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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정 칼바람에 잔뜩 움츠린 금융권…인사태풍 비화
- 지난 7일 서울북부지방검찰청 직원들이 서울시 중구 회현동 우리은행 본점에서 압수품이 든 박스를 들고 나오고 있다. [사진=연합뉴스][이데일리 박일경 기자] 지난 2일 이광구 우리은행장이 채용 비리 의혹에 책임을 지고 사임한 가운데, 채용 비리로 촉발된 금융권 사정 정국이 최고경영자(CEO) 교체 바람으로 비화할 조짐이다.금융권에서는 검찰과 경찰 수사 결과에 따라 다음 차례가 어디일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여기에 임기 만료로 후임자를 물색하는 작업까지 병행되면서 금융권엔 인사 태풍이 몰아치고 있다.◇예사롭지 않은 금융권 사정정국…수장들은 ‘좌불안석’12일 금융계와 수사당국에 따르면 KB금융지주는 시민단체와 노동조합의 고발·고소로 수사를 받고 있다. 지난 7월 4일 투기자본감시센터는 윤종규 KB금융그룹 회장과 KB지주 등이 옛 LIG손해보험(현 KB손해보험)을 비싸게 사들여 5451억원에 달하는 횡령·배임 혐의가 있다며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다. 검찰은 석 달 넘게 수사에 착수하지 않다가 지난달 31일 고발인 조사를 시작했다.사흘 후인 이달 3일에는 경찰이 KB국민은행 여의도 본점을 압수수색했다. KB금융 노동조합협의회가 고소한 여론조사 결과 조작 의혹을 수사하기 위해서다. 노조는 윤 회장 연임 찬반을 묻는 설문조사에 사측이 조직적으로 개입했다고 보고 있다.시민단체와 노동조합의 고발 및 고소 내용에 신빙성이 상당하다고 드러날 경우 후폭풍을 가늠하기 어려운 상황이다.김정태 하나금융그룹 회장과 함영주 KEB하나은행장은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에 얽힌 특혜 대출과 특혜 승진 의혹으로 곤욕을 치르고 있다. 김 회장과 함 은행장은 현재 검찰 수사 대상은 아니지만 검찰에 고발된 상태다.참여연대와 금융정의연대 등은 6월 최순실 씨의 딸 정유라 씨 특혜 대출과 이상화 전 하나은행 본부장 특혜 승진과 관련해 은행법 위반 등 혐의로 김 회장과 함 행장을 검찰에 고발했다. 하나금융 노조도 최근 금융감독원에 김 회장과 함 행장 제재를 요청했다.김용환 NH농협금융지주 회장은 금감원에 채용 청탁을 한 혐의를 받고 있다.검찰은 지난달 25일 김 회장 자택과 사무실 등을 압수수색했다. 검찰은 청탁금지법 도입 전 일이어서 일단 혐의점은 두지 않고 있다. 청탁과 함께 대가가 오갔다면 뇌물죄가 적용될 수 있지만 아직까지는 이 같은 정황이 발견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금융당국, 연말까지 채용비리 특별점검…적발 시 검찰수사 통보금융당국의 금융권 채용 전반 점검은 또 다른 ‘시한폭탄’이다.금융당국은 ‘신의 직장’으로 불리는 예금보험공사, 자산관리공사, 주택금융공사, 신용보증기금, 산업은행, 기업은행, 예탁결제원 등 7개 금융 공공기관과 한국거래소와 증권금융 등 5개 금융 관련 공직 유관단체의 5년간 채용절차 등 채용업무 전반을 점검하기로 했다.