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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문의 칼럼]양반다리하면 엉덩이 뜨끔... 고관절충돌증후군 주의보
- [서울부민병원 하용찬 병원장] 최근 고관절 통증을 호소하며 정형외과를 찾는 환자들이 늘고 있다. 그들은 대개 ‘양반다리가 잘 안 된다’고 설명한다. 물론 양반다리 자체가 안 되는 경우도 있지만, 엄밀히 말하면 대부분은 “엉덩이 관절부분이 아프다”는 이야기다.고관절에 통증을 지속적으로 느낀다면, 이 부분에 구조적 이상이 발생해 관절을 형성하는 뼈의 연결 부위에 충돌이 일어난 것은 아닌지 의심해볼 수 있다. 고관절은 비구와 대퇴골경부로 서울부민병원 하용찬 병원장구성된다. 엉덩이 관절 운동 시 이 둘이 서로 부딪혀 충돌이 발생할 수 있다. 그러면 비구순이나 연골이 찢어지고 닳아서 통증을 유발한다. 이것이 바로 ‘고관절 충돌증후군’이다.이 질환의 주요 원인으로는 고관절의 기형, 과도한 운동 등으로 알려져 있는데 다른 관절염과의 차이점은 활동성이 많은 젊은 층에서 주로 발생한다는 것이다.대한정형외과학회의 연구에 따르면 다음과 같은 동작을 취할 때 통증이 심할 경우 고관절충돌증후군을 의심할 수 있다고 한다. 첫째, 걷거나 운동을 하던 중 갑자기 방향을 바꾸는 경우, 둘째, 쪼그려 앉거나 무릎이 배에 닿을 정도로 고관절을 많이 굽히게 되는 경우, 셋째, 요가 동작과 같은 과도한 스트레칭 시, 넷째, 신발을 신을 때 다리를 안쪽으로 돌리는 것과 같은 동작을 취하게 되는 경우(양반 다리와 반대로 다리를 돌리는 동작), 다섯째, 계단을 오르내릴 때, 여섯째, 양반다리 자세에서 등이다.고관절충돌증후군은 환자의 생활습관에 대한 문진을 비롯해 엑스레이 촬영을 통해 진단할 수 있다. 특히 다리를 구부리면서 안쪽으로 회전시킬 때 엉덩이 관절 부위에 통증을 느끼게 되면, 충돌증후군의 가능성이 높고 이는 엑스레이 촬영만으로 파악이 가능하다. 정확한 진단을 위해서는 CT나 MRI 관절조영술 검사를 통해 연골 및 뼈의 손상 등 관절 내부의 이상 유무를 자세히 확인할 수 있다.충돌증후군으로 엉덩이 관절에 이상이 있는 것으로 밝혀지면 환자는 특히 요가나 쪼그려 앉기 등 무리한 자세는 금물이며 스케이팅, 스노보드 같은 운동도 피하는 것이 좋다. 대부분의 경우 평소 생활 습관과 자세를 바꾸는 것만으로도 증상이 호전될 수 있다. 또 양반다리가 안 된다고 해서 생활에 심각한 제약을 받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꼭 수술을 할 필요는 없다.그러나 여러 가지 보존적인 치료와 생활습관, 자세교정으로 증상이 호전되지 않고 관절염 같은 합병증이 우려된다면, 수술 치료가 반드시 필요하다. 최근에는 고관절관절경수술이 각광 받고 있다. 고관절관절경수술은 3곳의 피부에 1㎝ 정도를 절개한 후 관절경을 집어넣고 이를 보면서 손상된 연골 및 뼈를 다듬어주는 수술이다. 수술은 종류에 따라 1~2시간 정도가 걸리며, 피부 절개 부위와 상처가 적고 회복 기간이 빨라 환자들이 선호하는 수술법이다. 대체로 수술 후 환자의 만족도가 상당히 높은 편이다.우리나라도 좌변기나 침대, 의자 등을 일상적으로 사용하면서 생활환경이 서구화됐다. 예전처럼 양반다리, 쪼그려 앉기 등의 자세를 취할 일이 적어졌다. 이런 일상생활의 변화는 엉덩이 관절을 포함한 무릎 관절의 운동 범위를 줄어들게 만들었다.이런 상태에서 양반다리 등 관절을 과도하게 굽혀야 하는 자세를 취하면 엉덩이 관절에 불편함을 느낄 수 있다. 평소에 잘 쓰지 않던 몸의 부위를 갑자기 사용하는 데서 오는 가벼운 통증은 병이 아니지만, 증상이 심각한 수준으로 지속 된다면 전문의 상담을 통해 정밀 검사를 받는 것이 좋다. 나이의 많고 적음을 떠나 자신의 관절, 특히 자칫 무심할 수 있는 엉덩이 관절에 좀 더 관심을 가져야 한다.
