전망. ‘아, 잘 왔다’ 싶다(공터에서 작은 성벽을 깔끔하게 조성해 놓은 전망대로 올라가는 길도 가볼 만 하다). ‘월미도 해안 200m’ 표지가 안내하는 계단으로 내려가 길을 건너 왼편에 있는 ‘월미 문화의 거리’ 입구로 들어선다. ④ 월미 문화의 거리에서 월미공원 입구까지(1.4㎞/20분) 횟집과 카페가 이어진다. 코스모스유람선 매표소 앞에서 우회전, 월미랜드로 접어든다. 번데기와 문어발 같은 군것질 거리가 유혹하고, 놀이기구의 스릴을 즐기는 비명이 허공을 가른다. 가던 길 끝에서 길을 건너 100m쯤 직진, ‘인공 게르마늄 온천수 유토피아 모텔’ 건물 앞에서 왼편으로 꺾어 150m쯤 가면 월미공원 이정표가 나온다. 작은 문으로 들어가 왼편으로 350m 직진하면 다시 맨 처음에 들어왔던 그 입구다. ⑤ 월미공원~차이나타운 입구(되돌아오는 길·1.5㎞/15분) ①번 길을 참고해 되돌아 가기. 인천역에서 길을 건너면 차이나타운이다. - 차이나타운_인천시 중구에 있는 차이나타운은 1884년 청국 영사관이 설치되고 화교들이 모여 살기 시작하면서 형성됐다. 먼저 화려한 패루(牌樓)가 방문객을 반긴다. 패루는 예로부터 중국인들이 동네 입구에 세웠던 마을의 대문 같은 시설인데 화려한 장식과 함께 경축의 의미를 담기도 한다. ⑥ 삼국지 거리에서 한중문화관까지(0.8㎞/15분) 제1패루를 지나 20m 직진, 막다른 골목에서 오른쪽으로 꺾는다. 붉은색으로 치장한 상점이 이어진다. 중국 특유의 앙증맞은 소품을 구경할 수 있다. 100m 가서 중화당 한의원을 끼고 왼쪽 길로 들어서면 150m에 달하는 삼국지 벽화가 나타난다. 삼국지 줄거리가 ‘도원결의(桃園結義)’같은 주요 장면과 함께 펼쳐진다. 벽화가 끝나는 곳 오른쪽으로 ‘청·일 조계지 경계 계단’이 나온다. 공자상이 서 있는 계단을 내려와 제2패루 앞에 도착하면 오른쪽에 한중문화관(월요일 휴관·032-760-7860)이 보인다. ⑦ 한중문화관에서 옛 공화춘까지(0.4㎞/10분) 한중문화관을 등지고 오른쪽 길로 10분쯤 가서 ‘밴댕이회 거리’ 이정표를 따라 골목으로 들어간다. 40m쯤 올라가면 오른편에 보이는 건물이 공화춘(共和春)이다. 건물 뒤편으로 돌아가야 정문이 나온다. 공화춘을 구경하고 다시 골목길을 나가면 길 건너편에 인천역이 있다. 공화춘_지금은 만리장성 사진이 걸려 있는 공화춘은 1905년에 개업한 중국음식점이다. 이 집에서 처음으로 춘장에 국수를 비벼 먹는 음식을 팔면서 자장면이라는 이름이 붙었다고 한다. 공화춘 건물은 2006년에 문화재로 지정됐다. 지금은 100년이 넘는 세월의 흔적만 간직하고 있을 뿐 음식은 팔지 않는다. >> 알고 가면 더 좋아요 ● 총 걷는 거리: 약 9.2㎞ ● 총 걷는 시간: 약 2시간 20분(쉬는 시간, 한중문화관 관람 시간 제외) ● 찾아가기: 인천역(경인선) / 돌아오기: 인천역 ● 떠나기 전에: 화장실이나 편의시설이 곳곳에 있어 특별한 준비 없이 나가도 불편함이 없다. 또 걷기를 마친 후에는 차이나타운에서 맛있는 중국요리를 즐길 수 있으니 발걸음이 더욱 가볍다. ● 추천 맛집: 차이나타운 동화원(同和苑) 공화춘으로 들어가는 길 모퉁이에 있는 중국집이다. 차이나타운에 있는 다른 음식점보다 작고 허름하지만 인심과 손맛이 두루 좋아 나오는 음식마다 푸짐하고 맛있다. 또 소탈하면서 정성스러운 주인 아주머니의 접대에 손님은 편안하고 느긋하게 요리를 즐길 수 있다. 9㎞가 넘는 산책을 마친 뒤 달달 볶아 고소하고, 계란 프라이까지 얹어 더욱 정겨운 간짜장(3500원)에, 고추기름을 벌겋게 뒤집어 쓴 덕분에 느끼함이 싹 사라진 사천탕수육(1만5000원·2만원)을 맛 볼 생각에 발걸음이 더욱 가볍다. 깐풍새우 2만5000원, 해물누룽지탕 3만원. (032)764-3738
- 거제도, 파란 바다… 빨간 동백… 서로에게 물들다
- [조선일보 제공] 남해 끝자락 거제도. 해변에선 봄을 재촉하는 바람에 밀려와 자글자글 소리를 내는 몽돌이 봄의 왈츠를 연주하고 빨간 동백꽃 천지인 지심도에도 봄의 향기가 솔솔 피어난다. 봄 바람 맞으러 가자 ‘바람의 언덕’(거제시 남부면 도장포) ▲ 아직 파릇함은 없지만 봄 햇살을 머금고 살랑대며 불어오는 봄 바람 맞기 딱 좋은 곳. 바로 거제도 ""바람의 언덕""이다. 잔풀이 하늘거리는 언덕에는 벤치도 있다. 내려다보면 발 밑으로 바닥이 훤히 보일 정도로 투명한 바닷물이 찰랑댄다.도장포 마을 끝자락에 자리잡은 ‘바람의 언덕’. 바다를 향해 뻗어있는 모양새가 마치 호리병 같은 아담한 언덕이다. 운동장처럼 넓고 평평한 공간 위로 이어진 구릉은 온통 무릎 높이 풀로만 뒤덮여 있다. 유난히 바람이 많이 부는 탓에 이렇듯 키 작은 풀만 남게 된 이곳을 주민들은 민둥산이라 부르기도 한다. ‘바람의 언덕’이란 이름은 공식 지명은 아니다. 이곳을 찾은 누군가가 끊임없이 부는 바람으로 인해 ‘바람의 언덕’이라 칭했던 것이 애칭으로 굳어진 것. 그늘이나 바람막이 하나 없는 이 언덕은 오래 전 아낙네들이 고기를 잡으러 떠난 남편이 돌아오길 기다리던 곳이다. 하지만 최근 들어 탁 트인 전망과 독특한 풍광이 입 소문을 통해 퍼지면서 알음알음 찾는 발걸음이 제법 늘었다. 해가 지면 언덕에 줄줄이 늘어선 가로등이 불을 밝힌다. ‘바람의 언덕’에서 올라와 도로를 사이에 두고 도장포 마을 건너편에 자리한 ‘신선대’도 봄바람 맞기에 손색없는 곳이다. 바람 불어 좋은 날. 끊임없이 온몸을 훑고 지나가는 봄바람에 겨울의 마지막 여운을 실어 보낸다. ◆ 바람의 언덕 가는 길 학동해변에서 여차해변 방향으로 5㎞ 정도 달린 후 함목해수욕장 이정표를 따라 좌회전. 1.5㎞쯤 들어가면 도장포 마을에 자리한 ‘바람의 언덕’으로 가는 입구가 나온다. 이 지점에서 ‘바람의 언덕’으로 가는 방법은 두 가지. ①도장포마을 도로변에서 도장포유람선 선착장으로 내려가서 선착장 오른쪽 끝에서 ‘바람의 언덕’으로 이어진 나무 계단 길을 따라 올라가는 방법 ②유람선 선착장 표지판을 지나 50m쯤 더 가서 도로 왼쪽으로 난 시멘트 길을 따라 마을 위 동백나무숲을 거쳐 탁 트인 바다를 보며 ‘바람의 언덕’으로 내려가는 방법. 운치를 제대로 맛보려면 두 번째 방법으로 가는 것이 좋다. 해변 길 따라 봄바람 드라이브 장승포-학동-여차해변-홍포전망대 ▲ 여차해변~홍포로 이어지는 길. 잠시 차에서 내려 걸어보자. 홍포 전망대에 오르면 대병대도, 소병대도, 대매물도, 소매물도, 국도 등이 오밀조밀 펼쳐져 한 폭의 그림을 보는 듯 하다. 해질 무렵 섬 사이사이로 번지는 노을도 근사하다.거제에서 가장 큰 항구인 장승포에서 학동을 거쳐 여차해변, 홍포전망대로 이어지는 40km 가량의 해변도로는 ‘최고의 드라이브 코스’로 꼽히는 길이다. 먼저 학동몽돌해변을 만난다. 