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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명품을 찾아서)(30)디카의 렉서스 `블루 NV`
- [이데일리 지영한기자] '명품'만이 살아남는 시대다. 고객의 지갑을 기꺼이 열게 하려면 괜찮은 품질과 적당한 가격만으로는 부족하다. '쓸만한' 제품들은 얼마든지 널려있기 때문이다. 명품 속에서 살아 숨쉬는 이야기가 있다. 고객은 제품을 사는 것이 아니라 제품에 얽힌 배경과 스토리를 사면서 자신도 그 속의 일원이고 싶어한다. 그래서 기업은 명품을 만들려고 애를 쓰며 명품은 다시 그 기업을 돋보이게 한다. 이데일리는 우리 기업들이 정성을 쏟아 만든 대한민국 대표명품들에 얽힌 이야기들을 전하려 한다. 이를 통해 우리나라 대표상품들의 위상과 현주소를 함께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그리고 더 많은 명품탄생을 희망한다. (편집자주) 일본의 IT 정보지인 '닛케이 일렉트로닉스'은 2006년 10월호에서 일본의 카메라 메이커들이 운명의 갈림길에 놓이게 됐다는 기사를 헤드라인에 올렸다. 기사의 요지는 해외 업체들이 무섭게 부상하며 자신들의 아성을 위협하고 있으며, 그 중심에 삼성테크윈(012450)이 있다는 것이다. 잡지는 "삼성테크윈이 최근 2~3년간의 급성장을 배경으로 2007년에는 미국의 '이스트맨 코닥'과 어깨를 나란히 하면서 캐논과 소니를 위협할 것으로 전망했다. 삼성테크윈은 2005년 캐논, 소니, 코닥, 올림푸스에 이어 세계 5위였는데, 2007년엔 3위권 부상을 점친 것이다. 잡지는 삼성테크윈의 급성장 배경으로 제품 경쟁력을 꼽았다. 특히 삼성테크윈의 1000만 화소 'NV10'은 지금까지 일본 메이커가 독점해온 'EISA 유럽 최고의 기술상'을 수상했다며 삼성의 카메라, 특히 NV 제품에 대한 강한 경계감을 드러냈다. ◇ 삼성 '뉴뷰(NV)' 디카 출현에 일본 메이커 "어이쿠" NV는 기종명으로 뉴뷰(New View)의 뜻을 담고 있다. 현재 판매되고 있는 일본 메이커들을 깜짝 놀라게했던 NV10 뿐만 아니라 이 보다 개선된 NV11, NV20 등과 같은 시리즈로 출시되고 있다. 삼성은 2005년초 프리미엄급의 디지털 카메라를 개발하겠다는 목표를 세운다. 이를 위해 삼성테크윈의 상품기획·디자인, 삼성전자의 디자인센터가 참여하는 태스크포스팀을 그해 1월부터 이듬해 6월까지 비밀리에 가동했다. ▲ 블루(VULL) NV20.당시 프리미엄급 카메라의 개발 코드명이 바로 NV였다. 처음엔 카메라를 보는 새로운 시각을 제공하자는 의미에서 뉴비전(New vision)이라고 불렀지만, 이후 최종적인 기종 선정과정에서 소비자들에게 더욱 어필할 수 있는 '뉴뷰(New View)'로 이름이 결정됐다. 삼성은 NV가 개발되자, 프리미엄급 서브 브랜드인 '블루(VLUU)'를 만들어 NV 시리즈 앞에다 붙이기 시작했다. 블루는 삼성의 푸른색 칼라를 연상케 하는 동시에 '당신을 선명하게 사랑하라(Vividly Luv U)'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현재 삼성의 '블루' 서브 브랜드를 달고 있는 디지털 카메라 기종은 'NV' 시리즈와 함께 'i' 시리즈 2 종류가 있다. 이중 'i' 시리즈는 다양한 멀티미디어 기능이 적용된 제품인 반면 NV는 전통적인 디지털 카메라를 표방하고 있다. ◇ 고급스러우면서도 독특한 디자인..'명품'의 조건 충족 삼성 NV는 다른 카메라와 크게 차별화되는 자신만의 매력을 갖고 있다. 우선 디자인이 고급스러우면서도 매우 독특하다. 다른 디지털 카메라와 달리 렌즈부라고 부르는 경통이 약간 돌출돼 있고, 렌즈부를 파란색 띠(블루링)가 감싸고 있다. 삼성은 특히 디카가 작아지고 얇아짐에 따라 손에서 잘 미끄러지는 소비자들의 불안감을 힌트로, 손잡이(Grip) 부분을 착 달라붙게 만들었다. 안정적인 권총 사격을 가능케 하는 그립감을 디카에 옮겨온 것이다. 삼성은 이 제품이 질 높은 생활을 갈망하는 고객층(하이라이프시커 : High Life Seeker)을 주요 타켓으로 삼고 있다. 예컨대 이들은 고급스러우면서도 세련된 디자인이나 주위 사람들이 '이것은 다르다'라는 느낌을 주는 제품들을 선호하는데, NV 시리즈가 적중하고 있다는 평가다. NV의 핵심적인 특징중 하나는 스마트 터치 UI(사용자인터페이스)이다. UI는 사용자가 기기를 사용할 때 어떻게 하면 쉽게 사용할 수 있느냐가 관건인데, NV의 'L'자형 스마트터치는 사용자가 한번 손에 익으면 기존의 4방향키 방식 제품에 비해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편리함을 제공한다. ▲ 블루(VULL) NV20.LCD 화면 아래와 우측으로 'L'를 거꾸로 한 형상인 NV의 스마트터치는 타사 제품에선 찾아볼 수 없다. 삼성이 주요국에 이미 의장등록을 해놓았기 때문이다. NV 시리즈는 이 외에도 카메라 본연의 기능에도 충실하다. NV20을 예로 들면, 일반적인 콤팩트 카메라가 가질 수 있는 최고인 1200만 화소를 갖추고 있고, 3배 광학줌도 지원하고 있다. ◇ 디카의 렉서스 삼성은 오는 2010년까지 세계 디지털카메라 시장 점유율을 20%까지 끌어올릴 계획이다. 현재 1위 메이커의 점유율이 이 정도라는 점에서 세계 1위 자리를 넘보겠다는 것이다. 물론 이러한 자신감의 배경에는 'NV' 시리즈의 성공이 자리잡고 있다. 사실 삼성은 디카시장의 후발주자였다. 필름카메라 시장이 급속도로 위축되고 디카시장으로의 패러다임의 변화가 있었지만, 선발업체에 비해 2~3년 정도 늦게 사업에 착수했고, 삼성은 초기에 고생도 많이 했다. 그러나 이러한 패러다임의 변화는 결과적으로 삼성에게 기회가 됐다. 