- 김범석 "한국 이커머스 진입장벽 낮아…상품·고객 투자 늘릴 것"
- [이데일리 신수정 기자] 쿠팡이 처음으로 분기 매출 9조원을 돌파했지만,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와 비교해 절반 이상 감소하고 당기순이익은 적자로 전환하는 실적을 발표했다. 김범석 쿠팡Inc 의장 겸 창업자는 1분기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중국 이커머스 업체의 진입장벽이 낮으며, 소비자들이 클릭 하나만으로 다른 쇼핑옵션을 선택하길 주저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보여준다고 지적하며 상품과 고객 투자를 크게 늘리겠다고 밝혔다. 쿠팡이 처음으로 분기 매출 9조원을 돌파했지만,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와 비교해 절반 이상 감소하고 당기순이익은 적자로 전환했다. 서울 시내 한 주차장에 쿠팡 배달 트럭이 주차된 모습. (사진=연합뉴스)◇中 커머스 진출 타격…‘메이드인코리아’ 제품 직매입에 22조원 투자쿠팡Inc가 8일(한국시간) 미국 증권거래위원회에 제출한 실적 보고서에 따르면, 쿠팡의 1분기 매출은 전년(7조3990억원·58억53만달러)와 비교해 28% 늘어난 9조4505억원(71억1400만달러)를 내며 처음으로 분기 매출 9조원을 돌파했다. 지난해 말 인수한 파페치 매출(3825억원·2억8800만달러)이 반영, 파페치를 제외한 쿠팡 매출은 9조680억원으로 전년 대비 23% 성장했다.하지만 쿠팡은 지난 2022년 2분기 당기순손실(-952억원)을 기록한 이후 꾸준히 순이익을 내다 이번에 7분기 만에 2400만달러 손실을 기록. 영업이익도 531억원(4000만달러)을 내며 전년 동기(1362억원)과 비교해 61% 하락했다.김 의장은 중국 커머스의 진출을 보면 한국 유통시장의 진입장벽이 매우 낮다고 분석했다. 그는 “한국에서 여전히 성장하고 있지만, 5600억달러(약 761조원) 규모의 거대하고 세분화된 커머스 시장에서 우리 점유율은 여전히 한 자릿수”라며 “새로운 중국 커머스 업체들의 진출은 유통시장의 진입 장벽이 낮으며, 그 어떤 산업보다 소비자들이 클릭 한 번으로 몇 초 만에 다른 쇼핑 옵션으로 전환할 수 있다는 점을 상기시킨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고객은 구매할 때마다 새롭게 선택을 하고, 더 좋다고 생각되는 곳에서 소비하는 것을 주저하지 않는다”며 “우린 최고의 상품군과 가격, 서비스를 제공해 고객 마음을 사로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김 의장은 중국 커머스 진출로 유통시장에서 소비자 ‘락인’이 없다는 것을 보여주는 만큼, 고객 마음을 사로잡기 위한 투자를 늘리겠다는 전략이다. 이를 위해 김 의장은 △수십억 달러 규모의 물류 투자를 통한 무료배송 확대 △한국에서 만든 제조사 제품의 구매와 판매 확대 △와우 멤버십 혜택 투자를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향후 몇 년간 수십억 달러의 자본 투자를 지속해 풀필먼트 및 물류 인프라를 강화, 배송 속도를 높이면서 도서산간 지역 등 오지까지 무료배송이 가능하도록 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쿠팡은 2026년까지 3년간 3조원 이상을 투자해 경북 김천, 광주 등 신규 물류센터 8곳을 운영하고 2027년까지 전국민 5000만명 대상으로 로켓배송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이어 그는 이 같은 물류투자가 한국 제조업체와 중소기업의 로켓배송 상품의 서비스 향상을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국 제조업에 대한 지원을 대폭 강화하기 위해, 2023년 17조원(130억달러) 규모의 한국산 제조사 제품의 구매와 판매 금액을 올해 22조원(160억달러)으로 늘리겠다고 설명했다.고객에 대한 혜택도 강화도 예고했다. 그는 무료 배송과 반품, 전용 할인 등에 4조원(30억달러)의 와우 멤버십 혜택을 제공한 지난해보다 투자를 확대, 올해 5조 5000억원(40억달러)을 투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 의장은 “지난 3월 MLB시즌 개막전은 물론, 매년 여름 한국에 생중계되는 세계적 수준의 유럽 축구 경기 등 흥미진진한 스포츠 경기를 무료 시청하는 혜택이 포함된다”며 “최근 전국 와우 회원에 무제한 무료 배달 서비스를 시작한 쿠팡이츠는 소비자가 가장 반복적으로 부담하는 비용을 없앴다”고 말했다.◇농어촌 산지 직매입 확대로 로켓프레시 판매 수량 70% 증가..김 의장은 로켓프레시(신선식품 무료 새벽배송)과 로켓그로스 사업을 통해 더 다양한 로켓 상품을 고객에게 제공할 수 있는 한편, 중소 제조사들에겐 로켓배송 인프라와 네트워크를 이용하는 기회를 제공해 유의미한 지원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는 “로켓프레시 사업은 전년 동기 대비 판매 수량이 70% 증가했으며, 농어촌 산지로부터 직매입을 늘려 농어민들에게 중요한 자원을 제공하는 동시에 고객에게 시간과 비용 모두 절약하는 기회를 제공했다”며 “11달러(1만5000원)의 최소 무료 배송 금액으로 고객에게 전 세계 최고 수준의 온라인 식료품 무료 배송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며, 자정까지 주문을 완료하면 아침 6시 전까지 문 앞 배송을 보장한다”고 설명했다.