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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명품신도시? 땅 투기하라는 소리다"
- [오마이뉴스 제공] ▲ 6월 5일 동탄면 산척리에 있는 한 가건물 상가에는 여행사, 서점, 재무건설팅 사무소의 간판이 걸려있다. 1. 한적한 시골 마을에 들어선 스키대여점·책방·여행사 경기도 화성시 동탄면 산척리. 동탄 2기 신도시 지역으로 확정된 곳이다. 이 마을에선 한 시간에 한 대밖에 없는 마을버스가 외부세상과 마을을 잇는 유일한 교통수단이다. 이곳에는 한 달 새 많은 가건물 형태의 점포들이 들어섰고, 또 들어서고 있다. 가건물에는 스키대여점은 물론 재무컨설팅 업체, 책방, 문구점, 비디오대여점, 그리고 여행사 간판이 걸려있다. 5일 오전 11시에 만난 마을 주민은 여행사를 언급하며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다 딱지를 노리고 들어온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올해 초부터 하나둘 씩 들어왔고 대부분 한 달 새 지어진 것"이라고 덧붙였다. '스키대여점'이 있다는 이유로 언론에 여러번 보도된 상가로 갔다. 스키대여점은 문이 닫혀 있었다. 주변에서 옷 수선을 하는 한 상인은 "임대료가 싼 곳을 찾아 이곳까지 왔다"고 주장했다. 또한 "딱지 받기 위해 온 사람도 있겠지만 언론에서 우리까지 다 싸잡아 몰아붙이고 있다"고 불만을 나타냈다. 길가에서 멀리 떨어진 상가에는 사람이 보이지 않았다. 여행사는 문이 닫혀 있었고 책방엔 책이 거의 없었다. 주변에서는 가건물이 한창 들어서고 있었다. 도로에는 덤프트럭과 건설자재를 실은 차량이 끊임없이 오갔다. 검은색 고급 승용차도 많이 보였다. 국세청 직원들의 모습도 눈에 띄었다. 이들은 "허가받은 내용과 실제 영업 실태를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 6월 5일 동탄면 산척리에 있는 한 가건물 형태의 서점 내부 모습. 2. "아파트가 없어서가 아니라 돈이 없어 집 못 사" 동탄 2기 신도시로 확정된 동탄면 오산리, 산척리, 중리, 송리 등에 사는 주민들은 "걱정이 앞선다"는 표정이다. 농사를 짓는 황순남(71·산척리)할머니는 "보상 몇 푼 주겠냐"며 "어디로 가야하느냐"고 말했다. 인근 골프장에서 청소를 하며 생계를 이어가는 채연숙(61·오산리)할머니도 "걱정이 앞선다"며 "여기서 쫓겨나면 이 나이에 일자리를 어떻게 구해야 하느냐"고 걱정했다. 본인 소유의 땅이 없는 사람들은 걱정이 더 크다. 산척리에 사는 은정대(65)할머니는 "신도시가 사람을 내쫓아 없는 사람은 죽어야 한다"며 우려를 감추지 못했다. "10년 째 남의 땅 800평을 빌려서 고추, 콩, 부추, 도라지, 딸기를 재배했다. 지난 4월 작물을 심을 시기에 주인이 밭 농사를 하지 말라고 했다. 집을 지어서 보상받는다고 하더라. 개발할 때까지만 해도 농사짓게 해달라고 했더니 안 된다고 했다. 뭐 먹고 살라는 말이냐? 이게 사람 사는 경우냐?" 박찬식(43)씨는 이번 발표의 정책적인 면을 비판했다. 박씨는 "'분당급 신도시', '명품 신도시'라는 것은 땅투기하라는 소리"라며 "아파트가 없어서 못 사는 게 아니라 돈이 없어서 못 산다, 신도시 정책이 잘못됐다"고 말했다. ▲ 박찬식씨는 "'분당급 신도시', '명품 신도시'라는 것은 땅투기하라는 소리"라고 주장했다. 농사나 자영업으로 생계를 이어가는 사람들뿐 아니라 이 지역에서 공장을 운영하는 사람들도 큰 시름에 빠져있다. 오산리 ㄷ철강 관계자는 "보상을 10배 해준다고 해도 여기 남는 게 낫다"며 "공장 이사하면 그 동안 일도 못하고 자리 잡으려면 시간이 많이 걸린다"고 말했다. 거래처가 멀어져 물류비가 많이 드는 건 기본이었다. 송리에 있는 복사기 부품 업체 사장은 "정부가 기업에 대한 대책도 내놓아야 하는데 대책은 없고 세무조사 이야기만 한다"며 "땅값이 올라 이미 늦었다"고 한숨을 쉬었다. 그는 이어 "신도시로 쫓아내고 세금에, 규제에 기업하기가 너무 힘들다"고 덧붙였다. 많은 사람들이 신도시에 반대하는 와중에 보상을 기대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ㅅ전자의 장아무개 관리부장은 "어차피 반대해봤자 소용없다"며 "중요한 것은 보상 문제다, 보상에 대한 기대가 있는 게 사실"이라고 밝혔다. 3. "집 만드는 신도시 때문에 원주민은 집 잃고 거지되게 생겼다" 오전 10시 반부터 저녁 7시 반까지 동탄 2기 신도시 예정 지역을 취재하는 동안 많은 사람들을 만났다. 그들은 이 지역을 삶의 터전으로 삼고 있는 농민, 자영업자, 제조업체 관계자와 노동자 등이었다. 다음은 이날 만난 사람들과의 인터뷰 내용을 정리했다. ▲ 황순남 할머니는 "보상 몇 푼 주겄슈? 보상이 나와도 걱정이야, 촌에서 농사짓는 사람들은 갈 데가 없어"라고 말했다. 황순남(71·농업·산척리) "29 마지기 땅에 논농사와 함께 텃밭에 콩·고추 농사 등을 짓는다. 겨우 먹고 살고 있는데 (신도시 발표로) 어디로 가야하느냐. 보상 몇 푼 주겠느냐? 보상이 나와도 걱정이다. 촌에서 농사짓는 사람들은 갈 데가 없다. 90 먹은 노인네와 같이 살고 있는데 이 노인네를 끌고 어디로 가겠느냐?" 홍진호(35·제조업체 사원·중리) "동탄신도시 무주택 청약 1순위로 분양을 받았었다. 34평에 3억이었다. 하지만 초등학생과 4살짜리 아이들이 있는 월급쟁이로서 2억원 대출 받아 갚을 엄두가 안 났다. 신도시가 생겨나면 지금 살고 있는 중리에서 쫓겨나야 한다. 살 여건이 안 된다. 꿈도 못 꾼다." 박찬식(43·제조업체 과장·경기 오산시) "'분당급 신도시', '명품 신도시'라는 것은 땅투기하라는 소리다. 정부가 투기 판을 벌려 놓은 거다. 돈 있는 사람들만의 얘기다. 아파트가 없어서 못 사는 게 아니라 돈이 없어서 못산다. 임대아파트를 지어야 한다. 오산 쪽 아파트 지역에는 청약저축 부어서 청약 들자고 난리다." 산척리 주민(익명 요구) "살던 사람들까지 명품 만들어주나? 원주민들 삶의 터전을 잃는 거다. 어르신들 시내에서 적응 못한다. 이제 와서 세무조사 하면 뭐하나? 다 끝나고 나서 하면 뭐하냐? 벌써 땅값 다 올랐다." 복사기 부품 생산 업체 관계자(익명 요구) "수원의 땅값이 비싸 2000년에 이곳으로 내려왔다. 그때 거래하던 삼성이 해외로 빠져나가 어려웠다. 겨우 버티다가 작년부터 후지 제록스에 납품하면서 조금씩 나아졌다. 그런데 이 지역이 신도시에 들어간다니까 완전히 골탕 먹이는 것 같다. 설비가 고가인데 이전하면 정확성이 떨어진다. 몇 개월 동안 불량률이 높아지는 등 눈에 안 보이는 손실이 많다. 기흥에 있는 거래처도 멀어진다. 요새 잠도 못자고 있다. 정부 대책은 없고 세무조사 얘기만 나오고 있다. 신도시로 쫓아내고 세금에 규제에 너무 힘들다." 은정대(65·농업·산척리) "10년 째 남의 땅 800평을 빌려서 고추, 콩, 부추, 도라지, 딸기를 재배하고 있다. 지난 4월 작물을 심을 시기에 주인이 밭 농사를 하지 말라고 했다. 집을 지어서 보상받는다고 하더라. 개발할 때까지만 해도 농사짓게 해달라고 했더니 안 된다고 했다. 없는 사람들은 어떻게 먹고 살아야 하나? 주인은 800평만 보상 나와도 부자 아니냐. 신도시 짓는다며 남의 밭뙈기 빌려 먹고사는 사람 내쫓고 있다. 이게 사람 사는 경우냐? 있는 사람만 사는 세상이냐? 없는 사람은 다 죽어야한다. 10년 동안 작물 심어 나눠 먹은 사람들이 신도시 발표난다고 이럴 수가 있느냐? 정부에서는 확실히 누가 밭을 지었는지 확인한 후 보상해줘야 한다." ▲ 산척리에 사는 은정대 할머니는 "신도시가 사람을 내쫓아 없는 사람은 죽어야 한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유령점포' 장판가게 상인(익명요구) "세입자들이 얼마나 받겠나? 왜 그렇게 난리인지 모르겠다. 정당하게 허가 받고 장사를 하고 있다. 우리한테 '왜 장사하느냐'고 물어보면 속 터진다. 가게를 창고로 쓰고 보통 차떼기로 물건을 판다. 이곳은 보증금 500만원에 월세가 30만원이라 시내에 비해 매우 싸다." '유령점포' 옷 수선 가게 상인(익명요구) "동탄신도시는 보증금 5000만원이다. 하지만 이곳은 동탄신도시에서 겨우 10분 떨어져있는데 가격은 1/10이상 싸다. 합법적으로, 먹고 살려고 들어왔다. 기자들이 확실한 것만 기사로 써야 하는데 아닌 것까지 싸잡아 몬다. 옷 수거해서 이 곳에 와 수선한다. 문 닫고 옷 수거하러 가려고 하는데 갑자기 기자들이 와서 '유령점포다', '문 닫고 뭐하느냐'라고 할까봐 못 나가고 있다. 또한 계속해서 카메라 들이대니까 괜히 사무실이나 정리하고 있다. 딱지 노리고 온 사람들도 있겠지만 난 아니다." 오산리 주민(익명 요구) "원주민들 거의 다 반대다. 여기 땅 거의 다 외지인이 샀다. 오산 3리 140가구 중에 논 있는 사람은 5가구 밖에 안 된다. 2/3은 세입자다. 얼마나 보상을 해주겠나? 여기 가건물이 계속 생겨나고 있다. 이거 보상해주려면 분양가는 계속 오를 것이다. 원주민들 중에 몇 명이나 입주할 수 있겠나? 다들 쫓겨나는 거다. 집 만드는 신도시 때문에 원주민은 집 잃고 '거지'되게 생겼다. 근처 골프장을 수용 안하는 이유를 모르겠다. 골프장에 얼마나 많은 아파트를 지을 수 있는데 그거 놔두고 왜 주민들 땅 수용하느냐!" ㄷ철강 관계자(익명 요구) "보상은 상관없다. 공장 이사하는 게 아파트와 수준이 다르다. 전기 등 기반시설 마련하려면 엄청나다. 그 동안 일도 못하고 자리 잡으려면 시간이 걸린다. 거래처가 멀어져 물류비가 많이 든다. 주변 땅값도 올라 구석구석으로 쫓겨난다. 보상이 10배가 나온다고 해도 여기 남는 게 낫다. 이 주변 허가를 왜 내주는지 모르겠다. 사실 여기 신도시 발표 몇 년 전부터 개발될 거라는 얘기가 있었다. 그 얘기 모르면 간첩이다. 정부가 부동산 정책을 통해 집값 낮춘다고 하는데 여기는 이미 투기가 다 끝났다." ▲ 동탄 2기 신도시로 지정된 화성시 동탄면 오산리 일대 모습.