과거 필름카메라 시절엔 '광학기술'이 전적으로 메이커의 등급을 나누었지만, 디카시대로 넘어오면서 광학과 더불어 디지털기술이 중요한 잣대로 부상했다. 이에 따라 삼성의 카메라는 ‘디지털 삼성’의 기술력을 배경으로 세계 1위까지 넘보게 됐다. 삼성 카메라의 변화는 2005년 이후 뚜렷하게 나타난다. 삼성은 그 해 장동건 디카로 불렸던 케녹스 '샵1(1)'을 내놓아 히트를 시켰다. 국내시장에서 삼성 카메라의 이미지도 한 순간에 바뀌었다. 바로 이무렵 삼성은 세계시장을 겨냥한 프리머엄급 디카(코드명 NV)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었다. 삼성테크윈 상품기획그룹의 장재원 차장은 "2005년 국내에서 1위를 달성했지만 업계나 일반 소비자들의 평가는 여전히 못 미더워하는 모습이었다"고 말한다. 이 때문에 세계시장에 삼성 카메라의 존재가치를 확실하게 보여줄 목적으로 기획된 기종이 바로 'NV'라는 것이다. 그는 "NV를 삼성 카메라의 '자존심'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과거 도요타가 럭셔리 브랜드인 '렉서스' 론칭을 통해 일본차의 가치를 높였듯이, 삼성 역시 '블루 NV'를 통해 세계 일류 카메라 메이커로 부상하는 계기를 잡았다는 것이다.▶ 관련기사 ◀☞코스피 갈팡질팡..내수·방어주 `선전`☞코닝정밀유리 합병, 삼성 전자계열 재편 신호탄?☞삼성테크윈, 주가 반등 국면 진입-부국
- [한들의 친구,야구]보스턴 반전의 미니시리즈 '주연 베켓 조연 베리택'
- [이데일리 SPN 한들 통신원] 19일 클리블랜드와의 아메리칸리그 챔피언십시리즈 5차전서 보스턴의 승리는 '주연:자시 베켓, 조연: 제이슨 배리텍'의 드라마였습니다. 베켓은 1차전에 이어 교과서에 나와있는 '에이스란 무엇인가'를 그대로 보여 줬습니다. 케빈 유킬리스의 홈런으로 1-0의 리드를 안고 등판한 베켓은 1회말 뜻밖의 출발을 보였습니다. 클리블랜드 톱타자 그래디 사이즈모어에게 빗맞은 좌익 선상 2루타를 맞은 데 이어 아스드루발 카브레라에게 우전 안타를 허용, 무사 1,3루에 몰렸습니다. 3번 트래비스 해프너를 유격수 병살 땅볼로 유도했으나 1-1 동점을 내줬습니다. 하지만 4번 타자 빅터 마르티네스에게 다시 좌전 안타를 맞았습니다. 3안타를 맞은 구질은 모두 패스트볼이었습니다. 구속은 97마일, 91마일 스플리터, 96마일 패스트볼로 평소와 다름없었으나 무브먼트가 문제였습니다. 여기에 3연승의 상승세를 타고 있는 클리블랜드 타자들은 베켓의 패스트볼을 집중적으로 노리고 들어오는 모습이었습니다. 3연패의 벼랑 끝에 선 보스턴 덕아웃에는 '베켓마저...'라는 불안감이 또다시 땅거미처럼 내려앉기 시작한 순간이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베켓은 이내 기지를 발휘했습니다. 앞서 11개의 공 중 9개를 포심 패스트볼(1개는 스플리터, 1개는 커브)로 뿌리던 패턴을 바꾼 것입니다. 5번 라이언 가코와의 대결서 96마일의 1, 2구 패스트볼이 볼과 파울볼로 커트된 직후였습니다. 베켓은 3구째를 76마일 커브로 루킹 스트라이크를 잡았습니다. 그래도 패스트볼에 대한 미련이 남아 있었습니다. 다시 96마일 패스트볼을 던졌습니다. 또 파울볼로 커트됐습니다. 그러자 베켓은 패스트볼에 대한 미련을 깨끗이 접었습니다. 79마일 커브를 던져 결국 헛스윙 삼진을 솎아 내며 1회를 넘겼습니다. 2회부터 베켓은 완전히 다른 투수가 됐습니다. 선두 6번 자니 페랄타를 상대로 초구 패스트볼 이후 4개의 공을 모두 75~79마일 커브로 내리 던지며 헛스윙 삼진으로 요리했습니다. 이날 피칭의 힌트 내지는 감을 완전히 잡은 것이었습니다. 이후 베켓의 커브는 클리블랜드의 잔뜩 물이 올라 있는 방망이를 무력화시키는 파노라마였습니다. 삼진 또는 범타를 유도해내며 8회까지, 5회 2사 후 연속 안타, 7회 2사 후 내야 안타를 맞은 것을 제외하곤 9삼진을 솎아내며 무실점 쾌투의 원동력이 됐습니다(이날 성적은 8이닝 5피안타 1볼넷 11탈삼진 1실점이었습니다). 베켓은 중반 이후엔 패스트볼의 무브먼트까지 살아나며 종전처럼 완전히 자신의 게임을 만들었습니다. 클리블랜드 타자들이 1차전에 이어 베켓의 커브에 속절없이 당한 데는 그것이 말 그대로 활처럼 휘면서 폭포수처럼 떨어지는 종(縱)의 변화구인 때문입니다. 주지하다시피 위에서 아래로 떨어지는 종 변화구는 '점(點'의 타격을 해야 합니다. 타점이 한 개 뿐이기 때문입니다(반면 횡(橫), 옆으로 휘어지는 변화구는 '선(線)'입니다. 때문에 타점이 여러 개입니다). 클리블랜드 타선이 상승세를 타고 있기는 하지만 대부분이 세기 보다는 힘을 앞세운 젊은 타자들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98마일의 광속구에 폭포수 커브까지 겸비한 '쌍 권총'의 베켓을 공략하기란 버겁기만 한 게 사실입니다. 베켓의 진면목은 지혜로운 볼 배합의 전환을 통해 자신의 경기를 만들어 가는 과정 뿐만이 아니었습니다. 보스턴은 1-1 동점 이후 2회 1사 1루, 3회 무사 1루, 4회 무사 1, 2루, 5회 2사 만루 등 7회 4-1로 승부를 가르기까지 숱한 찬스를 놓쳤습니다. 특히 3회 무사 1루서 병살타가 나온 뒤 볼넷으로 다시 계속된 2사 1루서 매니 라미레스의 우중월 투런 홈런이 펜스 위 노란 선을 맞고 나왔다는 심판진의 판정으로 '홈런성 단타'로 둔갑하며 간신히 2-1을 만드는데 그친 것은 불길한 흐름의 절정이었습니다. 더욱 5회 클리블랜드 선두 타자 케니 로프톤이 볼카운트 원스리서 한복판 96마일 패스트볼을 쳤을 땐(결과는 좌익수 플라이) 베켓 자신도 모르게 욕설이 나오며 일촉즉발 직전까지 갔습니다. 스스로도 실투의 불안감을 떨치지 못한 까닭이었습니다. 승리의 여신마저 냉정하게 팔짱만 끼고 있는 1점차의 숨막히는 흐름. 