또 로켓그로스(FLC·판매자 로켓) 관련해 그는 새벽, 당일 또는 익일배송의 편리함과 함께 고객이 이용하는 상품군이 날이 갈수록 확대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의장은 “이번 분기 로켓그로스 판매 수량은 전년 동기 대비 130% 성장했다”며 “막대한 비용이 드는 인프라와 기술 투자 없이도 빠르고 무료인 로켓배송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수천명의 판매자에게 중요 지원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로켓그로스 판매자의 80% 이상은 로켓그로스를 시작한 이후, 90일 이내에 매출이 2배 이상 증가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특히 거랍 아난드 쿠팡 CFO는 로켓배송·로켓프레시·로켓그로스 등 프로덕트 커머스(product commerce) 사업의 매출은 1분기에 원화 기준 20% 성장했으며, 1분기 국내 전체 소매시장 성장률(2%)보다 몇 배 이상 성장세가 높다고 설명했다. 그는 “1년간 활성고객이 290만명 늘어난 것은 쿠팡이 다양한 상품을 가장 빠르고 안정적으로 최저가에 제공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투자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프로덕트 커머스의 활성고객당 매출(원화 기준)은 41만8460원(315달러)으로, 전년 대비 3% 늘어났음. 프로덕트 커머스 활성고객은 전년 동기 대비 16% 늘어난 2150만명을 기록했했다. 김범석 의장은 “새로운 활성고객 증가는 향후 비즈니스 성장에 기여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신성장 사업 중 하나인 쿠팡이츠 CI.◇대만으로 2만1000개 한국 공급업체 수출 지원…쿠팡이츠·파페치 등 성장사업 가속화신성장사업 중 하나인 파페치에 대해 김 의장은 “파페치의 여정은 이제 시작에 불과하며, 연말까지 연간 조정 에비타가 흑자에 근접하도록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분기에 1월 말 인수를 완료한 파페치 사업이 실적에 포함(2~3월 분)됐다. 1분기 매출은 3825억원으로, 파페치로 인한 손실(1억1300만달러·1501억원,세금제외), 조정 에비타 손실(3100만달러·411억원) 등이 발생했다.쿠팡이츠, 대만, 사업, 파페치 등을 포함한 성장사업(developing offering) 매출은 6억2000만달러(8236억원)을 기록, 전년 동기(1억4200만달러) 대비 4배 이상 늘어났다. 하지만 조정 에비타(상각 전 영업이익) 손실은 1억8600만달러(2470억원)으로, 전년 동기(4745만달러 손실)와 비교해 4배 확대됐다. 아직 초기 단계에 있는 성장사업에 대한 투자가 가속화됐고 파페치 통합으로 인한 영향이다. 거랍 아난드 CFO는 파페치가 성장 사업에 편입되면서 성장 사업의 조정 에비타 손실은 올해 7억5000만달러가 될 것으로 예상했다.김 의장은 “쿠팡이츠 무료배달을 시작한 지난 3월 전년 대비 고객과 주문 수가 역대 가장 큰 폭으로 증가했다”며 “대만에서는 지난해 기준 2만1000개 이상의 한국 공급업체가 대만 시장에 제품을 수출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2024년은 고객 경험을 강화하고 제조업과 중소기업 파트너들에게 필수적인 지원을 확대하는 중요한 해가 될 것”이라며 “상품과 가격, 서비스 전반에 걸쳐 고객에게 새로운 ‘와우’의 순간을 선사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 [아는 것이 힘]암 수술 환자에게 홍삼이 미치는 영향
- [이데일리 이순용 기자] 암 환자가 수술 후 회복기에 홍삼을 지속적으로 섭취하면 수술 후 발생하는 위장장애 증상과 배변습관이 개선되고, 장내 유익균이 증가한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연구결과는 지난 3일 대구 경북대학교 글로벌플라자에서 열린 고려인삼학회 춘계학술대회에서 발표됐다. 이날 학술대회에서는 홍삼을 섭취하면 식품 알레르기를 개선하고 장내 유익균을 증가시키며, 홍삼의 진세노사이드 Rc 성분이 근육 감소를 개선하는 기전에 대한 연구발표 등이 이어졌다.◇ 홍삼 섭취 시, 알레르기 억제하는 세포 증가 충남대 의과대학 권재열 교수팀은 식품알레르기 동물모델에서 홍삼추출물을 섭취하면 장내 미생물 군집에 영향을 미치고, 알레르기를 억제할 수 있다고 발표했다. 식품으로 인한 알레르기는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추세이지만, 아직까지 근본적인 치료제는 개발되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따라서 알레르기가 발병하면, 알레르기의 마지막 단계에 작용하는 히스타민 분비 억제, 알레르기에 의한 염증반응 억제 등 증상을 완화하는 것에 집중되어 있었다. 그러나 스테로이드제 및 항히스타민제 약물들은 알레르기 증상 치료효과가 있기는 하나, 장기복용에 따른 심각한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 따라서 학계에서는 스테로이드제와 항히스타민제를 대체할 수 있으면서도, 장기복용에 따른 부작용이 없는 안전한 치료제에 대한 필요성이 지속적으로 대두됐다. 