- (인터뷰)한진重 박규원 사장 "어떤 배도 다 만듭니다"
- [수빅(필리핀)=이데일리 박기수기자] "이제는 리미트(제한)가 없어졌습니다. 부산 영도조선소는 기술력은 있지만 입지가 좁습니다. 이제는 (수빅조선소의 부지가 70만평에 이르기 때문에) 어떤 크기의 배도 만들 수 있습니다" ▲ 박규원 사장이 수빅조선소 본사에서 인터뷰하고 있다.5일 오후 필리핀 수도 마닐라로부터 네 시간 가량 쉼없이 차로 달려간 곳에 위치한 수빅조선소의 첫 블록(선박 철재구조물) 생산 기념식. 작달막한 키에 검게 그을린 박규원 한진중공업 사장의 목소리엔 힘이 넘쳐 있었다. 지난 1월15일부터 필리핀에 사실상 상주하고 있는 박 사장은 내년 6월 4300TEU(20피트 컨테이너 4300개를 실을 수 있는 규모)급 선박이 제대로 건조될 때까지 수빅조선소에 사실상 '올인'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박 사장은 "여러 선주들이 수빅조선소가 착공되기도 전에 선박 건조를 맡겼는데, 그런 신뢰에 보답하기 위해서는 영도조선소와 동일한 품질의 배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그렇게 하려면 한시라도 고삐를 늦춰서는 안된다"며 향후 1년간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때문에 수빅조선소에 근무하는 직원들에게 '골프 금지령'을 내렸다. 자신도 골프를 좋아하지만, 모든 열정을 첫 배가 제대로 나오는 데 쏟으라는 의미에서다. 특히 한진 직원들이 현지 직원들에게 빨리 용접기술 등을 전파해 현지화에 뿌리낼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최근 국내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기술유출 등의 우려에 대해서는 한마디로 "노(NO)"라고 했다. 중국처럼 우리나라를 바짝 따라오는 나라 같으면 문제가 되겠지만, 필리핀의 경우 조선 분야는 황무지 수준이다. 모든 것을 한진중공업이 리드하는 만큼 기우라는 설명이다. 하지만 혹시라도 있을 문제에 대해서는 미리 대비해놨다. 많은 돈을 들인 기능공들이 해외로 빠져나갈 경우에는 큰 손실이기 때문이다. 박 사장은 "대통령령에 따라 한진에서 일한 기능공이 해외로 나갈 때는 출국신고시 한진의 허가를 받도록 했다"며 매우 특별한 케이스라고 했다. 수익과 연결되는 생산성 향상에 대해서는 원칙론을 강조했다. "국내 인력의 30% 수준인 현지인력의 생산성이야 가능한한 빨리 영도 수준으로 맞추면 좋지 않겠습니까.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생산성보다도 원칙입니다. 현지인들에게 원칙대로 일하는 방법을 가르치고 했습니다. 그게 습관이 되면 저절로 생산성을 따라오게 돼 있습니다" 필리핀의 장점에 대해서는 인건비와 언어로 요약했다. 박 사장은 "여기는 사람을 송출해서 먹고 사는 나라다. 인건비가 매우 저렴하고 인력이 풍부하다"며 "영어로 의사소통이 강하기 때문에 국내 인력이 쉽게 현지인들을 가르칠 수 있다"고 답했다. 필리핀 교사는 월 5000~6000페소(약 10만~12만원)를 받고, 한진중공업에 취업한 수습기능공은 8500페소를 받는다. 지난 1898년부터 1946년까지 50년 가까이 미군 지배하에 있었던 탓에 대부분 영어로 의사소통이 가능하다. 향후 조선시황에 대해서는 조심스러우면서도 대체로 밝은 전망을 내놓았다. 박 사장은 "최근 10년간 업황이 계속 좋았고, 케이프사이즈급 배가 4000만달러에서 8000만달러로 올랐다"며 "세상이 우리가 경험했던 것보다 매우 빠르게 바뀌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나라간의 자유무역이 엄청 늘고 있고, 그런 효과로 물동량이 늘고 선박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며 "앞으로 중국 경제는 다소 둔화대 물동량이 줄겠지만, 이를 자유무역이 커버할 것으로 보여 전반적으로 조선업은 괜찮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국내와 필리핀의 역할 분담에 대해서는 "영도에서는 입지 크기를 고려해 중형선과 특수목적선 등을 중심으로 하고, 여기에서는 대형선 위주로 확장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한진중공업은 이미 극초대형선인 1만2800TEU급의 컨테너이선을 수주해놨다. 도크가 작은 영도조선소에서는 불가능한 규모다. 양쪽에서 만드는 선박의 크기가 다르지만, 같은 크기의 배를 만든다고 보면, 영도에서는 연간 20척을, 수빅에서는 40~50척을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박 사장은 아울러 수빅경제자유구역내 기업의 법인세 감면 등의 장점을 설명하고, 향후 국내 기자재업체의 현지 진입을 유도할 계획이다. 한진중공업 자체적으로도 추가적인 사업 확대에 나설 것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 잭 웰치요? No! No! No!
- [조선일보 제공] 사진=린다 시세로 미(美) 스탠퍼드대 뉴스서비스 에디터 '하위 10% 직원을 내보내라.''항상 점검하고, 체크하라.''세계는 인재전쟁, 엄청난 돈을 들여서라도 최고의 인재를 데려오라.''매섭고 강인하며 카리스마 넘치는 지도자가 승리한다.'오늘 많은 경영자들이 신봉하는 이런 비즈니스 상식들은 그의 검증 앞에서 무참하게 짓밟힌다. 제프리 페퍼(Jeffrey Pfeffer) 미국 스탠퍼드대 교수. 세계 경영학계에서 그의 이름은 넘기 힘든 무게와 높이를 지닌다. 조직행동·리더십·인사관리 등 경영학 핵심영역의 세계 최고 대가로 '휴먼이퀘이션(Human Equation)' '왜 지식경영이 실패하는가(The Knowing-Doing Gap)' '숨겨진 힘(Hidden Value)' '사실(Hard Facts)' 등 11권의 책을 썼고, 주요 국제학술지에 110편의 논문을 발표했다.그는 상식으로 간주되는 전통의 경영이론에 '자료'와 '증거'를 바탕으로 검증의 칼을 들이댄다. 기계처럼 인간을 다루는 신(新)자유주의적 경영방식이 집중적으로 그의 심판을 받아왔다. '해고(lay off)'와 '비용절감'이 경영자의 능력으로 평가되는 경영관행에 그는 “대체 어떤 근거로 그걸 믿고 있느냐”고 반문한다.페퍼 교수는 “데이터를 바탕으로 들여다보면 기업의 기술적 우위는 오래가지 않으며, 기업의 규모는 늘 과장되게 평가돼 있다”고 단언한다. 사우스웨스트항공, 싱가포르항공, 도요타자동차, 커머스은행(Commerce Bank) 등은 모두 시장에 맨 처음 진입한 기업도 아니고 가장 덩치가 큰 회사도 아니지만 최고의 수익을 자랑하고 있다는 것이다. ■ 경영귀재 잭 웰치를 혼낸 ‘Mr. 쓴소리’ 페퍼 교수는 오는 6월14일 한국왓슨와이어트 리더십센터 초청으로 방한(訪韓)할 예정이다. 방한을 앞두고 그는 스탠퍼드대 경영대학원 ‘리틀필드’ 건물의 회의실에서 위클리비즈와 단독인터뷰를 가졌다. 인터뷰에서 그는 신(新)자유주의적 경영의 상징인 잭 웰치 GE 전(前) 회장을 원색적으로 비난했다. 그는 잭 웰치의 강제배분평가방식(forced ranking system·직원을 상·중·하로 평가해 하위 10%를 내보내는 방식)에 대해 “그 방법이 효과적이라는 것을 입증하는 어떤 체계적인 문서로 표현된 리서치도 발견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는 “잭 웰치의 GE는 혁신(innovation)과는 거리가 멀며, 기본적으로 다른 회사를 사들여 큰 회사”라며 GE가 수년 전 화학물질을 뉴욕 허드슨강에 불법 방류하는 바람에 엄청난 벌금을 물었던 사례도 들었다. 그가 쏟아내는 잭 웰치에 대한 비난이 다소 부담스러워 ‘그래도 잭 웰치는 카리스마가 있는 지도자가 아니냐’고 물었더니, 그는 “직접 본 적이 있느냐”고 되물었다. 페퍼 교수는 “잭 웰치가 위대한 리더라는 어떤 증거(one piece of evidence)도 없다”며 “그는 매우 언론플레이를 잘하는 대리인(press agent)을 갖고 있을 뿐”이라고 잘랐다. 그는 전 세계의 경영자들이 ‘잭 웰치가 했으니 우리도 한다’ ‘잭 웰치가 성공했으니, 우리도 그렇게 하면 성공할 거다’는 식으로 맹목적으로 따라 하는 것에 대해 “터무니없는 논리(lousy reasoning)”라고 일축했다. 그는 “잭 웰치가 하버드비즈니스리뷰 에디터와 부적절한 관계를 가졌는데, 그렇다고 여러분이 똑같이 한다고 해서 (기업이) 성공하는 것은 아니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그는 학문적으로 끊임없이 도전하며, 그의 메시지를 직접적이고 간결하게 전달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스탠퍼드대 경영학과의 원로교수 중 하나인 찰스 오라일리 교수는 “그의 도전은 불편하지만(uncomfortable), 악의적(mean)이지는 않다”고 말했다. ■ “기업이 성공하려면 살맛 나는 직장 만들어야” 그는 비상식이 상식이 되어가는 비즈니스의 관행을 풍부한 사례와 근거를 들어가며 비판했다. 가령, 조직구성원들의 창의성을 살리고, 몰입(commitment)하도록 유도하는 직장을 만들려면 고용의 안정성이 필수적이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고용의 안정성을 해치는 대신 유연성을 확보하려는 기업들이 다운사이징과 구조조정을 일삼고, 이게 오히려 기업 경쟁력 회복의 원천으로 간주되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많은 기업들이 단기적인 성과를 위해 장기적으로 조직에 치명적인 문제를 일으키는 처방을 남발하는 것을 안타까워했다. 페퍼 교수는 이제는 기술이 매우 빠른 속도로 진화하고 있어 특허의 경제적 수명은 더욱 단축되고 있고, 시장에 맨 먼저 진입했다고 해도 곧바로 다른 기업의 추격을 받는다고 분석하고 있다. 아마존(Amazon)이 온라인으로 책을 팔겠다고 결정한 첫 번째 기업이 아니며, ‘화이자(Pfizer)’의 대박상품인 ‘스탭(stab·분무형 인슐린 약)’ 역시 먼저 개발한 회사가 있었다는 것이다. 그는 “결국 현대 기업은 제품과 서비스를 일상적으로 재창조(reinvention)해야 하는데, 이는 결국 인적자본(human capital)과 이를 구축하는 인프라에 달려 있다”고 단언했다. 페퍼 교수는 구글의 에릭 슈미트 회장의 인터뷰를 예로 소개했다. 슈미트 회장에게 핵심전략이 뭐냐고 물었더니, 곧바로 “기본적으로 좋은 인재를 확보하고 유지하면서 그들을 풀어놓는 것(turn them loose)”이라고 대답하더라는 것이다. 