조막만한 몽돌이 길이 1.2㎞, 폭 50m 해변에 펼쳐져 있다. 학동몽돌해변에서 ‘바람의 언덕’으로 가는 길목은 동백나무숲길. 파란 바다빛에 뒤질 새라 빨간 꽃망울을 가득 피워낸 모습이 아름답다. 동백에 취해 내처 해변 길을 타면 다대 마을을 거쳐 여차해변에 닿는다. 폭 30여m, 길이 400m에 이르는 해변이 흑진주빛 몽돌로 이루어져 있다. 여차해변을 지나면 홍포까지 비포장도로가 4㎞쯤 이어진다. 자연미를 살리기 위해 일부러 포장을 하지 않은 구간이다. 엉덩이가 들썩거릴 만큼 길은 울퉁불퉁하지만 그 대가로 바다와 숲이 조화를 이룬 천연의 아름다움을 만끽할 수 있다. ▲ 지그재그 이어지는 지심도 오솔길은 한낮에도 어두울 만큼 동백나무가 빽빽하게 들어차 있다. 떨어진 꽃을 밟고 가기 미안해 피해 갈래도 피할 길이 없다. 걷다 보면 머리 위로 동백이 툭툭 떨어진다.빨간 동백꽃으로 물든 지심도 하늘에서 내려다보는 섬의 모양이 ‘마음 심(心)’자를 닮았다 하여 ‘지심도’란 이름이 붙었다. 길이 1.5㎞에 폭 500여m의 작은 규모지만 거대한 숲으로 보일 만큼 30여종의 수목이 빽빽하게 우거진 알찬 섬. 그 중 70% 가량이 동백나무라 거제도에선 지심도보다 ‘동백섬’으로 더 잘 알려져 있다. 지심도 동백꽃은 12월부터 피고 지고를 거듭하다 3월 중순쯤 절정을 이룬다. 보통 4월 중순까지 동백꽃이 이어지지만 올해는 날이 따뜻해 3월 하순이면 끝물을 보일 거라 한다. 빨간 꽃이 지천으로 피어있는 지심도는 장승포에서 배로 15분 거리다. 선착장에서 해안선 전망대까지 이어지는 산책로는 약 2㎞. 가파른 해안 절벽을 두르고 있는 봉긋한 섬을 둘러보는 길은 잘 돼 있는 편이다. 선착장에서 마을로 오르는 200m 가량의 비탈진 길 말고는 평탄해 1시간 30분 정도면 지심도를 돌아볼 수 있다. 산책로 코너마다 자리한 민박집 안에도 동백꽃 천지다. 따사로운 햇볕을 머금은 양철지붕도 빨간 꽃송이로 뒤덮여 있다. 오솔길 중간쯤엔 폐교가 있다. 녹슨 철봉대와 미니축구골대가 놓인 아담한 운동장에도 어김없이 동백꽃이 떨어져 있다. 운동장을 둘러싼 동백나무 숲 사이로 유난히 낭랑한 새 소리가 들려온다. 직박구리다. 학교를 지나 섬 정상에 오르면 활주로로 이용되는 널찍한 잔디밭이 펼쳐져 있다. 날이 좋으면 이곳에서 대마도까지 볼 수 있다. 활주로를 지나 탐방로 이정표를 따라 가면 동백과 대숲이 어우러진 좁은 숲 터널. 해안선 전망대 가는 길이다. 전망대를 돌아 나오는 길목에 자리한 민박집 피싱하우스도 한번쯤 들러보게 되는 곳. 입구에 ‘사람 없어도 들어와서 커피 한 잔 드시고 가세요’라고 적혀 있다. 봄빛 가득한 풍경만큼 훈훈한 인심까지 덤으로 느끼고 오는 섬이 지심도다. ◆ 지심도 가는 길 장승포 동사무소 옆에 지심도행 여객선 선착장이 있다. 승선료(왕복) 어른 8000원, 어린이 4000원. 출항시간은 장승포→지심도의 경우 오전 8시, 10시30분, 오후 12시30분, 2시30분, 4시30 분. 지심도→장승포는 오전 8시20분, 10시50분, 오후 12시50분, 2시50분, 4시50분. 여행수첩 ◆ 가는 길 승용차: 경부고속도로-대전·통영간 고속도로-신거제대교 지나 좌회전-성포-옥포-장승포-지세포-학동-여차해변-홍포전망대 대중교통: 기차나 버스로 부산 도착-부산연안여객터미널에서 장승포행 배 이용. 오전 8시부터 2시간 간격으로 7회 운항(50분). 어른 1만9200원, 어린이 9600원.
- ''세월도 비껴간 섬'' 거제 지심도
- [한국일보 제공] 봄이 이미 붉게 타오르고 있는 섬. 거제 지심도는 한려해상국립공원의 시발점이다. 하늘에서 내려다 보면 섬의 생김새가 마음 심자를 닮았다 해서 ‘지심도(只心島)’ 이름이 붙여졌다. ▲ 지심도의 봄은 온통 동백으로 붉다. 마당 한쪽에 쓸어모은 동백꽃들은 그 자체로 작품이다.섬은 한 다발의 동백꽃처럼 섬 전체가 동백숲이다. 동백과 해송, 후박나무, 팔손이 등이 섬을 뒤덮고 있는데 수종의 70%가 동백이다. 수십 수백년 먹은 동백이 원시의 모습으로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은 ‘군(軍)의 보호’ 때문이었다. 비무장지대의 생태가 살아난 것처럼, 군의 관리를 받는 섬이다 보니 난개발 광풍을 비켜갈 수 있었다. 이 섬에는 조선시대에 주민들이 건너가 살았던 기록이 남아있다. 이후 일제가 군 주둔지로 삼으면서 주민들은 강제로 쫓겨났고, 해방 이후 다시 건너온 주민들이 섬을 지키고 있다. 현재 15가구 20여 명이 살고 있다. 길을 따라 옹기종기 들어선 민박집들. 주민들은 예전에는 섬을 알뜰하게 개간해 마늘 고구마 유자 밀감 등 농사를 짓고 살았으나, 지금은 모두 손을 놓았다. 최근 관광지로 널리 알려지면서 민박이나 낚시꾼 대상 식사 등으로 벌이 수단을 바꿨다. 동백만으로도 충분하지만 지심도 여행은 동백 외에 많은 볼거리를 선사한다. 길이 1.5km, 폭 500m의 작은 섬이기에 길 따라 이리 저리 돌아다녀봐도 서너 시간이면 충분하다. 길은 좁지만 잘 다듬어져 걷기에 무리가 없다. 섬사람들은 뒤에 큰 짐칸을 단 삼륜오토바이를 교통수단으로 삼는다. 선착장에서 각 민박집까지 계단 없는 길이 이어져 있다. ▲ 폐교된 지심분교의 아늑한 운동장동백숲 터널을 지나 맞는 북쪽 끝의 전망대에서 서면 만경창파의 바다 조망이 시원하다. 거제의 조선소로 부품을 나르는 거대한 화물선을 보는 재미도 심심치 않다. 이곳에서 바라본 지심도 남쪽 절벽이 절경이다. 활처럼 휘어져 바다로 튀어나온 해벽은 투구마냥 빼곡한 해송을 머리 위에 뒤집어 쓰고 있다. 섬의 남쪽, 국방연구소 입구에서 오솔길을 따라 동쪽으로 향하면 일제의 흔적을 만난다. 시누대 군락 사이에 동그란 물 빠진 연못 같은 포대 구조물이 3개 있고 벙커로 지어진 탄약고가 하나 있다. ▲ 일제가 만든 포대지난해 거제시는 지심도를 관광지로 본격 개발하려고 했다. 이곳에 전시관도 세우고 식물원에 조각공원 등을 조성해 외도와 같은 관광명소로 만들 꿈을 꾸었다. 하지만 환경부의 반대로 벽에 부딪혔다. 난개발이 우려된다는 이유 때문이다. 다행이다. 군에 의해 개발의 손길에서 자유로웠던 원시의 동백숲이 당분간은 망가지지 않을 것이기에. 박제되지 않은 원시의 섬, 원시의 숲이 사라지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지심도 가는 배는 장승포항의 장승포항해경파출소 앞 도선장에서 탈 수 있다. 이달 말까지는 오전 8시30분, 낮 12시 30분, 오후2시 30분에 장승포항을 출발한다. 3월부터 10월말까지는 오전 8시, 오전 10시30분, 낮12시30분, 오후2시30분, 4시30분 등 총 5편으로 증편한다. 왕복요금 대인 8,000원, 소인 4,000원.