홍삼은 기존의 연구결과에 의하면, 알레르기 비염 동물모델에서 항염 효과를 보인다는 것이 과학적으로 밝혀진 바 있었다. 권재열 교수팀은 홍삼을 이용한 식품알레르기 개선 및 치료에 대한 효능을 검증하고 그 기전을 밝히기 위해, 식품알레르기를 유발한 동물 모델 57마리를 대상으로 홍삼섭취군과 대조군으로 나누고, 알레르기 유발 전 1주일은 매일, 알레르기 유발 후 8주 동안은 격일로 각각 홍삼추출물 (300mg/kg)과 식염수를 경구 복용시킨 후 면역세포의 변화를 통한 면역기능 확인 및 장내 미생물군집(마이크로바이옴) 변화와의 관계를 조사했다. 그 결과, 홍삼추출물 섭취군에서 대조군에 비해 장내 유익균으로 알려진 아커만시아(Akkemansia)의 비중이 크게 증가한 것을 확인했다. 또한, 식품 알레르기 발생 및 억제에는 장 면역세포들의 분포 및 빈도(전체 세포들 중 차지하는 비중) 변화가 깊이 연관된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식품알레르기가 유도된 대조군에서는 알레르기 반응을 유도하는 2형 수지상세포(cDC2) 빈도가 장림프절에서 4.5배 이상 증가됐으나, 홍삼추출물 섭취군에서는 알레르기반응을 유도하는 2형 수지상세포(cDC2)의 빈도가 정상으로 회복된 반면, 항알레르기 반응을 유도하는 1형 수지상세포군(cDC1)의 빈도가 10 배 이상 증가한 것을 확인되었다. 권재열 교수는 “홍삼을 섭취하면 장내 유익균의 비중을 증가시켜 장 면역을 높이는 프로바이오틱스 효과를 확인했을 뿐만 아니라, 알레르기를 억제하는 세포는 증가시키고, 알레르기를 유발하는 세포는 정상수준으로 회복시켜 알레르기를 억제하는데 도움을 준다는 점을 밝힌 것”이라면서, “향후 안전하면서도 효과적인 알레르기 치료제로서의 가능성을 확인했다는 점에서 큰 의의가 있다”고 말했다.고려인삼학회 춘계학술대회에서 연세대 강남세브란스병원 권인규 교수가 홍삼 연구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 "역대 가장 강력"…애플, AI기능 탑재한 아이패드 출시(종합)
- [이데일리 박종화 기자, 뉴욕=김상윤 특파원] “역대 가장 강력한 아이패드 라인업.”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는 7일(현지시간) 최신칩인 M4를 공개하고, 이 칩이 탑재한 아이패드 프로 등 신형 아이패드 라인업을 공개했다. 지지부진했던 아이패드 판매량을 끌어올리는 동시에 뒤처진 인공지능(AI) 개발에도 속도를 내겠다는 포부다. 7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애플은 이날 ‘렛 루즈’(Let Lose) 행사에서 신형 아이패드 프로, 아이패드 에어를 공개했다. 2022년 10월 이후 1년 반 만에 내놓는 신제품이다.고급형 모델인 아이패드 프로는 11인치와 13인치 모델의 두 가지 크기로 출시됐다. 11인치는 5.3㎜, 13인치는 5.1mm 두께로 역대 가장 얇은 제품이다. 디스플레이도 강화했다. 유기발광다이오드(OLED)를 이용한 ‘울트라 레티나 XDR’(Ultra Retina XDR)이 탑재됐다. 이번 행사에서 시장이 가장 주시했던 건 애플의 AI 전략이다. 애플은 아이패드 프로엔 M4 반도체를 탑재했다. 애플의 노트북인 맥북에 탑재된 M3보다도 더 고성능 기능을 발휘하는 반도체를 아이패드에 탑재한 것이다. (사진=애플)M4는 인텔과 AMD, 퀄컴 등의 AI 반도체에 비견될 성능을 지닌 것으로 알려졌다. 기존 아이패드 프로와 비교해도 중앙처리장치(CPU)는 50%, 그래픽 엔진은 4배 빠르다. 최신 반도체 설계기술인 2세대 3나노미터 공정을 활용한 M4에는 AI의 기계 학습을 가속하기 위한 애플의 가장 빠른 뉴럴 엔진(neural engine)이 탑재됐다. 뉴럴 엔진은 초당 38조회에 달하는 연산 처리 능력을 갖추고 있고, 애플의 A11 바이오닉 칩에 처음 탑재됐던 뉴럴 엔진 대비 속도는 60배 더 빠르다. 애플은 M4를 “AI를 구동하기 위해 엄청나게 강력한 칩”이라고 강조했다. 애플은 아이패드 프로를 시작으로 차기 제품에 M4를 적용할 계획인데, 이는 애플이 AI 기반 장치 라인업을 계속 확장해 나가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아이패드 프로 가격은 11인치는 999달러, 13인치는 1299달러부터 시작한다. 오는 15일 공식 출시된다.애플은 아울러 ‘아이패드 에어’ 13인치도 새로 출시했다. 아이패드 프로 구매자 중 절반가량이 13인치 제품을 구매한 것을 고려해 아이패드 에어에도 더 넓은 디스플레이를 적용한 것이다. 아이패드에어에는 기존 M2칩이 장착됐다. 아이패드 에어는 또 화상 회의에 더 적합하도록 아이패드 프로와 같이 가로형 전면 카메라가 탑재됐다. 11인치는 599달러, 13인치는 799달러부터 시작한다.애플이 이처럼 강력한 성능을 보유한 새 아이패드를 출시한 것은 지지부진한 아이패드 인기 때문이다. 아이패드는 지난 1분기 5억6000만달러(약 7600억원)어치가 팔렸는데 이는 전년 동기보다 17% 줄어든 액수다. 블룸버그가 집계한 시장 전망치도 6% 가까이 밑돌았다. 한편, 팀 쿡 CEO는 이날 M4칩만 소개했을 뿐 구체적인 AI서비스는 언급하지 않았다. 그는 내달 연례개발자회의(WWDC)에서 더 많은 소식을 전하겠다고 말을 아꼈다.이날 신형 아이패드 출시 소식에도 뉴욕증권거래소에서 애플 주가는 0.38% 오르는 데 그쳤다.