직원들의 잠재력을 끌어내 탁월한 성과를 거둔 사우스웨스트항공(Southwest Airlines)과 시스코시스템스(Cisco Systems), 사양산업인 남성용 의류산업에서 인력개발에 집중투자함으로써 지속적인 성장을 거둔 멘즈웨어하우스(Men’s Warehouse), 소프트웨어업계의 관행인 스톡옵션제도와 인센티브를 제공하지 않고도 놀라운 성과를 거둔 에스에이에스 인스티튜트(SAS Institute)…. 그는 이들 기업에 공통적으로 적용되는 성공 열쇠를 ‘인간중심전략(human-centered strategy)’이라고 정의한다. 살맛 나는 직장, 신바람 나는 일터를 만드는 게 비결이라는 얘기다. 페퍼 교수는 “10년 동안 사두면 돈이 되는 주식을 찾는 비밀을 알려주겠다”며 “포천(Fortune) 선정 ‘일하고 싶은 100대기업’을 골라서, 앞부분의 리스트에 오른 기업을 사두면 실패하지 않는다”고 장담했다. 이 대목에서 경영학의 대가는 더욱 단호해졌다. “재무제표요? 볼 필요도 없죠.” ‘경영이론의 영원한 검증자’ 페퍼교수가 풀어내는 ‘인간냄새 나는 경영의 세계’로 안내한다. 페퍼 교수는 인터뷰 내내 거침이 없었다. 민감한 답변이 나와 재차 확인하려고 하면 어김없이 “틀림없다(absolutely)”고 못박았다. 페퍼 교수는 특히 잭 웰치 GE 전(前) 회장을 직설적으로 비판했다. 일부 심한 표현도 있어, 그 부분은 부득이 완화했다.■ 새로운 성장엔진은 사람에게서 나온다―한국기업들의 현안은 지속 가능한 성장을 앞으로 어떻게 끌고나갈 수 있느냐 하는 겁니다. 새로운 성장엔진을 찾아 상품개발과 혁신을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아직 뚜렷한 해답을 찾고 있지는 못합니다. 교수님은 인간중심 전략(human-centered strategy)의 중요성을 강조하십니다. 지속가능한 성장에 이 전략이 도움이 되는 건가요.“기술개발이 어디서 오는지 생각해봐야 합니다. 기술개발은 사람들의 마인드셋(mindset)에서 나오지 다른 데서 나오는 게 아닙니다. 2년 전 산업자원부 주최 국제회의에 참석해서 글로벌기업들이 역외생산(offshore)과 연구개발(R&D) 입지를 선정할 때 어떤 것을 고려하는지에 대해 얘기한 적이 있습니다. 세금이나 리베이트, 금융지원 등을 보고 입지를 선정하지 않습니다. 사람(people)을 보고 결정하죠. 실리콘밸리의 성공스토리는 낮은 노동비용과 생활비 등에 기인한 게 아닙니다. 가장 좋은 교육기관들을 갖고 있고, 전세계의 우수한 인재를 이민자로 받아들일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결국 인재가 핵심이라는 얘기군요.“그렇습니다. 성공하는 기업과 경제의 비밀은 좋은 인재를 끌어들이고 유지하는 데 있습니다. 구글의 에릭 슈미트 회장에게 핵심전략이 뭐냐고 물으면, 기본적으로 좋은 인재를 확보하고 유지하면서, 그들을 풀어놓는 것(turn them loose)이라고 말합니다. 그들의 재능과 기술을 이용해서 새로운 제품과 서비스를 만들어 회사를 성공으로 이끄는 것이지요. 상식을 바탕으로 세계를 들여다보면서 한국을 생각해보면, 한국은 선진경제로 진입해 있습니다. 저임금으로 방글라데시 같은 곳과 경쟁할 수는 없습니다. 결국 혁신과 제품서비스의 질에 집중할 수밖에 없고, 그것은 어떻게 사람을 경영하고 유지하느냐에 달린 것입니다.”―창조적인 잠재력(creative potential)을 최대한 끌어내라는 것이군요.“그렇죠. 사람들은 기본적으로 창의적입니다. 그런데 회사는 직원들의 창의력을 구속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창의적이되 실패해서는 안된다’ ‘창의적이되 예산을 맞춰라’ ‘창의적이되 다른 사람들이 하는 것을 해라’…. 기업의 경영진은 관행적으로 직원들의 창의력에 제약을 가하죠. 의사들이 하는 히포크라테스 선서의 첫째는 ‘해를 끼치지 말라(do no harm)’입니다. 사람들의 창의력을 끌어내기 위해서는 그런 관행들을 삼가야 합니다.”―새로운 비즈니스모델을 만들어내거나, 영속하는 기업을 만들어낸 CEO들을 많이 만나고 연구해 오셨습니다. 이런 CEO들에게서 보이는 공통적인 특징이 있습니까.“애플의 스티브 잡스와 오라클의 래리 앨리슨은 매우 예외적인 경우입니다만, 다른 대부분의 경우 성공한 CEO에게서 공통된 특징을 발견합니다. 그들은 최우선 순위를 기업문화를 세우는 데 둡니다. 기업문화를 제대로 세우면, 나머지는 따라온다는 거죠. HP 전성기의 빌 휴렛과 데이비드 패커드가 이런 경우죠. 구글의 래리 페이지와 몇 년 전 점심을 한 적이 있죠. 그때 래리 페이지는 회사가 성장할 때 가졌던 마치 대학교 같은 문화를 상장 후에도 유지하는 문제를 집중적으로 애기했어요. 인텔의 앤디 그로브가 얘기하는 ‘건설적 마찰(constructive confrontation)’ 문화도 마찬가지입니다. 진실을 얘기하고, 다른 견해를 듣는 것이죠.”―혁신적인(innovative) 문화 같은 무형의 자산이 놀라운 기술보다 선행되어야 한다고 정말로 믿는 건가요.“물론입니다. 기술은 오고 가는 겁니다. 기술적 우위는 그리 오래 유지되지 않습니다. 아마존이 책을 온라인으로 팔겠다고 결정한 첫번째 기업이 아니고, 화이자는 스탭(stab·분무형 당뇨병 치료제)을 시장에 첫번째로 들고 나온 기업이 아닙니다. 시장에 첫번째로 나올 필요가 없는 거죠. 특허의 경제적 수명은 단축되고 있습니다. 기업은 제품과 서비스를 일상적으로 재창조해야 하는 겁니다. 결국 일상적으로 이 일을 할 수 있느냐는 인간자본(human capital)과 이걸 구축하는 인프라에 달려있습니다.” ■ 진실을 말하는 CEO가 드물다―교수님은 여러 책을 통해 인간중시 경영에 성공한 여러 CEO들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소프트웨어업체인 SAS의 짐 굿나이트, 사우스웨스트 항공의 허브 켈러허 등이 자주 등장합니다. 이런 CEO들은 잭 웰치와 같은 리더, 교수님의 표현대로 하면 과장된 카리스마 타입의 리더와 어떻게 다른가요.“카리스마를 갖춘 리더가 될 필요가 없습니다. 라키시 쿠라나(Rakesh Khurana)가 쓴 ‘기업 구세주를 찾아서(Searching for a corporate savior)’나 짐 콜린스의 ‘좋은 기업을 넘어 위대한 기업으로’에서 잘 나타나 있습니다. 좋은 리더는 나대거나(high profile), 카리스마를 가질 필요가 없습니다. 포천 매거진 커버에 사진이 나오는 걸 조심해야 합니다. 운동선수들이 ‘스포츠 일러스트레이티드’에 등장한 뒤 좋지 못한 일이 생기는 걸 두고 ‘스포츠 일러스트레이티드 저주(curse)’라고 합니다. ‘포천 매거진 저주’도 있을 수 있어요.”―아무튼 좋은 리더들이 갖는 공통점은 어떤 게 있나요. 리더십 스타일이든 개인 성격이든….“좋은 리더들은 두세 가지 간단한 특징을 갖고 있는데, 이런 특징을 갖춘 사람들이 매우 드뭅니다. 첫째는 진실을 말하는 것입니다.”―진실을 말하는 것은 쉬운 게 아닌가요. CEO로서 진실을 말하는 게 어려운 건가요.“그렇습니다. 어려운 일입니다. 대부분의 CEO는 속입니다(spin). ‘요즘 어떠냐’고 물으면 ‘매우 잘하고 있다’거나 ‘우리는 감원(lay off)을 하지 않을 거다’는 식으로 말하죠. 갤럽의 조사에 의하면, 미국과 영국에서 직원들의 50~60%, 어떤 경우에는 3분의 2가 고위경영진을 신뢰하느냐는 질문에 ‘노(no)’라고 대답했습니다. ‘그들이 거짓말하는지 어떻게 아느냐’고 물으면 경영진은 직원과 고객, 투자자들을 늘 속인다고 답하죠.”―그런데 좋은 리더들은 진실을 말한다는 거군요.“그렇죠. 좋은 리더의 두번째 특징은 자기가 모를 때 꾸미지(make it up) 않는다는 거죠. 그걸 인정하는 거죠. 모르면 일어나서 당당하게 ‘모른다’ 혹은 ‘확실하지 않다”고 말하는 특징을 가지고 있죠.”―세번째 특징은 뭔가요.“매우 사람 중심(people-centered)의 핵심 가치체계를 갖고 있다는 거죠.”―정직하다는 것이 듣기에는 훌륭하지만, 이것만으로 성공적인 CEO가 될 수 있는 것은 아니잖습니까.“정직한 게 필요합니다. 정직하지 못하다면 성공적인 CEO가 될 수 없습니다.”―한국적인 문화를 고려하면, 한국의 CEO들이 정직하기는 어려울 수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때에 따라서 거짓을 말해야 하는 압력을 받고 있는 한국의 CEO들에게 어떤 조언을 해주시겠습니까.“그런 압력을 극복해야 합니다. 한국은 역사적으로 권력의 위계가 분명한(power distance) 문화를 갖고 있습니다. 한국과 한국기업이 세계적인 경쟁력을 가지려면 변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교수님은 논문과 책을 통해 리더들이 해야 할 것과 하지 말아야 할 것에 대해 얘기하셨지만, 중간관리자나 추종자가 해야 하는 일에 대해서는 별로 말하지 않으셨는데요.“마찬가지입니다. 진실을 말하고, 모르면 모른다고 말하고 도움을 구해야 합니다. 그리고 아래 직원들을 포함시켜 결정을 내려야 합니다.”■ 평범한 사람들에게서 비범한 결과를 끌어내라―교수님은 리더십에 관한 전통적인 이론에 도전한 첫째 학자였죠. 지금도 리더십이 (기업의 성과에) 별 큰 차이를 주지 못한다고 생각하십니까.(그는 1977년에 쓴 논문을 통해 이런 주장을 한 바 있다.)“(그가 쓴 논문을 상기시키자, 손을 내저으며) 압니다, 기억합니다. 나쁜 리더십은 기업에 엄청난 해악을 끼칩니다. 하지만 좋은 리더가 혼자서 기업을 구할 수 있다고는 생각지 않습니다. 반면 나쁜 리더는 많은 사람과 유능한 인재를 기업에서 쫓아냅니다. 좋은 인재가 많이 남아있지 않으면 성공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죠. 나쁜 리더는 이런식으로 많은 해악을 끼치게 되는 거죠.”―써튼 교수가 ‘또라이 제로 조직’이라는 책에서 말한 ‘또라이(asshole)’라는 얘기죠.“그렇습니다.”―많은 기업들이 유능한 CEO들을 끌어들이기 위해 많은 돈을 쓰고 있는데….“실수하고 있는 겁니다. 여기에는 많은 증거가 있습니다. 부즈 앨런 해밀턴의 최근 보고서를 보면 무엇보다 이렇게 비싼 돈을 들여 영입한 CEO들의 대부분이 오래가지 못해요. 이런 경향은 아시아 유럽 등에서도 시작됐습니다. 평균 재임기간이 5~6년에 불과해요. 그런데 왜 이렇게 많은 돈을 들여서 영입해야 하죠? 도요타에서 10년간 일하다가 최근 미국 트럭회사에 영입된 고위간부를 만나서 ‘도요타에서 뭘 배웠냐”고 물었더니, ‘그 친구들이 영리하지(smart) 못해요. 그게 성공의 비밀이죠’라고 말하더군요. 시스템으로 움직인다는 거죠. 평범한(ordinary) 사람들이 비범한(extraord inary) 결과를 만들어내고 있는 겁니다. 반면 다른 많은 기업에서는 비범한 사람들이 아무 결과도 못 내고 있어요. 중요한 것은 시스템과 관행입니다. 능력있는 개인과 영웅을 보유하고 있느냐가 아닙니다.”■ 창조성을 관리할 생각 말고, 직원들에게 자유를 줘라―한국기업들이 잠재적 창조역량을 최대화할 수 있는 손에 잡히는 아이디어를 좀 주시죠.“의사결정 권한을 아래로 내려보내야 합니다. 중앙에 권한이 덜 집중되어야 하는 거죠. 