은행권은 이달 말까지 14개 국내은행이 채용시스템 전반에 대해 자체 점검키로 했으며 금감원이 이를 지원하기로 했다. 공정하고 객관적인 절차에 따라 채용이 이뤄지도록 인사내규가 잘 정비돼 있는지, 내규대로 제대로 집행되는지 등을 점검할 예정이다.금융당국은 연말까지 금융공기업과 관계기관을 대상으로 진행하는 채용비리 특별점검에서 채용 비리 사실이 밝혀지면 초강력 조치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기관장이나 감사 해임 건의는 물론 회사 경영평가에 불이익을 주고 예산을 삭감하는 등 강도 높은 조치를 취하고 경중을 따져 검찰에 수사를 통보한다는 입장이다.점검 결과에 따라 금융권 전반으로 CEO 교체 바람이 확산할 수 있다.◇임기 만료 또는 공석에 수장 교체 잇달아임기 만료로 CEO가 교체되는 곳도 많다. 손해보험협회는 이미 차기 협회장 선임을 마쳤다. 은행연합회는 회장추천위원회를 별도로 꾸리지 않고 이사회에서 이달 중순부터 세 차례 회의를 열어 후보자를 선정해 총회에 부의할 계획이다.홍재형 전 부총리와 김창록 전 산업은행 총재, 윤용로 전 기업은행장, 신상훈 전 신한금융지주 사장 등이 회장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생명보험협회는 현 회장 임기가 다음달 8일로 끝나지만 아직 회추위 구성을 위한 이사회 일정조차 잡지 못했다. 장관 출신 손보협회 회장과 격이 맞는 후보를 물색하기가 어려워서 차기 회장 선임 절차가 늦어지는 것으로 전해졌다.금융 공공기관 중에서 주택금융공사가 오는 17일까지 차기 사장 후보를 공개 모집한다.민간 금융기관에서는 우리은행이 임원추천위원회를 열고 행장 선임 절차를 밟는다. 우리은행 이사회가 올해 안에 주주총회를 열고 행장을 결정한다는 계획이어서 임추위가 다음 달 초까지 차기 행장 후보를 정해야한다.금융권에서는 현재 행장 업무를 대행하는 손태승 글로벌 부문 겸 글로벌그룹장과 이동건 전 영업지원그룹장, 김승규 전 우리금융지주 부사장, 박영빈 전 경남은행장 등이 거론되고 있다.농협금융지주는 이경섭 NH농협은행장이 올해 말 임기가 끝남에 따라 임기 종료 40일 전에 임추위를 열고 본격적인 선임 절차에 들어갈 예정이다.농협금융은 2012년 농협이 신경분리(신용사업과 경제사업의 분리) 된 이후로 행장이 연임한 사례가 없다. 때문에 지주 부사장이 은행장으로 오던 전례를 고려하면 오병관 농협금융 부사장이 유력한 차기 행장 후보로 거론된다. 이창호 농협 부산지역본부장, 김형열 부행장, 박규희 부행장 이름도 언급된다.서울보증보험은 사장 후보 공모를 마치고 심사를 하고 있다.지난 6일까지 공모에 모두 9명이 지원했다. 금융당국 출신으로 금융감독위원회 기획행정실장을 지낸 정채웅 전 보험개발원장 등 2명이 있고, 나머지는 서울보증 전·현직 임원이거나 금융계 인사로 알려졌다. 현재로서는 김상택 서울보증 전무가 유력 후보로 거론된다.삼성생명·화재·카드 등 삼성 금융 계열사 사장단 인사도 조만간 진행된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 임원 인사가 마무리되면 시작될 것으로 보고 있다. 통상 삼성화재 사장이 삼성생명 사장으로, 삼성자산운용 사장이 삼성증권 사장으로 옮겨갔다.공직 유관단체로 한국증권금융이 차기 선임 절차를 시작한다. 정지원 전 사장이 증권거래소 이사장으로 옮기며 공석이 됐다.