- '인하압박' 빌미될라…실적개선 식품업계 울상
- [이데일리 남궁민관 기자] 해외에서 K푸드의 인기와 국내 혁신 신제품 출시 효과로 올해 1분기 국내 주요 식품 업체들이 전년대비 개선된 성적표를 받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좋은 실적에도 불구하고 표정은 마냥 밝지 않다. 여전히 높은 원자재 가격에 원·달러 환율 강세까지 겹치며 제품 가격 인상 요인은 날로 커지고 있지만 호실적을 근거로 정부와 소비자단체의 압박 또한 더욱 거세질 것이란 우려에서다. (그래픽= 이미나 기자)◇K푸드 활약 더해 신제품까지 호실적 한몫7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CJ제일제당(097950)은 올해 1분기 매출(이하 연결기준) 7조2792억원, 영업이익 3773억원을 기록할 전망이다. 전년동기대비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2.9%, 39.3% 증가한 수치다. K푸드 인기에 따른 ‘비비고’의 활약, 라이신 등 바이오 사업 시황 회복 등 긍정적 요인이 그 배경으로 꼽혔다.대상(001680)도 ‘종가’ 김치와 라이신 수익 개선 등에 힘입어 1분기 매출1조195억원, 영업이익 453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됐다. 전년동기대비 매출은 3.0%, 영업이익은 무려 82.1% 증가한 매우 좋은 실적이다.올해 1분기 국내 라면 수출액이 역대 최고인 2억7303만달러를 기록한 가운데 농심(004370)과 오뚜기(007310), 삼양식품(003230) 등 라면업체들의 실적도 고공행진을 이어갈 전망이다. 농심의 경우 ‘먹태깡’과 ‘빵부장’ 시리즈 등 스낵 신제품의 국내 시장 대박도 힘을 보탰다.농심은 1분기 매출 9030억원, 영업이익 654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각각 5.0%, 2.6% 증가할 것으로 예상됐다. 같은 기간 오뚜기도 매출은 4.6% 증가한 8963억원, 영업이익은 2.2% 증가한 668억원을 각각 기록할 것으로 예상됐다. 해외에서 남다른 실적을 기록 중인 삼양식품의 경우 1분기 매출은 전년동기대비 31.4% 증가한 3228억원으로 예상됐으며 영업이익 역시 무려 74.9% 급증한 417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추산됐다.SPC삼립(005610)과 오리온(271560) 등 주요 제과·제빵 업체들의 실적도 탄탄한 성장세를 보일 전망이다. SPC삼립 1분기 매출은 전년동기대비 0.1% 소폭 감소한 8310억원으로 예상됐으나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8.6% 늘어난 181억원 수준을 기록할 전망이다. 오리온은 매출 7461억원, 영업이익 1245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각각 12.4%, 25.6% 증가할 것으로 예상됐다. 이미 동원F&B(049770)와 롯데웰푸드(280360)는 1분기에 지난해보다 개선된 실적을 발표했다.동원F&B는 1분기 매출 1조1190억원, 영업이익 499억원을 기록했다. 전년동기대비 각각 3.5%, 14.8% 증가한 실적이다. 롯데웰푸드(280360) 매출은 전년동기대비 0.9% 소폭 줄어든 9511억원을 기록했으나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무려 100.6% 증가한 373억원으로 집계됐다.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 라면 판매대.(사진=연합뉴스)◇‘양날의 검’ 환율 “예의주시”…“압박 빌미될라” 우려도최근 원·달러 환율이 1400원대 언저리에서 요동치면서 식품업계의 셈법은 복잡해지고 있다. 원당, 밀, 대두, 카카오 등 주요 원재료 대부분을 수입해 사용하는 국내 식품업체들에게 고환율은 악재지만 수출 비중이 높은 회사에게는 기회로도 작용할 수 있어서다. 단 불확실성이 높아진다는 측면에서 대부분 식품업체들은 제품 가격 인상에 무게추를 두고 있다.실제로 롯데웰푸드는 이미 카카오 가격 급등, 고환율 등을 이유로 다음 달 초콜릿류 제품 17종 가격을 12% 안팎으로 인상한다고 예고했다. CJ제일제당을 비롯 김을 생산하는 주요 식품업체들도 최근 원재료인 원초 가격 급등을 이유로 제품 가격을 최대 20% 인상하기도 했다.올해 1분기 호실적에도 국내 식품업체들이 환하게 웃지 못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당장 정부는 이달 초 식품업계를 불러모아 제품 가격 인상 자제를 강하게 압박하고 나선 상황이어서다.식품업계 한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각종 제반비용을 줄이려는 각고의 노력에 신제품 개발, 해외시장 공략 성과가 더해지면서 간신히 실적 방어에 성공한 것이지 대내외적 악재를 해소 또는 극복한 상황이 아니다”라고 토로했다.서울의 한 전통시장에서 김을 판매하는 상인.(사진=연합뉴스)
- 지역행사 연계 뒷전…'커피올림픽'서 부산만 알린 부산시 [MICE]
