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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 꿈과 험한 세상의 다리가 되어…
- ▲ 정헌메세나협회 설립자인 서민석 동일방직 회장〈오른쪽〉과 파리에서 활동 중인 오천룡 정헌메세나협회장./이진한 기자 magnum91@chosun.com [조선일보 제공] 서울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 전시장에는 대형 캔버스가 잘 자란 나무처럼 벽면을 차지하고 있다. 현대미술 전시장이면 으레 등장하는 대형 설치작품이나 귀와 눈을 자극하는 비디오 작품이 아니라 캔버스에 아크릴 물감을 이용한 평면작품들이다. 정헌메세나협회가 지원한 작가 22명의 작품 70여점을 선보이는 《아름다운 다리》전(展)으로, 작품에서 생동하는 기운과 젊은 열정이 묻어난다. 정헌메세나협회는 2003년 서민석 동일방직 회장이 부친인 고(故) 서정익 회장의 유지를 받들어 만든 공익협회로, 해외에서 활동 중인 한국 청년 작가들을 후원하고 있다. 2005년부터 매년 유럽에서 활동하는 35세 미만 작가 중 한 명에게 '청년작가상'을 주고, 35세 이상 작가 중 4~5명을 선정해 작품 제작비 일부를 지원하고 있다. 파리에서 활동하는 오천룡 화백이 정헌메세나협회장을 맡아 꿋꿋하게 작업에 매진하고 있는 청년 작가들을 발굴해왔다. 오 화백은 숨어 있는 진주를 발견하기 위해 프랑스뿐 아니라 독일·영국·이탈리아·벨기에 등 유럽 곳곳을 찾아다녔다. 오 화백은 "청년작가상 수상 대상을 평면작업 작가로 한정하는 이유는 시류에 편승하지 않는 작가를 지원하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미술관조차 평면작업을 외면하는 상황에서 외롭게 캔버스 작업에 몰두하는 작가를 돕기 위해서라는 것이다. 올해는 지원 사업 5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그동안 발굴한 작가들의 작품을 한자리에 모았다. 장혁동의 〈공감〉은 아침에 바쁘게 출근하는 현대인의 초상을 그리고 있다. 날렵한 양복 정장을 입은 직장인은 어디론가 바쁘게 걸어가고 있지만, 눈 코 입이 없는 얼굴을 통해 현대인의 익명성을 보여준다. 장지영의 〈행인〉 역시 현대인의 음울한 풍경을 묘사하고 있다. 홍일화의 〈하늘아래〉는 천장에 그린 작품이다. 중세 천장화가 성경이나 신(神)의 영역을 다뤘다면, 〈하늘아래〉는 여성의 치마 속 풍경을 아래에서 올려다보듯 그려내 욕망의 세계를 보여준다. 구윤선의 〈자화상〉은 욕실에 걸린 보라와 분홍색이 섞인 여자 속옷을 그려놓았다. 관람객에게 속옷을 통해 나이와 외모 등 '내'가 누구인지 상상해 보라고 유도하면서 존재에 대한 질문을 던지고 있다. 홍현아는 〈동행〉에서 인간의 본질을 성(性)으로 보고, 이를 거친 붓으로 대담하게 표현하고 있다. 이지연의 작품은 대부분 캔버스 위에 연필과 목탄, 실을 이용하고 있다. 〈거기, 내가 두고 온 것〉은 인도 바라나시에서 작가가 느낀 삶과 죽음, 영원에 대한 단상을 표현했다. 실은 이상과 현실, 작가와 관람객을 묶어주는 역할을 한다. 전시 제목 《아름다운 다리》는 기업과 예술, 아틀리에와 세상, 현재와 미래를 잇는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오천룡 화백은 "대부분 기업들은 거장의 반열에 오르거나 작품성을 인정받은 작가를 후원한다. 정헌메세나협회처럼 장래가 확실하지 않은 청년 작가들을 지원하는 것은 찾아보기 힘들다"며 의미를 강조했다. 서민석 회장은 "우리가 발굴한 작가들이 20년 후에 중요한 작가가 된다면 장기적으로 나라의 격을 높이는 데 일조할 수 있을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전시는 24일부터 12월 6일까지 한가람미술관 3·4 전시실에서 열린다. (02)580-1300 ▶ 관련기사 ◀☞녹아버릴 것 같은 그녀… 비누로 빚은 아프로디테☞디지털 퍼포먼스 Flying Window(꿈꾸는 창)☞‘춤추는’ 낙랑과 호동