창조성을 관리(manage)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창조성은 대부분 밑에서부터 위로 올라오는 것이에요. 재능있고 똑똑하고 잘 교육된 사람들을 뽑아, 그들이 기술(skill)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구글의 예를 들어보죠. 구글은 어떤 종류의 서비스를 도입할지를 놓고 투표를 합니다. 내부시장(internal market)을 형성하는 거죠. 또 구글과 코닥은 종업원들에게 어느 정도의 자유시간을 줍니다. 공식적인 회사 일 이외에 자기가 정말 하고 싶은 일을 하도록 하는 거죠. 그것이 바로 그들이 경쟁력을 유지하는 비결입니다.”―자유방임적인 리더십이 지시를 내리고 카리스마를 발휘하는 리더십보다 낫다는 얘긴가요.“그렇습니다. 하지만 아무 것이나 괜찮다는 자유방임은 아닙니다. 만약 핵심가치를 위반하거나 고객과 동료직원에 대해 적절치 못한 태도를 보인다면, 해고돼야 합니다. 하지만 조직 내 사람들의 재능과 지식과 아이디어를 사용하는 데는 매우 개방되어야 하는 거죠.”■ 앨빈 토플러와의 논쟁―2년 전 한국을 방문했을 때 미래학자 앨빈 토플러와 논쟁을 벌이셨죠. 당시 미래를 예측하는 것은 동전을 던지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하셨는데, 지금도 미래를 예측하는 것에 대해 비판적이신가요.“사람들이 미래를 예측할 수 있다는 증거가 별로 없습니다.”―그럼 미래를 예측하려고 하는 것은 완전한 시간낭비라는 얘긴가요.“아뇨. 미래를 예측하는 데 돈을 지불하면서 즐기려는 수요가 있으니까요. 다만 MIT의 다이내믹스 연구소에 따르면, 미래를 예측하는 데 시간을 낭비하는 대신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빨리 파악해서, 재빨리 대응하고 배우는 게 훨씬 성과가 좋습니다.”―2년 전 한국에 왔을 때 한국정부가 내놓은 미래 비전에 대해 비판하신 적이 있습니다. 근거가 약하다고…. 정부가 미래 비전을 말하는 것도 부질없는 겁니까.“비전을 세우는 것은 좋은 거죠. 미래예측(forecasting)과는 다른 겁니다. 미래에 뭐가 되고 싶다는 열망이며, 그곳에 어떻게 도달할 것이며 어떤 단계를 밟아야 하느냐는 것입니다. 매우 중요한 겁니다.”―이렇게 빨리 변화하는 정보화시대에 한국정부는 어떻게 해야 합니까.“한국정부는 국민을 교육하고 훈련하는 데 투자해야 하고, 노동시장을 개방해야 합니다. 싱가포르 정부가 효과적인 것은 적절한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거시정책을 통해 기업들이 미시적으로 글로벌 마켓에서 보다 경쟁력을 가질 수 있도록 한 것입니다.” ■ ‘일하기 좋은 기업’이 좋은 기업―좋은 예가 될 수 있는 위대한 회사는 어떤 곳이 있는가요.“사우스웨스트항공, 싱가포르항공, 구글…. 포천지의 일하고 싶은 회사 100개를 보면 됩니다. 이들은 다른 기업들의 성과보다 훨씬 좋습니다.”―사람 중심의 전략을 믿고 계신 것 같네요.“나는 아무 것도 믿지 않습니다. 나는 과학자입니다. 데이터를 들여다볼 뿐입니다. 웹사이트에 가서 가장 일하고 싶은 100대 기업 가운데 첫번째 페이지에 나오는 기업들의 주식을 사서 10년간 들고 계세요. 다른 주식보다 수익률이 훨씬 좋을 겁니다.”―그럼 심지어 재무보고서 등도 들여다볼 필요가 없다는 건가요.“물론입니다.” ―한국의 대기업 CEO를 위해서 조언해 주신다면.“상식을 사용하라는 겁니다. 그런데 이게 드물어요.”―좀 더 구체적으로 말씀해 주시죠.“관찰(observation)에 근거하라는 겁니다. 어느 책에서 봤다고, 혹은 GE가 했다고 따라하는 것은 곤란합니다. 사실과 증거에 주의를 기울이세요.”―교수님이 말하는 인간중심 전략을 위해서는 구체적으로 어떤 관행을 도입해야 하나요.“직원들을 훈련시키는 데 투자하세요. 그들이 훈련에서 배운 기술(skill)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구체적으로 어떤 훈련이 필요합니까.“이론훈련(class training)과 현장훈련(on the job training)이 모두 필요합니다. 사람들에게 필요한 기술(skill)을 훈련시키는 가장 좋은 방법은 일을 주는 겁니다. 그래서 그런 기술을 발전시키고 자신감을 갖도록 하는 거죠. 피아노를 가르치는 가장 좋은 방법은 피아노를 주고, 연주하게 하는 겁니다.”―이미 많은 기업에서 하고 있는 것 아닙니까.“그럴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실제로 기업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을 관찰해 보세요. 경기가 안 좋을 때 맨처음 하는 일이 훈련비용을 줄이는 거죠. 또 많은 기업들이 직원들에게 ‘뭘 하라’고 지시하는 바람에 직원들이 훈련을 통해 배운 것을 써먹을 기회를 박탈하고 있습니다.”―그렇게 간단한데, 왜 많은 기업들이 따라하지 못하는 겁니까.“영문 3글자로 말하면 ‘자아(ego)’ 때문입니다. CEO의 자아 때문입니다. ‘CEO가 그렇게 하라고 했다’ ‘CEO의 결정은 거기에 참여한 수백명의 사람보다 뛰어나다’….”―이런 강한 자아의 문제가 중간관리자에게도 있는가요.“물론입니다. 조직의 위부터 아래까지 다 해당됩니다. 이런 문제가 없는 기업이 성공합니다.” "잭 웰치가 위대하다는 증거를 대라""그는 언론플레이에 능한 대리인이 있을 뿐"페퍼 교수는 잭 웰치 GE 전(前) 회장(사진)에 대한 세간의 평가를 참지 못했다. 그를 영웅시하는 비즈니스계의 관행과 미디어의 태도, 그를 모방하려는 시도에 대해 단호하게 ‘노(no)’라고 말했다. 세계 경영학계의 거목이 비즈니스계의 영웅 취급을 받는 CEO를 직설적으로 비판한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다음은 잭 웰치에 대한 페퍼 교수의 공격을 일문일답으로 정리한 것이다.―GE의 잭 웰치는 가장 카리스마 넘치는 리더 중의 한 명으로 꼽히죠. 직원을 A, B, C로 나눠 하위등급 직원을 탈락시키는 강제배분평가방식(forced ranking system)을 포함해 그의 리더십 스타일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십니까.“잭 웰치는 매우 언론플레이를 잘하는 대리인(press agent)을 갖고 있을 뿐입니다.(웃음) 잭 웰치가 그렇게 위대한 리더라는 어떤 증거(one piece of evide nce)도 없습니다.” (페퍼 교수는 경영학자 톰 피터스와의 다른 인터뷰에서 “(잭 웰치의) 강제배분평가방식이 효과적이라는 어떤 체계적이고 문서화된 리서치를 발견하지 못했다. 이 부분을 지적했더니 잭 웰치는 ‘이것은 정확히 학교에서 하고 있는 것’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정확히 맞는 말이다. 학교에서 학습에 관한 모든 교육연구 자료를 들여다보면, 강제배분평가방식은 사람들을 배우게 하고, 향상시키는 데 있어서 최악의 방법이라는 걸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많은 잭 웰치 추종자들이 실망하겠는데요.“추종자(follower)들이 생각만큼 많지 않아요.(웃음) 짐 콜린스의 ‘좋은 기업을 넘어 위대한 기업으로(Good to Great)’를 보면 GE가 과장됐다는 게 나와요. GE가 그렇게 잘하고 있지 못하다는 다른 증거를 대 보죠. GE가 수년 전 화학물질을 뉴욕 허드슨강에 불법 방류하는 바람에 엄청난 벌금을 물었습니다. GE가 혁신(innovation)한 게 어떤 게 있나요? GE는 다른 회사를 사들이는 회사(buying company)입니다. 당신의 질문에 담겨 있는 논리는 잘못됐지만 흔히 저지르는 실수입니다. ‘잭 웰치가 했으니, 우리도 한다’ ‘잭 웰치가 성공했으니, 우리도 그렇게 하면 성공할 거다’ 이런 식이죠. 잭 웰치가 하버드 비즈니스리뷰의 에디터와 부적절한 관계를 가졌습니다. 나중에 둘은 결혼했죠. 하지만 여러분이 그렇게 똑같이 한다고 해서 기업이 성공하는 것은 아니잖아요. 그가 했던 것을 모방하려는 아이디어는 옳지 않습니다.”―하지만 그의 개인적 성격과 관련해 그가 카리스마 넘치는 리더라고 생각하지 않습니까.“(단호하게) 아닙니다(no). 그를 직접 본 적이 있나요?”―아뇨. 없습니다.“그는 키가 작고, 남자답지 못하죠. 그는 카리스마 넘치는 인물이 아닙니다. 그냥 언론플레이에 능한 좋은 대리인을 갖고 있을 뿐입니다.” 제프리 페퍼 교수는 누구인재경영을 외친 ‘경영학계의 등대’ 정동일 미국 샌디에이고주립대 경영학과 교수제프리 페퍼 교수는 경영학을 전공하는 교수나 학생들이 가장 닮고 싶어하는 역할모델(role model)이자 우상이다. 그의 이력서는 무려 25페이지에 달한다. 1970년대부터 시작된 논문·저서 등 왕성한 저술활동이 이력서를 꽉 채우고 있는 것이다. 그는 또 다양한 경영학 이론들에 대한 명확하고 냉철한 판단이나 리더십의 본질에 대한 깊이있고 통찰력있는 이해 등 경영학자에게 필요한 모든 조건을 갖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페퍼 교수는 지난 30여년간 정설(定說)처럼 받아들여지던 경영학 이론들에 대한 검증작업을 통해 학계 전체의 흐름을 숱하게 바꾸어놓았다. 경영학계 ‘최후의 심판자’이자 ‘등대’의 역할을 해온 것이다. 예컨대 1970년대 경영학계는 CEO(최고경영자)의 리더십이 조직성과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실증적인 연구를 활발히 진행했다. 대체로 CEO의 리더십은 조직의 성과에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결과가 주류였다. 하지만 페퍼교수는 1977년 ‘리더십의 모호성’(The ambiguity of leadership)이란 논문에서 “리더십의 개념이 일관성없이 부정확하게 사용된다”면서 기존 연구에 대한 각성을 촉구했다. 이 논문에서 그는 “조직이 리더를 선발하는데 리더십 역량과는 전혀 무관한 기준을 사용한다”고 지적했다. 이 논문 이후 경영학계에는 리더십과 조직 성과 연구에 대한 재점검 바람이 불었다. 페퍼 교수는 1990년대 들어 또 한번 경영학계와 기업들에게 경종을 울린다. 당시는 많은 기업들이 다른 기업과 차별되는 경쟁우위를 확보하기 위해 막대한 자원을 R&D(연구개발)에 투입하고 신제품 개발에 치중하고 있었다. 기업과 경영학계는 기업이 보유한 자원의 효율적 활용을 강조했다. 최저의 비용으로 최고의 성과를 올리는데 몰두한 것이다. 당연히 직원들에게 투입되는 자원은 투자라는 관점보다는 비용이란 시각에서 다뤄졌다. 페퍼 교수는 1994년 ‘사람이 경쟁력이다’(Competitive Advan tage through People)란 책에서 “기업이 진정으로 중시해야 할 것은 다름아닌 조직내의 사람이며 사람을 통한 경쟁우위 만이 존속가능한 경쟁우위다”라는 주장을 펼쳤다. 