- [기고]이재용 항소심, 눈치보기 판결은 안된다
- [법무법인 민주 서정욱 변호사] ‘세기의 재판’으로 불리는 삼성 이 부회장에 대한 항소심이 시작부터 치열한 법리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말의 소유권 등 여전히 사실 판단의 문제가 남아 있지만, 1심에서 상당 부분 사실 심리가 이뤄져 항소심에서는 법리 위주로 치열한 다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과연 항소심에서는 한 치의 자의도 발붙일 틈이 없는 정교한 논증으로 올바른 판단이 내려질 수 있을까? 항소심에서는 과연 권력과 여론에 일체 좌고우면 하지 않고 오로지 법과 원칙, 증거와 팩트에 입각한 명쾌한 판단이 내려질 수 있을까?▲서정욱 변호사이 부회장의 항소심과 관련해 현재 다투어지고 있는 주된 쟁점과 이에 대한 필자의 나름대로의 견해를 개진하고자 한다.첫째, 원심에서 인정한 포괄적 현안과 관련한 묵시적 청탁과 관련하여 ‘경영권 승계’와 ‘승계작업’의 구별 문제다. 원심은 이 부회장과 박 전 대통령 사이에 삼성의 경영권 승계와 관련하여 명시적, 개별적, 구체적으로 어떠한 부정한 청탁도 없었지만, 승계구도와 관련하여 묵시적으로 청탁하고 도와줬다고 판단했다.그런데 특검의 공소장과 원심 판결문을 보면 이 부회장이 박 전 대통령에게 ‘경영권 승계 자체’를 도와달라고 부탁한 것인지, 아니면 미리 치밀하게 계획된 ‘승계작업 구도’가 있는데 이 과정에서 막연히 도와달라고 했는지 분명치가 않다. 피고인의 방어권 보장의 원칙상 뇌물죄와 관련한 부정한 청탁의 내용은 반드시 육하원칙에 따라 구체적, 개별적으로 특정되어야 하는데 이것이 명확하지 않은 것이다.항소심 재판부도 특검이 ‘경영권 승계’와 ‘승계작업’을 혼용하고 있는 문제를 지적하며, 청탁의 내용을 명확히 하라고 석명권을 행사했는데, 매우 적확한 지적이다. 왜냐 하면 경영권에 대한 분쟁이 전혀 없는 현 상황에서 이미 충분한 지분과 의결권을 확보한 이 부회장이 굳이 뇌물까지 제공하며 박 전 대통령에게 경영권 승계를 청탁할 하등의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결국 부정한 청탁과 관련한 항소심의 최대 쟁점은 ‘삼성의 승계작업’ 자체가 존재하였는지 여부와, 가사 존재했다 하더라도 이를 박 전 대통령에게 청탁하고 이에 대한 대가로 뇌물을 제공하였는지 여부로 좁혀진다.이와 관련해 특검은 ‘승계작업’이란 경영권 승계를 위해 지배구조 개편이나 지분 확보 등 각종 인위적인 활동을 의미하는데, 이 부회장은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 중간 지주회사 설립, 순환출자 해소 등에 있어 청탁을 하고 뇌물을 제공했다고 주장한다. 이에 대해 삼성측은 승계작업 자체가 ‘실체가 없는 가공의 프레임’일 뿐이고 어떠한 부정한 청탁도, 뇌물 제공도 없었다고 주장한다. 경제전문가가 아닌 필자가 어느 주장이 옳은 지 명쾌하게 판단을 내릴 수는 없지만, 법률전문가인 필자가 자신있게 판단 내릴 수 있는 것은 있다.바로 개별적, 구체적 청탁이 없었지만 승계작업이라는 포괄적 현안과 관련한 묵시적 청탁이 있었으므로 뇌물죄가 성립한다는 원심의 판단은 잘못되었다는 점이다. 원심의 판단은 한마디로 부분으로 보면 아무런 문제가 없지만 ‘승계작업’이라는 큰 그림을 보면 뇌물이 성립한다는 논리다.그러나 형사법에서 가벌성의 요건과 관련한 모든 문언과 판단은 평균적인 상식을 가진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구체적이고 명확해야 한다. 큰 그림으로 대충 유무죄를 판단할 것이 아니라 하나하나 개별ㆍ구체적으로 범죄의 구성요건과 이에 대한 해당성 여부를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는 의미다.항소심 재판부가 특검에 대해 ‘경영권 승계’와 ‘승계작업’을 혼용하고 있는 문제를 지적하며 석명권을 행사한 이상 이에 대한 명쾌하고도 올바른 판단이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둘째, 정유라에 대한 승마지원과 관련한 단순수뢰죄의 성립 문제다. 이는 ‘공무원’인 박 전 대통령과 ‘비공무원’인 최순실 둘 가운데 비공무원인 최순실 측이 승마지원을 전부 받았다는 사실 자체에 대해서는 다툼이 없다.