- 사색의 숲에 외로움 내려놓고, 구름에 분노를 묻는다
- [조선일보 제공] 외로울 때, 화가 날 때, 새로운 시작을 준비할 때, 과거를 정리하고 싶을 때… 상황 따라 찾아가 위로를 받기 좋은 대표적인 여행지를 소개한다. >>혼자인 것 같은 느낌, 너무 외로워요 1. 영광 백수해안도로: 문득문득 적막한 외로움이 찾아올 때면 온전히 세상 풍경에 안기고 싶어진다. 낡은 배가 떠 있는 잔잔한 포구는 외로운 마음을 조용히 달래준다. 영광 법성포(전남 영광군 법성면)에 눈을 맞추고 나서 '숲쟁이숲'을 따라 올라가면 백제 불교 최초도래지에 닿는다. 입구에 있는 정자에 서면 법성포구 및 석양으로 이름난 백수해안도로가 한눈에 들어온다. 영광의 해는 커다랗고 둥그렇게 수평선 위에 더 있다가 바다를 빨갛게 물들이며 떨어진다. 문의 영광군청 문화관광과 (061)350-5752 2. 춘천 소양댐과 청평사: 춘천 청평사(강원도 춘천시 북산면)는 늦가을에 조용히, 혼자 찾아가야 제맛이다. 주중엔 언제나 한적하다. 서울에선 기차를 타고 춘천까지 가서 배를 타고 청평사 선착장에 닿은 다음 절까지 20분 정도를 걸어야 한다. 경춘선도, 청평사행 배도, 계곡을 끼고 걷는 길도 '홀로 여행'과 더없이 어울린다. 문의 청평사 (033)244-1095 소양댐 선착장 (033)242-2455 >>중요한 일을 앞두고 좋은 기운 받고 싶어요 1. 평창 발왕산: 용평리조트(강원도 평창군 대관령면)에서 곤돌라를 타고 오를 수 있는 발왕산은 굵은 백두대간 줄기의 좋은 기운을 듬뿍 받을 수 있는 곳이다. 쉽게 오를 수 있어 더욱 반갑다. 용평리조트 드래곤프라자에서 곤돌라를 타면 힘들이지 않고 20분 후에 발왕산 자락에 닿는다. 올라가는 길에 펼쳐지는 산맥의 웅장함이 마음을 뛰게 한다. 식당이 있는 드래곤피크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고 발왕산 정상으로 향한다. 100m정도 오솔길을 오르면 헬기장이 나오고, 키 작은 주목나무 숲이 능선을 따라 펼쳐진다. 오솔길을 여유롭게 걷다 보면 탑처럼 생긴 돌무지가 나온다. 여기가 바로 발왕산 정상. 날씨가 화창하면 동해까지 보인다. 바다가 안 보이면 또 어떠랴. 사방으로 펼쳐지는 백두대간의 정기를 온몸으로 받았다는 자신감은 등 툭툭 쳐주는 친구처럼 든든하게 마음에 깃든다. 문의 용평리조트 (033)335-5757 www.yongpyong.co.kr 2. 강화도 마니산 정수사: '단군의 땅' 강화도는 서울에서 가까운데도 한국의 여느 곳보다 이국적인 분위기를 뿜는다. 강화도 마니산(인천시 강화군 화도면)의 원래 이름은 '머리산'. 원시적 산세의 산에 오르면 단군이 하늘에 제(祭)를 올리기 위한 장소로 왜 이곳을 선택했는지 고개가 끄덕여진다. 마니산 울창한 숲 속에 들어앉은 정수사는 세상과 차단돼 있다. 사람들의 발길이 잦은 강화도 전등사와는 다르다. 깊은 산과 서해를 내려다보는 탁 트인 조망, 명당이란 이런 곳을 두고 하는 소리가 아닐까. 문의 정수사 (032)937-3611 3. 담양 소쇄원: 대숲에 둘러싸인 소쇄원(전남 담양군 남면 지곡리)은 점잖은 양반댁 안뜰 분위기가 물씬 난다. 스스로 '소쇄처사(瀟灑處士·맑고 깨끗한 은둔 선비)'라고 부르며 한평생 은거 생활을 한 양산보(1503~1557)를 닮은 정원에선 외로움을 정성으로 다스려 깨끗함으로 승화시킨 흔적을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다. 정갈한 가옥과 정자, 그리고 아름다운 정원에 내려앉은 고요함은 마음을 맑게 씻어준다. 