그러나 베켓은 전혀 흔들리지 않았습니다. 그는 무너져 내릴 듯한 제방을 홀로 떠받치고 있는 다윗이자 헤라클레스였습니다. 아마도 보스턴 팬들이라면 베켓의 폭포수 커브보다도, 벌판에 홀로 버티고 선 그의 모습에 더욱 감동을 받았을지 모릅니다. 그것은 2003년 챔피언십시리즈 시카고 컵스전서 불과 23세의 나이로 완봉승을 따내며 1승3패의 절망을 희망으로 바꿔 놓은 영 건(Young Gun) 베켓이 이제 완(完) 건으로 또 한번 거듭났음을 입증한 대목이기도 합니다. 베켓이 주연이었다면 주장이자 포수인 배리텍은 드러나지 않는 가운데 주연을 빛을 발하게 한 조연이었습니다. 1회 패스트볼이 불안하기 짝이 없었던 베켓이 커브로 투구 패턴을 바꾸고, 이후 쾌투 행진을 이어가는 데 배리텍의 투수 리드가 결정적이었기 때문입니다. 로프톤과 실랑이가 벌어졌을 때 제일 먼저 마운드로 달려가 베켓을 진정시킨 것도 그였습니다. 포스트시즌에서 포수의 중요성은 두 말할 나위가 없습니다. 구슬이 서말이라도 꿰어야 보배입니다. 흩어져 있었던 베켓의 구슬을 보배로 엮어낸 것은 다름 아닌 그의 단짝 배터리, 배리텍이었습니다. ▶ 관련기사 ◀☞[한들의 친구,야구]2004년-2007년의 보스턴 불펜, 그 극명한 빨간 양말의 구멍☞[한들의 친구,야구]‘이것이 빅볼’ 보여준 로프톤의 선제 V투런☞[한들의 친구, 야구]덮어버리고싶은 소설 NLCS, 잉태되는 가을 야구의 비극☞[한들의 친구,야구]실투가 아닌 기교파의 한계, 리반이 맞은 결승 3점홈런☞[한들의 친구,야구]39세 감독 웨지의 승부수, 인디언스 연장 대승 밑거름
- ''이탈리아노''처럼 여유있게 살아보기
- [조선일보 제공] 영화 ‘시네마 천국’에서 어른 알프레도를 울렸던 그 필름을 돌리던 작은 극장은 어디 있을까. 정답은 이탈리아 시칠리아 섬의 도시 ‘팔레르모(Palermo)’ 근교. 이 곳은 영화 ‘대부’와 ‘말레나’의 촬영지로도 알려져 있다. 버스·지하철을 이용하기도 좋고, 대자연과 도시의 매력을 한꺼번에 즐길 수 있다는 팔레르모. 이 곳에서 현지인처럼 살기 위한 필수 조건은 이렇다. 첫째, 집을 구할 것. 둘째, 자동차보다는 스쿠터를 탈 것. 셋째, 시칠리아인 특유의 느긋함에 익숙해지고, 사람들과 흥정하는 법을 배울 것. 이 세 가지를 갖추면 일단 반은 성공이다. 팔레르모 대학에서 사진과 비주얼 아트를 강의한다는 산토(Santo Eduardo Dimiceli)는 “현지인처럼 살려면 잠을 많이 자고, 느리게 먹고, 도둑을 피해 다니는 조심성과 바가지를 씌우는 상인들을 구워 삶는 노련한 자세가 필수”라고 충고해줬다. ▲ 팔레르모 근처 몬델로 해안가에 위치한 주택가의 모습. 첫날 근처 시장과 시내의 극장들을 둘러보았다면, 둘째 날부터는 인근 교외의 휴양지와 작은 서점, 카페들을 둘러보면서 시칠리아 사람 특유의 느긋함에 적응해보자.‘느리게 살라’는 팔레르모에서 얻을 수 있는 가장 큰 교훈이자 철학이다. 굳이 시간을 쪼개서 계획을 세우지 않아도 된다. 약속에 좀 늦는다 해도 사람들은 그다지 화내지 않는다. 어차피 작은 도시 팔레르모 안을 돌아다니다 보면 친구를 다 마주치게 될 테니까. 다른 섬으로 떠나는 배가 하루 쉰다고 해도, 사람들은 그저 고개를 끄덕일 뿐. 오후 8시를 넘어야 저물기 시작하는 긴 태양은 점심을 느긋하게 먹고 지인과 커피를 마시며 오래 수다 떨어도, 일을 마친 후 집까지 걸어간다 해도, 아직 하루가 꽤 많이 남았다는 생각마저 갖게 해준다. 팔레르모 사람들은 이방인들에게도 관대하고 친절하다. 사람들의 호기심의 대상이 되어야 한다는 약간의 귀찮음을 감수할 수만 있다면, 어딜 가도 곧 친구를 사귈 수 있다. 시장통에서, 카페에서, 시청 앞에서 당신이 낯선 나라의 지리와 관습을 몰라 쩔쩔매고 있다면, 조용히 주위를 둘러보자. 당신과 눈을 맞추고 “도와줄까?”라고 묻는 선한 사람들을 만날 수 있으니까. 단 하나 조심할 점, 도둑도 그만큼 많으니 지갑과 여권은 언제나 소중히 간직할 것. ▲ 팔레르모에서 현지인처럼 지내고 싶은 이에게 스쿠터나 오토바이는 필수 아이템. 남녀노수 할 것 없이 누구나 ""씽씽족""의 자유로움을 즐긴다.아파트 빌리기 & 스쿠터 마련하기팔레르모의 집은 가격이 천차만별이다. 대부분이 1주일~한 달 기준으로 방을 빌려주는데, 100~1000유로(1유로=약 1300원)까지 다양하다. 시장 근처의 집들은 싸지만 위험하다. 해변가를 중심으로 늘어선 집들은 인터넷으로 예약이 가능하다. 미디어베케이션렌털닷컴(www.media vacationrentals.com)에서 소개하는 테라스가 있는 방에 침대와 주방을 갖춘 곳은 1주일에 최소 330유로, 홈어웨이닷컴(www.homeaway.com)에서 소개하는 침실 세 개, 욕실 1개가 있는 집은 일주일에 500유로다. 방 하나만 원할 경우, 200~300유로에 빌릴 수 있다. 테라스에 앉아 눈부신 바다와 파란 하늘을 감상할 수 있고, 몇 발짝만 걸어나오면 매일 아침 열리는 벼룩시장에서 사람들과 섞여 이야기를 나누며 친구를 만들 수도 있다. 팔레르모에선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자동차보다 스쿠터를 더 많이 탄다. ‘베스파’ 같은 예쁘고 인기 있는 스쿠터를 빌리려면 하루에 40~50유로 안팎(일주일에는 200~250유로 안팎)을 줘야 한다. 빌리는 기간이 늘어나면 싸진다. 인터넷보단 직접 빌리는 게 싸다. 비아지 에 투리스모(Viaggi e Turismo·091-662-2372)는 팔레르모 시내 큰 길 ‘비아 로마(Via Roma)’ 한복판에 있어서 찾기 쉽다. 중고 스쿠터는 한 대에 500~1000유로 안팎. 레스토랑 대신 시장에서 장보기 시칠리아의 시장은 남대문 시장 같다. 없는 것이 없고, 구성진 노랫가락이 곳곳에서 울려 퍼진다. 음식을 살짝 맛본 후, 사지 않아도 크게 노하는 사람도 없다. 시장통 주인 아저씨에게 “목이 마르다”고 말을 걸면, 기꺼이 물 한 컵을 내주기도 한다. 