- 지난 1일부터 4일까지 부산 해운대 벡스코(BEXCO)에서 열린 ‘월드 오브 커피’와 동시 개최된 ‘월드 바리스타 챔피언십’ 대회장 모습 (사진=부산시)[부산=이데일리 이선우 기자·이민하 인턴기자] 지난 4일까지 나흘간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월드 오브 커피’(World of Coffee)는 대한민국 제2의 도시이자 최대 항구도시인 부산의 도시 마케팅사(史)에 기록될 행사로 평가받는다. 스페셜티커피협회(SCA)가 전 세계 도시를 순회하며 여는 이 행사로 70여개국 커피 관련 기업 관계자와 전문가들에게 ‘커피도시 부산’ 이미지를 각인시키는 성과를 올리면서다.2년여간 공들여 행사를 유치한 부산은 아시아에서 처음 열린 ‘월드 오브 커피’에 세계 최고의 바리스타를 뽑는 ‘월드 바리스타 챔피언십’(World Barista Championship) 대회를 동시에 열어 판을 키웠다. 도시 이미지에 맞는 국제행사로 인지도와 위상을 끌어올린 마이스 도시 마케팅의 단적인 예다. 내년이면 30주년을 맞는 부산국제영화제도 부산의 도시 브랜드 자산목록에 ‘영화도시’를 추가한 마이스 마케팅의 대표적 성공사례로 손꼽힌다.지난 3일 벡스코 행사 현장에서 만난 독일 노이만 커피그룹 벤키터크리쉬넌 인도 지사 최고상업책임자(CCO)는 “오래 전부터 한국 기업과 거래해오고 있지만, 부산이 커피 관련 산업 인프라와 수요를 모두 갖춘 도시라는 사실은 이번에 처음 알게 됐다”며 “한국 커피시장의 관문(게이트웨이) 역할을 하는 부산을 알게 된 게 이번 행사의 가장 큰 성과”라고 평가했다.부산 해운대 벡스코(BEXCO)에서 지난 1일부터 4일까지 열린 ‘월드 오브 커피’와 동시 개최된 ‘월드 바리스타 챔피언십’에는 51개 국가를 대표하는 바리스타 55명이 참여해 실력을 겨뤘다. (사진=부산시)◇수입부터 가공·유통·판매…산업 생태계 갖춘 부산커피도시는 부산이 2년 전인 2022년부터 구축에 강하게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도시 브랜드다. ‘부산에서 무슨 영화제냐’는 비아냥 섞인 의문으로 시작한 영화도시 이미지에 비하면 도시 브랜드화에 필요한 밑천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는다. 매력적인 브랜드 스토리 개발에 필요한 역사적 서사를 비롯해 수입부터 가공, 유통, 판매에 이르는 산업 생태계를 이미 갖추고 있다는 이유에서다.이정실 부산관광공사 사장은 “새로운 도시 이미지와 브랜드 개발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스토리텔링”이라며 “1884년 부산해관 감리서 서기관 출신 민건호가 가장 먼저 커피 맛을 보면서 시작된 부산의 커피문화는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오랜 역사적 서사를 지닌 고유한 지역 자산”이라고 강조했다.카페·커피거리를 조성해 커피도시를 자부하는 다른 도시들과 달리 산업 기반도 갖췄다. 2022년 기준 부산항을 거쳐 국내로 들어오는 생두와 원두는 연간 19만7000톤으로 전체 수입량(20만9000톤)의 94%에 달한다. 웬만한 커피 원두는 부산을 통하지 않고는 국내로 들어올 수 없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압도적 비중이다. 도·소매와 가공업체, 전문점 등 지역 내 관련 사업체(6853개), 종사자(2만356명)도 전국 단일 도시 기준 서울(2만487개·6만7245명) 다음으로 많다. 컴포즈커피, 더벤티, 하삼동커피, 블루샥 등 부산에서 시작해 전국구 프랜차이즈 커피 브랜드로 성장한 기업들도 여럿이다. 본점을 부산에 둔 이들 커피 브랜드 회사들이 전국에 보유한 매장 수만 약 4700개에 육박한다.전국 지자체 최초로 커피산업 육성 및 지원을 위한 조례도 제정했다. 문정주 부산시 경제정책과장은 “커피도시 부산의 롤모델은 글로벌 커피 브랜드 일리(illy)가 탄생한 이탈리아 커피수도 ‘트리에스테’, 연간 40만 톤의 원두가 거래되는 세계 최대 커피항구를 보유한 벨기에 ‘앤트워프’”라며 “올해부터 3년 단위 육성계획을 통해 관련 기업 육성 등 커피산업 생태계 조성에 나설 계획”이라고 밝혔다.지난 1일부터 4일까지 부산 해운대 벡스코(BEXCO)에서 열린 ‘월드 오브 커피 & 월드 바리스타 챔피언십’에는 전 세계 72개국 218개 기업이 참가해 나흘간 국내외에서 1만 5844명의 바이어가 방문했다. (사진=부산시)◇“국제행사 개최 효과 지역행사로 이어가야…”전 세계 72개국 281개 기업, 국내외 바이어 1만5844명이 다녀간 ‘월드 오브 커피’와 ‘월드 바리스타 챔피언십’은 커피도시 부산 브랜드를 대내외에 알리는 신호탄이 됐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그동안 지역 안에서도 엇갈린 반응으로 골머리를 앓던 부산시는 새 도시 브랜드 개발에 대한 긍정적 인식을 확산하는 효과도 누린 것으로 보고 있다.커피 원두 로스터기 제조회사 스트롱홀드 테크놀로지 관계자는 “국내는 물론 해외 커피 전시회에 빠짐없이 나가고 있지만 이번처럼 해외 기업과 바이어가 많은 지방 행사는 처음인 것 같다”며 “그동안 해외나 서울에서 열리는 전시회에서나 볼 수 있었던 글로벌 브랜드 커피회사들이 대거 참여한 점이 인상적”이라고 말했다.아쉬운 대목은 국제행사 개최로 인한 효과를 이어갈 후속 전략 이른바 레거시 확보가 부족했다는 점이다. 언론과 마이스 업계 일부에서 ‘겉모습만 화려한 일회성 행사’, ‘시 예산 7억원을 들여 불러온 행사’라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서울과 함께 1세대 마이스 도시에 속하는 부산 정도라면 국제행사 유치 때부터 시너지를 키울 지역 행사와의 연계 방안을 찾았어야 한다는 지적이다.[이데일리 이미나 기자]매년 부산에서 열리는 전시·박람회, 포럼, 축제 등 커피 관련 행사는 총 7건. 