- 바닷가 옆 기찻길따라 걷다보면…
- [조선일보 제공] 이번 주말에는 부산으로 안내합니다. 곧 정월 대보름(3월4일)입니다. 해운대와 송정을 이어주는 ‘달맞이길’은 차들로 넘쳐나겠지요. ▲ 해운대에서 미포선착장으로 가는 길. 미포에서 조금 더 가면 걷기 코스와 하이라이트인 달맞이 산책로가 나온다.막히는 찻길 대신 산책로를 따라 유유자적 걸어 보시죠. 해운대 백사장을 거닐다가 바닷가로 바짝 붙어 달리는 동해남부선 기찻길 옆으로 난 오솔길을 따라 송정 해수욕장까지 걸어갑니다. 바다와 기찻길과 소나무 숲이 어우러진 풍경화 속을 걷다 보면 하늘을 온통 독차지하고 있는 기분이랍니다. 1. 부산지하철 2호선 해운대역~해운대해수욕장 관광안내소 (0.6㎞/10분) 해운대 지하철역 5번 출구로 나온다. 5분쯤 가면 경일식당 앞에서 오른쪽 2시 방향이 관광안내소로 가는 옛길이다. 안내소에서 해운대관광안내도를 받자. 2. 관광안내소에서 미포선착장(0.9㎞/15분) 오른쪽으로 동백섬이 보인다. 우리는 왼쪽으로 해변을 따라간다. 백사장이 끝나는 삼거리에 ‘미포’ 표지석이 있다. 여기서 왼쪽으로 꺾어 든다. 3. 미포선착장에서 달맞이 산책로 입구(1㎞/15분) 철길 건널목을 건너 미포 오거리에서 우회전하면 벚나무 가로수가 예쁜 달맞이길이다. 다소미공원 앞 ‘해운대포토스폿’에서는 오륙도·광안대교·동백섬·해운대가 한눈에 근사하게 들어온다. ‘꼬마 갤러리아’ 맞은편 나무 데크가 시작되는 지점에 뚫려 있는 계단으로 내려선다. 이 산책길 입구는 놓치기 쉬우니 잘 살펴야 한다. 4. 달맞이 산책로~갈림길(1.2㎞/20분) 5분쯤 지나 간이 정자가 나오면 절벽 아래 철로와 해변을 내려다보며 크게 심호흡하고 소나무 숲 속으로 ‘산책길 910m’ 표지를 따라 간다. 바다 쪽으로 길게 뻗은 청사포항 방파제가 눈에 들어올 즈음 갈림길에 도착. 길이 너무 좋아 걷기조차 아깝다! 5. 산책로를 버리고 청사포 횡단하기(0.6㎞/15분) 갈림길에서 ‘1230m 힘내세요!’ 표지가 가리키는 반대 방향(오른쪽)으로 내려간다. 철로와 만나는 곳이다. 파도에 자갈 밀리는 소리 들으며 한참을 머물러도 좋은 곳이다. 건너편 3층 건물(금오횟집)을 목표로 하고 텃밭 사이로 길을 잡는다. 블록 몇 장을 쌓아 만든 계단을 밟고 주차장에 올라 횟집 정문으로 나와서 우측으로 50m 지점에 있는 ‘청사포2길’ 이정표를 따라 왼쪽 골목으로 들어간다. 300살 먹은 소나무를 지나면 공사 중인 큰길로 올라가는 경사로가 있다. 큰길로 올라서서 오른쪽에 공사가 중단된 지점을 지나 ‘태평양 회도매센타’를 끼고 왼쪽으로. 조금 더 가면 삼거리가 나온다. 왼쪽에 성철스님이 수도와 휴양 장소로 자주 이용했다는 해월정사가 보인다. 6. 해월정사 앞에서 구덕포 끝자락까지(1.1㎞/25분) 삼거리에서 오른쪽(해월정사 반대 방향)으로 꺾으면 노란색 산불감시초소가 보인다. 산불감시초소를 지나 오솔길로 들어선다. 10여 분 가면 바위로 된 전망대가 있고 송정과 청사포, 구덕포가 보인다. 오솔길 중간마다 참호가 보이고 번호가 붙어 있는데 ‘3-1-20’ 지점이 구덕포 끝자락이다. 이 길은 참호를 연결하는 교통호를 메워 만들었다. 청사포와 구덕포 사이에는 이 길과 철로뿐이다. 철길 건너편 바다 쪽을 바라보면 철길을 넘어 곧장 구덕포 마을로 내려가고 싶은 충동이 일지만 참을 수밖에. 7. 말굽 모양으로 돌아서 체육공원 쪽으로(1.0㎞/25분) 3-1-20 참호 뒤쪽 오르막길을 따라가자. 오솔길이 묘지를 둥그렇게 감싼, 세 갈래로 나뉘는 로터리(원형 교차로)가 나온다. 이 로터리에서 가장 오른쪽에 있는 길을 따라간다. 오던 길에서 직진하는 기분으로 가면 된다. 10여분 가면 뾰족 지붕을 이고 있는 우물과 벤치가 나오고 그 길로 10분 더 가면 체육공원이다. 8. 체육공원에서 송정카페거리(0.5㎞/10분) 구덕포항 바로 위인 체육공원에서는 송정 앞바다의 양식장이 훤히 보여 사진찍기에도 좋다. 운동시설에서 500m 정도 가면 오솔길이 끝나면서 ‘광어골외식타운’이 나온다. 속칭 ‘송정카페거리’의 끝 지점이다. 9. 카페거리를 따라 송정임해봉사센터로(0.9㎞/15분) 카페거리를 따라 걷다가 오른쪽 철길 다리 밑을 지나면 송정해수욕장이다. 왼쪽으로 백사장을 따라가면 임해봉사센터가 있다. 10. 임해봉사센터에서 송정버스종점(0.9㎞/15분) 임해봉사센터 앞에서 해변을 따라가다 ‘니나인호텔’ 왼쪽 골목으로 들어서서 오른쪽으로 돌면 ‘송정재래시장’이다. 시장통이 끝나고 큰길이 나오면 왼쪽으로. 철길 건널목 건너 바로 오른쪽이 버스 종점이다. height="345" id="V000027348" wmode="transparent" allowScriptAccess="always" type="application/x-shockwave-flash" pluginspage="http://www.macromedia.com/go/getflashplayer">▲ 해운대-달맞이길-송정해수욕장 Part 1 / Tagstory에 올라온 동영상 ::: 60년대 풍경 그대로 '송정시장' 씹을수록 고소한 '열기회' 먹고 가이소~~ 산책 코스가 끝나는 지점에 ‘송정시장’이 있다. 부산사람들은 흔히 ‘송정재래시장통’이라 부른다. 500m쯤 되는 좁은 길 양 옆으로 1960~70년대 지은 것으로 보이는 허름한 단층 집들이 사이 좋게 늘어서 시장통을 이뤘다. 시장통에는 횟집이 너댓 곳, 분식집이 두세 곳 있다. 횟집들이 어디 하나 특출 나지 않고 비슷비슷하다. ‘완도횟집’(051-703-8989)에 들어갔다. 횟집 수족관마다 발그레하면서 얼룩무늬를 뒤집어 쓴 손바닥만한 생선이 많길래 뭐냐 묻자, 주인은 “요즘 한창 제철인 열기”라고 했다. 