따라서 쟁점은 과연 공모만으로 ‘제3자 뇌물공여죄’가 아니라 ‘단순수뢰죄’가 성립하는냐 하는 문제다. 형법은 뇌물의 귀속주체가 누구냐에 단순수뢰죄는 공무원이 뇌물을 수수한 때, 제3자 뇌물공여죄는 공무원이 직무에 관해 ‘부정한 청탁’을 받고 제3자에게 뇌물을 공여하게 한 때에 성립한다고 규정하고 있다.원심은 공무원과 비공무원이 공모한 이상 뇌물 전체가 비공무원에게 귀속된 경우에도 ‘경제적 공동체’ 여부와 무관하게 ‘단순수뢰죄’가 성립한다고 판시했다. 이에 대해 삼성측은 원심의 판단은 단순수뢰죄의 구성요건을 근거 없이 확장하는 것으로 뇌물죄의 체계와 입법취지에 반한다고 주장한다.필자는 원심의 판단을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 단순한 공모만으로 모두 단순수뢰죄가 된다면 제3자 뇌물공여죄는 공모가 없을 때에만 성립하는데 공모가 없이 어떻게 제3자가 뇌물을 받을 수 있는가? 이는 제3자 뇌물공여죄에 있어 ‘제3자가 그 정을 알았는가는 문제되지 않는다’는 판례에 명백히 반하는 것이다.또한 대법원은 제 3자가 공무원의 사자(使者) 또는 대리인으로서 뇌물을 받은 경우나, 공무원의 채권자와 같이 그 다른 사람이 뇌물을 받음으로써 공무원이 그만큼 지출을 면하게 되는 등 특별한 경우에만 단순수뢰죄를 인정하고 있는 바 원심은 이러한 법리에도 명확히 반하는 것이다.결국 원심이 박 전 대통령과 최순실의 소위 ‘경제적 공동체’에 대한 어떠한 판단도 없이 단지 공모만으로 단순수뢰죄를 인정한 것은 형법상 뇌물죄의 체계에 비추어볼 때 반드시 파기되어야 할 것이다.마지막으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무효 소송에서 삼성이 승소한 판결이 과연 이 부회장 재판에 어떠한 영향을 줄 것인가의 문제다. 이 부회장에 대한 원심 판결 후 법원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이 주주들에게 손해를 줬다고 보기 어렵고, 국민연금의 배임도 인정하기 어렵우며, 결국 두 회사의 합병이 유효하다”고 판결했다.위 판결은 과연 이 부회장 재판에 어떤 영향을 줄 것인가? 모든 개별적, 구체적 청탁을 부정하고도 포괄적 현안과 관련한 묵시적 청탁을 인정한 원심에 의하면 직접적인 영향을 주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뇌물죄와 관련한 모든 부정한 청탁은 개별적, 구체적이어야 한다는 필자의 견해로는 위 판결은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과정에서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에 대한 부정한 청탁은 이 부회장 수사의 시작이자 가장 핵심적인 내용이었기 때문이다. 법리를 떠나 그동안 특검은 이 부회장이 승계작업을 위해 마치 국민들의 노후 자금에까지 손실을 끼친 것처럼 주장하였고, 이에 대해 이 부회장은 자신의 억울함을 눈물로써 호소했다.합병 전의 국민연금의 지분구조와 합병 후의 시가총액의 증감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무조건 합병이 국민연금에 엄청난 손해를 끼친 것처럼 호도한 특검의 행태는 반드시 준열(峻烈)한 비판이 필요할 것이다.지금까지 이 부회장 항소심 재판의 법적 쟁점에 대해 몇가지 살펴 보았는데 마지막으로 꼭 지적하고 싶은 것이 있다. 판결은 법률과 마찬가지로 건전한 상식을 가진 일반인이라면 누구나 바로 이해할 수 있도록 쉽고, 명확하고, 예견가능해야 한다는 점이다.이 점에서 ‘미필적 인식’, ‘포괄적 현안과 관련한 묵시적 청탁’, ‘수동적 뇌물’ 등 필자와 같은 법조인들도 듣도 보도 못한 신조어들로 일관한 원심은 큰 문제가 있었다. 죄형법정주의의 핵심 내용인 ‘명확성의 원칙’은 입법 과정뿐 아니나 재판 과정에도 반드시 적용되어야 한다. 사물의 변별능력을 제대로 갖춘 평균적인 일반인이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판결은 한마디로 ‘잘못된 판결’이다.항소심은 건전한 상식을 가진 누구나가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명쾌하고 분명한 결론이 내려지기를 기대한다. 권력과 여론, 법 사이에서 고심끝에 나온 눈치보기 판결이 아니라, 명징(明徵)한 법적 논리, 증거와 팩트에 입각한 올바른 결론이 내려지기를 기대한다.