그는 이 책에서 “1972년부터 1992년까지 투자수익률이 가장 높은 기업 5곳을 뽑는다면 가장 정확한 기준은 기술·특허수·기업의 전략적 포지션이 아니라, 조직내 직원의 잠재력을 극대화하여 이를 경쟁우위로 삼았던 기업이냐의 여부”라고 밝혔다. 기술이나 전략 등의 경쟁우위는 산업구조나 기술 등 경영여건이 바뀔 경우 중요성이 감소하지만, 사람을 통한 경쟁우위는 환경변화에 관계없이 오랫동안 지속된다는 것이다. ‘사람’의 중요성을 강조한 페퍼 교수의 경영철학은 그후 ‘휴먼 이퀘이션’(Human Equation), ‘숨겨진 힘(Hidden Value)’ 등의 책을 통해 일관성있게 유지됐다. SAS의 굿나이트 회장, 인텔의 앤디 그로브 회장 등 월드클래스 조직을 이끌고 있는 수많은 CEO들이 페퍼 교수의 경영 철학에 영향을 받아 ‘인재경영’에 발벗고 나섰다.페퍼 교수는 최근 삼성 등 많은 국내 기업들이 추진하는 ‘창조경영’에 대해서도 대가(大家)다운 시각을 제시하고 있다. 창조경영을 내세운 기업들은 글로벌 경쟁에서 승리하려면 핵심인재를 개발하고 이들의 창의성을 활용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여긴다. 하지만 페퍼 교수는 “핵심인재중심의 시각에서 벗어나 직원 하나 하나가 가지고 있는 창조적 본능을 극대화 할수 있는 여건을 조성하라”고 설파한다. 창조경영을 위해 CEO가 갖추어야 할 가장 중요한 덕목으로 페퍼 교수는 ‘정직함’을 꼽고 있다. 단순한 정직함이 아니라 어떤 상황에서도 반드시 유지하는 ‘가차없는 정직성’(brutal honesty)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 [SPN명예기자석]그들이 말하는 근성...그것이 바로 롯데 야구
- [이데일리 SPN 고남욱 명예기자]롯데 팬들만큼 시끌벅적하고, 보는 이들로 하여금 눈길을 끄는 응원을 하는 팬들은 많지 않다. 응원문화가 다양함은 물론, '마약야구'라고 할 만큼 팬들의 중독성 또한 강한 것이 바로 롯데야구다. 어제 져도, 오늘은 이기겠지 라는 심정으로 야구가 있는 날이면 유니폼과 기타 응원도구는 그들 잠자리 머리맡에 있다. 다음날 아침이면 본능적으로 사직 야구장 주변에서 할머니들이 손 내미는 김밥 한 줄과 음료를 가지고 야구장으로 향하는 롯데 팬들. 응원 피켓은 기본이고 갖가지 의상과 메이저리그에서도 볼 수 없는 응원도구들은 롯데 경기에서 주기적으로 선을 보인다. 그러던 중에 롯데 열혈 팬이라고 자부하는 세 명의 팬들을 만날 수 있었다. 부산, 경남의 롯데 팬들은 야구가 종교라는 말에 대해 등호를 넣고자 한다. 그리고 응원 문화 자체를 하나의 흥이며, 즐기는 문화라고 받아들인다. 지금은 고향을 떠나 서울에 거주하고 있는 강치만(32)씨는 롯데 응원 문화에 대해서 이렇게 말한다. “아무나 롯데 팬일 수 있었다면 저는 안했을 것입니다. 우승이요? 우리가 언제 우승하라고 했습니까. 오늘만 정신 똑바로 차리고 게임 하면 됩니다. 내 자식 같은 선수들 실수 하나 하는 것 까지 앞에서는 한마디 하겠지만, 정말 감정이 담겨서 뭐라 하겠습니까. 그냥 롯데가 좋고, 선수들이 좋습니다. 그게 다입니다. 사직 야구장에 62명 중 한명이 저에요. 선수들 의욕도 없어 보이고, 팬들은 정말 지치고, 야구가 가장 재미있는 스포츠에서, 가장 재미없는 스포츠로 바뀌는 순간이었죠. 정말 농담조로 몸에 사리가 쌓이는 줄 알았습니다.(웃음) 롯데 야구가 어떻게 가야하는지는 이미 여러 번 보여주었죠.” 롯데 팬들의 열성은 이미 여러 번 보도된바 있다. 그리고 그런 열성을 무더운 날 도심 한복판의 분수에서 화려하게 분출 시키는 곳에는 용병들도 한몫했다. 모두 좋은 활약을 보여주지는 못했지만, 최소한 팬들의 좋은 활약을 음미하고도 남았다. 검은 갈매기 호세(42)를 비롯해, 존갈(29), 브라이언 마이로우(31), 라이언 잭슨(35) 등 외국인 선수들은 부산 야구팬들만큼 열광적인 팬들은 없다고들 입을 모은다. 특히 라이언 잭슨과 존 갈은 롯데 팬들의 문화를 자신의 캠코더에 담으면서, 고국으로 돌아가기도 했다. 인터뷰 도중 부산, 경남 지역과 연고지가 전혀 없지만 롯데의 열혈 팬이라고 자처하는 김시종(26)씨도 옆에서 한마디 거들었다. “저는 롯데를 응원하게 된 계기가, 삼성, 해태 팬들이 많았기 때문이었습니다. 롯데는 상대적으로 약체였구요. 롯데 자이언츠는 참 매력적인 팀입니다. 아시겠지만 무조건 사직에서 전날 이기면 다음날 5천명 이상은 더 오는 것 같습니다. 선수들은 팬들의 아들 같은 존재입니다. 선수들도 그걸 알아요. 그러니 야구장에서 실력과 상관없이, 노력을 안하는 선수는 내보내기가 코칭 스탭진들 사이에서도 미안해하지 않나 싶어요. 롯데 팬들 또한 게임에서 이기는 거 중요하죠. 그런데 이기는 것도 이기는 거지만, 선수들 자세를 보거든요. 눈빛과 근성만 있다면 그 선수는 1군 선수입니다.” 롯데는 2007년 시즌 개막과 동시에 현대를 제물로 연승가도를 달렸다. 당시 이런 분위기를 타던 롯데 팬들은 사직은 물론, 잠실, 인천 등 각지에서 그들의 흥을 배출했다. 호탕하면서도, 속 깊은 강한 정을 가지고 있는 롯데 팬들은 구장 안에서 부산갈매기를 함께 목청껏 부르면서 서로 친구가 되어 있는 경우는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롯데가 나아가야 하는 방향서부터 한국 프로야구의 개선 방향까지 그들의 대화에서는 야구에 대한 열정이 한 움큼 배어난다. 팬들의 인터뷰에서 알 수 있듯 롯데 팬들이 강조하는 것은 다름아닌 '근성'이다. 삼성과 해태같은 강팀을 만나서, 종이거인으로 매번 패배하던 롯데 팬들에게는 그날의 승리도 중요하다. 그러나 상대팀의 발목을 잡아서라도, 다시는 우리팀을 얕보지 못하게 해야겠다는 의지를 보여주었으면 좋겠다는 생각들을 더 많이 언급하곤 한다. 그러기에 최동원 같은 불세출의 투수가 자이언츠 팬들에게는 소중할 수 밖에 없었고, 쓰러질 때까지 단 한마디도 하지 않을 것 같은 또 다른 철완 윤학길, 금테 안경을 만지며 인터뷰 하던 염종석, 그리고 악바리 박정태로 이어지는 선수들은 팬들에게 소중함 그 이상이었다. 강치만 씨와 동향 친구라는 민병덕(31)씨가 바톤을 이어받았다.“응원은 1등 할 수 있습니다. 하는데 까지 해보면 되지 않겠습니까.(웃음).선수들은 그라운드에서 뛰기만 하면 됩니다. 선수들 보러 운동장에 오지요. 부산에서 학교 다니신 분들 고3때 조마조마 하셨을 겁니다. 롯데가 4강가는 해이면, 부산에 고등학교 3학년생들은 대거 재수하는 해니까요. 사직에 가서 응원하면 전율이라는 것이 무언지 정말 느낄 수 있죠. 저는 최동원의 향수에 젖어서 야구장에 왔습니다. 아마 지금 한화에 계신 최동원 2군 감독님이 다시 오시기를 바라는 롯데 팬은 저 뿐만이 아닐 꺼에요. 마해영, 전준호 모두 마찬가지입니다. 대전 구장에 걸려있던 롯데 플래카드처럼 롯데팬이라면 순위가 위에 있던 아래에 있던 우리의 마음은 항상 그 자리일 것입니다.” 인터뷰 내내 취재 분위기를 즐겁게 해주신 강치만 씨는 쓴 소리를 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야구 이기고, 마시는 맥주 한잔의 맛은 야구를 사랑하는 사람이 아니라면 모를 겁니다. 그렇기 때문에 선수들도 밤늦게 가끔씩 술 마실 수도 있고, 놀러 나올 수도 있습니다. 그들에게 야구란 것이 생업인데, 지치지 않겠습니까. 그런데, 너무 기분 푸는데 시간 투자는 많이 안했으면 좋겠습니다. 어디에 누가 나타났다, 저기에 누가 나타났다. 하루 이틀도 아니고, 부산에서는 선수들 얼굴 다 알기 때문에, 훈련 안하는 야구 선수가 누구인지 다 압니다. 그 다음날 야구장 가서 그런 부분 때문에 졌다라고 생각하면 가슴도 아프고, 기분도 안 좋죠. 술도 우리가 대신 마셔주면 되려나.(웃음)” 이들은 롯데 선수들이 부산에서 운동하는 동안 경남, 부산을 연고로 하는 지역 어디든지 운동만 잘하고, 성실하다면, 밥걱정, 차비 걱정은 없다고 우스갯소리로 말한다. 그만큼 팬들의 열성은 사직을 떠나가게 질러대는 함성만큼 대단하다. 요새는 고교에서 예전만큼 특급 선수들이 배출되지 못하지만, 경남권 지역에는 야구 명문학교 들이 즐비하다. 롯데의 에이스인 염종석, 손민한이 그랬고, 4번 타자 이대호가 그랬다. 바닷바람을 맞으면서 야구 선수의 꿈을 키운 이들이 현재 롯데의 간판이며, 열성적인 팬들의 가슴이다. 그러기에 그들이 신발 끈을 한 번 더 묶는 것일지도 모른다. 김시종 씨가 인터뷰 끝으로 덧붙였다. “프로야구팀들 모두 선수들에 대한 처우가 합당하게 이루어진다고 말할 수 없지만, 롯데는 그러지 말았으면 좋겠습니다. 롯데라서 그런 대우를 받는다라는 건 있을 수 없다고 봅니다. 정말 야구밖에 모르는 순수한 선수들이 부산, 경남을 떠나기 싫어서 헐값에 계약하고, 힘든 환경에서 운동하고, 이런 부분 이제 팀에서 개선해주어야죠. 삼성이 돈으로 무얼 한다고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투자라는 측면에서 본다면 잘하고 있는 부분 중 하나로 볼 수도 있어요. 운동을 할 수 있는 기본적인 조건을 충족시켜줘야지 선수들의 기량 발휘가 극대화 됩니다. 롯데가 운동하기 가장 열악한 팀 중에 하나인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잖습니까.” 경기 내내 롯데 선수들에게 주문이라도 거는 듯이 펼쳐지는 '신문지 응원'과 '주황색 비닐 봉투 응원'까지 그들의 응원 레퍼토리에는 굳이 파도타기와 어우러지지 않아도 한계가 없어 보인다. 사직구장을 사수한 3만 여 팬들의 응원가 '부산갈매기'는 해운대와 송정 앞바다를 비롯한 부산의 명소들을 외면하고 먼저 찾아오는 외국인들에게 갈증을 해소시켜준다. 그리고 이 귀한 명소로 찾아오는 손님에게는 롯데자이언츠 라는 명함을 헤어지기 전에 웃으면서 건낼 수 있는 이미지로 각인 되었다. 많은 팬들도 마찬가지이지만 선수들과 함께 호흡한 롯데 팬들은 선수들 플레이 하나 하나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그리고 그들의 애정을 혹여나 선수들이 부담스러워 할까봐 조심스러워 하기도 한다. 파울볼이 날아와 어른이 잡으면, 기다렸다는 듯이 구장 곳곳에서 외쳐지는 '아주라(애 줘라)'와 상대팀 투수가 1루 주자를 슬쩍 바라보며 견제할 때 짧게 '마!'라고 외치기까지, 타 팀 선수들이나 타 팀 팬들에게도 자신의 심장이 살아있음을 일깨워 주는 이들이 바로 롯데 팬들이다. 오늘 져도, 그 다음날 스포츠 뉴스와 신문을 꼬박 챙겨 본다는 롯데 팬들, 2007년 가을에는 무슨 일이 있어도 '부산 갈매기'를 부르면서 파도타기를 해야 하지 않을까. 최소한 내가 만난 세 명의 롯데 팬들은 무슨 일이 있어도 가을에 야구 하는 날이 온다면, 만사를 제치고 야구장 어딘가에 있을 것 같다. 롯데 팬들에게 가을이 독서의 계절일지, 야구의 계절일지 매년 느끼는 거지만 바라보는 것도 또 다른 재미이지 않나 싶다. <사진-이재석,전능표> 인터뷰에 응해주신 롯데 자이언츠 팬 강치만, 민병덕, 김시종씨에게 감사 말씀드립니다.