열기란 볼락의 일종인 불볼락을 말한다. 불볼락은 12~4월까지 잡힌다. 당연히 서울에서 쉽게 맛볼 수 없는 열기를 주문했다. ‘자연산’이라는 열기와 감성돔이 반씩 나오는 회 1인분이 2만원. 양식 우럭과 광어, 밀치 따위가 나오는 모듬회는 2인분 3만5000원, 3인분 이상이면 1인당 1만5000원이다. 회로 나오는 생선 종류와 가짓수는 물론 그때그때 바뀐다. 밑반찬이 한 상 가득 나온 다음 열기와 감성돔이 반씩 담긴 접시가 등장했다. ‘바닷가니까 푸짐하겠지’라는 근거 없는 예상과 달리, 회를 그리 많이 내주진 않았다. 하지만 열기회는 꽤 맛있다. 담백하지만 기름도 적당히 있어서 씹으면 고소하다. 육질이 단단하지만, 질기다는 느낌은 들지 않는다. 고추냉이(와사비)를 푼 간장이나 초고추장, 된장 중에서 찍어먹으면 되는데, 간장보다는 초고추장이나 된장이 더 어울린다. 회를 뜨고 남은 생선 대가리와 뼈로 끓인 매운탕이 식사로 나온다. 누룽지로 입가심한다. 가게를 나오면 생선가게<사진>가 보인다. 주인 아주머니가 생선 배를 갈라 내장을 제거하고 소금에 절여서 가게 앞에 내걸고 있다. 꾸덕꾸덕하게 마른 생선을 한두 마리 사다가 집에서 찌거나 구워 먹으면 해운대에서 송정까지 걸은 기억이 맛있게 떠오르지 않을까. 아주머니는 “납세미(가제미) 5마리 1만원, 조구(조기의 경남·전라·평안 사투리) 1마리 7000원, 볼락 1마리 5000원”이라고 했다. ▲ 해운대-달맞이길-송정해수욕장 Part 2 / Tagstory에 올라온 동영상 ::: 알고 가면 더 좋아요 ● 총 걷는 거리: 8.7㎞● 총 걷는 시간: 2시간 45분(쉬는 시간은 포함하지 않음)● 찾아가는 길: 부산지하철 2호선 해운대역 5번 출구● 돌아오는 길: 송정 버스 종점에서 버스로 10분 정도 가면 지하철 해운대역
- 공급은 줄고 가격은 오르고 귀한 ‘중대형’을 찾아라
- [조선일보 제공] 서울 지역의 40평 이상 대형 아파트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서울에서 40평 이상 아파트의 공급이 확연하게 줄어들면서, ‘품귀 현상’을 빚을 조짐까지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부동산 정보업체 ‘닥터아파트’가 2003~2006년에 이뤄진 서울·수도권의 40평형 이상 아파트 공급물량을 조사한 결과, 서울의 지난해 분양 물량(1739가구)은 2003년(8437가구)의 20% 수준으로 격감했다. 반면 인천·경기 지역의 40평형 이상 아파트 공급 물량은 매년 1만2000~1만3000가구 수준을 꾸준히 유지했다. 더구나 서울시가 재건축·재개발 등 재정비촉진지구에서 소형 평형 주택 공급을 늘릴 계획이어서, 서울의 대형 아파트 공급은 더욱 줄어들 전망이다. ◆20·30평형 비해 높은 오름세… 집값 치솟을 수도 대형 평형은 상대적으로 높은 가격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최근 6개월 간 입주한 서울지역 아파트의 분양가 대비 가격 상승률은 20평형대가 29.6%, 30평형대가 28.3%인 반면, 40평형대는 58.8%, 50평형대는 49.8%로 나타났다. 대형평형 가격이 중소형보다 2배 가까이 오른 셈이다. 닥터아파트 이영호 리서치팀장은 “시간이 지날수록 매물 부족이 심해져 대형 평형의 가격이 치솟을 가능성이 높다”며 “서울에서 평형을 넓혀가려는 청약자는 지금부터라도 적극적인 청약에 나설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올해에는 주로 마포·서대문구 등에서 중대형 평형이 포함된 단지가 분양될 예정이다. ◆재개발 역세권서 중대형 분양 서대문구 냉천동 충정로 냉천구역을 동부건설이 재개발해 179가구를 일반분양하면서 41평형을 66가구 내놓는다. 지하철5호선 서대문역까지 걸어서 5분 거리이고, 북아현 뉴타운에 위치한다. 인근에서 돈의문 뉴타운도 개발 중이다. 삼성건설은 성북구 석관동 석관1구역을 재개발, 580가구 중 24~41평형 136가구를 일반분양할 예정이다. 41평형은 55가구가 나올 예정. 지하철6호선 돌곶이역까지 걸어서 5분 거리이고, 단지 북쪽에 재정비촉진지구인 장위 뉴타운이 개발될 예정이다. 동부건설은 가재울뉴타운 내에 위치한 서대문구 남가좌동 240번지 일대 총 471가구 중 26~43평형 151가구를 일반분양한다. 43평형은 39가구가 예정돼 있다. 뉴타운 개발에 따른 주거여건 개선을 기대할 수 있다. 대우건설은 구로구 고척2구역을 재개발해 409가구를 일반분양하면서, 42평형을 53가구 내놓는다. 목동과 마주보고 있어 차로 4~5분이면 목동의 편의시설을 이용할 수 있다. 지하철2호선 양천구청역까지 걸어서 15분 거리. ◆뚝섬·마포· 은평뉴타운도 중대형 공급 예정 두산중공업은 성동구 성수동1가 512번지에서 600가구 중 50~70평형 250가구를 5월에 일반분양할 예정이다. 2010년 개통 예정인 분당선 연장선이 가깝고, 한강과 서울숲 조망이 가능하다. GS건설은 마포구 하중동에서 400가구 중 44~60평형 75가구를 8월쯤 분양한다. 한강 조망권, 지하철6호선 광흥창역 역세권이라는 게 특징이다. 대한주택공사도 마포구 상암동에서 25~43평형 247가구를 5월경 분양할 계획이다. 상암지구, 월드컵경기장, 하늘공원 등이 가깝다. 이외에 올 하반기에 분양 계획이 잡혀있는 은평 뉴타운에서 많은 양의 대형평형이 공급될 예정이다. 1지구의 평형별 공급가구수는 확정되지 않았고, 2·3지구에서는 40평형 이상 물량이 2000가구 이상 공급될 전망이다. 은평뉴타운은 리조트형 생태전원도시이며, 뉴타운 내로 지하철3호선이 관통할 예정이다.