매년 벡스코에서 3월과 10월 열리는 ‘부산 카페쇼’는 올해로 23회째, 이달 29일부터 식품 박람회와 함께 열리는 ‘부산 커피쇼’는 14회째 행사를 이어오고 있다. 영도구청이 2019년부터 동삼동 아미르공원 일대에서 여는 글로벌 영도 커피 페스티벌도 이달 24일 개막을 앞두고 있다. 부산진구청이 매년 10월 전포동 카페거리에서 여는 ‘전포 커피 축제’도 올해로 8회째를 맞는다. 한 지역 마이스 업계 관계자는 “커피도시를 도시 브랜드화 하겠다면서 단발성 국제행사에만 매달린 채 정작 지역에서 매년 열리는 행사들은 나 몰라라하고 있다”면서 “지금이라도 이번 국제행사로 얻은 국내외 네트워크 등 개최효과를 지역 행사로 이어갈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고사위기 전통한지]①"만들 사람도 찾는 곳도 없어"…'천년 감촉' 한지 사라지나
- [이데일리 이윤정 기자] 경남 의령군 서암리에서 3대째 전통 한지를 만들었던 박해수(81) 씨는 최근 농사를 지으며 살고 있다. 3년 전 평생의 업을 접은 그는 종이가 필요하다는 곳에 전통 한지 대신 중국산 종이를 팔고 있다. 나이가 들면서 한지 만드는 일이 힘에 부치기도 했지만, 전통 한지를 찾는 곳이 점점 줄어들어 생계를 이어가기도 어려웠기 때문이다. 박 씨는 “그만해야겠다고 결심하고 한지 만드는 기구를 전부 없애버렸다”며 “평생 배워온 게 종이 만드는 기술인데 그게 사라지니 마음이 헛헛하고 아쉽더라”고 말했다.우리의 전통 한지가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 최근 문화재청이 유네스코에 신청서를 제출하면서 인류무형유산 등재를 위한 도전이 시작됐지만, 현장에서는 한지 산업의 고사위기를 걱정하는 목소리가 적잖다. 전통 한지 제조 업체수가 급감했고, 기술을 보유한 장인들은 점차 고령화되고 있어서다. 기술을 젊은 세대에 가르쳐야 전통이 계승되지만, 한지 기술을 배운다고 나서는 젊은이들은 거의 없는 실정이다.한지산업지원센터에 따르면 전국 ‘손 한지’ 업체수는 1996년 64곳에서 2016년 28곳, 2019년 21곳, 2023년 19곳으로 조사됐다. 20여년 만에 3분의 1토막이 난 셈이다.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은 전체 업체의 70%는 연 매출 1억원이 되지 않는다는 조사결과를 내놓기도 했다. 연 매출이 3000만원 이하인 영세한 업체도 3곳이나 된다. 실태조사가 이뤄진 2015년부터 2021년까지 9개 업체가 폐업하기도 했다.임현아 한지산업지원센터 연구개발실장은 “한지 산업은 이미 소멸단계에 접어들었다”며 “그나마 남아있는 한지 업체 10여곳도 10년 안에 거의 없어질 것 같은 위기감이 있다. 이들이 한지를 업으로 삼을 수 있도록 국가 차원의 시스템을 마련해주어야 문화로서의 지속가능성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전통 한지를 만드는 모습(사진=문화재청).◇‘천년 가는’ 내구성…기록·복원용으로 각광장인들의 전통기술로 제작되는 한지가 전승되어야 하는 이유는 ‘품질’에 있다. 아무리 각종 기계가 발전했어도 사람이 직접 공을 들여 만드는 상품은 공장에서 대량으로 찍어내는 상품과는 질적으로 다르다. 명품 중의 명품으로 불리는 에르메스 핸드백을 지금까지도 현지 장인들이 한땀 한땀 바느질해서 만드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전통기술로 만든 한지는 ‘천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뛰어난 내구성을 자랑한다. 수백년 동안 보관되고 있는 ‘훈민정음’이나 ‘조선왕조실록’도 모두 한지를 사용했다. 우수한 보존성 덕분에 2017년 프랑스 루브르박물관에서 ‘기록 유물 복원용 종이’로 한지를 사용했다. 또한 로마가톨릭 수도사 성 프란체스코의 친필 기도문, 6세기 비잔틴 시대 복음서 등도 모두 한지로 복원하는 등 세계에서도 인정을 받았다.한지의 내구성 비결은 제작 방식에 있다. 한지는 중국의 선지, 일본의 화지와 달리 ‘외발뜨기’(흘림뜨기) 방식이다. 닥 섬유를 가로, 세로로 교차시킨다. 종이 한 장을 뜨는데 장인의 손길을 무려 아흔아홉 번 거쳐야 하고, 마지막 손길이 한 번 더 보태져야 한지로 완성된다. 한지를 백지(百紙)라고도 부르는 이유다. 이렇게 만들어진 한지는 섬유질이 촘촘해 단단한 내구성을 갖게 된다.전통 한지를 만드는 모습(사진=문화재청).◇우수한 품질에도 ‘외면’받는 현실한지는 우수한 품질에도 불구하고 일상에서는 널리 쓰이지는 못해 수요가 부족한 실정이다. 과거에는 한옥의 문과 벽, 장판에 모두 한지를 사용했다. 해마다 추석이 돌아오면 한지를 옆에 끼고 집마다 다니면서 한지를 팔던 사람이 있었을 정도다. 한지가 사양길로 접어든 시기는 ‘88 서울올림픽’ 이후부터다. 농촌주택의 계량화가 본격적으로 진행되던 시기였다. 유리창이 창호를 대체했고, 새로운 벽지와 화학 장판까지 등장하면서 더이상 한지가 필요없게 된 것이다. 한때 수백개에 달했던 한지 업체도 시대의 변화를 이겨내지 못하고 급감하기에 이르렀다.해외 수출도 뚜렷한 성과가 없기는 마찬가지다.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에서 발간한 ‘2022 전통문화산업 한지산업 보고서’에 따르면 한지를 수출한 경험이 있는 사업체는 전체의 4.3%에 불과했다. 수출 경험이 없는 사업체수가 95.7%로 대다수를 차지했다. 한윤희 명지대 문화재보존관리학과 교수는 “현재 남아있는 한지 업체들도 어렵게 생계를 이어가고 있다”며 “업계에서는 2000만원만 있어도 폐업 안한다는 말이 나올 정도”라고 위기감을 전했다.