- 중 부동산 찬바람... 한국인 1조원 날릴 판
- [오마이뉴스 제공] 엄격히 적용할 경우 한국인 투자금 1조원 가량이 위협받을 수 있는 중국의 부동산 정책이 발표됐다. 신화사는 6일 "중국의 관련 부서 8개가 연합해 부동산시장의 영역간섭과 위법행위, 권력형 거래 등을 엄단하는 조치를 실행한다"고 보도했다. 이 조치가 엄격히 실행되면, 현재 1만여 채에 달할 것으로 추산되는 중국내 한국인 주택 구매자들의 투자가 위협받게 된다. 이럴 경우 개인적인 문제를 넘어 정치적인 문제로까지 확산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조치는 중국 부동산을 관할하는 정부 부서가 팔을 걷어붙이고 부동산시장 질서를 확립하는 전면적인 조치다. 4월 들어 조사에 들어갔고 그 대상도 신규분양 아파트 뿐만 아니라 기존 거래 아파트도 해당된다. 베이징·상하이·산둥·랴오닝 등에 적지 않은 한국인 부동산에도 적지 않은 파장이 예상된다. 한국인의 중국 부동산 구매는 대부분 적법한 조치를 따르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구입 용도 이외로 사용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이번 조치의 가장 큰 목적은 '검은 커넥션과 자본'을 뿌리뽑겠다는 것이다. 5일 국가건설부와 국토자원부 등은 합동기자회견에서 전면적인 전쟁을 선포했다. 중국 부동산에 문제가 생길 요소는 곳곳에 산재해 있다.우선 가장 큰 문제는 시공사·건설사·관리회사가 대부분 다르다는 것이다. 한국은 한 회사가 이 세 가지를 같이 하지만 중국에서는 건설을 기획하는 시공사, 실제로 건물을 짓는 건설사, 완공 후 건물을 관리하는 관리회사가 대부분 다르다. 이에 따라 전체적인 건설 진행에서 다양한 문제소지를 안고 있다. 우선 기본자금을 만들기 위한 은행과 시공사의 커넥션, 또 건설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생기는 발주사와 건설사의 커넥션, 일반인들의 주택구매를 유도하기 위한 은행과 시공사의 커넥션, 토지를 공급받기 위한 토지관련부서와 시공사의 커넥션도 빼놓을 수 없다. 거기에 시공사들은 토지를 수용하는 과정에서 힘과 권력을 이용하는 경우가 많았고, 이 문제는 특히 가장 큰 사회문제화되기도 했다. 시공사들은 이런 구조를 맞추기 위해 아파트 가격을 상당히 높은 가격에 내놓는데, 대대적인 홍보 등을 이용해 입주자를 모집한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외국인 구매자를 모으기 위해 대대적인 커미션을 주는 등 복잡한 분양 형태를 갖고 있다. 이를 보조하기 위해 은행들은 분양가의 50~90%에 이르는 자금을 개인가구에 대출해 집을 사게 하는 경우가 태반이었다. 이번 조치에 대해 부동산 전문가인 이운학 우평투자자문 대표는 "우선 부동산 자금의 출처를 완벽히 파악해 세금을 부과하겠다는 것으로 파악한다"며 "과거에는 구매자의 경우 자금의 출처를 묻지 않았지만 이번 조치로 이런 라인이 원천적으로 막힐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또 100㎡ 이하의 소형 주택은 큰 변화가 없겠지만 중대형 주택 시장의 경우 큰 변화가 있을 것이며, 특히 한국인의 고전이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일단 이번 조치는 단계적으로 시행될 예정이다. 우선 4월에서 6월 사이까지는 지방급 이하에서 전면적인 조사를 실시한다. 7월에서 8월까지는 지방급에서 조사를 실시하고, 9월에서 10월까지는 성급에서 조사를 실시한다. 이 조사를 바탕으로 11월과 12월에는 유관 8개 부서가 조사를 실시하고 내년 1~2월에 집행한다. 이번에 조사하는 위법행위는 개발상들이 멋대로 용적률을 줄이거나 원래 약정한 시설 투자를 줄이는 것을 포함해 과다한 이윤을 내는 행위다. 또 허가를 받지 않은 개발상들이 부동산을 개발하거나 은행 융자를 받은 행위도 엄벌한다. 또 준비가 부실한 상태에서 개발한 부동산회사도 엄단하고, 허가되지 않은 구입자들에게 방을 분양하거나 임대한 은행도 조치할 예정이다. 임의로 가격을 올린 개발상들도 가격을 조정시킬 예정이다. 또 개발상들이 작전을 갖고 개발지역을 정리하거나 작전을 펴는 행위도 근절할 계획이다. 부동산 기업의 회계조작이나 자산 거짓 신고, 이윤 은닉, 영업세 탈루, 거짓 자료에 의한 대출 등이 포함되어 있다. 사실 이 내용을 살펴보면 부동산에 대한 전면적인 조사를 의미한다. 일단 시민들의 반응은 환호와 더불어 의심의 눈초리가 강하다. "관과 개발상이 결탁해 방값을 높였다. 방값은 턱 없이 올라갔다. 백성들은 방을 살 수 없다. 하지만 조사해야 한계가 있을 것이다. 진짜 탐관을 찾아내서 사형을 시켜야 한다. 집값은 백성들의 피와 땀이 어린 돈이다. 그러니 몇은 사형시켜야지 하나로 될 것인가.""사실 많은 부동산개발회사의 막후에는 막강한 실력자들이 있다. 내 동업자가 은행장이고, 건설위 주임의 동생인데…."(중국 포털 '신랑' 네티즌)자신의 거주지 개발에 대한 조사를 하라는 요청도 많다. "중앙에서는 광저우 류마우 지구의 부패를 조사해 주세요. 개발상과 관이 결탁해 부패해 있습니다."('신랑' 네티즌) 전체적으로 지금 분위기가 격앙된 중국 서민들보다는 개발상에 집중되어 있는 만큼 일반 서민에게 주는 영향은 급속한 집값 상승을 막는 정도다. 그러나 이번 조치의 가장 큰 피해자는 외국인이 될 전망이다. 그 가운데 한국인이 특히 위험하다. 현재 베이징이나 상하이에는 각각 한국인이 1500여채 이상의 집을 구매한 것으로 보고 있다. 3000여채까지 전망되는 칭다오 등 산둥지역 등을 합치면 한국이 중국에 구매한 집은 줄잡아 1만여채가 넘는다. 그 중에 낙타가 바늘구멍 들어가기 보다 어렵다고 평하는 중국의 외국인 부동산 구매 조건에 합당한 이는 많아야 10%를 넘지 않는다고 본다. 그럼 9000여채는 불법 구매에 가깝고, 한 채에 1억원을 호가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결국 1조원 가량이 이번 조치에 의해 위험에 빠졌다고 볼 수 있다. 이번 조치에 대해 이운학 대표는 "일단 전반적인 한국인 구매에 대한 소급적용은 어렵겠지만 3~4년 전부터 진행 중인 프로젝트라면 손댈 가능성이 충분하다"며 "그럴 경우 실수요자 중심의 베이징은 낫겠지만, 투자 형식으로 들어온 상하이의 자금은 상당한 위험에 처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그는 또 "아마 개인적인 해결은 불가능하고 정치적인 방법까지 동원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2005년 상하이 부동산의 투자 금지 조치로 된 서리를 맞은 중국 부동산 투자는 이번 조치로 완벽한 빙하기에 접어들 전망이다.
- (미리보는 경제신문)코스피 사상최고 1500눈앞
- [이데일리 문승관기자] 다음은 4월5일자 경제신문 주요기사다.(가나다순)◇ 매일경제▲1면-한미FTA효과 코스피 사상최고 1500눈앞-개성 이외 北지역도 한국산 가능-세계는 `FTA 그물망`에 덮인다▲종합(KORUS FTA)-초대형 로펌·킬러변호사만 살아남는다-쇠고기·돼지고기 과다수입땐 세이프가드-친환경車 관세철폐 10년 유예-냄새·소리도 상표등록 허용-광우병 위험국 쇠고기는 수입불가-개성공단 생산품 노동·환경조건 충족돼야 한국산 가능-FTA가 자동차 내수시장 살릴까-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 "재협상은 없다"▲경제종합-오래살려면 서울서 살아라?-증권사 지급결제업무 허용 강행-국민연금 개혁안 국회 통과 실패로 90년대 이후 출생자 큰 부담-무단점유한 나라땅 여의도 면적의 18배 ▲정치·외교안보-盧 박수 받으며 떠나려면...-상반기 韓·美정상회담 검토-전운 감도는 4월 경선캠프▲국제-태양에너지 수요 2015년 10배로-中 매년 5000명 국비유학-美국채 보유 日>中>英>韓 순▲금융·재테크-아시아 금융시장 매력적..티커 英 PCA그룹 CEO-삼성카드, 리볼빙 수수료 대폭인하-농협·수협·신협 순익 1조2071억원-론스타, 극동건설·스타리스 매각 추진▲기업과 증권-최첨단 삼성 서초타운 입주 시작-삼성가전 3월 내수판매 1조 돌파-차세대 디스플레이 조명 나온다-파라다이스 2세들 상속세 380억 냈다-글로벌증시 강세속 외국인 사자-잘나가는 중견그룹株 찾아라-이머징 마켓 조정 끝났나-아시아펀드에 길게 묻어둬라-일본 리츠펀드는 블루칩▲증권·코스닥-새내기株 증시서 모은 돈 어디로 대부분 투자않고 현금 쌓아둬▲부동산-분양가 부풀리는 건설 감리비-공사비 확 줄이세요-집값 대세 안정기 진입?◇서울경제▲1면-"FTA, 성장전략차원 다뤄야"-1인당 국가채무 600만원 육박-포스코, US스틸과 합작 美에 API강관공장 건설-주가시총 800조 돌파▲종합-불황 탈출 기회 대구가 웃고 있다-權부총리 中과 FTA체결 성공해야-靑 `국가신용등급 올리기`나섰다-美 금융시장 진출·영업 `탄력`-EEZ내서 잡은 수산물 원산지, 연안국 기준으로-자동차세수 연간 4000억 감소-서울시민, 가장 오래산다-정부 송파신도시 중소형 공영개발 원칙 청약예·부금 가입자 기회 없을 듯▲정치-지지도 급등, 盧대통령 힘받는다-靑, 3단계 정상회담 로드맵 검토-76년 미국 철수 우려에 박정희 정권 전방위 로비 ▲금융-코딧 `지역특화산업`보증 확대-론스타, 한국철수설 부인-금융사 불공정 행위 등 규제권한 공정위서 금감위로 넘겨야-보험업법 개저안 처리 난항▲국제-세계 철강시장 `중국시대`곧 온다-엔 캐리 트레이드 다시 꿈틀-나스닥 `중국지수`만든다▲부동산-요즘엔 아파트가 "주상복합 닮자"-두바이 인공섬 `팜 제벨알리`해상교량 공사 삼성 3억5000만弗 단독수주-건설경기 서서히 봄기운▲산업-삼성전자 내수매출 월1조 돌파-수입차 진검승부 돌입-삼성에버랜드 재채기에 여행업체들 `몸살`-노키아 한국시장 재진입 채비-3G부가서비스 전략 차별화-애들도 건강식품 챙겨주세요-CJ 종가집 게 섰거라 ▲증권-1500까진 무난히 상승할 듯-대형IT株 모처럼 강세 연출-증권株 봄날 왔다-중저가 중형株 주목하라-휴대폰 부품주, 곧 햇살 비친다◇한국경제▲1면-권부총리 "美와 역차별 없게 규제 풀겠다"-FTA 효과 주가 급등..코스피 1483 사상 최고-주택 예·부금가입 73만명 1순위 배제▲종합-국산 부품소재 갈수록 설 땅 좁아져-올 IT 설비투자 14.6% 감소-전문가들 `연금개혁안` 신속 재추진 촉구▲한-미 FTA 시대-`밥그릇 지키기` 깨고 경제 체질 바꿔라 -`우체국 보험` 금감위서 감독한다-국내사 복제약 출시 최소 6개월 늦어진다-제네릭 비중 높은 한미약품 타격 클 듯-법무부, 전문가로 `ISD 전담기구` 설치▲국제-中, 지식 강국 향한 `유학 대장정`-말레이시아 "이슬람 금융 잡아라"-EU, 애플 독점혐의 조사-한·일·대만, 미국 국채 줄였다▲산업-`기가` 1조배 `제타` 시대 온다-프리챌, 동영상 포털로 바뀐다-싱크피아, 미에 2550만불 수출▲부동산-아파트 꼭대기층 "인기 좋네"-가점제 이전 대단지 분양 `관심`▲금융-하이일드펀드 뜨나-대츨급증에 은행BIS 일제히 하락▲증권-그린화재 前대표 경영참여 선언-張펀드, 동원개발 지분 5.21%로 확대
- [박정석의 아프리카 에세이] 가나 <2>