- (클릭! 새책)"아! 줄기세포…"
- [이데일리 박호식기자] "투자전략가의 가장 피말리는 업무중 하나는 연간증시를 전망하는 것이다. 3년전 자동차와 전기전자업종을 분석하는 애널리스트는 해당업종에 부정적인 전망을 제시했다. 삼성전자와 현대차에 대한 주가전망을 비관적으로 본 것인데 필자는 시장에 대해 긍정적인 전망을 하고 있었다. 당시 많은 투자자들은 "삼성전자와 현대차 주가를 비관적으로 보면서 어떻게 시장에 대해서는 좋게 볼 수 있느냐"는 날카로운 질문을 던졌다. 나는 그 송곳같은 질문에 대충대충 넘어갔던 기억이 난다. 등골에서 차가운 냉기를 느꼈음은 물론이다"-오현석 삼성증권 투자정보파트 연구위원 "2005년을 돌아보기만 해도 가슴 철렁한 일이 있었다. 줄기세포 파동! 우리 모두의 가슴을 쓸어내린 안타까운 이야기. 줄기세포가 시장에서 왕성하게 번식하면서 아무 회사나 `바이오` 무늬를 입히기만 하면 하늘 높은줄 모르고 천정부지로 오르던, 그러나 쪽박을 향해 내달렸던 앙상한 대박의 꿈이 만연했던. 50년 거래소 역사상 처음으로 `특별심리`를 발동할 수 밖에 없었고, 시장은 한바탕 폭풍우를 만난 듯 휘청거렸다. 40여 대의 전화기에는 성난 목소리가 끊임없이 울려대고, 탄식조의 항의도 전화선을 타고 거칠게 흘러나왔다."-황의천 KRX 심리1팀 차장 "실적발표를 앞두고 담당자들은 참석 인원을 예상하며 적당한 장소를 물색하는가 하면 증권사 애널리스트와 펀드매니저를 대상으로 참석여부를 점검하고, 어떻게 하면 더 멋진 프리젠테이션 자료를 만들 수 있을지, 오타나 수치상 오류는 없는지 수차례 검토하며 수정을 가한다. 또 실적 당일 있을 투자자들의 돌발질문에 답변하기 위해 예상 질의답변서를 작성한다. 공시담당자는 실적자료가 외부에 유출되지 않도록 유의하며 공시문안 작성에 여념이 없다"-김상길 가스공사 자금IR팀 대리 "인터넷을 통한 온라인투자는 우리 같은 전업투자자에게는 예전과 달리 많은 인내심을 요구한다. 하루종일 모니터앞에 붙어있어야 하는 직업의 특성상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상황 앞에서 인내심을 가지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금방이라도 상한가를 칠 것 같은 종목에 대한 추격매수의 유혹은 참으로외면하기 어렵다.(중략) 투자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먼저 공부를 해야 한다. 자신이 투자하는 종목에 대해서는 누구보다 철저해야 한다. 필요 이상의 욕심을 가지지 않아야 한다. 리스크에 최대한 고심해야 한다"-김혜정 개인투자자 증권선물거래소가 신간 `증권시장의 하루`(위사진)를 내놨다. `증권시장 참여자들의 자기 이야기`라고 보면 좋겠다. 증권거래의 인프라를 제공하는 증권선물거래소부터 증권사, 펀드운용사, 감독당국, 기업, 개인투자자까지. 수많은 사람들이 각기 다양한 임무를 갖고 있고, 이들이 모여 증권시장이 구성된다. 이들 증권시장 참여자들의 삶과 애환을 한데 묶은 책이다. 이들의 생활과 생각을 보면서 증권시장을 이해할 수 있도록 해준다. `증권시장의 파수꾼들`, `증권산업도 이제는 하이테크 시대` 등 13가지 큰 주제를 놓고, 주제별로 5명 안팎의 참여자들이 다양한 이야기를 풀어낸다. 이영탁 증권선물거래소 이사장은 "이 책은 투자자, 증권업계, 감독당국, 증권선물거래소 등 다양한 종사자들이 전문적인 업무지식에 현장 체험지식을 덧붙여 하루의 업무와 일상을 입체적으로 정리한 책"이라고 소개했다. 고보문고에서 발행했고, 가격은 1만2000원.
- (김서나의 올 댓 트렌드)간절기에는 멀티플레이어 아이템으로
- [이데일리 김서나 칼럼니스트] 백화점들의 겨울 정기 세일이 끝나면서 봄 신상품들이 매장 안에서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상큼한 컬러와 하늘하늘한 소재의 옷들이 시선을 붙잡지만, 아직은 추운 날씨 때문에 망설여진다. 이럴 땐 여러 계절에 걸쳐 꾸준히 활약하는 멀티 플레이어들에게 눈을 돌려보자. 가장 대표적인 아이템은 카디건. 겨울 동안엔 이너와 코트 사이에서 보온성을 높여주는 역할을 하는 카디건은 봄이 가까워오고 날씨가 따뜻해지면 아우터로 변신한다.(사진1 폴 스미스) 화사한 파스텔 컬러의 블라우스나 탑 위에 걸쳐 입으면 어느 정도 추위를 막으면서도 봄 분위기를 살리기에 무리가 없다. 특히 트윈 니트를 갖고 있다면 더욱 다양한 모습이 연출 가능하다. 같은 소재와 컬러의 탑과 카디건이 세트로 제안되는 트윈 니트의 경우, 카디건은 가벼운 아우터로, 반팔이나 소매가 없는 탑은 셔츠나 블라우스 위에 겹쳐 입으면 레이어드 룩으로 응용할 수 있다. 카디건보다는 약간 두꺼운 데님 재킷과 후드 니트 점퍼도 유용한 아이템. 이들은 울 스웨터, 머플러와 만나면 겨울 의상으로, 캐미솔 위에 걸쳐지면 간편한 봄 아우터로 모습을 바꾼다. 베이직한 셔츠와 스웨트셔츠도 같은 역할을 하는 만큼 계절이 바뀌어도 옷장에 남겨두는 것이 좋겠다. 하지만, 달콤한 색상의 봄 신상품에 자꾸 마음이 끌린다면 고민하다 놓치지 말고 미리 장만해둬도 나쁘지 않다. 새 옷 하나만을 입고 나서기엔 쌀쌀하지만 입고 있는 겨울 아이템들과 매치하는 방법이 있으니까. 사실, 패션에 있어서 계절 구분이란 명확하진 않다. 그것도 점점 시즌리스 경향으로 흐르는 추세인데, 여성미를 살려주는 쉬폰과 새틴 소재는 계절에 관계없이 늘 사랑받고 있으며 니트 역시 굵은 올을 얼기설기 엮어 통기성을 더해주는 방법으로 겨울이란 테두리를 벗어나고 있기 때문이다.얇은 블라우스를 구입했다면 전혀 다른 재질의 투박한 코트 안에 입어보자. 살랑살랑 실크 스커트도 두툼한 니트 풀오버, 타이즈와 잘 어울리며 로맨틱한 원피스는 터틀넥 니트 위에 레이어드하거나 모직 팬츠 위에 롱 탑처럼 매치하면 빛나는 간절기 룩이 만들어진다.(사진2 이자벨 마랑) 백화점의 공식 세일 기간은 끝나고 이제 새로운 시즌의 의상들이 밀려들어오고는 있지만, 한켠에는 여전히 세일이 진행 중이다. 각종 온라인몰이나 셀렉트샵들은 물론 백화점에서도 기획전, 특가전이라는 이름을 내걸고 가을, 겨울 아이템의 할인 행사가 이어지고 있다. 다가올 봄 시즌에 포커스를 맞춰야겠지만 이번 기회에 마음에 드는 아이템을 장만해두는 것도 현명한 선택. 단 다음시즌에도 활용 가능할지 다시 한 번 체크하도록 하자. 앞서 소개한 카디건, 데님 재킷, 후드 점퍼 등 여러 용도로 쓰일 수 있는 간절기 제품을 마련하거나 봄, 가을 두루 활약하는 트렌치코트, 캐주얼한 느낌의 피코트, 혹은 여성스러운 트위드 코트 등 되도록이면 트렌드의 영향을 받지 않는 트래디셔널 아이템을 고르는 편이 안전하다. (사진3 토미 힐피거) 올 겨울 핫 트렌드로 떠올랐던 스타일을 행사 기간에 꼭 구입하고 싶다면, 반짝 유행 상품으로 끝날 디자인이 아닌지 좀 더 고민할 필요가 있다. 늦어도 3월부터는 보관함에 들어가야 할 이 옷들이 올 가을 다시 옷장으로 복귀할 때쯤에도 여전히 예뻐 보여야하니 말이다. 올봄 패션 경향을 미리 엿보면, 60년대 레트로와 80년대 레깅스 트렌드는 계속 이어진다는 전망이다.김서나 비바트렌드(www.vivatrend.com) 기획팀장 및 패션 칼럼니스트
- 힐러리 대선 출마로 美대선 첫 성·인종 대결