양산보는 '어느 것 하나에도 내 손길 닿지 않은 것이 없으니 팔지도 말고 어리석은 후손에게 물려주지도 말라'고 유언을 남길 정도로 이곳을 아꼈다고 한다. 곧은 선비의 맑은 정신을 객이 공유한다 한들 탓하진 않으리라. 문의 담양군청 문화관광과 (061)380-3151 >>화가 멈추지 않아요. 이 화를 어딘가 내려놓고 싶어요 ▲ 해질 무렵 남양주 수종사. 조선영상미디어1. 남양주 수종사 삼정헌: 남한강과 북한강이 몸을 섞어 한 줄기를 만드는 양수리. 수종사(경기도 남양주시 조안면 송천리)는 양수리를 감싸는 운길산 속에 보석처럼 웅크리고 있다. 낙엽 카펫을 지나고 나서 돌계단을 오르면 바로 수종사다. 수종사 앞마당에 서면 북한강의 장관이 펼쳐진다. 수종사 삼정헌(三鼎軒)은 스스로 차를 끓여 마시고 그릇을 씻어 두도록 스님들이 마련해둔 곳이다. 온화한 녹차 향, 손에 닿는 따스한 찻잔의 감촉, 눈앞에 펼쳐지는 느린 강의 풍경에 분노가 스르르 녹는다. '욕심이 없으면 만사가 넉넉하고, 구하는 바가 있으면 만사가 궁해지는 법이지.' 문의 수종사 (031)576-8411 www.sujongsa.com 2. 옹진군 승봉도: 정현종 시인은 '사람과 사람 사이에 섬이 있다'라고 했다. 사람에게서 받은 상처를 섬에 내려놓고 온다. 마음을 다루기 어려울 정도로 분노가 치밀 때에는 승봉도(인천시 옹진군 자월면)로 훌쩍 떠나자. 승봉도는 인천여객터미널에서 쾌속선으로 약 1시간. 섬은 두 시간이면 걸어서 한 바퀴 돌 수 있다. 배에 차를 실을 수도 있지만 걸으며 여행하는 게 훨씬 기분 좋은 섬이다. 이 섬의 매력은 사람과 차가 적어 조용하다는 것. 주중엔 인천항연안여객터미널에서 배가 오전 9시에 단 한 번, 주말에도 두 번밖에 뜨지 않는다. 문의 옹진군청 문화관광과 (032)899-2210 3. 청도 운문사 새벽예불: 운문사(경북 청도군 운문면) 가는 길, 솔숲이 마중을 나온다. 모든 걸 이해한다고 말하는 듯한 노송(老松)이 인사를 건네는 울창한 소나무 숲을 지나쳐 절 집에 들어선다. 국내 최대의 비구니 도량인 운문사는 깨끗한 비질처럼 청아하다. 오전 3시20분 종소리가 경내를 감싸고 법당 안에서는 청아한 합송이 울려 퍼진다. 새벽예불이 행해지는 엄숙한 광경, 보고 있노라면 두 손이 절로 모아진다. 문의 운문사 (054)372-8800 www.unmunsa.or.kr >>잊어버리고, 새 출발 하고 싶어요 ▲ 포항 호미곶 일출. 조선일보DB 1. 포항 호미곶: 포항 호미곶(경북 포항시 남구 대보면)으로 가는 길은 솜사탕보다 달콤하다. 영일만의 드넓은 바다가 나타났다 사라지고 아기자기한 포구 마을은 정겹다. 포항 영일만에서 제일 동쪽으로 돌출한 호미곶은 한반도에서 가장 먼저 해가 뜨는 곳이다. 꼭 새해 첫날이 아니면 어떠랴. 누구보다 먼저, 손상되지 않은 하루의 첫 신호를 만난다는 감동은 언제 느껴도 부족함이 없다. 문의 포항시청 문화관광과 (054)270-2114 2. 제천 충주호: 충북 제천 청풍면 일대는 아름다운 드라이브 코스로 손꼽힌다. 충주호반의 거울 같은 표면은 마음의 그을음을 닦으라는 듯 햇빛에 순진하게 반짝인다. 차로 움직일 여건이 아니라면 능강계곡 끝자락에 있는 정방사로 가면 된다. 정방사 앞마당에 서면 겹겹이 포개지는 산자락의 실루엣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정방사 뒤편에 있는 바위틈에서 솟아나는 샘의 물맛도 일품. 맑은 물은 새로운 피, 새로운 살을 만들 것처럼 청아하다. 정방사는 자동차로도 쉽게 갈 수 있지만 능강계곡으로 오르는 오솔길이 운치 있어 걸어가는 맛도 일품이다. 문의 정방사 (043)647-7399▶ 관련기사 ◀☞싱가포르에서 맞이하는 이색 크리스마스☞늦가을 정취 가득한 공원으로 놀러 오세요☞국내 외국인 유학생 대상 한옥 매력 체험단 모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