- 이재용 항소심 오늘 첫 공판…'특검 VS 삼성' 3차례 PT 대결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진=연합뉴스)[이데일리 한광범 기자] 이재용(49) 삼성전자 부회장의 항소심 공판이 12일 본격적으로 시작한다. 박영수 특별검사팀과 삼성이 또 다시 난타전을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8월 1심 선고 후 모습이 드러나지 않았던 이 부회장도 법정에 출석한다.서울고법 형사13부(재판장 정형식)는 이날 뇌물공여 등의 혐의로 기소된 이 부회장 등 삼성 관계자들에 대한 항소심 첫 공판을 진행한다. 재판은 오전 10시부터 100석 규모의 서울법원종합청사 312호 중법정에서 진행된다. 이 부회장을 비롯해 최지성 전 미래전략실장(부회장), 장충기 전 미전실 차장 등 피고인 5명 모두 법정에 모습을 드러낼 예정이다.이날 재판은 피고인 신분을 확인하는 절차인 인정신문부터 진행된다. 재판장이 이름, 생년월일, 직업, 주소, 본적을 묻고 이 부회장 등 피고인들은 이에 답하게 된다. 이어 특검과 변호인단이 항소이유를 각각 밝히게 된다. 재판부는 앞선 공판준비기일에서 원활한 재판 진행을 위해 항소 이유 요지를 10~15분 분량으로 제한하겠다고 밝혔다.양측이 항소 이유를 밝히고 나면 곧바로 주요 쟁점에 대한 양측의 프레젠테이션이 시작된다. 이날은 당초 합의한 대로 박상진 전 삼성전자 대외담당 사장의 검찰 진술조서의 증거능력, ‘부정한 청탁’의 존재여부, 안종범 전 경제수석의 업무수첩, 김영한 전 민정수석의 비망록의 증거능력에 대한 PT 공방이 진행된다.이 부회장 항소심 재판은 △정유라 승마 지원 △미르·K스포츠재단 출연금 △재산국외도피 액수 등을 두고 두 차례 더 PT 공방을 진행한 후 다음 달부터 증인신문 절차에 들어간다. 현재까지 독일에서 정씨가 탄 말 거래를 중개한 안드레아스 헬그스트란트 등 4명이 증인으로 채택돼 있다. 박원오 전 대한승마협회 전무와 김종 전 문화체육관광부 2차관은 채택이 보류됐다.항소심 공판을 앞두고 특검과 삼성 측은 여전히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특검은 1심이 일부 무죄로 판단한 부분까지 모두 유죄가 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아울러 형량도 너무 낮다고 보고 있다. 반면 삼성 측은 공소사실 전체에 대해 무죄가 선고돼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아울러 이 부회장 관여 사실이 없다는 점을 집중 부각할 것으로 보인다. 핵심 쟁점은 1심과 마찬가지로 부정한 청탁의 실체,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순실씨의 공모 여부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은 특검이 지급된 돈의 대가로 판단하고 있는 ‘경영권 승계 작업’을 가공의 틀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승계 작업이 필요하지 않은 상황에서 대가를 지불할 이유가 없다는 입장이다. 이에 따라 1심이 인정한 ‘포괄적 승계 현안’ 역시 존재하지 않는다고 강조하고 있다. 또 자금 지원 역시 최씨의 위협에 의한 어쩔 수 없이 건넨 것이라며 강요·협박의 피해자라는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삼성으로선 이 같은 주장을 입증하기 위해서라도 박 전 대통령과 최씨의 증인신문이 이뤄지도록 총력을 기울일 것으로 보인다. 두 사람은 이미 증인으로 채택된 상황이다. 아울러 1심이 판결의 핵심 증인이었던 박원오 전 전무와 김종 전 차관의 진술 신빙성을 깨는 데 주엵할 것으로 보인다.반면 특검은 지난달 처음 나온 박 전 전무의 진술과 최근 공개된 청와대 문건으로 승기를 잡겠다는 복안이다. 이를 위해 애초 증인채택에 반대했던 박 전 전무에 대해 신문에 동의할 것으로 보인다. 그는 지난달 29일 박 전 대통령 재판에서 “박상진 전 사장으로부터 ‘VIP가 말을 사주라고 한 것’이라는 얘기를 들었다”는 취지의 진술을 처음으로 했다. 또 이재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1일 공개한 청와대 내부 문건도 추가로 증거로 제출할 것으로 보인다. 해당 문건에는 이건희 회장을 ‘왕’, 이 부회장을 ‘세자’로 표현하며 “왕이 살아 있는 동안 세자 자리 잡아줘야”라고 기재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