팔레르모에선 부치리아 시장과 델 카포 시장, 발라로 시장, 이 세 곳이 가장 유명하다. 이 중에서도 가장 규모가 큰 것이 부치리아 시장(Vucciria)이다. 각종 해산물과 과일, 시칠리아의 길거리 음식은 물론, 권총 모양의 라이터와 아이 다리 크기만한 호박, 영화 ‘대부’에서 알파치노가 썼던 것과 비슷한 ‘시칠리안 모자’까지 없는 게 없다. 식재료 용으로 내다 파는 달팽이와 호박꽃, 사람 다리만한 가지도 볼 수 있다. 델 카포(Del Capo) 시장은 사람 구경을 하기 좋은 곳이다. 시장 구석구석에 잼과 파스타 소스를 파는 작은 가게들이 있어 골목골목 심심하지 않다. 시장 안에 작은 성당들도 볼거리. 이 곳 사람들은 시내 대성당보다 이렇게 시장 어귀 안에 있는 작은 성당에서 잠깐씩 예배를 보고 간다. 파로치아 디스 이폴리토(Parrocchia Dis Ippolito)가 대표적이다. 시장은 새벽 4시에 잠을 깬다. 어부들은 전날 밤 티레니아 해에서 잡아 건진 생선들을 시장으로 옮기기 시작하고, 상인들은 물건을 늘어놓는다. 새벽 6시만 되면 시칠리아 사람들의 물결이 시작된다. 이른 아침부터 여기저기서 고함을 들려온다. “토마토 1㎏에 단돈 3유로!” 포도(uva) 0.5㎏를 2.5유로에 샀다. 껍질을 벗겨 먹는 달콤한 시칠리아의 선인장 열매는 보통 1㎏에 약 4유로에 판다. 이 곳 사람들은 농담처럼 “부치리아 시장 바닥이 마른다면” 이란 말을 주고 받는다. ‘절대 그럴 일이 없다’는 뜻이다. 수많은 현지인들의 축축한 땀 냄새로 가득 찬 팔레르모의 붐비는 시장통을 연상하면 이해가 될 법도 한 말이다. 쉽게 만드는 '이탈리아 가정식' 산토는 “시칠리아 음식은 대단히 간단하게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팔레르모가 해안을 끼고 있는 만큼, 주 재료는 역시 해물. 특히 오징어(calamari)가 싱싱하다. 이 곳 사람들은 아침은 보통 바에서 커피와 브리오슈(빵 종류)를 서서 먹는 것으로 때운다. 대신 점심은 오전 11시30분부터 늦게는 오후 3시까지 그야말로 ‘길게’ 먹는다. 제일 먼저 파스타 전에 나오는 음식인 ‘안티파스타(Antipasta)’를 먹고, 그 다음엔 파스타와 리조또를 먹은 후, 메인요리로 스테이크나 생선 요리를 먹고, 디저트와 커피로 마무리하는 식이다. 늦게까지 점심을 먹었으니 저녁도 늦게 먹을 수밖에. 시칠리아 레스토랑들은 대부분 오후 9시~10시에 저녁 영업을 시작한다. 서서 먹는 저녁밥을 파는 바(bar)도 많다. 집에서 만들어 먹는 가장 일반적인 ‘안티파스타’는 ‘해물 샐러드’(insalate frutti di mare). 보통 문어를 끓는 물에 삶아 먹기 좋게 자른 후, 절인 올리브와 양파와 각종 야채를 넣고 버무려 먹는다. 오징어 튀김(calamari fritti)도 어느 곳에서나 쉽게 접할 수 있는 음식. 싱싱한 오징어를 잘 손질해 녹말가루를 묻혀서 올리브 기름에 튀겨낸 후, 레몬이나 라임을 잘라 튀김 위에 뿌려주면 된다. 쌀과 고기를 둥글게 빚어 튀긴 ‘아란치(Arancie)’도 인기 있는 현지 음식이다. 먼저 소스 팬에 오일과 버터를 넣고, 양파와 샐러리, 당근을 다져 함께 볶아준다. 소금과 후추, 허브를 넣고 양념한 다진 돼지고기를 넣고 함께 볶다가 스파클링 와인을 한 숟갈 넣어준다. 따뜻한 물을 한 컵과 쌀 한 줌을 더 넣고, 충분히 익혀준다. 달걀 노른자와 파마산 치즈를 섞어서 둥글게 손으로 빚은 후, 밀가루에 묻혀 올리브 오일에 노릇노릇하게 튀겨주면 된다. ▲ 오페라 극장 앞은 만남의 장소다. 오후만 되면 친구를 기다리는 젊은이들로 붐빈다.카페에서는 시칠리아의 커피는 대부분 브라질에서 수입해 온 것. 커피를 주문할 때 ‘운 카페(un caff?)’라고 하면 에스프레소를 준다. 이보다 조금 연한 커피는 ‘카페 룽고(caff? lungo)’. 같은 에스프레소 잔에 좀 더 묽은 커피를 담아준다. 이보다 더 연하고 양이 많은 커피를 먹고 싶다면 ‘카페 도르조(caff? dorzo)’를 주문할 것. 조금 더 큰 컵에 설탕 없이도 마실 수 있는 연한 커피를 내준다. ▲ 점심을 오래 먹는 대신 저녁은 오후 9시쯤 바에 서서 간단히 때우는 게 이 곳 사람들의 특징이다.현지인들이 가는 여행지 팔레르모 사람들이 주말에 가장 많이 가는 근교 여행지는 몬델로(Mondello)다. 시내 한복판에 있는 스투르초(Sturzo) 광장에서 1유로를 내고 806번 버스를 타면 된다. 30분 정도 달려가면, 코발트 빛으로 빛나는 바다가 눈부신 해변가 마을 몬델로에 도착한다. 작은 서점과 레코드 가게, 카페들이 늘어서 있어 토요일 오후 한낮을 여유롭게 보내기엔 제격이다. ▲ 펠레그리노 산 속 도로를 달리는 바이크 족. 이 곳에 서면 팔레르모 시내가 한 눈에 내려다 보인다.시칠리아의 깎아지른 절벽과 산을 구경하고 싶다면 역시 스투르초 광장에서 826번 버스를 타고 탄산수 산 펠레그리노(San Pellegrino)가 나오는 곳으로 유명한 몽테 펠레그리노(Monte Pellegrino)로 갈 것. 30분이면 갈 수 있다. 버스가 산꼭대기까지 올라가준다. 산 아래에서 팔레르모 시내를 한 눈에 굽어볼 수 있다. ▲ 시내 한복판을 점령한 ""훈남""들. 선글라스를 머리에 얹고 몸에 붙는 티셔츠를 입어주는 게 이 곳 멋쟁이들의 법칙.스키니 진과 원색 티셔츠는 기본 ‘비아 로마’ 길 한복판에 자리잡고 있는 팔레르모 시내는 우리나라 서울의 명동과 분위기 비슷하다. 갓 고등학교를 졸업한 멋쟁이 청소년들이 커플로 손을 잡고 다니는 ‘훈훈한’ 광경을 곳곳에서 볼 수 있다. 이 곳에 있는 오페라 극장은 특히 젊은이들에겐 ‘만남의 장소’로 통한다. 오후 7시를 넘기면 친구를 기다리는 젊은이들로 넘쳐난다. 쇼핑도 충분히 즐길 만하다. ‘자라(Zara)’, ‘H&M’, ‘시슬리(Sisley)’, ‘페르지(Fergi)’ 같은 중저가 브랜드들이 많아, 한국에서부터 몇 주치의 옷가지를 굳이 싸올 필요를 못 느낀다. 