- [노컷뉴스 제공]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상원의원(뉴욕주)이 2008 미국 대통령선거 출마를 공식 선언함으로써 미국 역사상 최초의 여성 대통령이냐?, 흑인 대통령이냐?의 성.인종 대결이 펼쳐지게 됐다. 클린턴 전 대통령의 부인인 힐러리 의원은 20일(현지시각) 웹 사이트의 동영상 발표를 통해 미국 역사상 최초의 여성 대통령이 되겠다는 선언을 했다. 힐러리 의원은 이날 "대선 출마 준비위원회를 구성하기로 했다"면서 "나는 승리하게 위해 대통령 선거전에 나섰다"며 당찬 포부를 밝혔다. 힐러리 의원은 또 "부시 대통령이 집권한 지난 6년 동안 미국은 후퇴했다"면서 "변화와 희망의 새로운 미국을 만들겠다"고 역설했다. 힐러리 의원이 미 민주당의 후보가 되기 위한 1차 장정을 시작한 만큼 미 민주당은 떠오르는 '샛별' '흑진주'로 불리는 배럭 오바마 상원의원(일리노이주)과, 존 에드워드 전 상원의원, 21일 대선 출마를 선언할 빌 리처드슨 뉴멕시코주 지사, 조지프 바이든 상원의원(델라웨어) 등 다자구도를 형성하게 됐다. 여기에 존 케리 전 민주당 대통령 선거 후보와 앨 고어 전 부통령까지도 민주당 경선전에 뛰어들 채비를 하고, 민주당의 지지가 공화당보다 높게 나타나고 있어 민주당의 대권 후보 경선전은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미국의 정치 분석가들은 민주당의 대선 후보 경선은 현재의 여론지지도 상 가장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고, 가장 많은 선거자금을 모은 힐러리 상원의원과 40대 중반의 민주당의 기대주 오바마 의원, 존 에드워드 상원의원 간의 3파전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유력하다. 힐러리 의원은 예일대 법대를 나온 변호사 경력에다가 클린턴 전 대통령의 집권(83년-98년) 8년 동안 퍼스트레이디로서 국정의 여러 분야에 걸쳐 조언자 역할을 했으며, 상원의원 재직 시 뛰어난 의정활동을 하는 등 국정운영 경험과 노하우 분야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반면에 이라크 전쟁에 찬성표를 던졌으며 출세욕이 강하고, 독선적인데다가 여성이라는 약점을 지니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미국 언론사들의 여론조사 결과 민주당의 힐러리 후보 대 공화당의 루디 줄리아니 전 뉴욕시장이나 존 매케인 상원의원 간의 가상대결을 펼쳐본 결과는 힐러리 의원의 패배로 귀결지어진다. 미국 유권자들이 아직은 여성 대통령이 이르다는 보수적 성향을 갖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힐러리 의원이 미국의 대표적인 커리어 우먼으로서 2008년 민주당의 대통령 후보를 거머쥐는 과정도 쉽지 않겠지만 최종 후보로 선택된다고 할지라도 미국의 사상 첫 여성 대통령에 대한 거부 정서를 어떻게 돌파할지가 관심이다. 이와 관련해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민주. 캘리포니아주)도 지난 4일 여성으로서 첫 하원 의장에 선출된 뒤 취임사를 통해 "미 의회의 대리석 천장(남.여 차별 상징)을 깨는 데 2백 년 이상이 걸렸다"면서 "내 딸과 손녀들 앞길의 끝은 하늘뿐이라"고 선언했다. 미국 사회의 보수성과 남.녀에 대한 보이지 않는 장벽이 아직도 엄존한다는 사실을 상징적으로 보여준 연설이었다. 배럭 오바마 상원의원도 현재 인기가 치솟고 있고 이라크 전쟁 등으로 침체된 미국을 변화시킬 것 같은 기대를 낳고 있으나 흑백차별 의식을 깰 수 있을지 미지수다. 50대의 한 열렬한 민주당 지지자인 수산(56. 버지나아주 거주)씨는 "오바마 의원이 경험이 일천하고 흑인이라는 것 때문에 대통령에 당선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오바마 의원은 국정경험이 전혀 없는 상원의원 3년째이고 흑인이라는 최대 단점을 갖고 있다. 민주당 대선 후보들의 선두그룹을 형성하고 있는 힐러리 의원이나 오바마 의원이 최종적으로 민주당 정권교체호에 선장이 되지 못하고 백인에, 남부 출신(노스캐롤라이나주)인 에드워드 전 상원의원 같은 후보가 최종 웃음을 웃을지 모른다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미 민주당과 공화당의 최종 대선 후보가 누가 될 것인지 지켜볼 일이다. 어느 누가 양당의 대통령 선거 후보가 되고, 대통령 돼 백악관에 입성하든 부시 현 대통령과는 다른 외교정책을 펼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약 1년 10개월 남겨둔 2008 미국 대통령 선거의 닻이 오르고 있다.
- (이동엽의 노-다-지를 찾아서)내년 대박은 플랜테이션
- [이데일리 이동엽 칼럼니스트] 다우존스 에이아지 (Dow Jones AIG) 원자재 지수 등 몇 가지 원자재 지수 지표상으로 보는 2006년도 원자재시장은 다우존스 지수 최저치와 최고치가 155.47 와 187.55 을 기록한 것에서 알 수 있듯이 폭등과 폭락으로 시장참여자들을 전율케 했다.에너지, 귀금속, 비철금속, 곡물 등 많은 원자재들이 지정학적 위기와, 달러약세, 인플레, 가뭄, 그리고 중국경제 급등 등등의 이유로 2006 봄에 폭등하는 모습을 연출했다. 이에 따라 몇몇 원자재 가격은 수십년만에 최고치를 계속 갈아 치우는 매우 흥분되는 한해였다. 연기금을 포함한 많은 기관 및 일반투자가들이 생소한 원자재 시장에 발을 들여 놓으면서 시장은 과열양상을 보였다. 재미있는 점은 미 연방준비이사회 버냉키 의장이 임명된 이후 1년동안 S&P 500 지수는 14% 상승했다. 그런데 S&P 지수를 달러기준이 아닌 유로화를 기준으로 할 경우 겨우 7% 상승률에 그친다. 같은 기간동안 금은 40%, 은은 80% 상승했다. 기관 및 일반투자가들에게 원자재시장이 다른 투자시장에 비해 크게 실망시키지는 않은 듯 하다. 물론 올해 5월 한해의 중턱에 접어들면서 원자재가격이 큰폭의 하락을 나타내 원자재시장의 진수를 보여주기도 했다. 이제 2006년이 저물어 가고 있다. 그러나 원자재 시장에 대한 기관 및 일반의 관심은 이제 시작일 듯 싶다. 미국 예일대 엠비에이(MBA) 학생들이 코스타 리카 파인애플, 바나나, 커피 플랜테이션에서 2007년도에 현지 수업을 갖는다고 한다. 2007년 이후 농산물 원자재 시장에 대한 관심이 비즈니스 대학원 학생들 커리큘럼에까지 반영되고 있다.2007년 원자재 시장 하늘은 한점 구름 없이 밝지만은 않을 전망이다. 내년은 올해 못지않은 롤러코스터를 탈 가능성이 상존한다. 비철금속 등 산업용 원자재 시장은 공급이 극도로 제약된 납, 니켈, 주석 등 몇몇 부분을 제외하고 전반적으로 큰 폭의 침체를 겪을 가능성이 높다. 미국경기 하락이 가장 큰 이유가 될 듯 하다.금, 은과 같은 귀금속은 달러약세 등 여러 변수에 따라 강세를 지속할 가능성을 남겨두고 있다. 지난번 돌파하지 못한 금 800 달러, 은 20 달러를 돌파할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금은 산업용으로도 이용되고 있고 지나친 달러 약세에 대한 반발로 달러 강세가 일시적으로 부상할 가능성도 있어, 금값이 온스당 500달러대로 다시 내려올 수도 있다. 