- ▲ 엘미나 성 앞의, 이제는 화석이 된 커다란 대포 위에 아이들이 걸터앉아 있다.[한국일보 제공] 합승택시를 타고 엘미나 성에 내리자마자 성 앞에서 진을 치고 기다리고 있던 소년들 십 수 명이 벌떼처럼 달려들었다. “엘미나 축구클럽에 기부를 좀 해 주세요. 유니폼도 사고 공도 사게요. 여기 이 명단을 보시면 지금껏 기부한 외국인들 이름과 기부금 액수가 적혀 있어요.” 아이들은 나를 빙 둘러싸더니 옷자락을 잡아당기며 끈질기게 졸라댄다. “일본인이지요? 기부 좀 하세요.” “내 친구가 되어줄래요? 기부 좀 하세요.” “이메일 주소를 알려줄래요? 기부 좀 하세요.” 혼자가 되기까지는 시간이 걸렸다. 성 앞의 대포 위에 올라타고 있는 꼬마들을 발견했다. 열 살쯤 되어 보이는 소녀들 두 명. 서로 장난을 치며 갈색 고철 위에서 놀고 있었다. 거리는 약 30미터 정도. 완벽한 피사체였다. 사바나에서 아름답고 겁 많은 초식동물을 발견했을 때처럼, 나는 카메라 가방으로 손을 뻗어 소리없이 망원렌즈를 꺼냈다. ‘잠깐만 그대로 있어 봐.’ 그 애들은 날개를 접은 채 잠시 쉬고 있는 새들 같았다. 곧 날아가 버릴 것 같았다. 렌즈를 바꿔 끼는 내 손은 초조했다. 오랜 세월 비바람에 부딪혀 조개껍질처럼 희게 빛이 바랜 성벽, 아프리카 대륙에서 가장 오래된 건축물인 엘미나 성을 배경으로 원색의 옷을 걸친 두 명의 어린 생명들. 망원렌즈의 초점이 맞은 순간. 삐, 카메라가 소리를 냈고 나는 얼른 셔터를 누르려 했다. 그러나 바로 그 때, 소녀들은 멀리 있는 내가 무엇을 하는지 알아차린 것처럼 손바닥으로 얼굴을 가렸다. 카메라 렌즈 속에서 얼굴을 가린 손가락 틈으로, 그 애들의 눈과 내 눈이 마주쳤다. 그 애들은 내가 무엇을 하는지 잘 알고 있었다. 내 눈에 띄리라는 것을 알고 바로 그 때문에 대포 위에 기어 올라갔던 것이다. 쉽게 얼굴을 보이면 안된다는 것까지 알고 있었다. ‘얼굴을 보여 봐라.’ 영리한 아이들은 여전히 얼굴에서 손을 떼지 않았다. 깔깔 웃고, 대포에서 매달리고, 목청껏 노래를 불러댔지만 끈질기게 얼굴을 한 손으로 가린 채였다. ‘얼굴을 보여 달란 말이야.’ 한참을 기다렸다. 얼마나 지났을까, 내 눈치를 살피던 두 소녀는 어느 순간 동시에 손을 내렸다. 카메라 렌즈를 향해 하얀 이를 드러내고 웃었는데 웃음소리는 들리지 않았지만 내 귀에 방울소리처럼 맑은 환청이 울려 퍼질 정도로 환한 미소였다. ▲ 엘미나는 노예 무역이란 아픈 역사를 품고 있는 땅이다. 원색의 깃발, 원색의 빨래가 펄럭이는 엘미나 포구(왼쪽)와 그들의 검은 피부를 더욱 도드라지게 하는 눈부신 흰 성벽(가운데). 유럽인들의 노예 무역 거점이었던 엘미나 성(왼쪽).흥분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연속해서 셔터를 누르고, 초점과 노출을 확인하고, 다시 셔터를 눌렀다. 덤불 사이로 보이는 연약한 짐승의 목덜미를 곧장 겨냥한 사수처럼, 모든 신경이 눈동자와 손가락 끝에 집중되었다. 몇 장만 더. 이윽고 대포에서 소녀 한 명이 내려왔다. 푸른 잔디를 밟고 나를 향해 비칠거리며 다가왔다. “이제.......돈을 주세요.” 소녀는 수줍은 듯 웃었다. 내가 자신들의 사진을 찍었다고 확신하는 것 같았다. “돈을 달라고? 내가 너에게? 왜?” 소녀는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 손으로 자기 입을 가리키며 맥없이 중얼거린다. “......먹을 것 사려고요.” 그 애는 아직 어렸지만 벌써 부끄러움에 대해 알고 있었다. 내 표정을 보더니 곧 포기하고 뒤돌아섰다. 다시 깡총거리며 멀리 대포 위에서 기다리고 있는 친구에게로 되돌아갔다. 돈을 받지 못할 것을 알게 된 애들은 더 이상 얼굴을 가리는 헛된 노력을 하지 않았다. 아이들은 이제 인색한 이방인에 대해서는 완전히 잊었다. 더러운 수건을 파란 하늘에 대고 깃발처럼 흔들며 노래하고 있었다. 운이 좋은 날이면 이렇게 대포 위에서 잠깐 기분을 내는 것만으로도 얼마간 돈을 벌 수 있다는 것을 경험을 통해 알고 있는 애들이었다. 운이 나쁜 날이면 어쩔 수 없다는 것도. 일하지 않는 자는 먹지도 말라. 그러나 일한 자는 먹어야 한다. 나는 주머니에서 지폐 한 장을 꺼내 멀리 있는 소녀들을 향해 흔들었다. 소녀는 내 신호를 이내 알아들었다. 조그만 얼굴이 기쁨에 넘쳤다. 원하기만 한다면 하늘 높이 날아오를 수도 있을 것처럼. 낡아빠진 옷을 걸친 맨발의 여자애는 푸른 풀밭을 박차고 하늘을 날 듯 이쪽을 향해 전속력으로 달려왔다. 자칫 앞으로 쓰러질 듯 위태롭게. 나는 반사적으로 다시 카메라를 들어올렸다. 소녀의 환한 얼굴, 가냘픈 팔다리, 좁은 가슴을 정조준했다. ‘너희들은 새. 나는 포수.’ 엘미나에서 케이프코스트로 돌아오는 합승택시 속에는 케이프코스트 여인 두 명이 타고 있었다. 어시장에서 생선을 사들였는지 비린내가 진동했다. 영어를 하지 못하는 여자들은 택시기사를 통해 내 이름을 물어왔다. “오브루니.” 내가 대답하자 뒷좌석의 여자들은 깔깔 웃음을 터뜨렸다. “그것 말고, 당신 진짜 이름이 뭔지 궁금하대요.” “아쿠아(Akua).” 여자들은 더 큰 소리로 웃어 젖혔다. 어쩌면 나는 정말 수요일에 태어났는지도 모른다. 예나 지금이나 수요일이 좋았다. 좋은 날이었다. 고통스러운 월요일과 화요일은 이미 지나갔고 이제 하루가 갈수록 점점 즐거워질 일밖에 남지 않은 일주일의 중간이었다. 오늘이 바로 수요일이다. 내 생일날. 호텔로 돌아왔을 때는 날이 완전히 어두워진 후였다. 다친 다리의 상처가 아직도 쑤셨고 어깨에 멘 카메라는 쇳덩어리처럼 무거웠다. 엘미나의 소녀들은 디지털 파일에 갇힌 채 죽지도 썩지도 못하고 박제된 동물처럼 어린 모습으로 영원히 남을 것이다. 방으로 통하는 길고 좁은 복도는 어두컴컴했고 누가 후추를 넣고 요리를 하는지 자극적인 냄새가 코를 찔렀다. 쇠로 된 커다란 열쇠를 방문에 꽂고 이리저리 돌렸지만 손잡이는 너무 낡아 잘 열리지 않았다. ▲ 엘미나 성 (Elmina Castle) 흑인들 한 서린 노예무역 거점 1482년 포르투갈 상인들이 세운 엘미나 성은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에서 첫 번째로 건설된 유럽인들의 노예무역 거점이다. 성의 상층부에는 서아프리카의 유럽식 성들이 보통 그러하듯 유럽인들을 위한 호화로운 객실이 위치하고 지하에는 잡혀온 노예들이 감금되는 감옥이 있었다. 한 방에 많은 경우에는 200명까지 수용되어 제대로 눕지도 못할 정도로 좁았으며 위생과 영양상태가 매우 열악하여 말라리아와 황열병이 자주 발생, 노예들 중 상당수가 엘미나 성의 '돌아오지 못하는 문(The Door of No Return)'을 지나 아메리카와 카리브 등지로 팔려가기도 전에 숨을 거두었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었으며 현재 '엘미나 전략 2015'의 일환으로 보수 중이다. 지하 감옥 입구에 걸린 현판에는 다음과 같은 문구가 적혀 있다. '죽은 자는 편히 잠들고 돌아온 자는 뿌리를 찾게 하소서. 다시는 이런 불행이 없기를, 살아있는 우리는 맹세합니다.' 케이프코스트(가나)=글ㆍ사진 소설가 박정석
- "싱싱한 해산물 집에서 받으세요"
- [이데일리 류의성기자] 이제는 해산물도 인터넷을 통해 가정에서 손쉽게 받아볼 수 있게 됐다. 온라인 배송서비스 향상으로 당일 배송이 가능해짐에 따라, `싱싱함`이 생명인 농수산물 인터넷거래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는 것. 이런 가운데 온라인 쇼핑몰업계에 농수산물 산지직배송 행사가 잇따르고 있다. 오픈마켓 G마켓(www.gmarket.co.kr)은 오는 31일까지 수산특가와 축산특가 기획전을 열고 20여가지 상품에 대해 반값 혜택과 산지직배송, 무료배송 등의 다양한 이벤트를 진행한다. 먼저 돌김한박스(10봉)를 판매가의 반값인 4900원에 제공하고 돈등뼈(5kg/5900원)를 구입할 경우 하나 더 제공하는 `1+1` 행사를 펼친다. 이와 함께 대게 10마리(3만3000원)와 활멍게(3kg/9900원)를 산채로가정에 직배송해주고 전복(1kg/3만6200원)과 굴(3kg/1만8500원)을 무료배송 혜택까지 제공한다. 엠플(www.mple.com)은 통영 멍게 직배송 할인 이벤트를 벌인다. 활멍게 3kg를 1만1800원으로 당일 직배송한다. 오후 4시까지 주문하면 당일 잡은 멍게를 바로 배송하여 다음날 도착하므로 신선하게 받아볼 수 있다. 참꼬박 2kg(1만3600원)도 전남 여수에서 직배송한다. GS이숍(www.gseshop.co.kr)은 `농수산물 산지 직배송 특별전`을 갖고 산지의 싱싱한 수산물, 농산물을 판매 중이다. 영덕군에서 지정한 영덕대게 원조마을 차유마을의 영덕대게 5마리를 5만5000원에 선보이고 킹크랩 1.2kg 을 3만6060원에 판매한다. 인터파크마트(mart.interpark.com)에서는 완도산 참전복(1kg/5만)을 다시마와 함께 포장해 신선도를 그대로 살려 배송한다. 국산 자연산 대하(18~20마리/8900원)도 서해안에서 갓잡은 싱싱한 자연산 대하를 영하 40도로 급냉한 후 바로 배송해 신선함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디앤샵(www.dnshop.com)도 깨끗한 완도 앞바다에서 자란 완도전복(500g, 7~10미)을 2만7900원에 산지 직배송하고 있다. 월요일부터 금요일 오전 10시 이전에 주문하면 다음날 싱싱한 전복을 받아볼 수 있다. 이외에도 맛 좋고 영양이 풍부한 강원도산 홍문어(1.2kg 1~2미, 4만원)와 한려수도 청정 지역의 싱싱한 생굴 1박스(1kg/1만9000원) 등의 다양한 생물수산물들도 신선하게 냉장 포장해 산지에서 직접 배송한다. 옥션(www.auction.co.kr)에서는 해산물, 모듬회 등 각종 수산물을 산지 직배송해주는 `집에서 즐기는 수산물 요리 진검승부`코너를 열고, 오픈기념으로 각종 생선, 건어물, 해산물 등을 시중가 대비 30% 가량 저렴한 가격에 할인판매한다. 통영산지에서 직배송되는 모듬회 1인분은 9405원, 오돌낙지 1.3kg은 7900원, 바다장어구이 1kg은 1만4250원에 구입할 수 있다. 이진영 G마켓 식품팀장은 "매월 온라인을 통해 제철 농수산물을 판매하려는 산지 농어민들이 늘고 있어 고객들은 다양한 산지 농수산물을 저렴하고 신선하게 온라인을 통해 구매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박정석의 아프리카 에세이] 가나 케이프코스트 <1>