이 곳에서 멋쟁이가 되려면 일단 스키니 진과 원색의 티셔츠를 소화할 몸매부터 갖춰야 한다. 검정색 스키니 진에 플랫슈즈를 신고, 몸에 달라붙는 원색의 티셔츠를 입을 것. 고글 선글라스나 테두리가 화려한 안경도 이 곳에서 인기다. ●항공권 정보 여행사 투어익스프레스에 따르면, 11월에 인천공항에서 로마로 떠나는 항공권은 에어프랑스는 75만2000원, 루프트한자는 75만2000원, 영국항공은 64만6000원, 일본항공은 66만5000원, 케세이퍼시픽항공은 68만4000원. 인천에서 로마를 경유해 팔레르모에 도착하는 왕복 할인 항공권도 있다. 알이탈리아항공을 이용하면 성인 2명이 함께 예약할 경우 1명의 요금이 109만3500원, 성인 3명이 함께 예약할 경우 1명의 요금이 99만7500원이라고. 모두 세금은 뺀 가격이다. ▶ 관련기사 ◀☞현지인처럼 살기… 그들의 삶을 여행하다
- '로비스트'의 '염장' 3인, 송일국 허준호 한재석 연기격돌 관심
- ▲ SBS '로비스트' 염장 3인 송일국, 허준호, 한재석(왼쪽부터)[이데일리 SPN 김은구기자] SBS 블록버스터 드라마 ‘로비스트’(극본 주찬옥, 최완규, 연출 이현직)는 ‘염장’ 3인의 연기대결로도 관심을 끈다. 염장은 지난 2005년 5월 종영된 KBS 2TV 인기 사극 ‘해신’에서 송일국이 연기한 역할이다. 송일국은 KBS 1TV 드라마 ‘애정의 조건’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끈 뒤 ‘해신’에서의 염장 역할로 인기의 기반을 공고히 했다. 이후 송일국은 MBC ‘주몽’에서 타이틀롤을 맡아 이 드라마를 50%가 넘는 시청률로 이끌더니 120억원의 제작비가 투입된 ‘로비스트’에서 남자 주인공 해리 역에 캐스팅되기까지 거침없는 질주를 하고 있다. 그러나 '해신'에서 송일국이 맡았던 염장 역에는 당초 한재석이 먼저 캐스팅됐었다. 한재석은 병역파문으로 이 역할에서 하차, 송일국에게 배역을 넘겨줬으나 군 제대 후 첫 드라마인 ‘로비스트’에서 송일국과 나란히 주연으로 호흡을 맞추게 됐다. 한재석은 이 드라마에서 강태혁 역을 맡았다. 이와 함께 이 드라마에서 로비스트인 제임스리 역을 맡은 허준호도 과거 ‘해신’의 염장 역에 캐스팅 제의를 받았던 인연이 있다. 송일국은 5일 오후 서울 반포본동 엘루체명품관에서 열린 ‘로비스트’ 제작발표회에서 이같은 사실을 밝힌 뒤 “이 드라마를 계기로 한재석과도 좋은 인연을 맺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밝혔다. 한재석은 “‘해신’ 캐스팅과 관련해 생각해본 적은 없지만 내가 염장을 연기했다면 송일국 처럼은 못했을 것”이라며 함께 호흡을 맞추게 된 동료를 치켜세웠다. ‘로비스트’는 국내에서는 부정적 이미지가 있고 잘 알려지지도 않았지만 외국에서는 인기 직업으로 각광받고 있는 로비스트의 삶을 다룰 드라마로 오는 10월3일 첫 방송될 예정이다.▶ 관련기사 ◀☞한재석 "연기의 소중함 깨달았다...과거 행적 너그럽게 용서를"☞'로비스트' 빗속 제작발표회...한성주 돌발질문에 송일국 당황☞[포토]한재석, '권총 들고 포즈를? 너무 어색해요~'☞[포토]장진영, '블랙원피스에 권총 한자루, 섹시한가요?'☞[포토]송일국 장진영 한재석 주연 대작 '로비스트' 제작발표회 열려 ▶ 주요기사 ◀☞심형래 감독 "TV에서 울었더니 '눈물 마케팅'이라더라"☞윤상 "아내 없었다면 유학생활 불가능했을 것"☞'이산' 이병훈 PD "의술, 음식 이어 그림으로 승부수"☞'사랑과 전쟁' 극장판은 '12번째 남자'...19금 파격 정사신 예고☞이창훈,'이산' 최대 수혜자...10년만에 MBC 드라마 잇단 캐스팅
- '로비스트' 빗속 제작발표회...한성주 돌발질문에 송일국 당황
- ▲ 5일 열린 SBS '로비스트' 제작발표회에 참석한 송일국, 장진영, 한재석(왼쪽부터)[이데일리 SPN 김은구기자] 대박의 조짐일까? 블록버스터 드라마 SBS ‘로비스트’(극본 주찬옥, 최완규, 연출 이현직)의 제작발표회가 5일 오후 서울 반포본동 엘루체명품관 옥상에서 빗속에 진행됐다. 엘루체명품관 옥상에 꾸며진 야외정원은 햇빛정원이라는 이름이 붙었지만 ‘로비스트’ 제작발표회는 송일국, 장진영, 한재석 등 출연진과 제작진, 취재진 등 참석자가 모두 비를 맞으며 행사를 지켜봐야 했다. 빗방울이 점차 굵어지자 여기저기 우산을 펼쳐드는 사람들도 있었다. 비가 오는 가운데서도 여자 주인공 마리아 역을 맡은 장진영은 무대에 올라 “이런 날에 갑자기 비가 오면 대박을 예고하는 조짐이라는데 그 말이 현실에서 이뤄졌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밝혔다. 남자 주인공 해리 역의 송일국은 자신의 역할을 소개하기에 앞서 “개인적으로 사진을 찍는 것을 좋아하는데 사진기자들 카메라가 방수가 되는 것인지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이날 행사는 전 SBS 아나운서 한성주가 진행을 맡았으며 비가 흩뿌리는 상황에서도 예고편 상영 및 협찬사인 주얼리업체 스와로브스키의 추동컬렉션 패션쇼가 함께 진행됐다. 특히 한성주는 예고편에서 장진영이 붉은 드레스를 입고 송일국과 탱고를 추는 장면이 인상적이라며 “나도 (장진영과) 같은 색 옷을 입었는데 송일국의 손만 잡고 있어도 마음이 떨리겠다. 다음에 한번 기회를 달라”는 말로 송일국을 당황시켰다. 한성주는 또 행사 마지막에 “‘태왕사신기’의 배용준이 관심을 끌고 있다는데 ‘로비스트’에도 송일국, 한재석, 장진영 등 쟁쟁한 배우들이 출연한다. 배신하지 말아 달라”고 말해 참석자들을 웃게 만들었다. ‘로비스트’는 ‘완벽한 이웃을 만나는 법’ 후속으로 오는 10월3일 첫 방송될 예정이다. <사진=김정욱 기자>▶ 관련기사 ◀☞'로비스트'의 '염장' 3인, 송일국 허준호 한재석 연기격돌 관심☞한재석 "연기의 소중함 깨달았다...과거 행적 너그럽게 용서를"☞[포토]한재석, '권총 들고 포즈를? 너무 어색해요~'☞[포토]장진영, '블랙원피스에 권총 한자루, 섹시한가요?'☞[포토]송일국 장진영 한재석 주연 대작 '로비스트' 제작발표회 열려