에너지 분야 가운데 원자력 발전에 필요한 우라늄이 공급부족으로 가격이 꾸준히 상승할 가능성을 전망하는 사람이 많다. 중국, 인도가 원자력 발전에 상당한 역량을 투입하고 무엇보다 오스트레일리아와 캐나다 우라늄 공급이 불안정한 것이 큰 변수이다. 석유는 배럴당 50달러 이하로 하락하거나 미국이 이란을 폭격하는 등 지정학적 위기가 발생할 경우 80달러를 돌파할 가능성이 상존한다. 지난 5년동안 지속적인 상승세를 기록한 원유는 미국 등의 경기침체에 따른 수요 감소로 2007, 2008년 하락세를 보일 가능성이 높다. 지정학적 변수 등으로 인한 리스크 프리미움이 15달러 이상 가격에 반영된 점을 고려할 때 유가가 일시적으로 폭락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무엇보다도 바이오 에탄올 등 대체 에너지 공급이 증가하는 것이 원유가격 하락에 상당한 압박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미국 에탄올 생산은 2007년 약 20억 개론, 2008년 45억 개론이 예상된다. 미국 이외 국가에서도 에탄올과 바이오 디젤 생산이 미국 못지 않게 증가할 것을 고려할 때 바이오 연료 및 이를 생산하는 비산유국가들이 석유산유국가들의 원유가격 통제에 큰 영향을 끼칠 전망이다. 이는 결국 국제유가 하락을 부추키는 압력으로 작용할 것이다. 에너지 분야 회사 주식들은 향후 순익감소 전망 등으로 상대적으로 저평가돼 있다. 따라서 석유, 석탄관련 회사 주식은 장기적 관점에서 상대적으로 관심을 가질 만 하다. 석탄과 관련하여 석탄을 운반하는 미국 철도회사들이 여전히 투자대상으로 주목받을 만하다. 옥수수를 에탄올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물류시장이 시대흐름 변화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사고 있는 가운데 철도시장의 대응도 호기심을 자아내게 한다.연성 원자재 시장과 관련하여 2007-8년은 에탄올 등 바이오 연료의 해가 될 가능성이 높다. 미국 민주당이 의회를 장악한 이후 첫 농업법안이 에탄올법안이 될 것이라고 전망하는 사람들이 많은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바이오 연료의 시장공급량이 급속히 증가함에 따라 에탄올, 바이오 디젤 가격은 하락하나 이의 원료가 되는 옥수수 등 곡물가격은 수요 증가에 따라 상승할 전망이다. 농산물 가운데 오렌지 주스, 설탕, 목화 등을 주목하는 사람들이 있다. 오렌지 주스는 미국 플로리다 오렌지 공급 감소에 따라 향후 몇 년간 가격이 고공 행진할 가능성이 높다. 물론 연성 원자재의 기본이 되는 토지에 대한 관심 역시 증가하고 있다. 올 하반기부터 가격급등 양상을 나타낸 옥수수와 밀을 비롯한 곡물시장에 대한 투자 수요는 계속 증가할 가능성이 높다. 이에 따라 콩, 커피, 소고기 등 공급이 타이트한 농산물 원자재 전반으로 가격이 급등할 가능성 마저 제기되고 있다. 일부에서는 미국 경기하락에 따른 금리인하 그리고 이에 따른 유동성 증가가 곡물시장으로 투자자금을 몰고 와 곡물가격이 폭등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한다.그러나 이 모든 원자재 시장 동향 전망은 역시 중국 등 신흥국가들의 급속한 경제성장이 어느 선까지 지속될 지여부에 그 향배가 달려있다.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가들 경제성장률이 감소할 전망이고, 중국, 인도 등 신흥국가들 역시 지난 몇 년과 같은 고도성장을 누릴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이에 따라 당연히 원자재 수요는 감소할 수 밖에 없다는 주장도 무시할 수 없다.한국인을 위한 원자재 실물투자 가이드 저자 이동엽
- (에너지 독립전쟁)⑧자원개발 아직 늦지 않았다
- [알마티=이데일리 이태호기자] 중앙아시아의 자원대국 카자흐스탄에서 영업용 택시를 발견하기란 하늘의 별따기다. 소련 시절 국가가 운영하던 택시사업이 민영화 과정에서 쇠퇴해버렸기 때문이다. 대신 이 빈자리는 `히치 하이킹` 식으로 차를 세우고, 요금을 흥정하는 불법 자가용 택시들이 메우고 있다.흥미로운 사실은 시장경제 체제로 전환한 뒤에도 이 같은 자가용 택시가 더욱 번성하고 있다는 점이다. 경제성장으로 이동 수요는 늘어났지만, 지하철과 같은 대중교통 수단이 발달하지 못한 상황에서 시민들이 보다 값싼 자가용 택시를 선호하고 있기 때문이다."카자흐스탄 최대 상업도시 알마티에는 구소련 때와 변함없는 500대의 합법 택시와 25만대(자가용 대수)의 불법 택시가 존재한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구소련의 유물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부문이 비단 교통수단만은 아니다. 제조업은 이제 걸음마 단계고, 인터넷 속도는 인내심의 한계를 시험한다.그러나 이처럼 낙후된 사회기반시설에도 불구하고, 카자흐스탄 경제는 과거 소련 시대와는 판이하게 달라지고 있다. 인구 1500만의 카자흐스탄은 최근 수년 간 10%를 넘나드는 고속성장을 기록하고 있다. 그 배경에는 풍부한 석유자원이 있다. ◇유가 급등으로 `뒤바뀐 운명`"정세가 너무 불안했어요. 카자흐스탄 국민들도 독립을 겁내는 분위기였죠"곽정일 한국석유공사 카자흐스탄 사무소장은 지난 1991년 독립을 전후한 카자흐스탄의 모습은 불안하기만 했다고 말했다. 그는 당시에도 석유공사가 카자흐스탄 유전투자를 검토했지만, 리스크가 너무 커 이내 포기했었다고 설명했다.그러나 최근 카자흐스탄의 모습은 과거와 180도 달라졌다.정세는 차츰 안정을 되찾았고, 투자를 꺼리던 석유기업들도 이제 천문학적인 자금을 쏟아붓는 일에 주저하지 않으니 그야말로 `상전벽해`가 따로 없다.이 모든 변화의 뿌리는 `검은 금(black gold)` 석유값의 급등에 있다.지난 1990년대 초만 해도 배럴당 20달러 주위를 맴돌던 국제 유가는 최근 60~70달러로 급등했다. 자연히 카자흐스탄의 수많은 미개발 광구들은 `금맥(金脈)`으로 돌변했고, 경제성이 없어 관심밖에 있던 유전 가격마저 천정부지로 치솟기 시작했다.결국 발등에 불이 떨어진 세계 강대국들은 앞다퉈 자국 기업들의 카자흐스탄 `원정(遠征)`을 적극 지원하게 된다. 중동에 대한 지나친 의존도를 낮추고, 국가의 명운을 결정지을 미래 에너지 자원을 확보하라는 특명이 내려진 것이다.◇`자원확보` 춘추전국시대 개막"내 나라를 위해서라도 꼭 잘 해내고 싶다는 생각이 듭니다"LG상사 에너지사업부를 총괄하고 있는 장현식 에너지사업부장 상무는 세계 각국의 기업들이 뜨거운 경합을 벌이고 있는 카자흐스탄에서의 광구 확보 경쟁이 마치 국가와 기업의 명운을 내건 전쟁처럼 느껴질 때가 많다고 말했다.그는 "수많은 개별 광구마다 카자흐스탄 개인 주주들이 소유권을 가지고 있고, 결국 이 지분을 매입해야 하는데, 더 많은 지분을 확보하기 위한 석유기업들의 경쟁이 매우 치열하다"고 설명했다.`중앙아시아의 사우디아라비아`로 불리는 카자흐스탄은 세계 9위 면적의 국토에 1000억배럴에 이르는 원유 매장량(세계 7위)를 보유하고 있다.이곳에서 다양한 국적의 크고 작은 기업들이 펼치는 영토 확보 전쟁은 마치 춘추전국시대를 연상케 한다. 