- [한국일보 제공] 박정석은 ‘용감한 여행가’다. 이화여대 신문방송학과를 졸업하고 노스웨스턴대학과 플로리다대학에서 영화학과 저널리즘을 공부했다. ▲ 같은 태양이라도 시원의 땅 아프리카에 쏟아지는 햇빛은 그 빛이 다르다. 원색의 빛들이 꿈틀대는 가나 케이프코스트의 포구.고등학교를 마친 이후 가나 말라위 짐바브웨 인도 콜롬비아 등 50여 개국을 돌아다닌 여행광. 이제는 14개국 언어로 “맥주 한 병 주세요”라고 말할 수 있다. 지금껏 가장 좋았던 나라로 콜롬비아와 미얀마를 꼽는다. 전자는 남자들이 친절하고, 후자는 여자들마저 친절하기 때문이란다. 2004년 <문학사상>으로 등단 후 소설을 쓰고 있다. “오브루니!” 어떤 목적지에 닿기 전 좋은 평판을 너무 듣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 아닌 것 같다. 몇 년 전 우연히 한 외국 여행 사이트에서 세상에서 가장 살기 좋은 나라를 뽑는 설문을 본 적이 있다. 1위는 뜻밖에도 아프리카의 가나(Ghana)였고 그 이유는 ‘사람들’ 때문이라고 했다. 그래서 나는 가나로 향했다. 나날이 올라간 기대치를 충족시키기 위해서 진짜 근사한 것이 필요했는데, 친절한 국민성으로 소문난 그 머나먼 나라에 도착한 내가 미처 예상하지 못했던 것은 정치적 올바름과는 거리가 먼 인종차별적 호칭이었다. “오브루니(white man)”. 어디를 가나 현지인들은 나를 이렇게 불렀다. “어이, 오브루니. 거기 내 자리 좀 대신 맡아 줘!” 일찌감치 버스에 올라 자리를 잡고 앉은 나에게 열린 창문 틈으로 시장바구니를 던지며 어느 꼬부랑 할머니가 이렇게 소리쳤다. “오브루니!” ▲ 가나는 식민의 시대 노예 수출이란 아픈 기억을 품고 있는 곳이다. 케이프코스트에서 만난 가나의 사람들.터덜거리며 시골길을 걷는 나를 향해 우거진 야자수 틈으로 검은 머리를 내민 조그만 아이들이 애타게 속삭였다. “과자 사 먹게 1,000 시디(cediㆍ 가나의 화폐단위)만 줘요. 오브루니, 제발 여길 좀 봐요.” 케이프코스트(Cape Coast)에 도착한 것은 ‘오브루니’ 라는 호칭을 대략 천 번 정도 들었을 무렵이었다. 카메라를 들고 이 오래된 도시를 두 시간 정도 천천히 산책하는 동안 나는 고함 섞인 욕설을 너덧 번 들었고 한 번은 얻어맞을 뻔 했다. 그 이유는 내가 들고 있던 커다란 카메라 때문이었는데, 가이드북에는 현지에서 지켜야 할 중요한 에티켓에 대해 이렇게 적혀 있었다. ‘사진을 찍기 전 반드시 허락을 얻을 것. 거절 당한다고 해도 너무 슬퍼하지 말 것. 아무리 가슴 아픈 상황이라 하더라도.’ 가이드북에서 밝히고 있지 않은 사실은 사진을 찍기 위해 허락을 구하려 했을 때 현지인들의 반응은 언제나 똑같다는 것이다. ‘No’ ‘No’ ‘No’. 어디나 이국적인 풍광들로 가득한 도시였다. 포르투갈과 영국 식민시대에 지어진 이래 지금껏 수백 년의 세월에 걸쳐 서서히 썩어가는 낡은 건물들, 그 사이로 나를 주시하는 흑인들이 보였다. “오브루니, 사진을 찍고 싶어? 그러면 돈부터 내시지.” 그물을 고치고 있던 어부 서너 명이 카메라를 만지작거리는 나를 향해 큰 소리로 고함쳤다. 돌을 주워 던지는 사람도 있었다. 드넓은 아프리카 대륙 어디서도 경험하지 못한 적대감이었다. 당황함이 분노로 변하는 것은 순간이었다. “난 여태 사진을 찍기 위해 누군가에게 돈을 줘본 적이 한 번도 없어. 차라리 사진을 아예 안 찍고 말지.” 지나친 결의에 찬 말은 듣는 사람은 물론 말하는 당사자의 정신건강에도 좋지 않은 것 같다. 흐트러진 정신건강은 육체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때가 있다. 성난 얼굴로 걸음을 재촉하던 나는 케이프코스트 성에서 항구로 내려가는 비탈길에서 돌부리에 다리가 걸려 넘어져 질척거리는 바닥에 나뒹굴고 말았다. ‘하얀 사람, 돌에 걸려 넘어지다.’ 그것은 이 오래된 도시에서 하루하루 단조로운 삶을 살아가는 현지인들에게 좋은 구경거리였다. 흥미거리에 목이 마른 어린애들까지 당장 구름처럼 몰려들어 나를 빙 둘러싸더니 제각기 큰 소리로 웃고 뜻을 알 수 없는 소리를 질러댔다. 절뚝거리며 항구를 떠나 숙소인 사보이호텔로 돌아왔다. 사보이(Savoy)라는 고상한 어감의 고유명사와는 전혀 연관이 없는 너절한 여관의 주름투성이 매니저 영감은 내가 사진을 찍으며 겪은 이야기를 듣자 오히려 벌컥 화를 냈다. “말도 안 돼! 이 곳 케이프코스트는 가나에서 가장 친절한 사람들이 사는 곳이야!” “그야 영감님은 여기서 태어나서 지금껏 70년이 넘도록 사셨으니까 그렇겠지요. 제 생각은 다릅니다. 초상권 문제로 돌까지 던지다니, 좀 심하군요.” “그래서, 지금 돌에 맞아서 다리가 그렇게 됐나?” “그건 아니지만, 돌에 맞을 뻔 했으니 정신이 혼미해져서 걸음을 헛디딘 겁니다.” 숙소의 유일한 직원인 코피(Kofi)가 약통을 가져와서 다리의 상처를 소독하고 약을 발라 주었다. 여우처럼 홀쭉한 얼굴에 호리호리한 몸, 영리하게 반짝이는 눈을 가진 젊은 남자였다. 울창한 풀숲 위로 고개를 빼고 이리저리 재빨리 주변을 살펴보는 파란 뱀처럼, 그는 쉴 새 없이 내 표정을 살피고, 요모조모 옷차림을 훑어보고, 뚫어지게 내 눈동자를 들여다보다가 어느 순간 고개를 돌려 버렸다. 속마음을 들키는 것이 부끄러운 사람처럼. 그는 나더러 무슨 요일에 태어났느냐고 물었다. “태어난 요일? 그야 나도 모르지. 아마 우리 어머니에게 물어봐도 기억하지 못하실걸. 한국에서는 태어난 날짜가 중요하지 요일은 아무도 신경 쓰지 않아.” 내 대답에 청년은 충격을 받았다. 그는 금요일에 태어났다고 했다. “그래서 내 이름이 코피(Kofi)에요. 금요일에 태어난 남자니까.” 아이가 태어나는 요일별로 이름을 붙이는 것은 가나의 인구 절반 정도가 속한 아칸(Akan)부족의 오랜 관습이었다. 유엔의 전 사무총장 코피 아난도 금요일에 태어난 것이다. “무슨 요일에 태어났는지 모른다면 일곱 요일 중에서 마음대로 아무거나 골라 봐요.” 그래서 나는 수요일을 댔다. 예전부터 수요일이 좋았다. 노래 <수요일에는 빨간 장미를> 때문일까. 코피의 말에 따르면 수요일에 태어난 여자는 아쿠아(Akua)라 부른다고 했다. “옆 동네 엘미나(Elmina)는 아마 케이프코스트보다는 좀 나을 거에요. 거기 사람들은 여기처럼 사납지 않으니까. 아마 사진 찍는 것에 별 문제 없을 거에요.” 그 말이 맞기를 바랬다. 다음 날 오후, 케이프코스트 인근에 있는 또 다른 옛 식민도시, 엘미나로 향했다. ▲ 가나(Ghana) 서아프리카에 위치한 국가로 정치적 상황이 불안한 인접국들과는 달리 치안이 비교적 안전한 나라로 평판이 나 있다. 황금이 많이 나서 15세기 황금의 해안(골드코스트)으로 유럽에 알려졌다. 포르투갈인들은 15세기 후반 노예무역의 본거지를 엘미나에 세웠으나 17세기에 와서는 포르투갈인이 독점하고 있던 노예시장이 네덜란드ㆍ영국ㆍ덴마크ㆍ스웨덴·등 다른 교역상들에게 넘어갔다. 1874년 골드코스트는 영국의 직할 식민지가 되었으며, 1901년 아샨티 왕국과 현재의 가나 북부 부족들도 영국 보호령이 되었다. 1957년 가나라는 국명으로 독립했다. 공용어는 영어. 케이프코스트는 골드코스트의 중심이 된 항구도시로 유럽인들은 이곳에서 황금ㆍ상아ㆍ향신료 등을 교환했다. 황금 매장량이 줄어들면서 대신 노예무역이 활성화했다. 케이프코스트와 엘미나성의 지하 감옥은 노예들이 배에 실리기 전 감금됐던 장소들이다. 오늘날 가나는 이웃나라 아이보리코스트와 더불어 세계에서 가장 질 좋은 카카오의 산지로 알려져 있다. 국내 초콜릿 브랜드 ‘가나 초콜릿’의 가나가 바로 이곳이다. 케이프코스트(가나)=글ㆍ사진 소설가 박정석
- 뉴욕증시 급반등..세계 증시 강세+엔 약세
- [뉴욕=이데일리 하정민특파원] 6일 뉴욕 주식시장이 큰 폭 상승 마감했다. 다우 지수는 150포인트가 넘는 상승폭을 기록하며 1.3% 올랐고, 나스닥은 1.9%씩 뛰었다. 다우 지수 구성 종목 30개 기업 중 29개가 상승했다.앞서 마감한 아시아 주식시장이 큰 폭 상승한데다 세계 금융시장을 뒤흔들고 있는 엔 캐리 청산 우려가 다소 잠잠해진 것이 주가 상승을 견인했다. 글로벌 주가 하락을 촉발시켰던 중국 상하이 지수는 이날 2% 올랐고, 홍콩 항셍 지수도 2.1% 상승했다. 일본 닛케이 지수는 1.2% 올랐다. 전일 달러에 대해 3개월 최고치로 올랐던 엔화 가치는 이날 달러에 대해 큰 폭 하락했다.최근 연이은 주가 급락으로 저점 매수의 기회가 나왔다는 분석도 있다. 다우 존스 윌셔 지수에 따르면 `검은 화요일`로 불렸던 지난 2월27일부터 어제까지 세계 주식시장에서 총 3조1000억달러의 돈이 증발했다. 특히 미국 주식시장에서만 1조달러의 돈이 사라졌다.주가 급락으로 타격을 입었던 금, 원유 등 국제 원자재 가격도 회복세를 보였다. 전일 급락했던 서브프라임 모기지 업체 주가도 일제히 반등했다.다만 이날 경제지표는 좋지 못했다. 4분기 생산성이 둔화된 반면,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인플레 척도로 중시하는 4분기 단위 노동비용은 연율 6.6% 상승, 예비치 1.7%를 대폭 웃돌았다. 미국의 1월 공장 주문과 1월 잠정 주택판매도 부진했다.이날 다우 지수는 전일대비 157.18포인트(1.30%) 상승한 1만2207.59, 나스닥 지수는 44.46포인트(1.90%) 높은 2385.14에 장을 마감했다. S&P500 지수는 21.28포인트(1.55%) 오른 1395.40에 마쳤다.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 4월물 가격은 전일대비 62센트 오른 60.69달러에 장을 마쳤다.◆美 4분기 생산성 1.6%..노동비용은 6.6%로 급등, 인플레 우려노동부는 작년 4분기 생산성 증가율 수정치가 1.6%를 나타내 한 달 전 발표치인 3.0%를 밑돌았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이는 마켓워치가 집계한 월가 전문가 예상치 1.4%는 상회했다.인플레이션 압력은 크게 높아졌다.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인플레 척도로 중시하는 4분기 단위 노동비용은 연율 6.6% 상승했다. 예비치인 1.7%도 대폭 웃돌았다.기타 지표도 부진했다. 상무부는 미국의 1월 공장 주문이 5.6% 하락, 지난 2000년 7월 이후 최대 감소폭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마켓워치가 집계한 월가 전문가예상치 4.5% 하락보다 감소율이 더 컸다. 특히 민간 항공기 수주는 60% 감소해 전체 공장 주문 하락을 견인했다.미국의 1월 잠정 주택판매(pending home sales) 지수도 한 달만에 하락반전, 부동산 시장이 여전히 둔화 상태임을 보여줬다.전미부동산중개인협회(NAR)는 1월 잠정 주택판매 지수가 전월비 4.1% 하락한 108.7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작년 12월에는 4.5% 올랐으나 다시 하락세로 돌아섰다. 블룸버그가 집계한 월가 전문가 예상치 1.2% 감소보다 하락폭도 더 컸다.◆씨티, 108억불에 닛코코디얼 인수 추진..JPM-알트리아도 주목개별 종목 중에서는 다우 지수를 구성하는 세 트리오 씨티, JP모건 체이스, 알트리아 등이 주목받았다.세계 최대 금융회사 씨티그룹(C)은 일본의 닛코 코디얼 증권을 인수하기 위해 108억달러를 제시했다. 주당 인수가격은 1350엔으로 이는 씨티그룹 인수 역사상 아시아 지역 최고 인수가격이다.닛코 코디얼은 씨티그룹과 닛코증권이 1999년 2월 출범시킨 합작회사로 현재 상장 폐지 위기에 몰려 있다. 현재 닛코 코디얼 지분 4.9%를 보유하고 있는 씨티그룹은 이를 100%로 늘릴 뜻을 밝혔다.인수가 성사되면 닛코 코디얼은 도쿄 증시 상장 폐지 위기에서 벗어날 전망이다. 씨티그룹도 이번 인수로 일본에서 지점 109곳과 인력 1만2000명을 확보하게 된다. 씨티 주가는 2.7% 올랐다.이날 투자자 연례 미팅을 개최한 JP모건 체이스(JPM) 주가는 2.02% 올랐다.세계 최대 담배회사인 알트리아(MO)는 2.69% 올랐다. 이날 도이체방크는 알트리아의 투자의견을 `보유`에서 `매수`로 상향했다. ◆서브프라임 모기지업체 주가 일제히 반등부동산 관련주들도 일제히 상승했다. 전일 헨리 폴슨 미국 재무장관이 주택시장과 관련된 신용 문제가 제한적이라고 평가한 영향도 컸다.전일 69% 급락했던 미국 2위 서브 프라임 모기지 판매 업체인 뉴센추리 파이낸셜(NEW) 주가는 이날 10.09% 뛰었다.연방예금보험공사로부터 영업정지 명령을 받고 서브 프라임 사업 부문을 매각하기로 한 프레몬트 제너럴(FMT)도 15.11% 상승했다. 노바스타 파이낸셜(NFI)도 5.84% 올랐다. 전일 리만 브라더스가 투자의견을 하향한 미국 최대 모기지 업체인 컨트리 와이드 파이낸셜(CFC) 주가도 4.69% 올랐다.주택건설업계 주가도 큰 폭 올랐다. 미국 최대 고급주택 건설업체인 톨 브라더스(TOL) 주가는1.95% 올랐다. 필라델피아 주택업 지수(HGX)는 1.74% 상승했다. ◆구글-애플, 기술주 상승 주도구글의 에릭 슈미트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컨퍼런스에서 "향후 신 사업 추진에 있어 애플과의 협력을 확대하겠다"고 말했다.구글(GOOG)은 3.77%, 애플(AAPL)은 2.17%씩 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