- 29일 서울에선 ‘남북 정상 연극 회담’
- [조선일보 제공] 평양에서 남북 정상회담이 열리는 29일, 서울에서는 남북 정상을 풍자하는 연극이 개막한다. 극단 쎄실의 ‘정말, 부조리하군’(이윤택 작·채윤일 연출)이 오는 29일부터 대학로 게릴라극장에서 공연된다. 독일 작가 뒤렌마트의 ‘로물루스 대제’에 한국 정치현실을 넣어 개작한 부조리극(不條理劇)으로, 마지막에 노무현 대통령을 떠올리게 하는 작가(최규하)와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빗댄 키 작은 남자(주호수)가 대화하는 장면이 들어 있다. 남북 정상회담과 겹쳐진 건 우연의 일치다. 연출가 채윤일은 “작가가 지난해 12월 대본을 쓸 땐 올해 12월쯤으로 남북 정상회담을 예상했는데, 8월 29일 서울 공연 개막이 확정된 뒤에 남북 정상회담 일정이 발표됐다”며 “정치적인 회담은 평양에서, 연극적인 회담은 서울에서 열리는 셈”이라고 말했다. ▲ 연극‘정말, 부조리하군’의 작가(왼쪽)와 키 작은 사내. 각각 노무현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풍자한 등장인물이다. /극단 쎄실 제공‘정말, 부조리하군’은 나라를 망하게 한 통치자를 그리는 연극이다. 로물로스 대제는 게르만이 침공하는데 한가하게 닭이나 키우고 역사 공부에 매달렸다는 서로마 제국의 마지막 황제다. 이윤택은 로물로스 대제와 지금 한국의 정치상황을 섞어 풍자극을 만들었다. 작가(황제)의 잠 속에 서기 476년 서로마에서 온 기병대장이 도착하며 시작되는 이 연극에서 황제는 TV해설자보다도 영향력이 없고, 인터넷에 댓글이나 올리고, 재정 파탄에 우방국과의 관계는 악화되는데 북녘에 쌀·시멘트를 퍼주는 사람으로 설정돼 있다. 그러나 이윤택은 “노무현 대통령을 비난하지도 칭찬하지도 않고 풍자했을 뿐”이라고 말했다. ‘산씻김’ ‘난쏘공’의 연출가 채윤일은 “노무현 대통령이 권위주의를 깼다고 하지만, 난 대통령은 권위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작가와는 다른 입장을 나타냈다. 이 연극은 현실과 겹쳐지는 상황이 많다. 마지막 장면에서 치마를 입고 나타난 키 작은 사내는 작가에게 권총을 쥐어주며 말한다. “어서 날 쏘시오. 그럼 우리의 사명은 끝나는 것이오. 북녘에서 고생하는 인민들은 관광개발 붐을 타고 잘 먹고 살 것이고, 당신은 체면을 차리고 죽을 수 있을 것이오.” 작가와 키 작은 사내는 권총 자살을 시도하지만 불발로 끝난다. “이런 젠장! 역사는 역시 부조리하군”이 그들이 외치는 마지막 대사다. (02)763-1268
- (클릭! 새책)절망의 시대에 쓰는 희망의 경제학
- [이데일리 공희정기자] 지금의 20대는 상위 5% 정도만이 한전과 삼성전자 그리고 5급 사무관과 같은 '단단한 직장'을 가질 수 있고, 나머지는 이미 인구의 8백만을 넘어선 비정규직의 삶을 살게 될 것이다. 비정규직 평균 임금 119만원에 20대 급여의 평균비율 74%를 곱하면 88만원 정도가 된다. 세전 소득이다. 88만원에서 119만원 사이를 평생 받게 될 것이다. 그런데 이 '88만원 세대'는 우리나라 여러 세대 중 처음으로 승자독식 게임을 받아들인 세대들이다. 탈출구는 없다. 이 20대가 조승희처럼 권총을 들 것인가, 아니면 전 세대인 386이 그랬던 것처럼 바리케이드와 짱돌을 들 것인가, 역사의 갈림길에 서 있다. 최근 가장 주목받는 소장 경제학자 중 한 명인 우석훈 박사와 전직 <말>지 기자 박권일의 공저인 `88만원 세대`는 IMF 경제위기 이후의 10년 동안에 급격하게 격화되고 있는 `세대간 불균형` 문제를 외국의 변화들과 비교하며, 세대간 불균형이 지금 우리나라에서 가장 심각한 문제임을 환기시킨 책이다. 저자는 20대의 독립이 다른 OECD국가들에 비해서 늦어지고 있다는 사실과 20대의 직업적 데뷔가 지체되고 있는 현상들에 착안하여 지금 한국의 세대간 불균형이 어느 정도로 심각한지에 대해서 다각도의 분석을 시도한다. 종신고용이 해체되는 상황에서 태권도 국가대표팀, 공기업, 그리고 조폭과 불법다단계에 이르기까지 우리나라의 각 경제조직 내에서 지금의 20대가 처하게 될 경제적 운명에 대해서 분석한 저자는 세대간 불균형이 역사적으로 등장한 배경과 유사점을 다양한 시각으로 분석하고 있다. 저자는 이러한 현상의 원인을, 산업 다양성이 극도로 떨어지는 분야별 독과점화, 지방자치제도를 통한 지역 경제 해법의 결여, 그리고 지금의 20대가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던 승자 독식 게임의 지나친 일반화 등에서 찾는다. 저자는 승자 독식 게임에 갇힌 20대가 이 문제를 풀기 위해서 스스로 할 수 있는 일과 노동조합을 비롯한 이미 `바리케이드`를 가지고 있는 사회적 기관들이 20대 문제를 풀기 위해서 해야 할 일들에 제시하면서,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면 한국 자본주의가 굉장히 빠른 시간 내에 지금보다 훨씬 곤란한 구조적 문제에 봉착하게 될 것이라는 진단했다.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시도된 세대간 불균형 분석인 `88만원 세대`는 딱딱하고 따분한 경제 분석서의 틀을 벗어나 다양한 문학작품과 외국 사례들을 활용하여 유쾌하고 명랑하게 읽을 수 있는 것도 이 책의 장점이다. 우석훈, 박권일 지음, 레디앙 미디어, 1만2000원.