유망한 광구를 하나라도 더 얻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현상도 벌어지고 있다. 머뭇거리다가 기회를 놓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각국의 기업들은 막대한 자금 투자도 주저하지 않고 있는 형편이다. 일례로 중국은 지난해 무려 42억달러를 투자해 카자흐스탄 석유가스공사(페트로카자흐스탄)을 인수하면서 화제가 됐다. 하지만 유가가 더 오른 지금은 오히려 싸게 샀다는 평가가 나오니 뒤늦게 땅을 치는 기업들이 많은 것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한국, 석유소비 세계 10위..자원 개발은 `소극적` 이런 점에서 우리나라의 자원개발은 다른 나라에 비해 한 발 늦은 감이 없지 않다. "우리나라는 세계 10위권 석유 소비국임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해외 유전 개발에는 꽤 소극적인 편이었어요. 하지만 앞으로는 더욱 과감하게 나갈 필요가 있습니다"곽 소장은 한국의 국영 석유기업인 석유공사에 대해 "아직 해외기업과 비교하면 민망한 수준"이라면서 이제 더욱 적극적인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현재 석유공사가 생산하는 석유는 하루 3만배럴 수준. 국내 원유 소비량(하루 220만배럴)과 비교해 매우 미미한 규모다. 미국의 엑손모빌이 하루 252만배럴, 중국의 페트로차이나(CNPC)가 235만배럴, 영국의 BP가 212만배럴의 석유를 뽑아내고 있는 것과 비교해도 지극히 부족한 양이다.이 때문에 석유공사는 오는 2013년까지 16조원을 투입해 현재의 석유 자주개발률 기존의 4%에서 18%까지 끌어올리고, 개발부문에 집중적으로 투자함으로써 2015년 세계 50위권 석유회사로 도약한다는 목표를 설정하고 있다.이러한 목표 달성의 일환으로 중앙아시아에서도 적극적인 광구 확보에 나서고 있다. 석유공사는 현재 매장량 평가 단계에 있는 카자흐스탄 아다(ADA) 광구의 지분을 LG상사와 22.5%씩 보유하고 있으며, 지난 5월에는 아제르바이잔에서 해상 이남(Inam) 광구의 지분을 인수히기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또 지난 8월에는 우즈베키스탄과 아랄해 가스전 인수계약 체결했고, 올 연말이나 내년 초 카자흐스탄 해상 잠빌(Jambil) 광구의 지분매입 협상도 마무리할 전망이다.최근 현지에서 뚜렷한 성과도 나오고 있다. LG상사는 지난 5월 카자흐스탄 아다(ADA) 광구(석유공사와 지분 22.5%씩 보유)에서 평가정 작업을 벌여 2공의 시추만으로 가채매장량 2000만배럴 수준의 원유부존 구조를 발견했다. 또 10월에는 가장 최근에 확보한 에끼즈카라(Egizkara) 광구에서 탐사정 작업을 진행, 첫번째 시추에서 석유존재 사실(석유부존) 확인에 성공했다.이 같은 성과에 힘입어 자원개발 사업을 이끌고 있는 우리 기업관계자들은 "아직 늦지 않았다"며 결의를 불태우고 있다. 세계의 자본이 맞붙은 카자흐스탄에서 아직 미미하지만 자원개발의 희망을 엿볼 수 있었다.
- `국제 공단` 인도 제조업 메카로
- [조선일보 제공] 인도 남부 최대 도시인 첸나이에서 4번 국도를 타고 남서쪽으로 1시간쯤 달리면 현대자동차·노키아·모토로라·삼성전자 등 세계 초일류 기업들의 공장과 부지가 나타난다. 1600만 평이 넘는 시프콧(Sipcot) 산업단지다. 이곳의 중심에 있는 현대차 2공장 건설현장. 12일 노란 철모를 쓴 인도인 노동자들이 철제 조립라인을 부지런히 공장 내부로 옮기고 있었다. 내년 10월 공장이 완공되면, 중국공장과 같은 수준인 연간 60만대 생산능력을 갖추게 된다. 수레쉬 쿠말 건설 사무소장은 “하루 4000여 명이 동원되며, 인도 전역에 우리 회사가 짓는 공장만도 400여 곳”이라고 말했다. 현대차 공장을 지나면 금세 35만 평의 벌판에 노란색, 검은색의 거대한 타워 크레인들이 발견된다. 2만 명을 고용할, 세계 1위 휴대폰업체 노키아의 10번째 해외 공장 건설 현장. 노키아의 한 관계자는 “첸나이 공장이 현재 노키아의 최대 생산기지인 한국 마산 공장의 명성을 곧 가져갈 것”이라고 말했다. 수십 만평 규모의 모토로라(휴대폰), 삼성전자 제2공장(가전)의 후보지들도 주변에 있다. 이미 인도는 중국을 능가해, 매달 500만 대 이상의 휴대폰이 팔리는 세계 유일의 시장이다. 인도가 ‘세계의 공장’으로 탈바꿈하고 있다. 이달 초 뭄바이의 한 금융 콘퍼런스에서 만난 필리파 맘그렌(Philippa Malmgren) 캐논버리 그룹 회장은 “중국은 제조업, 인도는 정보통신(IT)·서비스업이란 양분법은 더 이상 안 통한다”며 “인도는 첨단 기술과 서비스가 접목된 신(新) 제조업을 선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첸나이엔 이밖에도 미·일의 대표적인 자동차 업체인 포드와 미쓰비시 공장, 부품업체 비스테온, 유리 업체 생고뱅 등 세계적 제조업체들이 들어섰으며 수많은 협력업체들도 따라왔다. 현대차 협력사인 대성전기의 박성만 법인장은 “공장 부지를 확보하는 게 ‘하늘의 별 따기’ 수준”이라고 말했다.인도 대륙의 건너편인 서부의 산업도시 푸네도 대규모 공장 풍경은 비슷하다. 인도 가전 시장을 휩쓰는 LG전자 제2공장, 중국의 하이얼, 미국의 월풀 등 세계적 가전업체들이 이곳에 있다. 삼성전자 서남아 법인장 오석하 전무는 “인도의 TV 수요는 2010년까지 연간 1200만대 정도로, 이 중 30%만 차지해도 400만대”라고 말했다. 한국의 연간 TV 시장은 200만대. IIT(인도공과대학) 마드라스의 가네쉬 교수(경영학)는 “인도에 들어서는 생산 기지는 ‘달리는 코끼리’ 인도에 가해지는 채찍과 같다”며 “소프트웨어 중심으로 성장한 인도가 선진기업의 공장 유치를 통해 기술이전의 효과까지 본다면 폭발적으로 성장할 수 있다”고 말했다. 콜 센터, 다국적 기업 업무의 아웃소싱(BPO) 기지로만 인식되던 인도의 ‘세계의 제조공장’ 변신(變身)은 인도 정부가 주도했다. 만모한 싱(Singh) 총리는 외국인 직접투자(FDI)액을 3년 내 150억 달러로 늘리고, 2010년까지는 500억 달러로 확대한다는 목표를 누차 강조했다. 전 세계 자동차 업체들이 소형차의 낮은 수익률로 고민하자, 인도 정부는 지난 3월 소형차 판매세를 8% 감면했다. 그러자 인도의 폭발적인 소형차 시장에 눈독을 들이던 GM·포드·BMW·다임러 크라이슬러·혼다 등 세계적인 자동차 업체들이 앞다퉈 인도 공장 증설·신축을 발표했다. 올 1분기(4~6월·회계기준)에 인도 제조업의 성장률은 11.3%. 서비스 산업 성장률(10.6%)을 앞질렀다. ‘미약한 제조업’이 인도 발전의 걸림돌이란 얘기는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 치담바람 인도 재무장관은 9일 월스트리트 저널 인터뷰에서 “내년(9% 예상) 이후 경제 성장속도가 점점 빨라져 두 자릿수를 기록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중국의 경제성장률을 능가할 수 있다는 자신감의 표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