원료 수급 문제도 한지 산업의 성장을 막고 있다. 한지는 닥나무 껍질의 섬유를 원료로 삼아 만드는데 국내산 수급이 부족해 70~80%가 외국산을 사용하고 있다. 임업통계연보에 따르면 1983년 80톤8596㎏에 달했던 전국 닥나무 생산량은 2013년 5129㎏으로 급감했다. 전통 한지의 수요 감소로 갈수록 재배면적이 줄어든 데다 값싼 외국 닥원료와의 경쟁에서 밀렸기 때문이다.한지장들은 점차 나이가 들어가는데 이를 계승할 젊은 이수자들이 없는 것도 위기감을 고조시키고 있다. 현재 문화재청이 지정한 한지장은 홍춘수(82), 김삼식(78), 신현세(77), 안치용(65) 등 4명이 있다. 이들의 평균 연령만 75.5세다. 2018년부터 국가무형문화재 전수교육학교 지원 사업에 참여하고 있는 충북대는 최근 목재·종이과학과 학생 2명이 국가무형문화재 ‘한지장’ 이수심사에 최종 통과하는 성과를 냈다. 최태호 충북대 목재종이과학과 교수는 “학생들이 이수심사를 통과해 기쁘지만, 졸업 후 생계가 보장되지 않아 불안함 또한 가지고 있다”며 “전통 한지 기술이 이어지기 위해서는 한지 산업 시장의 파이를 키울 필요가 있다”고 부연했다.전통 한지를 만드는 모습(사진=문화재청).◇‘품질 표준화’ 필요…진흥정책 시너지 내야전문가들은 한지를 살리기 위해서는 ‘품질 표준화’와 함께 ‘한지 사용처’를 늘려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국산 백닥을 100% 사용 △닥 증해는 잿물만 사용 △발은 촉새나 억새, 띠 등 전통적인 소재를 사용하는 것을 원칙으로 할 것 등의 내용을 담은 ‘표준 사양서’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일정한 품질의 한지를 보증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현재 급감한 한지 사용처를 늘리는 일도 필요하다. 정부 표창장과 임명장뿐 아니라 문화재 수리·복원, 공예 등 예술분야에 한지를 사용하도록 권장해야 한다는 것이다. 2014년부터 2018년까지 조달청 나라장터의 입찰공고를 살펴보면 한지 구매비용은 국가기록원 1325만원, 국립문화재연구소 6290만원, 국가기록원 2900만원 등에 불과했다.한지정책연구자인 박후근 경북인재개발원 원장은 “현재는 전통한지에 대한 명확한 정의도 없어 수입닥과 목재펄프를 주원료로 만든 것까지 한지에 포함하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며 명확한 ‘한지의 정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한지 진흥정책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한지진흥정책을 총괄하는 문체부, 기록용 한지를 연구하는 국가기록원 등 부처별 헙업을 강화해야 한다”며 “부처 간의 칸막이를 뛰어넘는 협의체를 구성해야 한지진흥정책이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고 말했다.
- 경찰, 양귀비·대마 '몰래 재배' 단속 강화…"걸리면 고강도 수사"
- [이데일리 손의연 기자] 경찰청 국가수사본부(국수본)는 양귀비 개화기·대마 수확기를 맞아 5월부터 7월까지 3개월간 ‘양귀비·대마를 몰래 재배하는 행위 및 불법 사용행위’에 대한 단속을 강화한다고 8일 밝혔다. (사진=경찰청)국수본은 올해 3월 1일부터 7월 31일까지 양귀비·대마 밀경행위 단속을 포함한 상반기 마약류 범죄 집중단속을 시행하고 있다.양귀비는 천연마약으로 분류되는 식물로 양귀비 열매에서 아편을 추출해 모르핀, 헤로인, 코데인 등 강력한 마약으로 가공될 수 있다. 대마는 일부 국가에서 사용을 합법화했지만 중독성이 강하고 환각작용을 일으켜 2차 범죄를 유발할 수 있는 위험한 마약류다. 또 대마를 원료로 젤리, 사탕, 초콜릿, 껌 등 다양한 형태로도 가공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경찰청은 양귀비와 대마를 몰래 재배하는 행위에 대하여 매년 집중단속 및 연중 상시단속을 진행하고 있으나 텃밭·야산·노지·도심지 실내 등에서 몰래 재배하는 행위는 계속되고 있다. 지난해 밀경사범 검거 인원은 2902명으로 전년 대비 175.2%(1246명) 증가했다. 압수량도 18만488주로 148.0%(5만8505주) 늘었다.경찰청은 야생 양귀비·대마 발견 시 지자체 등 관계기관 협조를 통해 폐기하도록 하고, 불법행위가 확인될 때는 고강도 수사를 진행한다는 방침이다.특히 최근 마약류 범죄가 지능화, 조직화됨에 따라 대규모 재배자, 동종 전과자, 제조·유통·판매자 등에 대해서는 구속 수사를 원칙으로 여죄까지 면밀하게 수사를 진행할 예정이다.하지만 전과자 양산을 방지하기 위해 50주 미만의 경미한 양귀비 몰래 재배 행위자에 대해서는 처벌 이력이 없는 경우 경미범죄심사위원회를 통해 즉결심판 회부 또는 훈방 조치하여 공감받는 단속 활동을 전개하겠다는 방침이다.또 농어촌 지역 담당 경찰관서는 홍보 자료를 배부하고 현수막 부착, 마을 방송 송출 등 예방·홍보 활동도 병행할 계획이다. 경찰청 관계자는 “양귀비·대마 등을 몰래 재배하는 행위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 질 수 있는 중대한 범죄”라며 “국민의 평온한 일상을 위협하는 마약류 범죄 근절을 위해 지속해서 경찰의 역량을 결집해 나갈 것이며, 몰래 재배하는 행위는 제보가 결정적이므로 시민들의 적극적인 신고를 부탁드린다”고 밝혔다.