- 한국 언론에 첫 공개한 FBI연구소를 가다
- [조선일보 제공] “이것은 미국 납세자의 세금을 절약해주는 특수장치입니다.” 최근 방문한 미국 버지니아주 콴티코(Quantico)에 위치한 미 연방수사국(FBI) 연구소. FBI의 증거수집팀 요원인 톰 린트너(Lintner)는 모니터가 장착된 일명 007 가방에서 특수렌즈가 달린 전선을 꺼냈다. 마이크로바이퍼(Microviper)로 불리는 이 장치를 연구소 바닥의 카펫에 갖다 대자 100배로 확대된 영상이 모니터에 나타났다. 그가 손가락에 끼고 있는 결혼반지를 확대해 보니 흠집이 선명하게 드러났다. 리트너 요원은 “사건 현장의 증거물을 FBI연구소로 가져가 심층조사를 할 것인지를 즉각 판단할 수 있어 예산낭비를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같은 팀의 여자 요원은 미국의 TV 드라마 ‘CSI’ 에서 볼 수 있는 장비를 실연했다. 아무런 흔적도 없는 신문지에 특수 은박지를 붙이자 육안으로는 보이지 않았던 범인의 신발자국이 드러났다. 과학수사의 대명사인 FBI는 최근 워싱턴 주재 외국 기자들이 FBI연구소와 FBI훈련원을 둘러볼 수 있는 기회를 2년 만에 마련했다. 프랑스·러시아·일본 등 20여명의 워싱턴주재 특파원이 참가한 이날 취재에 한국 기자로는 유일하게 참석했다. 워싱턴DC 남쪽의 미 해병대 기지 내에 자리잡고 있는 FBI연구소와 FBI훈련원은 워싱턴의 본부와 함께 3대 핵심시설로 꼽힌다. 2003년 신축된 FBI연구소가 한국 언론에 공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워싱턴에서 자동차로 약 40분 걸려 도착한 FBI 시설의 출입구에서는 ‘100% 신분증 검사’라는 문구가 기자들을 맞았다. FBI연구소 취재는 철저한 보안 속에서 진행됐다. 특파원은 카메라와 휴대전화를 모두 버스에 남겨 둔 후에야 연구소에 들어갈 수 있었다. 연구소 1층에서 기자들을 맞은 것은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2003년 연구소를 방문한 당시의 대형 사진이었다. 국회의사당 크기의 6층짜리 건물 3개가 연결된 초대형 연구소엔 600여명이 근무하고 있다. 연간 5조원이라는 FBI 예산의 상당부분을 사용하는 이 연구소 직원의 90%는 주로 과학을 전공한 전문직이고, 10%가 FBI 요원이다. FBI연구소 곳곳에서 2001년 발생한 9·11 사건의 여파가 느껴졌다. 폭발물팀에선 세로 1m, 가로 30㎝의 대형 신발이 눈길을 끌었다. 신발을 이용한 폭탄이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연구하기 위한 모형이다. 바로 옆에는 알람을 이용한 폭탄, 10㎝짜리 못으로 둘러싸인 폭발물, 배터리를 이용한 폭탄이 놓인 채 조사가 진행 중이었다. 한편에는 ‘자살폭탄’이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연구하기 위해 허리에 폭발물을 채운 마네킹이 서 있다. 특수사건대응팀장 데이비드 레시(Resch)는 “또 다른 9·11 사건에 대비해야 한다”면서 “주요 도시에서 대량살상무기를 이용한 테러 등에 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FBI연구소는 미국의 각 주정부와 연결, 범죄자의 유전자(DNA) 조사를 실시간으로 실시하는 코디스(CODIS) 시스템을 갖추고 있었다. 이 시스템에는 400만명의 DNA 자료가 축적돼 있다. 각 층엔 수억원대의 DNA 감식시스템, 화학실험기구가 즐비했다. 연구소 부국장 멜리사 스머즈(Smerz)는 4층의 화학실험실을 설명하던 도중 “여러분의 바로 앞에 있는 작은 기계들이 5억~6억원”이라고 말했다. FBI 는 이런 첨단장치에 힘입어 지난해 총 33만2689건의 감식을 실시했다. 3층의 총기실험실은 기자의 관심을 가장 많이 끈 곳 중 하나였다. 총 6000개의 총기류가 나란히 진열돼 있다. 영화 ‘007’ 시리즈에서 볼 수 있던 지팡이 권총, 우산 권총, 기타를 이용한 권총을 실제로 볼 수 있다. 볼펜 크기의 특수권총도 눈에 띄었다. 복도엔 약 30m 간격으로 천장에 긴급세척장치가 설치돼 있다. 연구소에서 위험한 화학물질, 폭발물을 다루다가 신체가 오염될 경우 즉각 손잡이를 잡아당겨 세척할 수 있도록 한 장치다. 비상약도 손쉽게 찾을 수 있도록 출입구마다 놓여 있다. FBI훈련원 취재는 공짜가 아니었다. 기자는 식당에서 8달러50센트를 내고 치즈버거, 감자로 점심식사를 했다. 500여명을 수용할 수 있는 대형식당에는 전문가 교육을 받기 위해서 온 중년의 남녀 경찰관들이 눈에 띄었다. 함께 식사를 한 FBI의 홍보담당관 필립 에드니(Edney)는 “ 9·11 사건 이후에 테러리즘 예방에 더 많은 신경을 써서 교육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FBI교육생에 대한 개별접촉은 일절 허용되지 않았다. FBI에 요청해서 받은 사진에도 철저히 FBI요원의 얼굴이 감춰져 있었다. 복도에서 마주친 FBI교육생은 한결같이 짧은 머리에 허리엔 파란색 모형 권총을 차고 있었다. 커드 크로퍼드(Crawford) 공보관은 “교육생은 21주의 임용교육에서 최소한 2개의 총을 다루는 방법을 숙달해야만 졸업할 수 있다”고 말했다. 총기 보유가 합법인 미국에서 사격을 하지 못하는 FBI 요원은 상상하기 어렵다. 이를 강조하듯 FBI아카데미 1층의 총기고 앞에는 60발을 한 발도 빠짐없이 명중시킨 이들만이 가입하는 ‘특등사수클럽’ 회원 명단이 걸려 있었다. 살짝 들어가 본 축구장 크기만한 체육관 한 편에서는 3인 1조로 권총을 들고, 범인을 체포하는 실습을 하는 교육생이 눈에 띄었다. 미국의 60여개 지부에서 활동하는 3만2000여명의 FBI요원은 모두 이런 과정을 거쳤다. 훈련원에 입소한 FBI요원의 평균 연령은 30세. 평균 초임은 약 6만달러이며, 지난해에는 3만명이 응모한 가운데 8000명을 선발했다. FBI 훈련원 곳곳에서 48년간 FBI 국장을 역임한 에드가 후버(Hoover)의 흔적을 발견할 수 있다. FBI의 기틀을 잡은 후버 전 국장은 복도, 도서관, FBI 명예의전당에서 대형 초상화, 흉판의 모습으로 기념되고 있다. 이날 FBI 훈련원을 둘러본 후 FBI 관계자에게 물었다. “중앙정보국(CIA)과 갈등이 존재하지 않느냐.” FBI 관계자가 웃으면서 대답했다. “갈등은 물론 존재한다. 그러나 그것은 선의의 경쟁을 위한 건전한 갈등이다.” 마치 준비된 듯한 답변이었다. 이날 오후, 잠시도 쉴 틈 없이 진행된 브리핑과 취재가 끝나 버스에서 기자들이 한숨을 돌릴 때, 이날 안내한 FBI관계자가 마이크를 잡았다. “여러분이 잠들기 전에 한 가지 알려주겠다. FBI 가 2003년부터 국제사회와 협력한 사안은 총 54건이라고 한다. 참고하기 바란다.” 기자가 오전에 FBI연구소에서 한 질문에 대한 답변이었다. 서울에서 별 것도 아닌 통계자료를 파악하기 위해 시간을 허비하곤 하던 것을 생각하며, 흔들리는 워싱턴행 버스 속에서 잠이 들었다.
- "청계산서 김회장 아들이 `아버지`라 불렀다"
- [조선일보 제공] 한화 김승연(55) 회장 일행에게 보복폭행을 당한 것으로 알려진 서울 북창동 S유흥주점 조모(43) 사장과 종업원 등 6명이 8일 기자회견을 갖고 피해사실을 직접 폭로했다. 이들은 이날 오후 6시쯤 서울 마포구 마포동 경찰청 광역수사대 본관 입구에서 선 채로 기자회견을 갖고 “김승연 회장에게 직접 폭행당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또 “(청계산 공사 현장에서) 아들이 (김 회장에게) 아버지라고 불렀다”면서, 김 회장이 청계산 폭행현장에 있었음을 재확인했다. 이들은 사진 및 방송 촬영을 하지 않고 음성변조를 하는 조건으로 기자들과 만나 6분간 회견을 가진 뒤 다시 광역수사대로 들어갔다. 이들은 현재 경찰에 신변보호를 요청한 상태다. ◆“아들이 아버지라고 부르는데…”종업원들은 회견에서 “(폭행한 사람이) 김 회장인 것을 어떻게 확신하느냐”라는 질문에 대해 “처음에 (청계산으로) 갈 때부터 G가라오케 직원한테 (시비가 붙었던 사람이) 김 회장 둘째 아들이라고 얘기를 들었고, 현장에서 아들이 ‘아버지’라고 부르는데 당연히 아빠 아니냐. 아들이 아버지라고 그러는데…”라고 밝혔다. 이어 “(김 회장과) 같이 청계산에도 갔느냐”는 질문에, 여럿이서 “네”라고 대답했고, 다시 취재진이 “아들과 아버지까지 청계산에 다 같이 갔죠?”라고 확인하는 질문에도 분명하게 “네”라고 말했다. 이들은 “(경찰 조사에서) 진술했던 그대로 주먹과 발로 폭행당했다”라고 말했다. 이들은 경찰의 발표 내용과 달리, 김 회장이 쇠파이프를 사용했다는 말은 하지 않았다. 김 회장이 권총으로 위협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취재진이 “김 회장이 자신은 때린 적도 없고 청계산에 간 적도 없다”고 부인했다고 하자, 한 종업원은 “진실은 언젠가 밝혀진다는 걸 믿고요. 뭐든지 돈으로 다 해결하려는 그런 생각은 언제든지 꼭 밝혀서…. 진실을 꼭 밝힐 수 있게끔 나라에서 다 조정을 했으면 좋겠습니다”라고 말했다. ◆“맞으러 가면서 어떻게 담배 피우나?”사건의 발단이 됐던 서울 강남구 청담동 G가라오케에서 S유흥주점 종업원들이 김 회장 일행에 의해 납치돼 청계산 공사장으로 끌려갔다는 경찰의 발표에 대해 한화측은 “(종업원들의) 동의하에 이동했고 좋은 분위기 속에서 담배도 피우고 전화도 했다”고 밝히고 있다. 이에 대해 종업원들은 “전혀 근거 없는 소리”라고 일축했다. 한 종업원은 “끌려가기 전에 (김 회장이 부른다는 이야기를 듣고) 어디 납치당하지 않을까, 아니면 (한화) 회장님이니까 어디 좋은 식당 가서 밥 먹고 헤어지지 않을까, 50대 50으로 생각했었다”면서 “진짜 그 당시 상황에 없었던 사람은 모를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이동할 때 분위기가 좋았다면) 전화로 저희가 어디 가고 있다는 걸 저희 직원하고 서로 통화를 하고 갔을 것”이라며 “맞으러 가는 사람이 전화도 하고 어떻게 담배를 피울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파리 목숨보다 못 한 입장”캐나다로 도피한 범서방파 행동대장 오모(54)씨를 봤느냐는 질문에 이들은 “잘 모르겠다”라고 했고, “(사건 발생 후) 한화측의 협박, 회유 시도는 없었느냐”는 질문에도 “아니다”라고 답했다. 한 종업원은 “저희는 그날 사건 후에 모두 피해 있었으며, 그쪽(한화측)하고 접촉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들은 기자회견 도중 떨면서 울먹거리기도 했다. 한 종업원은 “심경이요? 매우 불안하고 무섭고 ‘이 사건에 괜히 연관됐네’ 이런 생각이 들고요. 솔직하게 파리목숨보다 더 못 한 지금 그런 입장입니다”라고 말했다.◆한화 “쇠파이프 없었다”고 밝힌 셈한화측은 종업원들의 기자회견에 대해 “공식적 입장은 없다”면서도 “왜 (경찰이) 종업원들이 일방적인 이야기를 하게 만드느냐”며 불쾌감을 표시했다. 한화 관계자는 “회견 내용을 볼 때 칼, 몽둥이, 조폭, 총 등이 사용됐다며 부풀려진 이야기들이 가라앉을 수도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 기사내용+기사이미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